페스트 (컬러 명화 수록 무삭제 완역본) - 명화와 함께 읽는 현대지성 클래식 63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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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은 솔직 후기입니다.>

읽어보고 싶었던 고전들 중에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더욱 흥미가 가던 책을 좋은 기회가 생겨 읽어볼 수 있어서 기뻤다.



일단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명화와 함께 읽는'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기해 보자면, 나에게 이건 굉장한 경험이었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명화들은 삽화나 일러스트가 표현하지 못하는 묵직함으로 고전이 가진 특유의 서사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장면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 그림들이 얼마나 놀랍도록 적재적소에 자리 잡았는지 책을 읽기 전에 훑어볼 때는 별 감흥이 없던 그림들이 제자리를 찾음으로써 그림에는 생기가, 텍스트에는 깊이가 더해져 책을 이해하는 데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앞으로도 고전은 '명화와 함께 읽는' 고전으로 읽어야 할 것 같다.

1940년대가 배경인 이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우리의 2020년대 팬데믹 현실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경계하고, 이어서 무시하고, 결국에는 절망한다. 사회는 무너지고, 질병은 사람을 가르고, 남겨진 자들은 애도한다. 작품 속 인물들이 겪는 감정은 팬데믹을 겪은 우리의 감정선과 그대로 겹친다. 불안, 피로, 분노, 슬픔,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체념까지.

400페이지 가량의 긴 이야기임에도 등장인물이 많지 않아 그들의 감정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언제나 담담하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주인공 리외 의사와 함께 불안하다가, 피로를 느끼다가, 절망을 하고, 그렇게 이해와 공감과 분노를 함께할 수 있었다. 전염병이라는 거대한 재앙 앞에서 개인이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서로를 붙잡으며 버텨야 한다는 사실을 화자는 책을 읽는 내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적절한 장면에 들어간 명화가 긴 텍스트에 시각적 도움을 주어서 좀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앞으로 또다시 우리에게 전염병이라는 재앙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세대에 이 일을 분명히 겪었고, 마치 없었던 일인 듯 외면하고 살고 있는 그 힘든 나날들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기억해 냈다. 우리 시대가 겪은 재앙으로 소중한 사람이나 가진 것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에게 작게나마 공감할 수 있었고, 특히 어느새 잊힌 당시 의료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무척 고마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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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 2 - 11개의 평면도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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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은 솔직 후기입니다.>


'이상한 집 2'는 전작 '이상한 집'이 남긴 여운을 이어가면서도 한층 더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본에서 2024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시리즈 누적 255만 부 판매를 돌파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을 읽고 작가에게 직접 연락한 사람들의 실제 경험이라는 설정으로, 11채의 기묘한 집 평면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의 가장 독특한 점은 ‘집의 평면도’가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단순한 괴담이나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라, 집 구조의 비정상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이상 현상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독창적이다. 낯선 구조, 이해할 수 없는 배치, 뭔가 찜찜한 느낌을 주는 공간들이 이야기를 더욱 오싹하게 만든다. ‘왜 이 집은 이렇게 지어졌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서서히 그 집에 얽힌 과거와 사건을 풀어나가는 전개가 몰입도를 높인다.


이상한 집 시리즈를 읽으며 흥미로웠던 점은, 이야기의 핵심이 단순히 기묘한 주택 구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집이 만들어진 목적과 얽힌 사람들의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지어진 집들은 단순한 건축적 특이성이 아니라, 원한, 복수, 범죄 같은 인간의 깊은 감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인습이 여기에 녹아 있으며, 특히 감정이 축적되는 방식과 이를 해소하는 방식은 조금은 괴상하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는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집주인들의 증언을 듣고, 거기에 얽힌 수수께끼를 추리해 가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읽다 보면 어느새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해 있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다. 과장되지 않은 문체와 깔끔한 구성 덕분에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이상한 집 2'는 단순한 괴담이나 유령 이야기와는 결이 다른 작품이다. 평면도를 통한 논리적인 접근,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 주는 리얼리티, 그리고 일본의 문화적 요소들이 결합되며 독창적인 미스터리 세계를 만들어낸다.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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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가면제사
반지은 / 포레스트 웨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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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은 솔직 후기입니다.>

반지은 작가의 '가면제사'는 제사라는 전통적 의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기묘한 호러 소설이다. 한 집안의 독특한 풍습—제사 때마다 가족들이 하얀 가면을 쓰고 의식을 치르는 모습—은 단순한 전통을 넘어선 불길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독자를 몰입하게 만든다. 가부장적 권위가 강하게 자리 잡은 이 집안에서는 제사에 대한 집착이 유독 두드러지며, 그 속에 많은 비밀들이 숨겨져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러한 진실을 알지 못한 채 혼란 속에서 방황하며, 읽는 이도 주인공 김지온과 함께 서서히 공포와 긴장감을 체험하게 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강점은 압도적인 분위기 연출과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힘이다. 단순한 공포가 아닌, 집안의 전통과 얽힌 심리적 압박, 그리고 주인공의 꿈과 현실을 오가며 보여주는 장면들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또한, 주인공이 중심에 있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듯한 미묘한 위치에 놓여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역시 마치 소설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이야기의 흐름이 결정적인 순간에 갑자기 끊긴다는 점이다. 아마도 다음 편이 나오겠지만 너무 아무 예고 없이 중요한 부분에서 끊겨버려서 너무 허탈했다. 또한, 전자책(E북)임에도 불구하고 PDF 파일 형식으로 제공되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단점이다. 글씨 크기 조정이 불가능하고 폰트 설정도 할 수 없어, 읽는 내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러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가면제사'는 재미있다. 제목에 이끌려 생각없이 읽게 된 책인데 다음 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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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 더 떠나도 됩니다 - 구석구석 여행자 전망키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전망키 전은재 지음 / 북스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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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은 솔직 후기입니다.>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감각을 깨우고 마음을 채우는 경험이다. 『우리는 조금 더 떠나도 됩니다』는 그런 여행의 본질을 담고 있는 책이다. 9년간 여행 작가로 활동해 온 전망키 전은재 작가가 한국의 아름답고 고즈넉한 50여 곳을 소개하며, 여행지를 직접 찾아가 느낀 감상을 따뜻한 문장과 감각적인 사진으로 전한다.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는 단순한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개 여행 책들은 방문 시간, 교통편, 맛집 정보 등에 집중하지만, 이 책은 여행지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감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작가는 여행자의 눈높이에서 ‘어떤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지’, ‘어떤 계절에 방문하면 더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짚어준다.


책의 구성 또한 인상적이다. 여행지를 지역별, 테마별로 정리하여 독자가 자신의 관심사에 맞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또, 각 여행지에 대한 설명이 두세 페이지 정도로 짧게 정리되어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숨 막히게 정보를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글에 여백이 많아 독자가 스스로의 여행을 상상할 여지도 남겨둔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어디를 갈 것인가’보다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에 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특별한 부분은, 작가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여행지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들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감정을 전달하며,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여행지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은 사진과 글을 함께 보면, 마치 작가와 함께 그 장소를 어슬렁거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이 단순한 정보 입이 아니라, 여행의 설렘과 기대감이 독자에게 전달되는 이유이다. 가끔 작가가 인생 샷 포인트도 알려준다.


『우리는 조금 더 떠나도 됩니다』는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당장 떠날 수 없는 사람에게도 좋은 위로가 될 것 같다. 우리는 종종 바쁜 일상 속에서 여행을 미루지만, 이 책을 통해 가까운 곳에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순간을 만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듯하다. 꼭 거창한 여행이 아니라도, 일상의 틈에서 잠깐의 외출만으로도 충분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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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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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은 솔직 후기입니다.>


언젠가부터 쏟아져 나오는 양산형 '자기 위로'에 관한 책들이 모든 서점가 주요 자리를 도배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인지, 제목만으로도 속이 빤히 보일 것 같은 책들에 대한 거부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자기 위로, 자기 연민, 마음 등등에 해당하는 책들은 그 소개도 읽어보지 않고 지나치게 되었다.

그러다 2025년 새해가 밝아 무언가 나를 한번 정리해 보고 싶을 때 선택한 몇 권의 책들 중에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가 들어있었다. 짧은 책 소개라고 해야 할까, 부재라고 해야 할까, 책의 옆에 작은 글씨로 적힌 '읽어버린 나를 찾는 인생의 문장들'이라는 문장이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든 것 같다.





내가 꽂힌 부분은 '읽어버린 나'가 아니고, '인생의 문장들' 이었는데, 어떤 문장들을 뽑아 놓았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남이 잘 뽑아 놓은 좋은 문장들을 날로 먹고 싶다는 도둑 심보도 있었을 것이다.

전승환이라는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나에게 해준 이야기는, 여러 문학 작품들에서 찾을 수 있는 원작자의 다채로운 문장들을 통해 그들의 의도나 마음의 상처와 깊이 등을 찾아내어 작가와의 공감을 통해 위로를 받고, 희망을 찾고, 안도할 수 있도록 그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같은 책을 읽고 어떻게 이런 문장을 잘도 찾아내었는지, 내가 후루룩 훑어 읽으며 지나쳤을 문장 하나하나에서 어떻게 이 문장만 뽑아내었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책을 쓰는 것뿐 아니라 책을 읽는 일도 전문가가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만들었다.


작가가 뽑아놓은 문장은 시에서도, 산문에서도, 소설 속에서도, 다양한 작품들에서 골라 담아 자신의 이야기 속에 잘 섞어 담아 놓았는데, 이중 내 맘에 콕 박혔던 문장 중 짧은 것들로 몇 개만 담아 보려고 한다.


무사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스스로를 향해 너는 이렇다. 저렇다.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지 마세요. 그럴 때마다 당신이 얻는 것은 상처뿐입니다.

- 파울루 코엘류 [마법의 순간] -


남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그 사랑을 제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그 사랑을 시큰둥하게 여기거나, 아니면 그 사랑으로 인해 오히려 오만해진다면 그 사랑은 참으로 슬프고 낭비적인 사랑이다.

- 장영희 [내 생애 단 한 번] -


매일같이 조금씩 곁으로 다가와 줘. 매번 같은 시간에 와주면 더 좋아. 만약 네가 매일 오후 네 시쯤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


예전 책에

'여기서 행복할 것'

이라는 말을 써두었더니

누군가 나에게 일러주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 김민철 [모든 요일의 여행] -


누구나 아는 문장도 있고, 처음 보는 문장도 있다. 더 많은 주옥같은 문장들이 작가의 이야기와 더불어 소개되어 훅! 하고 내 뒤통수를 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책을 잘 읽는 사람이 찾아낸, 잘 다듬어지고 이미 검증받은 문장들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털어놓고 있는 이 책은 2020년 이미 긴 시간 베스트셀러 자리에 있던 책이다. 이번에 2025년 개정증보판을 통해 지금이라도 이 책을 만난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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