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검주는 눈앞의 상황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거미는 3일 밤낮을 지치지 않고 무림인들을 학살했다.
학살. 그 말 외에는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백금으로 된 다리로 방금 한 무림인의 심장을 관통시킨 그는 마지막 사람이 숨을 거두자 마자 자신을 바라보고 물었다.
“어디에도 빙타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잘 찾아보면 있을 거야.”
그렇다고 지쳐보이지도 않았다. 무영검주로선 참아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언제 목을 베면 좋을까...
“날 바보취급하는군. 궁내에서 그것만 보던 내가 모를 것 같나.”
“...피가 묻어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 거미 왼쪽 눈에 피가 묻어 안 보일테니...”
그 말과 동시에 무영검주는 주운 표창을 들어 거미를 향해 날렸다. 어차피 상대해야 할 거라면 지쳐있을 때 하는 게 나을 것이었다. 목을 치려 했지만 할 수 없다면 바로 상대를 하는 수 밖에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피가 잔뜩 묻어 거무튀튀한 표창을 거미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든 나무조각으로 받아내었다.
“음모였군.”
거미는 말투에 변화도 없이 툭 내뱉었다.
“날 끌어들여 버거운 놈들을 처리한 후 죽이려고...”
“그걸 이제사 알다니. 천하의 거미도 어쩔 수 없는...”
“무영검때문에 일부러 살려둔 것이고, 이 광경을 보면 배우는 게 있을 줄 알았더니.”
거미는 4개의 백금 다리를 들어서 무영검주를 향해 던졌다. 그 다리는 금강사를 서로 이어져 있어서 그녀의 검으로도 끊을 수가 없었다. 잘못했다간 전대 검주처럼 될 게 뻔했다.
그녀는 하지만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전대 검주는 피로한 거미와 붙은 게 아니었다.
더더군다나 거미는 다리가 너무 많아 경공술에 익숙하지 못했다.
그녀는 바위에 몸을 던졌다가 발로 튕긴 후 경공술을 이용해 거미와의 거리를 최대한 넓혔다.
“어딜 빠져나가려고!”
무영검주는 차례로 날아오는 백금 다리를 한쪽 손가락으로 튕겨내거나 발로 차는 식으로 처리했다.
연달아 거미가 다리를 집어던졌지만 다리를 다 던질 수 없었기에 피해내는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녀는 검주이고, 천명의 무림인이 선망한 존재였다.
“잘 따라와봐~”
그녀가 생긋이 웃으면서까지 말하자 거미는 분통이 터지는 듯 뭐라고 소리를 질렀다.
“궁안에 너무 오래 있어서 감을 못 잡은 네가 문제지.”
그녀는 오마두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라면 혹시 모른다. 저 거미를 상대할 수 있을지도.
오마두는 무림을 떠난지 이미 15년이 넘었지만, 무림인들 중 유일하게 상대의 기와 기술을 빼앗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오래 전 누군가가 얼핏 쓰다만 기록에 흡성대법과 유사한 기술이라고 적은 걸 본 기억이 났다.
모든 무림인들이 가지고 싶어했던 그 기록.
무림편서는 지금 궁중에 가 있었다. 무림 최고의 무림인, 황제만이 볼 수 있는 서고에.
“오마두라면 저 악질을 상대할 수 있을지도... 근데 여전히 객주를 운영하고 있나?”
오마두와 그녀, 그리고 그녀의 스승은 모두 그 무림편서가 궁중으로 들어가기 전에 기술을 익혔고, 안거이는 그들의 기술을 적은 무림편서를 작성하고 그들에게 허락을 받아 보여주었다.
유일하게 거미의 기술이 적혀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러나 거미 자신은 그 기록을 보지 못했고, 그대로 궁중에서 쓴 수면침으로 약 6년을 잠들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유일하게 오마두를 희망으로 삼고 있었다.
그는 바로 오부인의 남편이었다. 그리고 그는 막 대법을 실행하고 있는 참이었다. 단지 평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돈을 갈취하기 위해서 그를 감금하고 괴롭힌 자들을 죽이기 위해서, 온몸의 기를 운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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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메인인 네이버블로그에서 연재 중입니다.일부러 왕림해주십사 이야기는 못 하겠고...내키시면 위의 태그를 참고하시어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연재물이 알라딘에서의 마지막 창작물입니다,그 동안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