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 을유세계문학전집 32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동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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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지방 촌놈 라스티냐크는 법학 공부를 위해 파리로 상경한다. 집안의 희생을 바탕으로 상경할 있었음을 자각하고 있음에도, 파리 사교계의 사치스러움은 순진한 청년을 강렬하게 유혹하기 마련이다. 주인공은 귀족 인맥을 가지고 있어 사교계에 문을 두드릴 수는 있었지만 사교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재력과 매너를 갖추지 못하였다. 그런 그에게 보트랭이라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접근해오는데


  작품의 주제는 양심”, “성공”, “부성애정도로 요악할 있다. 양심 성공 탁월하되, “부성애 그렇지 못하다. 보트랭은 라스티냐크가 이대로 법학 공부를 마쳐봤자 성공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므로 부정을 저질러서라도 성공을 쥐어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뷰 글로는 그냥 평범한 내용에 지나지 않으나 그의 장광설은 통째로 외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그에 의하면 미덕을 지키는 자들은 신이 창조한 우둔한 피조물이며, 당신들은 성공하기 위해서 항아리 속의 거미처럼 서로를 잡아먹어야 하고, 도덕적으로 초라하게 바엔 차라리 해적이 되고 말겠다고 선언한다.


 라스티냐크는 성공과 미덕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인물이다. 육체적으로는 보트랭의 논리에 끌리면서도 지켜야만 하는 선을 자각하고 갈등한다. 파리에 매력과 환멸을 동시에 느끼는 주인공이 마지막에 파리와의 대결을 선포하는 장면은 세계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장면 하나다.


 고리오 영감은 라스티냐크가 매혹을 느낀 영애의 아버지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오직 딸들만을 끔찍하게 아끼는 노인이다. 셰익스피어의 리어 에서 모티프를 얻은 인물이 아닐까 추측되는데, 인물이 과하게 평면적이고 사용하는 언어 또한 전혀 시적이지가 못하다. 보트랭과 라스티냐크라는 인물은 셰익스피어 4 비극에 등장하는 거인들에 준할 만큼의 독자적인 개성을 지니고 있으나, 고리오에게는 오직 우둔함과 지루함만이 느껴진다.


 또한 작가의 초창기 작품이어서 그런지, 등장인물들 간의 대사가 상당히 어색하며 가독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단점들로 인해 19세기 리얼리즘 문학을 창립했다고 함께 평가받는 스탕달의 적과 보다는 고리오 영감 아래라고 개인적으로 사료하는 바이다. 그러나 적과 에서는 보트랭의 연설파리와의 대결 선포에 준할만한 명장면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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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 희곡선집 2 - 갈릴레이의 생애, 사천의 선인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대학고전총서 24
베어톨트 브레히트 지음, 임한순 엮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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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이의 생애


 이 극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1. 갈릴레이의 지동설과 이를 둘러싼 교회와의 갈등상황에 대한 개괄적인 지식, 2. 브레히트는 사회주의자였고, 마르크스는 유물론자로서 과학을 인류 발전의 토대로 보았음, 3. 당대 과학자들은 귀납법적 연구방법론을 채택하지 않고 권위자의 텍스트를 진리로 가정하고 연역적으로 논리를 전개했음. 을 선행으로 알아야 한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셰익스피어의 역사극들도 브레히트의 이 작품에 비할바가 되지 못하며 오직 쉴러의 "발렌슈타인" 정도만이 역사극 분야에서 이 역작에 비견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가 그리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브레히트가 묘사한 갈릴레이는 대단히 입체적인 인물로, 진리를 향해 본인을 불사르는 듯 하지만 목숨이 걸리자 순식간에 비굴해지는 한편, 타인이 발명한 망원경을 자신의 업적으로 속여 국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뜯어내고, 식도락을 즐기기도 하며, 주변인들을 챙기는 듯 하다 가도 타인의 안위보다 본인의 연구를 우선시하기도 한다. 


 저자의 유물론적 관점은 사회주의의 의미가 많은 부분 퇴색된 오늘날에는 호불호가 다소 갈리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갈릴레이가 근신처에서 보이는 행태를 유물론적 관점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입체성을 강화하는 장치로 볼 수도 있어 큰 문제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빼곡한 주석들을 보며 브레히트가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얼마나 연구하고 조사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한 인간의 생애를 과하게 함축하지도 그렇다고 지리하게 나열하지도 않은, 대단히 밀도가 높으면서 중요 내용은 거의 다 담긴 브레히트의 최고 역작이라고 생각한다.  


사천의 선인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인간의 도덕성을 시험하기 위해 거지로 분장하나, 다른 마을 주민들은 신들을 전부 외면하고 가난한 노부부만이 그들을 환대한다.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감명을 받아 이들에게 보상을 내린다...


 이 신화의 내용을 브레히트는 차용하여, 없는 살림에도 거지로 위장한 신들을 소박하게나마 접대한 삼류 창녀 셴테에게 신들은 상당한 액수의 돈을 주는 것으로 극은 시작된다. 셴테는 그 돈으로 담배가게를 사지만 그 물건은 하자가 있는 물건이었고, 그마저도 각종 빈민들이 셴테를 등쳐먹기 위해 혈안이다. 셴테는 가면을 쓰고 악역 사촌오빠 "슈이타" 를 가장해야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신은 선량한 이에게 돈은 줬으니 할 건 했다는 기색이다.


 사회주의가 의미하는 바가 컸고, 종교의 가치가 훨씬 높았던 당대에는 이 작품이 강한 시사점을 지녔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다. 가면을 쓰고 벗음으로 한 등장인물이 "슈이타"가 되었다가 "셴테"가 되었다가 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못알아 본다는 어처구니 없는 설정은 작품이 사회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컸을 때는 소외 효과를 야기해 관객에게 생각할 여지를 제공하지만, 그렇지 않은 현대에는 그냥 어이가 없고 극에 몰입만 안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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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의 삶, 그의 행운과 불운 달섬 세계고전 4
작자 미상 지음, 최낙원 옮김 / 달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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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레스크 소설의 원조. 악한이라기엔 주인공이 너무 선량한 감이 없잖아 있으며, 미완성이고 에피소드들간 퀄리티 편차가 커 작품 그 자체로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없었다면 ˝모험적 독일인 짐플리치시무스˝, ˝돈키호테˝ 등은 쓰여지지 못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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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모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6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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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게는 68혁명으로 불리지만 누군가에게는 68폭동으로 불리는 68운동은 기존의 사회질서를 완전히 해체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1966년에 발표되었는데, 이런 작품이 고평가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68운동의 도래를 예고하는 성격이 있다고 본다.


 독문학에서 고트홀트 레싱과 베르톨트 브레히트 이 두 사람은 연극을 통해 대중들을 교화하고자 했다. 극에 몰입을 하게 하는 레싱의 방법론과 극에 몰입을 방해하는 브레히트의 방법론 모두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대중들은 극을 재밌게 본 것에 만족하며 일상으로 돌아갔다. "관객모독" 은 이러한 극장과 관객들의 문화를 비판하고자 쓰여진 작품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어쩌면 관객을 모욕하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 브레히트가 소외 효과를 통해 등장인물의 행태에 대하여 관객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 것을 넘어, 이 작품은 관객을 욕함으로서 관객 그 자체를 등장인물들로 만들어버린다. 관객들은 메인 배우들만큼은 아니지만 극의 일부가 되며, 무대감독과 배우들이 대화를 나누는 등 극장의 여러 경계들은 완전히 무너져버린다.


 감상은 영 아니올시다 이다. 이름은 까먹었는데 누군가가 화장실 변기를 미술관에 전시했고 그게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알고 있는데, "관객모독" 도 이와 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객석, 무대, 무대뒤편 / 관객, 감독, 배우들의 경계를 이 정도로 해체시킨 것은 다분히 인상적이었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메타연극의 형식을 빌려 "거짓과 진실", "인간성" 이라는 주제를 세련되게 묘사한 "하녀들", "엔리코 4세",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 같은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의 주제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모든 형태가 무너져 내렸을 뿐이다....나는 모든게 무너진 폐허 더미보다는 세련되게 축조된 Well-made play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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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카를로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4
프리드리히 실러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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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는 바야흐로 네덜란드(플랑드르)에서 신교가 부상하고 카톨릭 왕정 스페인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 시점.... 왕의 아들 돈 카를로스는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한다. 원래 카를로스와 왕비는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왕이 미모의 왕비를 보고 여자를 가로챈 것이다. 카를로스에게는 절친한 친구 포사 후작이 있다. 그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사랑하는 남자다. 그들이 모여 사랑과 우정, 자유 등 다양한 내용이 전개된다.


 번역가 안인희씨의 해제에 의하면 이 작품은 원래 기형적인 가족 내 비극적인 사랑, 친구와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작가가 글을 쓰다보니 플랑드르 지역의 자유주의 운동의 비중이 갈수록 커졌다고 한다. 이 작품은 자유에 대한 열망이 메인인 극이 맞지만, 초기 구상으로 인해 로맨스의 비중이 과하게 높다는 치명적인 결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쉴러는 로맨스에 심각할 정도로 소질이 없다. 등장인물들이 사랑을 하는건지 아니면 논쟁을 벌이는 것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그럼에도 4막까지 이 작품은 재미는 없었지만 그럭저럭 읽을 만은 했다. 지리하고 유치한 로맨스와 다소 인위적인 우정놀음은 왜 그가 많은 작가들로부터 교조적이라고 비판받았는지 짐작가게 하는 부분이었으나, 포사 후작이 카를로스 및 왕과 만나서 내뱉는 대사들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5막의 훌륭함은 4막까지의 치명적인 결함을 순식간에 만회해 버린다. 카를로스가 왕에게 분노에 차 외치고, 왕은 일시적으로 물러난다. 왕은 비정해지기를 각오하고 대심문관을 만나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카톨릭 체제에 대해 토론한다(이 작품에서 가장 탁월한 부분으로, 그 유명한 까라마조프 형제들의 대심문관 파트는 이 장면의 오마주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이 세개의 이어지는 장면들을 읽으면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을 읽었을 때와 버금가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로맨스와 우정의 비중이 낮아 1~4부의 완성도가 조금 더 높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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