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 을유세계문학전집 36
베네딕트 예로페예프 지음, 박종소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코올 중독자 주인공은 사랑하는 아들과 애인이 기다리는 페투슈키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페투슈키에서는 쟈스민 꽃이 영원히 지지 않고, 새들의 지저귐이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주인공이 열차를 타기 위해 구매하는 것은 평범한 표가 아니다. 그는 표가 아니라 술을 구매한다. 주인공은 과연 페투슈키에서 아들과 애인을 조우할 수 있을까?


 주량이 센 편이고 무리도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가끔씩 일을 하다 보면 시간당 소주 1.5병 이상, 총합 1인당 소주 6병 정도 마시는 날도 있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그저 적당히 마실 만 하다. 그러나 그 이상을 넘어가면 게워내고 싶기도 하고 뭔가 그러면서 즐겁기도 하고 아주 원초적이고 음란한 카타르시스를 느낌과 동시에 메스껍고 기분이 슬퍼지기도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예로페예프라는 작가가 나보다 훨씬 더 술을 많이 그리고 자주 마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감정 묘사, 혹은 생리학적 반응을 리얼리즘으로 봐야할까...?


 술에 대한 묘사는 절반은 경탄이 나오고 절반은 헛웃음이 나오지만 작가는 이를 토대로 다양한 내용을 묘사한다. 묘사는 우스꽝스러움을 넘어 상당히 황당하고 엽기적이지만 언급되는 내용은 상당히 진중하고 차용하는 테마도 성경, 그리스로마신화, 철학, 역사, 공산당 등 상당히 고급스럽다. 몇몇 장면에서는 피식거리기도 했고, 몇몇 장면에서는 다소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문제는 이 작품을 읽고 있는 내가 문사철 전공자가 아니며, 그 시절 러시아의 역사와 공산당 문화에 정통하지가 않고 성경, 문학, 철학 등에 있어 완벽한 아마추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당대에 태어나 문사철을 전공했으면 코미디로도 비극으로도 읽을 수 있는 걸작으로 평가했을지 모르지만, 많은 내용들이 시대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하기에 나는 텍스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많은 주석을 일일이 참조해가면서 읽을 수야 있겠다만 그러면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노동이 되고 만다. 근데 나 정도면 그래도 현대 사람 치고는 고전과 역사에 대해 중간 이상 정도의 지식 정도는 보유한 편이다. 그렇기에 대다수 독자들이 보편적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작품은 결코 못되며, 후대로 갈수록 점점 시대의 한계에 노출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