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산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1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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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하지 않지만 백수로 먹고 살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는 조선공학 전공자 한스카스트로프는 질병에 걸린 사촌을 방문하기 위해 스위스 다보스에 있는 요양원에 방문한다. 처음에는 단기간 체류할 목적이었던 그는 쇼샤부인이라는 여자를 만난 뒤 갑자기 몸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는 열때문에 요양을 잠시 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한스 카스트로프는 이 마법의 산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16~17세기 유럽에서는 왕권신수설을 옹호하는 서적들이 엄청나게 출판되었지만 지금은 유럽의 고(古)도서관의 보존서고에나 존재하고 아무도 읽지 않은 채 책장에서 잠자고 있다. 당대에는 걸작으로 칭송받았을지라도 오늘날에는 그저 낡은 이론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독문학은 대학에서 하나의 학과로 자리잡았고 교수들은 고전을 끊임없이 옹호하지만, 객관적으로 낡은 건 낡은 것이다. 이 작품은 낡았다는 수식어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가 없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마저 문사철 분야 교육을 받은 사람들만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의 배경이 설명되지 않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당대에는 신기하게 받아 들여졌을지 모르겠지만 오늘날에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기계장치들에 대해 작가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은 오늘날에는 시의성을 많은 부분 상실했고 다소 병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여전히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 마의 산에 도착한 한스 카스트로프는 처음에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면서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느끼며 작가가 적을 내용도 많지만. 요양원의 정적인 생활에 익숙해진 카스트로프에 관해서는 적을 내용이 그리 많지 않다. 절대적인 수치로는 7년 요양원에 머물렀지만 요아힘, 쇼샤부인 등의 인물과 함께 보냈던 앞부분의 짧은 시간이 개인에게 있어선 후반부의 길고 단조로운 생활보다 훨씬 긴 시간이었다.


 시간 관련 아이러니 외에 삶과 죽음에 대한 아이러니도 매우 탁월하다. 한스 카스트로프는 요양원 생활을 함으로서 19세기 소시민이라면 경험하지 못할 지식과 사고들을 접할 기회를 갖는다. Memento Mori, 즉 요양원이라는 공간은 고대 및 중세처럼 죽음이 늘상 도사리는 장소이며 그곳에서 카스트로프는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기독교적 박애정신 및 동정심을 느낀다. 현실에서 살아가는 자들은 이러한 인간 본질로부터 둔감해지고 기계처럼 살다가 죽는다.


 세템브리니와 나프타 이야기도 뺄 수 없다. 진보와 과학기술을 옹호하고 자본주의적인 삶을 옹호하는 세템브리니는 궁색한 생활을 하는데 공산주의를 부르짖고 종교적인 삶을 옹호하는 나프타는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 세템브리니는 본인이 진보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그 기원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카발라적 신비주의로부터 유래한 것이며, 반진보적이라고 욕먹는 종교는 더한 과거 압제적인 군주들에게 반항하는 세력의 중심점이 되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작가는 직접 언급하지 않고 충실하게 보여줄 뿐이다.


 교양소설은 한 소년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정신적으로 고찰하면서 성장하는 내용을 굉장히 충실하게, 느린 속도로 서술하는 소설을 말한다. 괴테가 개척한 이 장르의 문법을 마의 산에서 토마스 만은 채택하였지만 그 결말은 사뭇 다르다. 한스 카스트로프는 세템브리니와 나프타로 대표되는 지성인들의 사상에도 노출되고, 생물학에도 관심을 가지며 정신분석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혼자 설산에서 스키를 타다가 삶에 대해 고찰하는 등 예민한 영혼을 각성한다. 그러나 단조로운 생활이 지속될수록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행위가 방종이 되어 버리고, 개인의 영혼은 담배맛조차 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세속의 둔감한 영혼 그 이상으로 마비상태에 빠지고 만다. 한스 카스트로프는 과연 성장한 것이 맞는가? 


 오늘날 마의 산은 그 시의성을 많이 상실했다. 전원책 씨가 옛날 방송에서 사람들이 중국집에서 짜장면은 잘 사먹으면서 니체의 책은 읽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을유문화사의 선전문구, 20세기 사상을 종합한게 오늘날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명문대 문사철 전공자들이 로스쿨로 진학하는 오늘날에 말이다. 그러나 작가의 아이러니만큼은 광채를 발한다. 이를 경험하기 위해서 마의 산에 올랐던 행위는 절대 후회스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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