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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과학 생각 - 세상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과학적 사고 습관 365
임두원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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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나의 경우는 두 번 정도 새로운 창을 갖게 된 것 같다. 한번은 스무 살이 넘어 처음으로 종교를 갖게 되었을 때이고, 또 한 번은 아이를 낳고 난 이후이다. 세상은 바뀐 것 없이 그대로였지만,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신비한 경험이었다.
무지로 왜곡된 창이 신념을 가지면 무서워진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일본의 역사왜곡. 일본사람을 개인적으로 만나면 하나같이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는데, 왜 그토록 무섭게 왜곡된 관점을 갖게 되었을까?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젊은 엄마들을 뭉뚱그려 맘충으로 표현하는 혐오가 가득한 인터넷 댓글을 보고 괜히 혼자서 위축되어 집 밖으로 나가는 외출 자체를 꺼리게 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나 또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세상을 합리적 관점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여러 가지 잣대를 들이대며 편협한 시선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너와 나 사이에 왜곡된 관점은 벽을 만들고 서로를 배제하고 혐오하게 만든다.
다윈은 이런 말을 남겼다. “지식보다 더 큰 자신감을 낳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무지다.” 이 말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실험 하나가 진행됐는데, 몇 가지 시험을 치른 학생들에게 몇 등을 할 것 같냐고 물었더니 실제 점수가 낮은 학생일수록 더 높은 등수를 예상했다. 이처럼 실력이 낮을수록 자신감은 오히려 더 커지는 현상을 ‘더닝 크루거 효과’라 한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가짜뉴스, 유사과학 같은 문제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팩트체크를 나 대신 누가 해줄 수 없다. 다윈처럼 스스로 깊이 성찰하고 회의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14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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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수많은 창 가운데서 과학의 창만 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이 창이 가장 투명하고 왜곡이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먼지로 뒤덮인 창을 깨끗이 닦아 투명한 뷰로 세상을 바라보면 속이 다 시원하다. 과학의 창만이 최고인건지는 모르겠지만, 과학의 창이 아니면 세상을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인 것은 맞는 것 같다.
<날마다 과학 생각>은 매일 읽을 수 있는 한 페이지 이내의 부담스럽지 않은 짦은 글들이 365개 실려 있다. ‘좋은생각’ ‘365수학’처럼 하루 한 장 구성이다. 하루 한 장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과학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365일 하다보면 내 창도 예전보다 훨씬 더 투명하게 변해있지 않을까?
“열심히 공부하려고 하지 말고 꾸준하게 해라.” 좋아하는 선생님의 말이다. 최고의 학습법은 반복이다. <날마다 과학 생각>이 특별했던 것은 나선형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된 것이 뒤에서 살을 붙여가며 몇 번이고 반복 또 반복된다. 다른 주제인데도 묘하게 따로 또 같이 서로 보완하며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연결되어있다. 독립적인 각각의 이야기 사이에 긴장과 갈등,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그 덕분에 생동감 있고 입체적 시선을 가질 수 있다. 역사도 깊고 방대한 과학의 전체적인 모습을 다양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고로 이 책은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읽는 것이 좋다.
저자는 <날마다 과학 생각>을 여행에 비유한다. 과학의 모든 걸 다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꼭 봐야 할 것들은 다 둘러볼 수 있는 여행이다. 요일별로 테마가 달라서 지루할 틈 없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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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 과학자의 말
일주일 중에 가장 좋았던 월요일이다. 오래전 과학이 처음 탄생했을 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학자를 만나고 그들의 말과 생각을 들어본다.
이반 파블로프
'파블로프'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파블로프의 개’라 불리는 역사적인 실험이다. 파블로프는 이런 말을 남겼다. “새의 날개가 아무리 완벽하다 할지라도, 공기가 없다면 그 날개는 결코 새를 들어 올릴 수 없다. 과학에서 사실은 공기와 같다.” 그런데 사실을 찾기 위한 파블로프의 시도는 오늘날의 관점으로 본다면 매우 잔인했다. 침의 분비여부와 그 양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개의 턱에 구멍을 뚫어 침이 밖으로 분비되게 한 것이다. (099일)
르네 데카르트
철학자로 알려졌지만 사실 '데카르트'는 근대의 중요한 과학자이기도 했다. 특히 그의 기계론적 자연관은 근대과학혁명의 토대가 되었다. 데카르트는 오래전 플라톤이 그랬던 것처럼 정신과 물질을 분리하는 이원론을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 이외의 모든 존재는 물질세계에 속하며 물질세계는 정교한 법칙의 지배를 받는 일종의 기계 장치와도 같다.
“진정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인생에 한 번은 가능한 한 모든 것에 대해 의심해봐야 한다.” (106일)
앙투안 라부아지에
근대 화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라부아지에'는 질량보존의법칙을 발견한다. 반응 전후 물질의 질량이 일정하다는 이 법칙은 오늘날 정량화된 화학이 출범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자연이란 모든 종류의 합성과 분해가 이루어지는, 광대한 화학 실험실이다.” 그만큼 그는 화학이란 학문에 푹 빠져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화려한 연구실을 꾸미고 운영하는 비용, 연구를 위한 여유로운 시간이 모두 시민들의 고통에서 나왔다는 점이었다.
방에 앉아서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희생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공부하면서 힘들다고 투정할 것이 아니라, 일부만 가능한 특권을 누리고 있어 죄송한 마음, 감사한 마음, 기여하는 삶을 잊지 말아야겠다. (134일)
멘델레예프
연구실에서 잠깐 잠이 든 '멘델레예프'는 꿈속에서 원소들이 제자리를 찾아가 완성된 주기율표를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잠에서 깬 후 이를 얼른 종이에 기록했다. 비로소 원소주기율표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꿈속에서 원소주기율표를 완성했을까 싶다. 몰입의 기쁨은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
“일하라. 일에서 평화와 고요를 찾으라.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일은 길고도 지속적인 기쁨을 남긴다.” (162일)
* 화요일, 세상을 바꾼 과학 사건
뉴턴이 만든 기적의 해
1665년 영국 케임브리지대는 흑사병으로 휴교를 결정한다. 이 대학을 다니던 '뉴턴' 또한 어쩔 수 없이 귀향했다. 2년간 고향에 머물며 방콕 생활을 하게 된 뉴턴은 혼자 사색하고 탐구하는데 몰두했다. 놀라운 것은 이 기간동안 광학분야, 미적분의 개념, 만유인력의 법칙 등 그의 대표적인 성과들의 기초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연구경력의 단절, 전염병의 위험이 도리어 뉴턴에게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된 것이다. 코로나로 일상생활이 무너졌지만 누군가는 불평만 늘어놨을 것이고, 누군가는 뉴턴처럼 전화위복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114일)
엑스선의 발견
'뢴트겐'은 두꺼운 물체도 통과하는 미지의 광선을 엑스선이라 불렀다. 그는 엑스선 발생장치의 특허를 받으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권유도 뿌리치고, 자신의 연구 성과와 기술이 자유롭게 이용될 수 있도록 공개했다. 그동안 엑스레이 촬영을 여러번 해봤는데, 내가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살았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광선을 발견한 것도 대단하지만, 소유를 주장하지 않고 나눔을 결정한 태도가 존경스럽다. 나 혼자 잘나서 사는 것 같은 세상이지만, 누군가의 땀과 희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돕고 있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된다. 그러고 보면 신세지지 않는 삶이란 없는 것 같다. (184일)
* 수요일, 과학의 생각
결정론적 세계관
고대의 세계관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집대성했다. 그에 따르면 세계는 달을 기준으로 그 아래인 지상계와 위인 천상계로 구분된다.
그런데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이, 뉴턴을 거치면서 이러한 세계관은 큰 타격을 입는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과 운동의 3법칙은 지상계와 천상계를 가리지 않고 적용된다. 법칙은 모든 사물의 원인과 결과사이에 존재하는 보편적이고 필연적이며 변하지 않는 관계를 뜻한다.
흥미롭게도 현대의 양자역학은 원자보다 작은 미시세계에서는 인과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미세세계와 거시세계를 연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과거 뉴턴이 고대의 지상계와 천상계를 연결했다면, 이제는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연결하려는 것이다." (122일)
시간의 끝은 있는가?
뜨거운 물과 차가운 섞으면 미지근한 물이 된다. 열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차이가 균형으로 가는 흐름을 만든다. 아직 우주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우주는 현재도 팽창중이다. 공간이 확장되면서 에너지가 0인 상태로 수렴하는 절대온도 0K(켈빈).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 시간조차도 멈추는 이 시점을 과학자들은 우주의 열적 죽음이라 표현한다. 우주가 멈추는 날일지 모르겠다. (199일)
오컴의 면도날
영국 수도사 '윌림엄 오컴'은 이렇게 말했다. "불필요한 가정을 하지 말 것. 더 적은 수의 논리적 설명이 가능할 경우 더 많은 논리를 만들지 말 것" 가급적 단순한 설명이 더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코페르니쿠스는 복잡한 지구 중심의 모델에서 단순한 태양 중심의 모델로 옮겨가서 천체 운행을 설명했다. 케플러는 단 3가지 법칙만으로 천체의 운동을 설명했다. 뉴턴에 이르러서는 이 모든 것이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통합됐다. 현대의 끈이론도 더 단순한 방식으로 만물의 근원을 설명하려는 시도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은 더 단순해질 수 없을 정도로 가능한 한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수학을 풀 때 내가 아는 것, 쉬운 것으로 바꿔서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깨봉 선생님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227일)
슈뢰딩거의 고양이
'슈뢰딩거'는 살아 있는 고양이와 죽어 있는 고양이 상태가 중첩상태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럴싸하더라도 중첩상태를 순진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이와 같은 사고 실험을 고안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슈뢰딩의 고양이가 양자역학의 의미를 좀 더 쉽게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234일)
지적 설계론
태어나서 한번도 시계를 본 적 없는 사람이 해변에서 시계 하나를 발견했다고 가정해보자. 그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이 시계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2가지 답이 가능하다. 첫째, "자연에서 저절로 만들어졌다." 둘째, "기술 좋은 누군가가 설계하고 만들었다."
철학가 '윌리엄 페일리'는 뉴턴의 과학적 발견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우주가 마치 정교한 기계처럼 명확한 원리에 따라 작동한다는 점에 근거해서 신이 어떤 목적을 위해 우주를 창조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시계는 솜씨 좋은 시계공이 만들었다. 생명의 복잡성은 세계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297일)
눈먼 시계공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만약 복잡한 물건에 반드시 설계자가 있어야 한다면, 그 설계자는 눈먼 시계공임이 틀림없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윌리엄 페일리가 주장했던 지적 설계론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는 눈먼 시계공이라도 만약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고 지속적으로 시도된다면 언젠가는 정상적인 시계 하나쯤은 만들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눈먼 시계공의 수가 충분히 많고 그들에게 필요한 시간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완전한 시계를 만들어낼 확률이 0은 아니라는 것이다 .
"진화과정에서 지적 설계자가 관여할 이유는 없다. 분자들이 유기물을 합성하고 DNA 단백질 같은 고분자 물질이 되고 최종적으로는 세포를 거쳐 복잡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여정에는 오직 우연만 있었을 뿐이다." (304일)
* 목요일, 과학자의 서재
과학책, SF 소설 등 과학자의 서재를 들여다본다. 다른 사람의 책장을 구경하는 일은 재밌다.
<<몰입>>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유튜브 <미쉘 TV>의 한 영상은 아이에게 ‘공부해라’ 말 대신 행복의 정의에 대해 수다를 떨어보자고 말한다. 아이가 밤새워 게임을 했다고 해서 정말 기쁘고 행복했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은 ‘내면적 경험의 질이 최적일 때 느껴지는 감정’으로 의식이 어떤 외부의 방해 없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상태, 즉 플로(flow)의 상태일 때 가능하다.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무아지경의 상태, 몰입에 빠져보고 싶다. 행복은 우연히 찾아오지 않는다.
<<카오스>> 제임스 글릭
'제임스 글릭'은 이 책을 통해 카오스이론을 널리 알렸다. 눈송이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정교하고 아름다운 무늬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더 신기한 것은 이 세상에 완전하게 똑같은 눈송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눈송이의 출발점은 서로 비슷했을 것이나 초기의 미세한 변수가 서로 다른 최종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와는 반대로 혼돈(chaos)처럼 보이는 현상에서도 어떤 질서(cosmos)를 발견할 수 있음을 ‘프랙털’을 소개한다. 혼돈과 질서는 서로 대립하기보다는 상호보완한다. 질서가 없었다면 아름다운 우주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고, 혼돈이 없었다면 다채로움이 없는 무미건조한 세상만 존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130일)
<<일하지 않는 개미>> 하세가와 에이스케
일본 홋카이도대의 하세가와 에이스케 교수에 따르면 개미사회에서 20%의 부지런한 개미들이 솔선수범해 일을 도맡아 처리한다고 한다. 조직 구성원의 20퍼센트는 효율적이지만 나머지 80퍼센트는 비효율적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80%는 쓸모없다는 뜻일까? 그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머지 80%는 당장은 비효율적이고 완전하지 않아 보일지라도, 무언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완벽함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들을 더 자주 만난다. 하지만 완벽함만으로는 세상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 개미사회처럼 말이다." (214일)
* 금요일, 신기한 과학 발명품
인류사를 바꾼 신기한 과학 발명 이야기가 펼쳐진다.
광학현미경
1674년. 레이우엔훅은 지구를 뒤덮고 있는 작은 미생물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특별한 도구 현미경을 만들었다. 정식으로 과학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작은 세계에 심취해서 고인 빗물 속 작은 미생물, 심지어 인간의 정자까지 관찰하고 방대한 기록을 남겼다. "그의 연구는 아주 작은 것이지만, 그 영광은 결코 작지 않다." (047일)
양자 원격전송
양자얽힘을 이용할 수 있는 '양자 원격전송'은 빨라서 좋은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양자 전송을 실시한다는 사실을 전화 등 다른 수단으로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전송속도에 따른 이점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의 중요한 이점은 '보안성'이다. 중간경로가 없는 전송이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하다. (243일)
전기냉장고
사막을 횡단하는 상인들에게 필수적인 것은 낙타와 양가죽으로 된 물통이다. 양가죽 물통에 담긴 물은 미세한 구멍이 많아 물이 아주 소량이긴 하지만 조금씩 새어 나오는데 이 물이 서서히 증발하는 과정에서 물통의 온도가 낮아져 뜨거운 사막 날씨에도 의외로 차가움을 잘 유지한다. 액체가 기체가 되면 온도가 내려간다. 주방의 필수품 냉장고도 양가죽 물통에서 일어난 현상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한다. (29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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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과학자의 주방
먹고 사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토요일, 요리전문 과학자인 저자가 요리에 숨은 과학 원리를 알려주고 더 맛있는 요리를 위한 꿀팁도 알려준다. 아무래도 주부로서 더욱 관심이 가는 주제였다.
뻥튀기와 팝콘의 차이
먹고 남은 음식을 귀찮아서 뚜껑도 덮지 않고 냉장고에 그대로 넣으면 다음 날 볼품없이 말라있다. 온도가 낮아 공기의 부피가 줄어드는 관계로 내부 압력이 낮아진 냉장고에서는 수분의 증발이 쉽게 일어난다고 한다. 곡식 알갱이로 만드는 뻥튀기도 공기가 빠지면서 순간적으로 내부 압력이 낮아지는 이런 원리를 이용한다고 한다. (048일)
바삭한 튀김옷의 비밀
튀김의 바삭함은 우리를 매혹한다. 아이들도 평소에 잘 먹지 않는 야채들을 튀겨서 주면 맛있게 잘 먹는다. 이 바삭거림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튀김은 150도 이상의 기름을 사용해 조리하는데 이 정도 온도라면 튀김 반죽에 포함된 수분은 액체인 수분이 기체가 돼 공기 중으로 날아가면서 급격한 기화가 일어난다. 튀김 재료를 뜨거운 기름에 넣으면 기포들이 끓어오르는데 이 기포의 정체가 바로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수증기다. 수분이 기화되면 반죽 안에 무수한 구멍들이 생겨난다. 무수한 구멍들이 존재하는 것을 ‘다공질 구조’라 하는데, 바삭거리는 식감은 이 다공질 구조가 붕괴되면서 나는 소리이다. (097일)
된장찌개는 뚝배기에 라면은 냄비에
요리마다 적절한 조리 온도가 있고, 그 온도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온도를 유지하는 시간 또한 중요하다. 이런 디테일로 인해 요리의 품질이 좌우된다. 요리의 열을 통제하려면 그릇의 선택이 중요하다. 오랫동안 열이 유지돼야 하는 찌개류는 비열이 높은 뚝배기를 사용되고 빠른 조리가 생명인 라면은 금속 냄비를 사용한다. 나는 꼬들꼬들한 라면이 좋다. 뚝배기로 라면을 끓였다가는 가열이 끝나도 남아 있는 열로 인해 불어터진 라면을 먹게 될 수 있다. (125일)
잘 섞음의 원리
화학자들은 ‘Likes dissolve likes (비슷한 것들은 비슷한 것들을 녹인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유유상종과도 일맥상통한다. 소금이 물에 잘 녹는 이유는 소금이 친수성이기 때문이고 고추를 기름에 볶으면 기름에 잘 녹는 이유는 캡사이신이 친유성이기 때문이다. 매운 음식을 먹어 고통스러울 때 우유가 도움 되는 이유도, 우유에는 캡사이신을 녹이는 지방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소울푸드 매운 떡볶이를 먹을 때는 옆에 꼭 우유를 함께 놓고 먹어야겠다. (202일)
요리는 모든 경험의 집합체다
뇌는 뉴런이라 불리는 약 860억 개의 신경세포들로 구성돼 있다. 이것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다라 우리의 기억이 저장되고 생각이 만들어진다. 요리를 즐기면서 느끼는 감각들이 서로 연관되고 확장되면서, 다양한 감각들이 서로 묶이고 공감각이 생겨난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내어주며 즐거운 식탁의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다. 요리는 복합적인 경험이다. (223일)
공기를 잘 섞어주자
공기는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움을 책임진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경우 ‘아이스크림 반, 공기 반’인 셈이다. 베스킨라빈스에서 냈던 돈의 절반은 공기를 위한 것이었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공장>에서 찰리는 폭포가 부드러운 초콜릿의 비결이라 자랑한다. 초콜릿이 폭포가 돼 떨어지는 과정에서 공기와 잘 섞이기 때문이다. 머랭의 바삭거리는 식감도 공기 때문이다. 아무 맛도 없는 공기가 맛있는 요리의 재료가 된다. 가수 박진영은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공기반 소리반을 강조하던데, 공기가 노래 또한 아름답게 만든다니 신기하다.
맛있는 무거움
가해지는 열이 강할수록 요리는 더 부드러워지고 맛도 좋아진다. 무쇠솥은 무쇠로 만들어져 엄청 무거운 뚜껑이 내부의 수증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솥 안의 압력을 높여준다. 요리가 더 맛있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주부 입장에서는 손목이 나갈 수 있어 무쇠솥 사용이 꺼려진다. 무쇠솥 뚜껑이 하는 역할을 대신할 더 가볍고 더 맛있는 조리기구를 기다려본다. (342일)
* 일요일, 영화관에 간 과학자
영화가 다루는 과학의 주제를 살펴보며 미래를 그려본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라플라스는 “우주의 모든 원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아는 존재가 있다면, 그는 과거. 현재. 미래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말했다.
2054년 미래범죄국은 범죄 예방 시스템에 따라 범죄를 저지를 사람을 미리 예측하고 체포한다. 영화는 이런 문제를 제기한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단순히 물리법칙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기계론적 자연관에 따라, 물질로 구성된 세계는 결정론의 지배를 받는다고 믿었던 데카르트 또한 유독 인간만은 예외를 허용했다. (126일)
<월-E>
인간이 버리고 떠나버린 황폐화된 지구에 마지막으로 남겨진 청소 로봇 ‘월-E’. 어느 순간부터 감정이 생긴다. 쓰레기를 줍다가 좋아하는 물건을 발견하면 창고에 소중히 보관하고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이에 반해 먼 우주에서 수백 년 동안 피난생활을 하고 있는 진짜 인간들은 인공지능의 명령에 따라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존재로 전락해 감정도 잘 느끼지 못한다. 위기에 처한 인간들을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구해내는 월-E. SF영화지만 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희망적이고 따뜻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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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매일 커피 옆에 한잔 놓고 앉아 한 장씩 간결하게 꾸준히 읽다보면, 나도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정성들여 골고루 맛있게 차려주신 과학 밥상을 편하게 받아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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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