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떠나는 세계 지형 탐사
이우평 지음 / 푸른숲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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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 더 많은 게 보일수록 더 많이 사랑하게 된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엉뚱할 수 있지만 책 표지를 보고 영화 '겨울왕국2'가 생각났다. 표지의 작은 눈송이 그림과, 4컷 사진 색감이 4대 정령 (불, 땅, 물, 바람)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마치 Into the Unknow '미지의 세계로 따라와' 하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여행을 좋아하신다. 패키지를 통해 여행을 다녀오실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찍어오신 사진들을 모아 장소별로 포토북을 만들어 드렸다. 포토북을 만들면서 사진을 추리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사진을 보는 것 만으로도 간접여행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직접 여행한 것은 아니지만 마치 내가 다녀온 것처럼 약간의 설레임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전 세계를 누비며 여행을 다니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현실은 텔레비전에서 '걸어서 세계속으로' 여행 프로그램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나중에 두번째 스무살이 되면 그때는 정말 여행을 많이 다녀보고 싶다.) 현실적인 조건들 때문에 지금은 갈 수 없는 지형 지질 명소들을 이렇게 근사한 책을 통해 먼저 경험할 수 있어 즐겁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지형.지질 경관의 미적 가치뿐 아니라 그 지형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어떤 자연사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환경.생태적 가치는 무엇인지, 그곳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는지 등을 함께 살펴본다면 여행의 즐거움도 배가될 것이다. _ p.006"


# 미국 # 화산

​표지를 넘겨 북아메리카를 열면 옐로스톤의 그랜드 프리즈매틱 온천의 비현실적인 사진이 나온다. 이것은 사진일까? 그림일까? 한참을 들여다봤다. 어떤 예술작품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온천수의 색깔이 주황색, 빨간색, 갈색, 초록색 등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은 수온에 따라 각기 다른 종류의 박테리아가 서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랜드 프리즈매틱 온천은 바락고 선명한 총천연색을 띠는데,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빼어난 색감을 자랑한다. 규모가 커 평지에서는 제대로 보기 어려워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만 형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매머드 온천은 흰색, 회새 그리고 노란색부터 오렌지색, 갈색 등 다양한 금빛 계열 색상을 띠며, 거대한 석회 테라스가 장관이다. 이외에도 에메랄드 색, 파란색, 붉은색 등 다양한 물 빛깔의 온천이 있다. _ p.023"


지리학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배우는 지리학은 재밌다.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장점이 3D 개념도 그림들이다. 3D 개념도를 살펴보다 보면 나같은 지리 문외한도 머리속에 지형의 발달사를 떠올릴 수 있다.

옐로스톤 칼데라의 생성과정을 3D 개념도를 통해 보자. 마그마가 분출되고 빠져나간 뒤 거대한 동공이 생겨났고 냉각되어 고화된 분화구가 함몰하여 칼데라가 형성되었다. 장구한 시간에 걸친 지형의 변천사를 떠올릴 수 있다. 자세히 보면 더 아름답다.



# 중국 # 수직 절리 기암

위안자제는 영화 '아바타'에 영감을 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떠다니는 할렐루야 산의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상상력은 자연보다 한 수 아래인 것 같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그곳에 꼭 가보고 싶다. ​


"전역에 걸쳐 우뚝솟은 기암들로 가득 찬 협곡이 회랑처럼 이어져 있다. _ p.394"

우링위안의 기암괴석은 석영사암으로, 이 석영사함이 오랜 지질시대를 거쳐 융기와 침강을 거듭하면서 지금의 경관이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3D 그림과 친절한 설명을 읽으며 그 오랜 시간을 상상해볼 수 있다.


# 탄자니아 # 단층호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나트론호. 생명체가 호수에 발을 들여놓으면 저주에 걸린 듯 돌처럼 굳으며 죽음을 맞아 죽음의 호수로 알려졌다고 한다. 나트론호를 죽음의 호수로 만든 것은 호수 바닥에 침전된 '탄산수소나트륨'이라고 하는데, 이 물질은 빵이나 과자 등을 만들때 넣는 식품첨가물로 일명 '베이킹소다'라고 한다.

죽음의 호수를 생명의 호수로 삼는 핑크빛 꼬마홍학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꼬마홍학은 염기성이 강한 탄산수소 나트륨을 이겨 내는 면역체계를 갖춰 호수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염기성이 강한 호수가 하이에나와 같은 천적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천혜의 보금자리가 되는 셈이라고 하니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꼬마 홍학이 분홍색인 이유는 먹이인 게와 새우 등 갑각류에 들어있는 아스타신이라는 붉은 색소 때문이다. _ p.529"


# 성산일출봉

한국의 다이아몬드 헤드, 성산일출봉도 한반도 대표 화산지형으로 함께 소개되는데, 세계에서 보기 드문, 바다에서 분출하여 생긴 분화구로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익숙한 곳이 나오니 이렇게 반가운 것을 보면 이우평 선생님의 '한국 지형 산책' 시리즈도 함께 읽어봐야 겠다.

# 에콰도르 # 열점사슬 해저화산군, 하이드로볼케이노

다윈의 갈라파고스핀치로 우리에게 유명한 갈라파고스제도. 독특한 기후에서 비롯된 다양한 생물상, 형성과정 등 이우평 선생님의 설명을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갈라파고스제도가 왜 자연사 연구의 메카라고 불리는지 알게된다.

인간과 공존하는 갈라파고스제도의 동물들.

생선가게에서 먹이를 얻어먹으려고 사람 옆에 서있는 바다사자의 모습이 정말 귀엽다. 시골에 가면 식사 때마다 길냥이들이 배고프다고 야옹하며 찾아오는데, 그 고양이들이 떠올랐다.

"갈라파고스제도에 사는 바다사자, 바다이구아나, 펠리컨, 핀치 등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최초로 이곳에 도착한 동물들이 저마다 포식자가 없는 환경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_p. 647"

생태계의 보고 같은 곳이지만 최근 생태적 안정을 무너뜨리는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났다. 기온과 수온이 모두 급격히 올라가며 생명력을 잃고 수많은 해양포유류와 조류가 굶어 죽는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사람이 시작한 일이지만 인간과 동물 모두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켜야 하는 이유이다.

30년 차 지리 교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역시 내공이 만만치 않다. 책의 출간까지 4년 가까이를 많은 분들이 함께 고생했다고 하는데, 참고문헌과 이미지 출처를 밝히는데만 27여 페이지를 할애했을 만큼 책을 쓰는데 연구한 자료의 양이 엄청난 것 같다. 총 680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작가는 "지면 부족으로 책에 싣지 못한 곳도 적지 않으며 소개한 곳들 또한 많은 내용을 다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이 세상에는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곳들이 넘쳐나기 때문일 것이다.

지구의 나이테를 엿볼 수 있는 '그랜드케니언', 빙하가 빚어낸 북유럽의 비경 '피오르', 지하세계에 펼쳐진 은하수 '와이토모동굴' 등 전 세계의 위대하고 아름다운 지형 55곳. 수박 겉핥기 아니라 지형 지질학적 시각으로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새삼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같은 인증샷을 찍더라도 속을 알고 찍으면 더 감동적인 사진이 나올 것만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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