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쫌 아는 10대 - 일상 어디에나 있는 아주 작고 이상한 양자의 세계 과학 쫌 아는 십대 16
고재현 지음, 이혜원 그림 / 풀빛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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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터, 양자 암호 통신, 양자 전송 기술 ... 앞으로 엄청 중요할 것 같은데, 그게 뭐지? <<양자역학 쫌 아는 10대>>라니 나도 '양자역학 쫌 아는 40대'가 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


여덟 살 아이는 이 책을 보자마자 "와아, 예쁘다~!" 내 것 하고 싶다며 가져가 보기 시작했다. "엄마, 양자가 뭐야? 왕자야?" 엄청 예쁜 책 표지 덕분에 아이도 덩달아 양자역학에 관심이 생겼다.


아이 앞에서는 아는 척을 했지만 사실 나도 양자가 뭔지 모른다. 사전을 찾아보았다. 내 멋대로 오해했던 것처럼 '양자'는 '양성자'가 아니었다. 양(量)과 양(陽)을 헷갈리면서부터 처음부터 양자역학에 대한 이해가 흐릿해졌었다.


양자는 영어로 quantum이라 부른다고 하는데, quantity를 떠올리니 이해가 되었다.


"양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물리량을 말하지.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띄엄 덩어리 단위로 존재하는 물리량을 표현한다고 봐도 돼 ... 전자나 양성자도 양자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지. _ p.035"


어디까지 양자로 볼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원자, 분자, 양성자, 중성자, 전자 모두 양자 되시겠다.


독자는 책 속에서 앤트맨처럼 크기가 작아져 '양자돌이'가 되고 이상한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양자돌이는 불가능한 벽을 뚫고 나아갈 수 있다. 벽 속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매번 위치가 달라진다. 양자역학을 십대가 이해하기 쉽도록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친절하게 설명했는데 물포자였던 내 수준에도 딱 좋다.





지독한 결정론


고전역학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을 설명한다. 야구공, 자동차, 로켓처럼 큰 물체들의 운동을 다루는 물리학이다. 


양자역학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것들을 다룬다. 원자나 분자처럼 작은 것들의 변화와 움직임을 설명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의 현재 위치와 속도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우주의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 _ p.022"


뉴턴이 세운 고전역학 체계는 19세기 과학계에 낙관주의를 불러일으켰다. 고전역학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설명할 뿐 아니라 태양과 지구, 각종 행성의 움직임까지 알려주는 완벽한 이론으로 보였다. 물체의 초기 상태를 정확히 알기만 한다면 이제 우주의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이제 더 이상 물리학에서 추구해야 할 중요한 주제는 없다 할 만큼 낙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그들의 섣부른 판단은 성급했고 완벽해 보였던 하늘에는 온통 먹구름이 뒤덮었다. 자신만만했던 누군가는 이불킥을 하지 않았을까?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양자역학의 탄생



원자의 구조나 운동은 결정론인 고전물리학으로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결정론은 양자 상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양자역학의 원리 규칙은 무작위성이고 비결정론이다. 물질을 구성하는 매우 작은 것들은 정말로 자기 멋대로 별나게 행동한다.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면 자유는 없는 것이 된다. 이미 결정된 삶을 살아야 한다면 끔찍할 것 같다. 우리말 '아름답다'는 말은 '자기 존재답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독립적이고 내 멋대로 변하여 자유롭게 살 수 있어 감사하다.


원자의 모습이 서서히 정체를 드러낸다. 톰슨은 양전하 빵에 중간중간 음전하 건포도가 박혀있는 건포도 푸딩 빵 모형으로 원자를 설명하려고 했다. 러더퍼드는 원자의 구조를 태양계의 모습과 연결해 생각했다. 놀라운 점은 원자의 크기를 여의도라고 하면 원자핵의 크기는 야구공이라는 것이다. (약 10만분의 1) 그보다 더 작은 전자를 제외하고 사이의 공간은 비어있으니 물질은 사실 대부분 텅 비어있는 공간이라는 뜻이 된다. 물질이 빈 공간이라니 쉽사리 납득이 안 된다.


보어는 원자핵 주위를 회전하는 전자가 원자핵으로 추락하지 않는 이유를 찾다가 전자의 궤도가 불연속적이라는 매우 이상하고 과감한 가정을 도입한다. 고전물리학의 개념을 버리고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연다.


미시 세계의 존재들은 파동이면서 입자이다. 작가는 이것을 아수라 백작의 얼굴에 비유한다. 어떻게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가질 수 있지? 인간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이중 틈새 실험 등 다양한 실험으로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파동인 것도 사실이고 입자인 것도 사실이다. 반대처럼 보이는 둘 다 사실이다. 세상에는 양립할 수 없는 것 둘 다 사실인 경우가 존재한다.


"공간적으로 넓게 퍼져 있는 파동과 특정 지점을 차지하고 있는 입자의 성질을 어떻게 동시에 가질 수 있냐고? 그 본질은 아마 영원히 모를 수도 있어 ... 파동이나 입자는 거시적인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이 자신의 경험과 관찰로 만들어 낸 개념들이거든. _ p.065"



과학자들 사이에서 양자역학이 인정받는 과정은 정말 드라마틱한데 그 과정을 생생하게 보고 싶다면 책 '불확실성의 시대'도 함께 보시길 추천한다.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_ 리차드 파인만"


천재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은 눈을 감을 때까지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도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이해도 못 하는 학문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양자역학이 정말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정확한 학문인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 양자역학 없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일 사용하는 전등, 핸드폰, 컴퓨터 등 전자제품을 하나도 작동할 수 없다고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양자역학은 인간이 발전시켜 온 과학 중에서 가장 정확한 학문이라고 한다. 양자역학이 19세기와 20세기를 가르는 것이 척도이다. 이해할 수 없지만, 설명하고 적용하고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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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첩



미시세계의 정말 이상한 특성은 '중첩' 즉 '포갬'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적이고 일반적인 규칙과는 모순이 된다. 이 상태와 저 상태가 가능성을 갖고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여러 상태가 중첩되어 있는 것이다. 정확하지 않겠지만 공중에 던져진 주사위가 1부터 6까지 모든 가능성을 동등하게 다 가지고 있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입자는 모든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다.



양자 컴퓨터에서는 이러한 양자역학적 중첩 개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보통 병렬 계산이라고 부르는데, 정보의 중첩 상태를 유지하면서 한꺼번에 연산하고 처리할 수 있다. 가정마다 양자 컴퓨터를 사용하는 미래를 상상해 봤는데, 저자는 까다로운 조건들 때문에 양자 컴퓨터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고전 컴퓨터를 대체하지는 않으리라 전망했다. 양자컴퓨터는 비밀번호를 찾거나 신약 물질을 개발할 때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현대 암호 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건 소인수분해이다. 양자 컴퓨터가 소인수분해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양자 암호는 기존의 암호를 대체할 새로운 암호 체계이다. 핵심은 양자 암호가 도청과 해킹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양자 상태를 측정하면 그 중첩된 상태 중 하나로 순식간에 붕괴해 버린다고 하는데 정말 신기하다. 측정에 의한 붕괴 현상, 이로 인해 복제 자체가 불가능한 특성으로 인해 양자 암호는 국방이나 금융처럼 절대적인 보안이 필요한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얽힘


더 이상하고 재미있는 현상은 '얽힘'이다. 얽힘이란 두 입자가 가지는 파동함수의 중첩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얽힘 상태의 입자를 견우와 직녀가 구슬 징표를 나눠 가진 것으로 비유하여 설명한다.


전자는 스핀(spin)이라는 성질을 갖고 있다.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가 스핀하는 것을 상상해도 괜찮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비유일 뿐, 스핀은 전자가 가지는 어떤 기본 성질이다. 한 방향을 정하면 그것에 대해 전자가 가지는 두 종류의 스핀이 생긴다. 그런데 두 전자의 스핀은 반드시 방향이 반대여야 한다. 한 전자의 운명이 다른 전자의 운명과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규칙은 전자라는 입자의 특성에 따른 양자역학적인 규칙이다. 얽힘 상태의 입자들은 운명처럼 연결되어 있다. 입자들이 서로 간에 읽힘을 통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순식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자 하나는 지구에 놓고 다른 전자 하나는 빛의 속도로 20분이나 가야 하는 화성에 갖다 놓았다고 하자. 그 후 전자와 함께 화성으로 간 과학자가 화성 위 전자의 스핀을 측정한다고 생각해 봐. 만약 그 전자의 스핀이 업이면 그 순간 지구 위 전자의 스핀은 다운으로 결정되는 거지. 처음부터 그렇게 얽혀 있었으니까. _ p.130"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보다 빠른 건 없다고 했는데 입자들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무한한 거리를 넘어 즉각적으로 통신할 수 있다. 신비하게도 지구 위 전자의 스핀 상태는 화성에서 측정이 이루어진 그 순간 바로 결정된다고 한다. 지구 위의 전자와 화성 위의 전자는 애초에 지구에서 탄생할 때부터 얽힘 상태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 부분은 정말 놀라워서 아이들에게 여러번 이야기해 줬다.


순간 이동은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이다. 영화처럼 사람이 순간 이동하는 건 아니더라도 전자처럼 미시적인 입자가 순간 이동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부분은 입자를 공간적으로 순식간에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진 정보가 옮겨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양자역학적 개념인 상태의 얽힘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양자 전송은 신기한 놀이이다.


​"물질 세계라는 교향악의 바탕에는 공통적으로 양자역학이 자리 잡고 있어. 그 양자역학이 원자와 원자 속 전자들을 이끄는 지휘자가 되는 거지. 이 아름다운 물질의 교향악을 통해 고토록 다채롭고 풍부한 세상이 펼쳐진다는 게 내게는 너무나 놀랍게 느껴져. _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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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은 초록 나뭇잎과 동그란 매실을 보아도 원자 생각이 났다. '내가 원래 물리학을 좋아했던가?' 기막힌 착각을 한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 양자 역학은 원자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아주 작은 물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합쳐져 큰 물질에서 일어난다. 미세 세계를 공부하는 것은 우리를 그리고 우주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양자역학은 이해하든 못하든 받아들이는 것임을 배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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