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뇌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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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좌뇌와 우뇌의 반구적 배열이 책의 내용과 맞물려 무척 흥미롭다. 책을 읽게 되면 왜 이렇게 표지를 구성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뇌의 중앙을 펼치는 1권의 구조가 작가의 의도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에게 개미라는 소설로 너무도 익숙한 프랑스 작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2002년도 장편소설 ‘뇌’가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출판되었다. 현대에 맞게 주석이 새롭게 추가 되고 수정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2023년 오늘날까지도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뇌신경 전극이식기술이 이처럼 자세하게 20년도 전에 출판된 책에 언급되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놀랍고 신기하다. 베르나르의 천재성 예견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품에 대한 대단한 열정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유능한 신경정신과 의자로서 생트마르그리트 정신병원 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또한 세계 체스 챔피언이기도 한 사무엘 핀처는 인공지능 DEEP BLUE IV를 상대로한 체스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한 그날 덴마크 출신 세계 최고의 모델과 사랑을 나누다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게 된다. 경찰은 성관계 중 사망한 단순 복상사로 결론을 내리는 듯하지만 기자인 이지도르와 뤼크레스는 그의 죽음에 제3자가 개입되어있는 사고가 아닌 계획된 살인일 수 있다는 의심을 갖고 사건 해결에 뛰어들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보고 무심코 지나쳤을 사망소식에 이처럼 의구심을 갖고 직접조사에 뛰어드는 자세가 역시 타고난 ‘천성‘ 기자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기자들 덕분에 세상의 억울한 죽음이 조금이라도 진실이 밝혀지고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사무엘 핀처의 죽음이후 이지도르와 뤼크레스가 핀처의 지난 행적을 뒤쫓으며 죽음의 비밀을 파헤쳐 가는 현재의 시점과 사무엘 핀처가 생전에 전신마비가 된 마르탱을 의사와 환자로서 만나고 그의 뇌에 전극을 심고 함께 뇌의 비밀을 파헤쳐가는 과거의 시점 두 가지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등장하도록 독특하게 구성 하였다. 훨씬 박진감 있는 내용 전개와 흥미를 유발한다.

 

우리 민족의 아픈 과거 역사와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의 문제에도 프랑스인임에도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고 베르나르가 지한파 친한파로서 왠지 고맙고 살갑게 느껴진다.

 

 

후반부로 갈수록 인터넷이라는 거의 무한 정보의 바다에 접속된 인공지능과 마르탱의 폭주에 점점 압도되어 가는 자신의 모습에 이미 핀처는 미래를 예견하듯 두려움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이때 멈췄더라면 그의 운명은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



서서히 들어나는 핀처의 죽음의 배후와 곧이어 발견되는 뇌 속 비밀의 공간은 도저히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하였다. 마지막 한 글자까지도 흥미진진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에서 제공해 주는 독서의 끝없는 흥분 엔도르핀에 맘껏 도취하여 보자.

 

그나저나 미지의 공간에 전기자극을 주었을 때 느끼는 마약이나 그 어떤 물질도 주지 못하는 궁극의 쾌락은 어떤 기분일까? 지금 야간 독서 중 배고파 먹는 야식 라면이 주는 즐거움의 몇 배나 되려나? 쩝...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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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지 마 속담 1 - 일상생활 놓지 마 속담 1
신태훈 지음, 나승훈 그림, 정상은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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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놓지 마 정신줄' 시리즈를 워낙 좋아하는데 '놓지 마 속담'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다음은 초등 1학년 아이의 리뷰이다.

나는 이 책이 제일 재밌었다. 다른 책도 있었는데 그래도 이 책이 제일 재밌었다. 그래서 나도 책을 하나 만들었다. 재미있는 책이 많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 모르는 단어도 많았지만 재미있는 글이 많았다. 속담을 많이 알게 되었다.

'놓지 마 속담'은 믿고 보는 신태훈 글, 나승훈 그림 콤비의 작품이다. 만화까지 보면서 속담을 공부해야 할 일인가 싶지만, 어른들에게는 쉬운 속담이라도 아이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도대체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는 걸까 싶을 정도로 기상천외하고 유쾌한 책이다. 읽다 보면 금세 속담에 친숙해진다. 유머 코드는 똥, 방귀, 음식 등 역시나 아이들의 취향 저격이다. 신기한 물건을 발명하는 '정신', 맛있는 음식에 정신줄을 놓는 '정주리', 왕년의 프로 게이머 할아버지까지 '놓지 마 정신줄'의 팬이라면 익숙한 캐릭터들이 일상적이고 사소하고 일들로 티격태격하면서 웃음을 선사한다. 초등 일 학년 아이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고 초등 고학년 아이도 빵빵 웃음이 터진다.

구성은 총 다섯 마당으로 마당마다 여섯 개의 속담이 등장한다. 한 속담은 두 페이지 분량의 만화로 풀어져 있다. 잘 짜여진 스토리의 힘이겠지만, 아이들이 한 번만 읽어도 속담의 의미와 뜻을 꽤 정확하게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책이 워낙 술술 읽히기 때문에 빨리 읽게 되는데, 너무 재밌어서 그런지 여러 번 돌려보게 되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성인이 되었는데 아직도 바지에 똥을 싸는 '정신'이다. 급한 똥이 마려운 정신의 다급하고 식은땀이 흐르는 살아있는 표정을 볼 수 있다. 덜렁 덜렁 엉덩이를 보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비슷한 말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코너에서는 정신이 가족 대화방에 참여해서 비슷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속담, 고사성어, 영어 속담 등을 배울 수 있다. '바늘 가는 데 실이 간다' 에서는 수어지교 (水魚之交), '구름 가는 데 비가 온다'와 같은 유사 속담을,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에서는 고진감래 (苦盡甘來)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 외국 속담도 함께 익힐 수 있다.



'한 컷 속담'에서는 말 그대로 속담이 딱 한 컷으로 표현되어 있다. '서 말'은 50리터가 넘는다고 하니 생각보다 엄청 많은 양이다. 작은 구슬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그 앞에서 구슬을 꿰고 있는 한 컷의 그림을 보면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완벽하게 이해되도록 찰떡같이 표현되어 있다.



'속담 퀴즈'에서는 배운 것을 다시 한번 정리하면서 확인해 본다. KBS의 인기 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처럼 초성 퀴즈, 선지 고르기, 알맞은 것끼리 연결하기, 가로 세로 대각선 숨은 속담 찾기 등의 문제를 풀어볼 수 있다.


'속담 상식' 코너에서는 선조들의 삶이 녹아 있는 상식까지 챙길 수 있다. 아이들이 예쁜 말만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주 들려주는 속담이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이다. 천 냥은 쌀 40톤에 해당한다고 하니 고운 말의 가치가 어마어마하다.




아이들이 사소한 일로 다퉜다. 어떤 말을 들려줄지 고민하다가 속담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편을 보여주면서 같이 읽어보게 했다. 엄마가 말하면 잔소리겠지만, 책에서 재미있게 들려주는 교훈은 별다른 저항없이 마음에 더 새기게 되는 것 같다. 책 덕분인지 서로 좋게 말하기 시작하면서 서로 칭찬해 주기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적절한 유머의 선을 지켜서 과하지 않다. 순한 맛이라서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라면 같은 책이다. 기승전 재미를 놓지 않아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굳이 보이는 곳에 놓지 않아도 아이들이 알아서 챙겨보고 엄마에게는 잠깐의 휴식을 선물해 주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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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 일력 365 (스프링) - 아이의 영어 두뇌를 깨우는 하루 한 문장의 힘
이해성 지음 / 카시오페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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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엄마표 영어. 아이를 낳고 야심 차게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였으나 과욕이 문제였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과 영상을 들이고 엄마표 자료를 만들면서 나혼자 뿌듯하고 신이 났었나 보다. 엄마가 짜놓은 커리큘럼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되는데 큰아이는 시큰둥했다. 문제는 아이보다 내가 앞서 나갔다는 것이다. 아이는 엄마가 마련해 놓은 식이 아니라 자기만의 관심과 흥미를 따라갔다. 나는 결국 나만의 환상에서 철수했다. 다만 큰맘 먹고 사놨던 책이며 도구들을 그대로 정리하기가 아까웠는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욕심을 비워서 그런지 작은 아이가 나름 즐겁게 활용해 줘서 다행이다.

두꺼운 엄마표 생활영어 사전을 가지고 있다. 내용은 참 좋다. 그런데 영어로 하고 싶은 말이 생겼을 때 무거운 책을 얼른 꺼내서 상황에 맞는 영어표현을 찾아 말하기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아이는 관심이 없고 나도 제풀에 지쳐 에라 모르겠다 싶었을 때 '영어일력'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엄마 주도는 하지 말고 억지로 끌고 가지 말자 다짐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미련이 남아있었나 보다.

아이들 시기에 하는 생활영어라는 것이 연구해서 집중해야 할 만큼 대단한 것도 없고 그냥 Just do it 하면 되는 것인데 왜 꾸준히가 안될까? 그냥 하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영어를 잘 습득하는 방법은 그저 일상에서 매일 자주 접하는 것입니다.

엄마표 영어 일력 365, 프롤로그

어려운 것은 없으나 매일 해야 하는데, 영어를 일상으로 사용하는 환경이 아닌 곳에서 영어로 들려주고 읽어주려고 하니, 어떤 영상을 보여주고 어떤 책을 읽어줘야 할지 선택이 스트레스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추리고 정제한 정보대로 아이가 따라와 주지 않으면 화가 올라온다. 내 노력이 보상을 받고 싶어서인지 아이를 더 몰아세우고 그 결과 아이 흥미는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다. 아이에게 영상이나 책을 고르라고 하면 자율성이 보장되어 좋기는 한데 보던 것만 보고 하던 것만 하려고 해서 편식이 되기 쉽다.

『엄마표 영어 일력 365』이 좋았던 것은 최소한의 가이드를 담았다는 것이다. 엄마 주도 영어에 흥미가 없던 큰아이도 '하루 한 문장' 정도는 '오늘 며칠이지?' 날짜체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와 주었다. 영어를 좋아하는 작은 아이는 '하루 한 문장'을 적극적으로 반복해서 외쳐주었고, 오늘의 문장 밑에 '이렇게도 말해 보세요' 문장까지도 소화해 주었다.

일력 하단에는 오늘의 문장과 관련 있는 주제의 '오늘의 책' 또는 '오늘의 영상'이 번갈아 가면서 하나씩 소개되어 있다. 주제가 부드럽게 확장되면서 연계 독서와 영상이 된다. 영상은 큐알코드만 찍으면 바로 유튜브 영상으로 연결되어서 편했다. 키즈아카데미, 까이유, 페파피그 등 아이들이 푹 빠질만하고 교육적으로도 훌륭한 영상들을 기막히게 뽑아놓으셨다. 한 번 보면 관련된 다른 영상까지 계속 보려고 한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고 오랫동안 유튜브를 보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서, 영상은 하루 한 개나 두 개만 보는 것으로 아이와 합의했다.



'오늘의 책'은 페파피그, 엘리펀트 앤 피기, 피존, 오알티 등 집에 있는 책이 겹쳐서 등장하니 괜히 반가워서 한 번 더 책장을 뒤지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전문가가 검증을 끝내고 선별된 책과 영상이어서 안심이 된다. 한쪽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주제와 방식으로 실어 놓아 골고루 접하면서도 '오늘은 뭘 볼까?' 고민하지 않고 매일의 영어 루틴을 만들 수 있어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 일력을 넘기는 사소한 것도 아이에게는 재미인가보다. 일력을 넘기면서 '오늘 며칠이지?' 날짜를 확인하고 딱 한문장 읽어본다. 하루 하나의 영어 문장은 계절이나 시기에 적합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실용적으로 말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먼저 What's the date today? 라고 묻고 It's September 18th 대답한다. 마침 환절기라서 그런지 가족들이 기침 콧물이 좀 있었는데, '오늘의 문장'으로 I think you should go to see a doctor.가 나와 있어서 대화 중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여러 번 말해볼 수 있었다. 오늘의 영상으로는 Kids Academy 채널의 Doctor Checkup이 나왔는데 병원에서의 다양한 영어표현을 접하게 할 수 있었다. 영상은 무료이지만 그 퀄러티는 말할 필요도 없이 훌륭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하루 한 문장씩 했던 것을 복습하면서 마찬가지로 같은 주제를 가진 '오늘의 노래'가 나온다. 여섯 문장을 굳이 다 외우려고 하지 말고 가볍게 떠올리면서 가면 좋을 것 같다. 매월 말에는 '엄마표 영어 Q&A' '자녀교육 칼럼' 팁이 나오는데 내가 엄마표 영어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을 때 한 번씩 보면 흔들리는 엄마의 마음을 다잡으면서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일력에 나오는 모든 문장은 새로운 달이 시작하는 페이지에 나오는 큐알코드만 찍으면 바로 나오니까 원어민의 발음을 확인하고 싶을 때 이용하면 좋다.

잠자리에 들기 한두 시간 전이 뇌에게는 기억의 황금시간대라고 하니 저녁에 자기 전에 한 문장씩 함께 말하면서 외우고 있다. 아이도 좋지만 나도 평소에 영어로 말할 기회가 없는데 하루 한 번 이라도 영어를 써볼 수 있어 좋다. 일력을 책상에 올려놓고 그저 오늘의 날짜를 확인하고 하루 한 문장만 하면 되어 부담이 없고 편안하다. 단순하고 어려운 성실함을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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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도 늙지 않기를 권하다 - 죽기 전까지 몸과 정신의 활력을 유지하는 법
마리아네 코흐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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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것도 사는 것만큼이나 힘들다고 한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처럼 타인의 죽음은 철창 속에 있는 호랑이다. 철창을 나온 호랑이가 나한테 덤벼드는 그날. 나는 얼마나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우리가 언젠가 죽을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이 우리를 인간적으로 만든다. _p.190"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조금만 받으며 죽고 싶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죽음은 없음을 알게 되었다.) 혹시 또 가능하다면 사는 동안에 젊음을 유지하면 좋겠다. 유병장수가 아니라 무병장수를 바란다.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며 운동하지 않아도 큰 질병 없이 오래 사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무병장수를 바라는 것은 로또 같은 확률이 아닐까 싶다.

92세이지만 아.직.도. 작가이자 의학 전문 기자로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그녀는 '아직도'라는 말이 나이 든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황야의 무법자' 같은 다수의 영화에서 주연으로 참여했던 영화배우였다가, 나이 마흔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의사의 꿈을 이루었다. 책을 읽고 나니 영화배우로서의 모습이 궁금해져서 사진을 찾아보았다. 젊은 시절 아름다운 배우의 모습도 보기 좋고, 지금의 여유롭고 깊이 있는 모습도 좋다.


영화에 출연중인 마리아네 코흐, 출처: https://en.m.wikipedia.org/wiki/File:Clint_Eastwood_and_Marianne_Koch_in_%22A_Fistful_of_Dollars%22_%281964%29.jpg


바이든 대통령은 만 78세의 나이에 당선이 되었고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있다. 83세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20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너무 바빠서 늙을 틈이 없어요."라는 벨 코프먼의 말은 "너무 바빠서 이혼할 틈이 없었어요"라는 한 70대 여배우의 말과 오버랩된다. 활력을 유지하는 삶에 대한 강조이다. 요즘은 노인에 대한 노쇠한 이미지는 70~80대에서 90대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을 담은 책은 많다. 내용이 음식이나 운동, 스트레스 관리처럼 뻔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직접 삶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 살아내면서 터득한 몸과 마음의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들이 궁금했다.

가벼운 과체중

노화에 관한 오랜 연구로 얻은 결론은 '노화의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없다'이다. 노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약은 없지만 저자는 '신체적, 정신적 활동을 멈추지 않는 것'을 비결로 제시한다. 또한 기대수명을 단축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과체중'을 뽑는다.

"40대부터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에너지 필요량이 줄어들면서 과체중의 위험이 놓이게 된다. _p.076"

과체중은 연골퇴화, 당뇨병, 고혈압의 원인이 된다. 또한 복부 내부 지방으로 폐가 아래쪽으로 팽창하기 힘들어져 혈액에 산소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고 한다.

"비만은 흡연 다음으로 흔한 암 발병 요인입니다. 생성된 염증 물질이 면역체계를 마비시켜 암이 발생된다고 설명합니다. _p.078"

고도 비만뿐 아니라 '가벼운' 과체중도 이렇게 안 좋다고 하니 각성하게 된다. 책이 들려주는 살 빼라는 잔소리에 다시 한번 다이어트를 다짐한다. (간헐적 단식은 일주일에 한두 번 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한다.)

신체활동

"면역체계를 위해서도 신체 활동은 꼭 필요하며, 체중 부하가 실리는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뼈가 약해진다. _p. 090"

암 환자들에게 때로는 항암 치료보다 운동 프로그램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과연 '움직임'을 '묘약'이라고 부를만하다. 그녀가 실천하고 있는 운동은 자연을 보며 하는 산책으로 '어깨를 펴고 배는 집어넣고' '네 걸음 코를 깊이 들이마시고 다시 네 걸음 입으로 숨을 내쉬고' 걷기를 권한다. 구부정하게 팔자걸음으로 걷는 내 모습을 떠올리고, 거만해보이더라도 좀 더 자신있는 모습으로 고개를 들고 일자로 걸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끝없는 배움

"평생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것은 필수일 뿐만 아니라 배움은 실제로 엄청나게 재미있다! _p. 119"

약 1,000억 개의 뉴런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지식, 경험, 생각 그리고 감정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것은 신비롭다. '머리가 꽉 찼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으며 나이가 든 뇌라도 얼마든지 새로운 정보를 익히고 저장할 수 있다. 그녀는 마흔에 의대로 돌아가 그 어렵다는 병원 실습과 국가고시를 통과하며 그것을 증명해 냈다. '뇌의 가소성 (plasticity)'은 이미 늦었다고 포기하려는 나에게 희망을 준다.

"나이가 들면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고 있고, 시간 분배에도 더 능숙하며, 제 경우를 보듯 동기 부여가 확실하니까요. _p. 119"



아직 '반복되는 일상과 온갖 의무에서 벗어나는 생애주기'에 접어들지 않았지만, 노화에 대해 두려워하기보다는 노년의 자유로움을 기다려 본다. 그녀의 말처럼 살아오면서 실현하지 못한 일들을 떠올려 본다. 가슴 가장 구석진 곳에 감춰져 있는 생각들을 꺼내본다.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 시절에 비해 시간이 많기에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거나 경험해보고 싶었던 것들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요. _p.194"

"지금의 삶이 오래전 꿈꾸던 삶과는 다르고, 당신의 재능과 감정적인 요구를 무시한 채 살아왔다 하더라도 당신에겐 새로운 방향으로 삶을 돌려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제라도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보는 것이다. _p.207"

정신적인 민첩성을 유지하기 위한 실천법으로 '시를 외워보자'고 하는데 옛날 같으면 민망하다고 했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조금은 낯 두껍게 시를 외우고 낭독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상상해 보니 시를 암송하는 할머니라니 참 근사하다.

"유명한 뇌 연구자는 50세가 되고부터 시를 외운다. _p. 141"

"성취감으로 채운 하루는 그냥 그렇게 대충 흘려보낸 하루보다 훨씬 더 길고 값지다. _p.191"

외로움에 대하여

지금이야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지만, 나이 든 사람에게 외로움은 스트레스를 주고, 스트레스는 면역 물질들을 만들어 면역체계에 손상을 입힌다고 한다. 연구 결과 사회적인 유대감이 없는 사람들에게 관상동맥의 변화와 뇌졸중이 현저히 자주 발생하고 치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하니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외로움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_p. 161"

외로움에서 빠져나올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 활동'을 추천하다. 무료 급식소 배식 돕기나 이민자 자녀, 병원 환자 돌보기와 같은 자원봉사를 예시로 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견딜 수 없는 우울과 정신적인 충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아픔과 상실감에 힘든 사람들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고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않은가? 나는 여전히 우리 둘이 너무나 잘 통했던 우리의 언어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_p. 171"

나도 아이들에게 함께 했던 삶과 경험들을 선물로 줄 수 있도록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많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



자존감

자신을 놓아버리고 아무렇게나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며 잘 가꾸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머리는 일주일에 두 번은 감아야 한다'는 대목에서 '일주일에 두 번...? 유럽인들은 원래 머리를 이렇게 가끔 감나?' 문화적인 차이에 대한 사소한 호기심이 생겼다.


'구멍 난 양말이나 더러워진 스웨터를 입고 집 안을 돌아다니는 것은 더 이상 존중받을 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대목에서도 헤지고 오래된 옷의 부드럽고 편안한 촉감을 좋아하는 내 취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도 아름다움을 위하여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조명을 집 안에 설치하라고 하는데,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자체 필터 눈이 있으면 될 것 같다. 그녀가 제시한 것들은 다만 하나의 예시일 뿐이고 나 자신을 근사하게 바라보는 관점, '자존감'이 중요하다는 말인 것 같다.


Q. 건강과 활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혹시 절대 비밀인가요?

A.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합니다.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고 많이 움직이는 거죠. 그리고 평생 배움을 놓지 않는 겁니다.

사실 나는 젊음의 비법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비법은 어느 정도 예측했던 것들이기도 하다. 내가 닮고 싶은 분들은 하나같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나는 다만 좀 더 쉽고 편한 길을 찾으며 꾀를 부렸다.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라디오를 듣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일반인도 의학지식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다양한 말로 풀어내는데 탁월하다.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형식도 자연스럽다. 의학박사라는 전문가가 쓴 책이지만 인생의 오랜 지혜 또한 더해져 끊기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다.

암환우가 함께하는 카페의 글들을 읽어보면 실력 있는 의사도 좋지만 그것보다도 '한마디 말을 따뜻하게 건네는 의사를 만나는 것이 더 좋더라'는 말이 많다. 환자와의 대화를 중시하는 진료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이 책도 즐겁게 읽히는 것 같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정말 풍부해서 인간의 몸과 같이 아주 복잡한 것도 잘 설명할 수 있어요. _p.058"

"감정과 통증을 잘 다루고 환자를 도와줄 수 있는 현명하고 섬세한 의사들이 필요합니다. _p.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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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마자 원리와 공식이 보이는 수학 기호 사전
구로기 데쓰노리 지음, 김소영 옮김, 신인선 감수 / 보누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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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맞히는 것보다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속 대사이다. 칠판 위에 낯선 수학 기호를 빼곡하게 채워가며 증명하는 모습을 보면 넘사벽,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다. 물론, 처음 보는 수학 기호가 많아서 증명의 논리적 흐름이 이해되지는 않는다. 대학수학을 만난 적이 없으므로 고등학교 과정을 벗어나는 기호가 나오는 순간 까막눈이 되고 이해를 놓아버린다. 나는 읽을 줄도 모르는 수학 기호를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또 동경하게 된다.

이 책은 초등학교 수학부터 대학교 미적분까지 쓰이는 100가지의 수학 기호를 다루고 있다. 책 한 권을 읽는다고 대학수학까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 수학 기호, 나도 어디서 본 적 있어." "아, 그거~!" 하면서 반가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AI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서 수학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추세이고 수학을 모르고는 이해할 수 없는 텍스트들이 많아져 수학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공부가 되었다. 뭐든지 들어본 적 있는 것과 난생처음 보는 것은 차이가 큰 것 같다.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기호를 다루고 있어 아무래도 익숙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문제는 2부와 3부였는데, '대학에서 배우는 교양 수학 기호', '고난도 수학', '기호로 이해하는 편미분' 편은 처음 보는 기호들이 계속 등장하다 보니 너무 어려웠다.

좋았던 점은 문제집에서 비슷비슷하게 서술되어 있는 개념을 뻔하지 않게 풀어내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색을 입히고 맛을 더하려고 했다는 저자의 의도가 잘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0.999... = 1

"겉으로는 깔끔하게 1로 단장한 숫자라도, 사실 속은 0.999... 로 불안하게 요동치고 있다. _p.24"

수학이 차가운 학문이 아니라 꽤나 인간적인 면이 많다고 해서 무슨 말일까 했는데 순환 소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0.999... 는 1보다 작은 수가 아니라 딱 1이라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게 증명이 가능해 아이에게 가르쳐 준 적이 있는데 책에서 나온 표현이 마음에 든다.



÷

"나눗셈을 b÷a라고 쓰면 계산을 해서 하나의 값을 내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b/a라고 쓰고 놔두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될 때가 있다. _p.24"

수학 문제를 풀다 보면 꼭 하나의 값을 내고 가는 것보다 분수의 꼴이나 중간 과정으로 내버려 두고 풀 때 더 쉽게 문제가 더 쉽게 해결될 때가 있다. 확실하고 완벽하게 이루어진 완성된 상태를 원하지만 살다 보면 사실 그랬던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중간태로 살아가는 것이 꼭 나쁜 선택지인 것은 아니며 그대로 두고 인생을 풀어가는 것이 때로는 더 나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무한이라는 마법

"∞, 즉 무한대는 한없이 커져가는 상황을 뜻하는 것이지 구체적인 숫자를 가리키는 기호가 아니다. _p.27"

무한대 기호를 딱 정해진 숫자처럼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부터 극한이나 극소의 개념이 헷갈리기 시작하는 것 같다. 무한대는 계속 커져가고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기호이다. 문제집을 자세히 보면 0에도 미세하게 사이즈가 다른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숫자 0이고 다른 하나는 무한소이다. 저자는 무한대를 <이솝이야기>의 <황소와 엄마 개구리> 이야기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해서 그런지 무한대와 무한소 이야기를 좋아한다.

모자도 아닌 것이, 국자도 아닌 것이

무슨 기호를 말하는 것일까? 바로 루트이다. √2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에서 발견되었는데, 피타고라스는 중학교에서 배우는 개념 중에서도, 고등학교 과정인 삼각함수까지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루트를 씌운 숫자 형태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으로 √2를 소개한다.

"모나리자 그림의 가로세로 비율은 √2에 가깝다. _p.36"

"한국에서도 1:√2를 금강비라고 부르며 석굴암, 무량수전 같은 건축물을 짓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2는 미의 원천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_p.36"

sin, cos, tan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삼각형

삼각함수의 기원은 의외로 아주 먼 옛날이라고 하니 생활에 밀접한 꽤나 실용적인 분야인가보다. 해나, 달, 별의 움직임을 관측하고 파악하고 계산하는 일은 꽤나 낭만적인 것 같다. 아이가 고등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어려워했던 부분이 삼각함수이다. 결과를 외우지 말라고 당부하고 몇 가지 과정을 설명해 줬더니 이제 암기하지 않아도 되겠다면서 삼각함수가 나오면 무작정 직각삼각형부터 그리기 시작한다. 무작정 암기하려고 하면 분량이 많아져서 어려울 수 있지만, 이해를 제대로 한 번 하고 나면 가장 재미있는 파트가 삼각함수가 될 수 있다.

"cos은 사인을 보완한다는 뜻의 complementi-sinus를 짧게 줄인 co-sinus에서 온 듯 하다. _p.51"

싸인과 코싸인을 서로 보완하는 여각관계로 이해하면 암기량을 반으로 줄일 수 있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ln, log 줄이고, 바꾸고, 뒤집어라

로그는 중세 이후 정확한 천문관측 기술이 필요해졌고 그 필요에 따라 발명되었다고 한다. 아이와 이야기 할때는 식민지 정책이나 해외 교역이 활발해진 중세시대의 역사와 함께 공부해도 좋을 것 같다.

"로그의 원리는 간단히 말해 곱셈을 덧셈으로, 나눗셈을 뺄셈으로 고쳐서 계산하는 것이다. _p.54"

공식을 기호로 암기하는 것보다는 저자의 표현처럼 로그를 말로 풀어서 '곱셈을 덧셈으로' '나눗셈을 뺄셈으로'라고 이해하는 것이 훨씬 오래 남는 것 같다.

∑ 게으름뱅이를 위한 선물

가우스는 초등학교 3학년 때 1부터 100까지의 합을 하나씩 계산하지 않고 고등과정에 나오는 시그마의 합 공식을 생각해 내서 풀었다고 한다. 처음 항과 마지막 항을 더하고 항수를 곱해 2로 나누는 과정은 아이들도 참 재미있어한다.

"수학에서는 무한급수가 자주 나오기 때문에 급수의 수렴이나 발산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_p.76"

등차급수, 등비급수까지는 어떻게 따라가 보겠는데, 이 장 뒷부분에 급수의 수렴조건으로 '달랑베르의 판정법'이나 '오일러의 곱', '리만의 제타함수'가 나오면서는 너무 어려워서 일단 만나본 것으로 만족하고 '다음에 만나면 반가워 해줄께'로 끝내야 했다.



dy/dx 미분의 성장 과정

"미분이라고 하면 겁부터 먹는 사람이 많은데, 미분은 전혀 어렵지 않다. 단지 나눗셈(또한 비율)의 극한이라는 단순한 개념일 뿐이다. _p.83"

미분이라고 하면 겁부터 먹는 사람이 여기 있다. 다항함수의 미분법에서 차수 내리고 한 개 빼는 미분공식은 외웠는데 한 번쯤 미분계수를 직접 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책의 말을 따라가다보니 정말 증명이 되어서 신기했다. 특정 값을 지정하지 않고 x에서 늘어나는 증분으로 그에 대응하는 함수의 증분을 나눈 것의 극한이라는 미분의 표현이 구구단처럼 외우는 단순 공식 암기보다 훨씬 더 좋다.

"합성 함수의 미분은 분수 계산으로 생각하면 된다. _p.87"

dy/dx를 분수처럼 다룰 수 있는 과정이 나와서 분수 계산처럼 쓰면서 이래도 되나 싶었던 찝찝함이 사라졌다.



e^x, exp 수학의 울트라맨

"e^x는 미분해도 e^x인 것이다. 미분과 적분이 역연산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매우 유용한 함수다. 실제로 관찰되는 단순한 모델은 인구 증가나 세포 분열처럼 변화량이 현재량과 비례하는 경우이다. _p.176"

지수함수 중에서도 미분을 해도 식의 형태가 바뀌지 않는다는 e의 x승. 미분을 해도 적분을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니까 신기하기는 하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함수라는 말은 들어봤는데 왜 그런지 정확한 과정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e^x가 해석학의 보물이라고 하니 조만간 또 만나게 될 것 같다.

i, j, k 실수 다음 허수, 허수 다음은 무슨 수?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자연수, 분수와 소수부터 중학교에서는 음수, 고등학교에서는 복소수까지 지속적으로 확장된다. 그럼 수라는 것이 여기서 끝일까?라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_p.246"

물리나 공학분야에서 사용되는 사(4)원수를 소개한다. 허수를 배울 때에도 존재하지도 않는 수를 왜 배우는가 싶었는데, 복소수가 끝이 아니었다. 복소수 그 너머의 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원수는 22세에 천문학 교수가 된 아일랜드의 해밀턴이 처음 발견했다고 하는데, 오늘날 벡터 해석의 기초를 만들었다고 한다. 아직은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비가환성 정도로밖에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 또한 나중에 또 만날 일이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스쳐 지나가듯 들어본 적 있는 편미분, 이중적분, grad f 등을 '조금 더 자세하게 보았다' 정도로 만족한 파트들도 있다.



책 중간에 몇 개의 column이 나오는데 필즈상이란? 코너에서 허준이 박사를 소개한다. 일본인이 저자인 책에서도 허준이 박사의 이름이 언급되어 반갑기도 하고 자랑스럽다.


미분 발명은 뉴턴이 먼저인가 라이프니츠가 먼저인가 하는 논쟁을 즐겁게 본 적이 있다. 책에 수학 기호의 역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덕분에 흥미를 돋우었다. 수학 기호라는 것이 어떤 한 개인이 짠 하고 순간적으로 발명한 것이 아니며 몇 세기에 걸쳐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의 수학 공부를 돕기 위해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 수능이 도입된 지 30년이 지났으니 데이터가 많이 쌓여 그런지 아니면 요즘 학생들이 똑똑해진 건지 라떼보다 수학문제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그런데 대학 수학 기호, 고난도 수학 기호를 보고 있자니, '그래도 고등수학까지는 할 만한 것이었구나', '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서 교과서에 실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이 1차원에 머물고 있다면 그 너머에 2차원, 3차이 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잘 이해할 수 없지만, 내가 알고 있는 조각들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훨씬 더 넓은 수학의 세계가 있음을 본다. 세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수학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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