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도 늙지 않기를 권하다 - 죽기 전까지 몸과 정신의 활력을 유지하는 법
마리아네 코흐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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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것도 사는 것만큼이나 힘들다고 한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처럼 타인의 죽음은 철창 속에 있는 호랑이다. 철창을 나온 호랑이가 나한테 덤벼드는 그날. 나는 얼마나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우리가 언젠가 죽을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이 우리를 인간적으로 만든다. _p.190"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조금만 받으며 죽고 싶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죽음은 없음을 알게 되었다.) 혹시 또 가능하다면 사는 동안에 젊음을 유지하면 좋겠다. 유병장수가 아니라 무병장수를 바란다.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며 운동하지 않아도 큰 질병 없이 오래 사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무병장수를 바라는 것은 로또 같은 확률이 아닐까 싶다.

92세이지만 아.직.도. 작가이자 의학 전문 기자로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그녀는 '아직도'라는 말이 나이 든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황야의 무법자' 같은 다수의 영화에서 주연으로 참여했던 영화배우였다가, 나이 마흔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의사의 꿈을 이루었다. 책을 읽고 나니 영화배우로서의 모습이 궁금해져서 사진을 찾아보았다. 젊은 시절 아름다운 배우의 모습도 보기 좋고, 지금의 여유롭고 깊이 있는 모습도 좋다.


영화에 출연중인 마리아네 코흐, 출처: https://en.m.wikipedia.org/wiki/File:Clint_Eastwood_and_Marianne_Koch_in_%22A_Fistful_of_Dollars%22_%281964%29.jpg


바이든 대통령은 만 78세의 나이에 당선이 되었고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있다. 83세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20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너무 바빠서 늙을 틈이 없어요."라는 벨 코프먼의 말은 "너무 바빠서 이혼할 틈이 없었어요"라는 한 70대 여배우의 말과 오버랩된다. 활력을 유지하는 삶에 대한 강조이다. 요즘은 노인에 대한 노쇠한 이미지는 70~80대에서 90대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을 담은 책은 많다. 내용이 음식이나 운동, 스트레스 관리처럼 뻔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직접 삶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 살아내면서 터득한 몸과 마음의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들이 궁금했다.

가벼운 과체중

노화에 관한 오랜 연구로 얻은 결론은 '노화의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없다'이다. 노화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약은 없지만 저자는 '신체적, 정신적 활동을 멈추지 않는 것'을 비결로 제시한다. 또한 기대수명을 단축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과체중'을 뽑는다.

"40대부터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에너지 필요량이 줄어들면서 과체중의 위험이 놓이게 된다. _p.076"

과체중은 연골퇴화, 당뇨병, 고혈압의 원인이 된다. 또한 복부 내부 지방으로 폐가 아래쪽으로 팽창하기 힘들어져 혈액에 산소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고 한다.

"비만은 흡연 다음으로 흔한 암 발병 요인입니다. 생성된 염증 물질이 면역체계를 마비시켜 암이 발생된다고 설명합니다. _p.078"

고도 비만뿐 아니라 '가벼운' 과체중도 이렇게 안 좋다고 하니 각성하게 된다. 책이 들려주는 살 빼라는 잔소리에 다시 한번 다이어트를 다짐한다. (간헐적 단식은 일주일에 한두 번 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한다.)

신체활동

"면역체계를 위해서도 신체 활동은 꼭 필요하며, 체중 부하가 실리는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뼈가 약해진다. _p. 090"

암 환자들에게 때로는 항암 치료보다 운동 프로그램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과연 '움직임'을 '묘약'이라고 부를만하다. 그녀가 실천하고 있는 운동은 자연을 보며 하는 산책으로 '어깨를 펴고 배는 집어넣고' '네 걸음 코를 깊이 들이마시고 다시 네 걸음 입으로 숨을 내쉬고' 걷기를 권한다. 구부정하게 팔자걸음으로 걷는 내 모습을 떠올리고, 거만해보이더라도 좀 더 자신있는 모습으로 고개를 들고 일자로 걸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끝없는 배움

"평생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것은 필수일 뿐만 아니라 배움은 실제로 엄청나게 재미있다! _p. 119"

약 1,000억 개의 뉴런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지식, 경험, 생각 그리고 감정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것은 신비롭다. '머리가 꽉 찼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으며 나이가 든 뇌라도 얼마든지 새로운 정보를 익히고 저장할 수 있다. 그녀는 마흔에 의대로 돌아가 그 어렵다는 병원 실습과 국가고시를 통과하며 그것을 증명해 냈다. '뇌의 가소성 (plasticity)'은 이미 늦었다고 포기하려는 나에게 희망을 준다.

"나이가 들면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고 있고, 시간 분배에도 더 능숙하며, 제 경우를 보듯 동기 부여가 확실하니까요. _p. 119"



아직 '반복되는 일상과 온갖 의무에서 벗어나는 생애주기'에 접어들지 않았지만, 노화에 대해 두려워하기보다는 노년의 자유로움을 기다려 본다. 그녀의 말처럼 살아오면서 실현하지 못한 일들을 떠올려 본다. 가슴 가장 구석진 곳에 감춰져 있는 생각들을 꺼내본다.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 시절에 비해 시간이 많기에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거나 경험해보고 싶었던 것들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요. _p.194"

"지금의 삶이 오래전 꿈꾸던 삶과는 다르고, 당신의 재능과 감정적인 요구를 무시한 채 살아왔다 하더라도 당신에겐 새로운 방향으로 삶을 돌려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제라도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보는 것이다. _p.207"

정신적인 민첩성을 유지하기 위한 실천법으로 '시를 외워보자'고 하는데 옛날 같으면 민망하다고 했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조금은 낯 두껍게 시를 외우고 낭독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상상해 보니 시를 암송하는 할머니라니 참 근사하다.

"유명한 뇌 연구자는 50세가 되고부터 시를 외운다. _p. 141"

"성취감으로 채운 하루는 그냥 그렇게 대충 흘려보낸 하루보다 훨씬 더 길고 값지다. _p.191"

외로움에 대하여

지금이야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지만, 나이 든 사람에게 외로움은 스트레스를 주고, 스트레스는 면역 물질들을 만들어 면역체계에 손상을 입힌다고 한다. 연구 결과 사회적인 유대감이 없는 사람들에게 관상동맥의 변화와 뇌졸중이 현저히 자주 발생하고 치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하니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외로움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_p. 161"

외로움에서 빠져나올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는 활동'을 추천하다. 무료 급식소 배식 돕기나 이민자 자녀, 병원 환자 돌보기와 같은 자원봉사를 예시로 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견딜 수 없는 우울과 정신적인 충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아픔과 상실감에 힘든 사람들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고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않은가? 나는 여전히 우리 둘이 너무나 잘 통했던 우리의 언어로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_p. 171"

나도 아이들에게 함께 했던 삶과 경험들을 선물로 줄 수 있도록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많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



자존감

자신을 놓아버리고 아무렇게나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며 잘 가꾸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머리는 일주일에 두 번은 감아야 한다'는 대목에서 '일주일에 두 번...? 유럽인들은 원래 머리를 이렇게 가끔 감나?' 문화적인 차이에 대한 사소한 호기심이 생겼다.


'구멍 난 양말이나 더러워진 스웨터를 입고 집 안을 돌아다니는 것은 더 이상 존중받을 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대목에서도 헤지고 오래된 옷의 부드럽고 편안한 촉감을 좋아하는 내 취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도 아름다움을 위하여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조명을 집 안에 설치하라고 하는데,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자체 필터 눈이 있으면 될 것 같다. 그녀가 제시한 것들은 다만 하나의 예시일 뿐이고 나 자신을 근사하게 바라보는 관점, '자존감'이 중요하다는 말인 것 같다.


Q. 건강과 활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혹시 절대 비밀인가요?

A.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합니다.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고 많이 움직이는 거죠. 그리고 평생 배움을 놓지 않는 겁니다.

사실 나는 젊음의 비법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비법은 어느 정도 예측했던 것들이기도 하다. 내가 닮고 싶은 분들은 하나같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나는 다만 좀 더 쉽고 편한 길을 찾으며 꾀를 부렸다.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라디오를 듣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일반인도 의학지식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다양한 말로 풀어내는데 탁월하다.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형식도 자연스럽다. 의학박사라는 전문가가 쓴 책이지만 인생의 오랜 지혜 또한 더해져 끊기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다.

암환우가 함께하는 카페의 글들을 읽어보면 실력 있는 의사도 좋지만 그것보다도 '한마디 말을 따뜻하게 건네는 의사를 만나는 것이 더 좋더라'는 말이 많다. 환자와의 대화를 중시하는 진료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그래서 이 책도 즐겁게 읽히는 것 같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정말 풍부해서 인간의 몸과 같이 아주 복잡한 것도 잘 설명할 수 있어요. _p.058"

"감정과 통증을 잘 다루고 환자를 도와줄 수 있는 현명하고 섬세한 의사들이 필요합니다. _p. 14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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