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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마자 원리와 공식이 보이는 수학 기호 사전
구로기 데쓰노리 지음, 김소영 옮김, 신인선 감수 / 보누스 / 2023년 8월
평점 :

"답을 맞히는 것보다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속 대사이다. 칠판 위에 낯선 수학 기호를 빼곡하게 채워가며 증명하는 모습을 보면 넘사벽,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다. 물론, 처음 보는 수학 기호가 많아서 증명의 논리적 흐름이 이해되지는 않는다. 대학수학을 만난 적이 없으므로 고등학교 과정을 벗어나는 기호가 나오는 순간 까막눈이 되고 이해를 놓아버린다. 나는 읽을 줄도 모르는 수학 기호를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또 동경하게 된다.
이 책은 초등학교 수학부터 대학교 미적분까지 쓰이는 100가지의 수학 기호를 다루고 있다. 책 한 권을 읽는다고 대학수학까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 수학 기호, 나도 어디서 본 적 있어." "아, 그거~!" 하면서 반가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AI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서 수학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추세이고 수학을 모르고는 이해할 수 없는 텍스트들이 많아져 수학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공부가 되었다. 뭐든지 들어본 적 있는 것과 난생처음 보는 것은 차이가 큰 것 같다.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기호를 다루고 있어 아무래도 익숙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문제는 2부와 3부였는데, '대학에서 배우는 교양 수학 기호', '고난도 수학', '기호로 이해하는 편미분' 편은 처음 보는 기호들이 계속 등장하다 보니 너무 어려웠다.
좋았던 점은 문제집에서 비슷비슷하게 서술되어 있는 개념을 뻔하지 않게 풀어내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색을 입히고 맛을 더하려고 했다는 저자의 의도가 잘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0.999... = 1
"겉으로는 깔끔하게 1로 단장한 숫자라도, 사실 속은 0.999... 로 불안하게 요동치고 있다. _p.24"
수학이 차가운 학문이 아니라 꽤나 인간적인 면이 많다고 해서 무슨 말일까 했는데 순환 소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0.999... 는 1보다 작은 수가 아니라 딱 1이라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게 증명이 가능해 아이에게 가르쳐 준 적이 있는데 책에서 나온 표현이 마음에 든다.

÷
"나눗셈을 b÷a라고 쓰면 계산을 해서 하나의 값을 내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b/a라고 쓰고 놔두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될 때가 있다. _p.24"
수학 문제를 풀다 보면 꼭 하나의 값을 내고 가는 것보다 분수의 꼴이나 중간 과정으로 내버려 두고 풀 때 더 쉽게 문제가 더 쉽게 해결될 때가 있다. 확실하고 완벽하게 이루어진 완성된 상태를 원하지만 살다 보면 사실 그랬던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중간태로 살아가는 것이 꼭 나쁜 선택지인 것은 아니며 그대로 두고 인생을 풀어가는 것이 때로는 더 나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무한이라는 마법
"∞, 즉 무한대는 한없이 커져가는 상황을 뜻하는 것이지 구체적인 숫자를 가리키는 기호가 아니다. _p.27"
무한대 기호를 딱 정해진 숫자처럼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부터 극한이나 극소의 개념이 헷갈리기 시작하는 것 같다. 무한대는 계속 커져가고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기호이다. 문제집을 자세히 보면 0에도 미세하게 사이즈가 다른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숫자 0이고 다른 하나는 무한소이다. 저자는 무한대를 <이솝이야기>의 <황소와 엄마 개구리> 이야기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해서 그런지 무한대와 무한소 이야기를 좋아한다.
모자도 아닌 것이, 국자도 아닌 것이
무슨 기호를 말하는 것일까? 바로 루트이다. √2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에서 발견되었는데, 피타고라스는 중학교에서 배우는 개념 중에서도, 고등학교 과정인 삼각함수까지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루트를 씌운 숫자 형태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으로 √2를 소개한다.
"모나리자 그림의 가로세로 비율은 √2에 가깝다. _p.36"
"한국에서도 1:√2를 금강비라고 부르며 석굴암, 무량수전 같은 건축물을 짓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2는 미의 원천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_p.36"
sin, cos, tan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삼각형
삼각함수의 기원은 의외로 아주 먼 옛날이라고 하니 생활에 밀접한 꽤나 실용적인 분야인가보다. 해나, 달, 별의 움직임을 관측하고 파악하고 계산하는 일은 꽤나 낭만적인 것 같다. 아이가 고등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어려워했던 부분이 삼각함수이다. 결과를 외우지 말라고 당부하고 몇 가지 과정을 설명해 줬더니 이제 암기하지 않아도 되겠다면서 삼각함수가 나오면 무작정 직각삼각형부터 그리기 시작한다. 무작정 암기하려고 하면 분량이 많아져서 어려울 수 있지만, 이해를 제대로 한 번 하고 나면 가장 재미있는 파트가 삼각함수가 될 수 있다.
"cos은 사인을 보완한다는 뜻의 complementi-sinus를 짧게 줄인 co-sinus에서 온 듯 하다. _p.51"
싸인과 코싸인을 서로 보완하는 여각관계로 이해하면 암기량을 반으로 줄일 수 있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ln, log 줄이고, 바꾸고, 뒤집어라
로그는 중세 이후 정확한 천문관측 기술이 필요해졌고 그 필요에 따라 발명되었다고 한다. 아이와 이야기 할때는 식민지 정책이나 해외 교역이 활발해진 중세시대의 역사와 함께 공부해도 좋을 것 같다.
"로그의 원리는 간단히 말해 곱셈을 덧셈으로, 나눗셈을 뺄셈으로 고쳐서 계산하는 것이다. _p.54"
공식을 기호로 암기하는 것보다는 저자의 표현처럼 로그를 말로 풀어서 '곱셈을 덧셈으로' '나눗셈을 뺄셈으로'라고 이해하는 것이 훨씬 오래 남는 것 같다.
∑ 게으름뱅이를 위한 선물
가우스는 초등학교 3학년 때 1부터 100까지의 합을 하나씩 계산하지 않고 고등과정에 나오는 시그마의 합 공식을 생각해 내서 풀었다고 한다. 처음 항과 마지막 항을 더하고 항수를 곱해 2로 나누는 과정은 아이들도 참 재미있어한다.
"수학에서는 무한급수가 자주 나오기 때문에 급수의 수렴이나 발산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_p.76"
등차급수, 등비급수까지는 어떻게 따라가 보겠는데, 이 장 뒷부분에 급수의 수렴조건으로 '달랑베르의 판정법'이나 '오일러의 곱', '리만의 제타함수'가 나오면서는 너무 어려워서 일단 만나본 것으로 만족하고 '다음에 만나면 반가워 해줄께'로 끝내야 했다.

dy/dx 미분의 성장 과정
"미분이라고 하면 겁부터 먹는 사람이 많은데, 미분은 전혀 어렵지 않다. 단지 나눗셈(또한 비율)의 극한이라는 단순한 개념일 뿐이다. _p.83"
미분이라고 하면 겁부터 먹는 사람이 여기 있다. 다항함수의 미분법에서 차수 내리고 한 개 빼는 미분공식은 외웠는데 한 번쯤 미분계수를 직접 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책의 말을 따라가다보니 정말 증명이 되어서 신기했다. 특정 값을 지정하지 않고 x에서 늘어나는 증분으로 그에 대응하는 함수의 증분을 나눈 것의 극한이라는 미분의 표현이 구구단처럼 외우는 단순 공식 암기보다 훨씬 더 좋다.
"합성 함수의 미분은 분수 계산으로 생각하면 된다. _p.87"
dy/dx를 분수처럼 다룰 수 있는 과정이 나와서 분수 계산처럼 쓰면서 이래도 되나 싶었던 찝찝함이 사라졌다.

e^x, exp 수학의 울트라맨
"e^x는 미분해도 e^x인 것이다. 미분과 적분이 역연산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매우 유용한 함수다. 실제로 관찰되는 단순한 모델은 인구 증가나 세포 분열처럼 변화량이 현재량과 비례하는 경우이다. _p.176"
지수함수 중에서도 미분을 해도 식의 형태가 바뀌지 않는다는 e의 x승. 미분을 해도 적분을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니까 신기하기는 하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함수라는 말은 들어봤는데 왜 그런지 정확한 과정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e^x가 해석학의 보물이라고 하니 조만간 또 만나게 될 것 같다.
i, j, k 실수 다음 허수, 허수 다음은 무슨 수?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자연수, 분수와 소수부터 중학교에서는 음수, 고등학교에서는 복소수까지 지속적으로 확장된다. 그럼 수라는 것이 여기서 끝일까?라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_p.246"
물리나 공학분야에서 사용되는 사(4)원수를 소개한다. 허수를 배울 때에도 존재하지도 않는 수를 왜 배우는가 싶었는데, 복소수가 끝이 아니었다. 복소수 그 너머의 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원수는 22세에 천문학 교수가 된 아일랜드의 해밀턴이 처음 발견했다고 하는데, 오늘날 벡터 해석의 기초를 만들었다고 한다. 아직은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비가환성 정도로밖에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 또한 나중에 또 만날 일이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스쳐 지나가듯 들어본 적 있는 편미분, 이중적분, grad f 등을 '조금 더 자세하게 보았다' 정도로 만족한 파트들도 있다.

책 중간에 몇 개의 column이 나오는데 필즈상이란? 코너에서 허준이 박사를 소개한다. 일본인이 저자인 책에서도 허준이 박사의 이름이 언급되어 반갑기도 하고 자랑스럽다.
미분 발명은 뉴턴이 먼저인가 라이프니츠가 먼저인가 하는 논쟁을 즐겁게 본 적이 있다. 책에 수학 기호의 역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덕분에 흥미를 돋우었다. 수학 기호라는 것이 어떤 한 개인이 짠 하고 순간적으로 발명한 것이 아니며 몇 세기에 걸쳐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의 수학 공부를 돕기 위해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 수능이 도입된 지 30년이 지났으니 데이터가 많이 쌓여 그런지 아니면 요즘 학생들이 똑똑해진 건지 라떼보다 수학문제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그런데 대학 수학 기호, 고난도 수학 기호를 보고 있자니, '그래도 고등수학까지는 할 만한 것이었구나', '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서 교과서에 실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이 1차원에 머물고 있다면 그 너머에 2차원, 3차이 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잘 이해할 수 없지만, 내가 알고 있는 조각들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훨씬 더 넓은 수학의 세계가 있음을 본다. 세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수학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