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과학 생각 - 세상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과학적 사고 습관 365
임두원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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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나의 경우는 두 번 정도 새로운 창을 갖게 된 것 같다. 한번은 스무 살이 넘어 처음으로 종교를 갖게 되었을 때이고, 또 한 번은 아이를 낳고 난 이후이다. 세상은 바뀐 것 없이 그대로였지만,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신비한 경험이었다. 


무지로 왜곡된 창이 신념을 가지면 무서워진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일본의 역사왜곡. 일본사람을 개인적으로 만나면 하나같이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는데, 왜 그토록 무섭게 왜곡된 관점을 갖게 되었을까?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젊은 엄마들을 뭉뚱그려 맘충으로 표현하는 혐오가 가득한 인터넷 댓글을 보고 괜히 혼자서 위축되어 집 밖으로 나가는 외출 자체를 꺼리게 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나 또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세상을 합리적 관점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여러 가지 잣대를 들이대며 편협한 시선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너와 나 사이에 왜곡된 관점은 벽을 만들고 서로를 배제하고 혐오하게 만든다.


다윈은 이런 말을 남겼다. “지식보다 더 큰 자신감을 낳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무지다.” 이 말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실험 하나가 진행됐는데, 몇 가지 시험을 치른 학생들에게 몇 등을 할 것 같냐고 물었더니 실제 점수가 낮은 학생일수록 더 높은 등수를 예상했다. 이처럼 실력이 낮을수록 자신감은 오히려 더 커지는 현상을 ‘더닝 크루거 효과’라 한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가짜뉴스, 유사과학 같은 문제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팩트체크를 나 대신 누가 해줄 수 없다. 다윈처럼 스스로 깊이 성찰하고 회의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141일) 




저자는 수많은 창 가운데서 과학의 창만 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이 창이 가장 투명하고 왜곡이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먼지로 뒤덮인 창을 깨끗이 닦아 투명한 뷰로 세상을 바라보면 속이 다 시원하다. 과학의 창만이 최고인건지는 모르겠지만, 과학의 창이 아니면 세상을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인 것은 맞는 것 같다.


<날마다 과학 생각>은 매일 읽을 수 있는 한 페이지 이내의 부담스럽지 않은 짦은 글들이 365개 실려 있다. ‘좋은생각’ ‘365수학’처럼 하루 한 장 구성이다. 하루 한 장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과학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365일 하다보면 내 창도 예전보다 훨씬 더 투명하게 변해있지 않을까?


“열심히 공부하려고 하지 말고 꾸준하게 해라.” 좋아하는 선생님의 말이다. 최고의 학습법은 반복이다. <날마다 과학 생각>이 특별했던 것은 나선형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된 것이 뒤에서 살을 붙여가며 몇 번이고 반복 또 반복된다. 다른 주제인데도 묘하게 따로 또 같이 서로 보완하며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연결되어있다. 독립적인 각각의 이야기 사이에 긴장과 갈등,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그 덕분에 생동감 있고 입체적 시선을 가질 수 있다. 역사도 깊고 방대한 과학의 전체적인 모습을 다양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고로 이 책은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읽는 것이 좋다.


저자는 <날마다 과학 생각>을 여행에 비유한다. 과학의 모든 걸 다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꼭 봐야 할 것들은 다 둘러볼 수 있는 여행이다. 요일별로 테마가 달라서 지루할 틈 없는 여행이다. 



* 월요일, 과학자의 말


일주일 중에 가장 좋았던 월요일이다. 오래전 과학이 처음 탄생했을 때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과학자를 만나고 그들의 말과 생각을 들어본다. 


이반 파블로프

'파블로프'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파블로프의 개’라 불리는 역사적인 실험이다. 파블로프는 이런 말을 남겼다. “새의 날개가 아무리 완벽하다 할지라도, 공기가 없다면 그 날개는 결코 새를 들어 올릴 수 없다. 과학에서 사실은 공기와 같다.” 그런데 사실을 찾기 위한 파블로프의 시도는 오늘날의 관점으로 본다면 매우 잔인했다. 침의 분비여부와 그 양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개의 턱에 구멍을 뚫어 침이 밖으로 분비되게 한 것이다. (09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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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데카르트

철학자로 알려졌지만 사실 '데카르트'는 근대의 중요한 과학자이기도 했다. 특히 그의 기계론적 자연관은 근대과학혁명의 토대가 되었다. 데카르트는 오래전 플라톤이 그랬던 것처럼 정신과 물질을 분리하는 이원론을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 이외의 모든 존재는 물질세계에 속하며 물질세계는 정교한 법칙의 지배를 받는 일종의 기계 장치와도 같다. 

“진정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인생에 한 번은 가능한 한 모든 것에 대해 의심해봐야 한다.” (106일)


앙투안 라부아지에

근대 화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라부아지에'는 질량보존의법칙을 발견한다. 반응 전후 물질의 질량이 일정하다는 이 법칙은 오늘날 정량화된 화학이 출범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자연이란 모든 종류의 합성과 분해가 이루어지는, 광대한 화학 실험실이다.” 그만큼 그는 화학이란 학문에 푹 빠져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화려한 연구실을 꾸미고 운영하는 비용, 연구를 위한 여유로운 시간이 모두 시민들의 고통에서 나왔다는 점이었다. 

방에 앉아서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희생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공부하면서 힘들다고 투정할 것이 아니라, 일부만 가능한 특권을 누리고 있어 죄송한 마음, 감사한 마음, 기여하는 삶을 잊지 말아야겠다. (134일)


멘델레예프

연구실에서 잠깐 잠이 든 '멘델레예프'는 꿈속에서 원소들이 제자리를 찾아가 완성된 주기율표를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잠에서 깬 후 이를 얼른 종이에 기록했다. 비로소 원소주기율표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꿈속에서 원소주기율표를 완성했을까 싶다. 몰입의 기쁨은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

“일하라. 일에서 평화와 고요를 찾으라.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일은 길고도 지속적인 기쁨을 남긴다.” (162일)


* 화요일, 세상을 바꾼 과학 사건


뉴턴이 만든 기적의 해

1665년 영국 케임브리지대는 흑사병으로 휴교를 결정한다. 이 대학을 다니던 '뉴턴' 또한 어쩔 수 없이 귀향했다. 2년간 고향에 머물며 방콕 생활을 하게 된 뉴턴은 혼자 사색하고 탐구하는데 몰두했다. 놀라운 것은 이 기간동안 광학분야, 미적분의 개념, 만유인력의 법칙 등 그의 대표적인 성과들의 기초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연구경력의 단절, 전염병의 위험이 도리어 뉴턴에게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된 것이다. 코로나로 일상생활이 무너졌지만 누군가는 불평만 늘어놨을 것이고, 누군가는 뉴턴처럼 전화위복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114일)


엑스선의 발견

'뢴트겐'은 두꺼운 물체도 통과하는 미지의 광선을 엑스선이라 불렀다. 그는 엑스선 발생장치의 특허를 받으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권유도 뿌리치고, 자신의 연구 성과와 기술이 자유롭게 이용될 수 있도록 공개했다. 그동안 엑스레이 촬영을 여러번 해봤는데, 내가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살았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광선을 발견한 것도 대단하지만, 소유를 주장하지 않고 나눔을 결정한 태도가 존경스럽다. 나 혼자 잘나서 사는 것 같은 세상이지만, 누군가의 땀과 희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돕고 있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된다. 그러고 보면 신세지지 않는 삶이란 없는 것 같다. (18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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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일, 과학의 생각


결정론적 세계관

고대의 세계관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집대성했다. 그에 따르면 세계는 달을 기준으로 그 아래인 지상계와 위인 천상계로 구분된다.

그런데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이, 뉴턴을 거치면서 이러한 세계관은 큰 타격을 입는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과 운동의 3법칙은 지상계와 천상계를 가리지 않고 적용된다. 법칙은 모든 사물의 원인과 결과사이에 존재하는 보편적이고 필연적이며 변하지 않는 관계를 뜻한다.

흥미롭게도 현대의 양자역학은 원자보다 작은 미시세계에서는 인과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미세세계와 거시세계를 연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과거 뉴턴이 고대의 지상계와 천상계를 연결했다면, 이제는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연결하려는 것이다." (122일)


시간의 끝은 있는가?

뜨거운 물과 차가운 섞으면 미지근한 물이 된다. 열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차이가 균형으로 가는 흐름을 만든다. 아직 우주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우주는 현재도 팽창중이다. 공간이 확장되면서 에너지가 0인 상태로 수렴하는 절대온도 0K(켈빈).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 시간조차도 멈추는 이 시점을 과학자들은 우주의 열적 죽음이라 표현한다. 우주가 멈추는 날일지 모르겠다. (199일)


오컴의 면도날

영국 수도사 '윌림엄 오컴'은 이렇게 말했다. "불필요한 가정을 하지 말 것. 더 적은 수의 논리적 설명이 가능할 경우 더 많은 논리를 만들지 말 것" 가급적 단순한 설명이 더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코페르니쿠스는 복잡한 지구 중심의 모델에서 단순한 태양 중심의 모델로 옮겨가서 천체 운행을 설명했다. 케플러는 단 3가지 법칙만으로 천체의 운동을 설명했다. 뉴턴에 이르러서는 이 모든 것이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통합됐다. 현대의 끈이론도 더 단순한 방식으로 만물의 근원을 설명하려는 시도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은 더 단순해질 수 없을 정도로 가능한 한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수학을 풀 때 내가 아는 것, 쉬운 것으로 바꿔서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깨봉 선생님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227일)


슈뢰딩거의 고양이

'슈뢰딩거'는 살아 있는 고양이와 죽어 있는 고양이 상태가 중첩상태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럴싸하더라도 중첩상태를 순진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이와 같은 사고 실험을 고안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슈뢰딩의 고양이가 양자역학의 의미를 좀 더 쉽게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234일)


지적 설계론

태어나서 한번도 시계를 본 적 없는 사람이 해변에서 시계 하나를 발견했다고 가정해보자. 그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이 시계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2가지 답이 가능하다. 첫째, "자연에서 저절로 만들어졌다." 둘째, "기술 좋은 누군가가 설계하고 만들었다."

철학가 '윌리엄 페일리'는 뉴턴의 과학적 발견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우주가 마치 정교한 기계처럼 명확한 원리에 따라 작동한다는 점에 근거해서 신이 어떤 목적을 위해 우주를 창조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시계는 솜씨 좋은 시계공이 만들었다. 생명의 복잡성은 세계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297일)


눈먼 시계공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만약 복잡한 물건에 반드시 설계자가 있어야 한다면, 그 설계자는 눈먼 시계공임이 틀림없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윌리엄 페일리가 주장했던 지적 설계론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는 눈먼 시계공이라도 만약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고 지속적으로 시도된다면 언젠가는 정상적인 시계 하나쯤은 만들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눈먼 시계공의 수가 충분히 많고 그들에게 필요한 시간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완전한 시계를 만들어낼 확률이 0은 아니라는 것이다 .

"진화과정에서 지적 설계자가 관여할 이유는 없다. 분자들이 유기물을 합성하고 DNA 단백질 같은 고분자 물질이 되고 최종적으로는 세포를 거쳐 복잡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여정에는 오직 우연만 있었을 뿐이다." (304일)



* 목요일, 과학자의 서재

과학책, SF 소설 등 과학자의 서재를 들여다본다. 다른 사람의 책장을 구경하는 일은 재밌다.


<<몰입>>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유튜브 <미쉘 TV>의 한 영상은 아이에게 ‘공부해라’ 말 대신 행복의 정의에 대해 수다를 떨어보자고 말한다. 아이가 밤새워 게임을 했다고 해서 정말 기쁘고 행복했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은 ‘내면적 경험의 질이 최적일 때 느껴지는 감정’으로 의식이 어떤 외부의 방해 없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상태, 즉 플로(flow)의 상태일 때 가능하다.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무아지경의 상태, 몰입에 빠져보고 싶다. 행복은 우연히 찾아오지 않는다. 


<<카오스>> 제임스 글릭

'제임스 글릭'은 이 책을 통해 카오스이론을 널리 알렸다. 눈송이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정교하고 아름다운 무늬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더 신기한 것은 이 세상에 완전하게 똑같은 눈송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눈송이의 출발점은 서로 비슷했을 것이나 초기의 미세한 변수가 서로 다른 최종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와는 반대로 혼돈(chaos)처럼 보이는 현상에서도 어떤 질서(cosmos)를 발견할 수 있음을 ‘프랙털’을 소개한다. 혼돈과 질서는 서로 대립하기보다는 상호보완한다. 질서가 없었다면 아름다운 우주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고, 혼돈이 없었다면 다채로움이 없는 무미건조한 세상만 존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130일)


<<일하지 않는 개미>> 하세가와 에이스케

일본 홋카이도대의 하세가와 에이스케 교수에 따르면 개미사회에서 20%의 부지런한 개미들이 솔선수범해 일을 도맡아 처리한다고 한다. 조직 구성원의 20퍼센트는 효율적이지만 나머지 80퍼센트는 비효율적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80%는 쓸모없다는 뜻일까? 그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머지 80%는 당장은 비효율적이고 완전하지 않아 보일지라도, 무언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완벽함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들을 더 자주 만난다. 하지만 완벽함만으로는 세상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 개미사회처럼 말이다." (214일)


* 금요일, 신기한 과학 발명품

인류사를 바꾼 신기한 과학 발명 이야기가 펼쳐진다.



광학현미경

1674년. 레이우엔훅은 지구를 뒤덮고 있는 작은 미생물을 직접 확인하기 위한 특별한 도구 현미경을 만들었다. 정식으로 과학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작은 세계에 심취해서 고인 빗물 속 작은 미생물, 심지어 인간의 정자까지 관찰하고 방대한 기록을 남겼다. "그의 연구는 아주 작은 것이지만, 그 영광은 결코 작지 않다." (047일)


양자 원격전송

양자얽힘을 이용할 수 있는 '양자 원격전송'은 빨라서 좋은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양자 전송을 실시한다는 사실을 전화 등 다른 수단으로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전송속도에 따른 이점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의 중요한 이점은 '보안성'이다. 중간경로가 없는 전송이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하다. (243일)


전기냉장고

사막을 횡단하는 상인들에게 필수적인 것은 낙타와 양가죽으로 된 물통이다. 양가죽 물통에 담긴 물은 미세한 구멍이 많아 물이 아주 소량이긴 하지만 조금씩 새어 나오는데 이 물이 서서히 증발하는 과정에서 물통의 온도가 낮아져 뜨거운 사막 날씨에도 의외로 차가움을 잘 유지한다. 액체가 기체가 되면 온도가 내려간다. 주방의 필수품 냉장고도 양가죽 물통에서 일어난 현상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한다. (292일)




* 토요일, 과학자의 주방


먹고 사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토요일, 요리전문 과학자인 저자가 요리에 숨은 과학 원리를 알려주고 더 맛있는 요리를 위한 꿀팁도 알려준다. 아무래도 주부로서 더욱 관심이 가는 주제였다.


뻥튀기와 팝콘의 차이

먹고 남은 음식을 귀찮아서 뚜껑도 덮지 않고 냉장고에 그대로 넣으면 다음 날 볼품없이 말라있다. 온도가 낮아 공기의 부피가 줄어드는 관계로 내부 압력이 낮아진 냉장고에서는 수분의 증발이 쉽게 일어난다고 한다. 곡식 알갱이로 만드는 뻥튀기도 공기가 빠지면서 순간적으로 내부 압력이 낮아지는 이런 원리를 이용한다고 한다. (048일)


바삭한 튀김옷의 비밀 

튀김의 바삭함은 우리를 매혹한다. 아이들도 평소에 잘 먹지 않는 야채들을 튀겨서 주면 맛있게 잘 먹는다. 이 바삭거림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튀김은 150도 이상의 기름을 사용해 조리하는데 이 정도 온도라면 튀김 반죽에 포함된 수분은 액체인 수분이 기체가 돼 공기 중으로 날아가면서 급격한 기화가 일어난다. 튀김 재료를 뜨거운 기름에 넣으면 기포들이 끓어오르는데 이 기포의 정체가 바로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수증기다. 수분이 기화되면 반죽 안에 무수한 구멍들이 생겨난다. 무수한 구멍들이 존재하는 것을 ‘다공질 구조’라 하는데, 바삭거리는 식감은 이 다공질 구조가 붕괴되면서 나는 소리이다. (097일)


된장찌개는 뚝배기에 라면은 냄비에 

요리마다 적절한 조리 온도가 있고, 그 온도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온도를 유지하는 시간 또한 중요하다. 이런 디테일로 인해 요리의 품질이 좌우된다. 요리의 열을 통제하려면 그릇의 선택이 중요하다. 오랫동안 열이 유지돼야 하는 찌개류는 비열이 높은 뚝배기를 사용되고 빠른 조리가 생명인 라면은 금속 냄비를 사용한다. 나는 꼬들꼬들한 라면이 좋다. 뚝배기로 라면을 끓였다가는 가열이 끝나도 남아 있는 열로 인해 불어터진 라면을 먹게 될 수 있다. (125일)


잘 섞음의 원리

화학자들은 ‘Likes dissolve likes (비슷한 것들은 비슷한 것들을 녹인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유유상종과도 일맥상통한다. 소금이 물에 잘 녹는 이유는 소금이 친수성이기 때문이고 고추를 기름에 볶으면 기름에 잘 녹는 이유는 캡사이신이 친유성이기 때문이다. 매운 음식을 먹어 고통스러울 때 우유가 도움 되는 이유도, 우유에는 캡사이신을 녹이는 지방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소울푸드 매운 떡볶이를 먹을 때는 옆에 꼭 우유를 함께 놓고 먹어야겠다. (202일)


요리는 모든 경험의 집합체다

뇌는 뉴런이라 불리는 약 860억 개의 신경세포들로 구성돼 있다. 이것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다라 우리의 기억이 저장되고 생각이 만들어진다. 요리를 즐기면서 느끼는 감각들이 서로 연관되고 확장되면서, 다양한 감각들이 서로 묶이고 공감각이 생겨난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내어주며 즐거운 식탁의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다. 요리는 복합적인 경험이다. (223일) 


공기를 잘 섞어주자​

공기는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움을 책임진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경우 ‘아이스크림 반, 공기 반’인 셈이다. 베스킨라빈스에서 냈던 돈의 절반은 공기를 위한 것이었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공장>에서 찰리는 폭포가 부드러운 초콜릿의 비결이라 자랑한다. 초콜릿이 폭포가 돼 떨어지는 과정에서 공기와 잘 섞이기 때문이다. 머랭의 바삭거리는 식감도 공기 때문이다. 아무 맛도 없는 공기가 맛있는 요리의 재료가 된다. 가수 박진영은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공기반 소리반을 강조하던데, 공기가 노래 또한 아름답게 만든다니 신기하다. 


맛있는 무거움​

가해지는 열이 강할수록 요리는 더 부드러워지고 맛도 좋아진다. 무쇠솥은 무쇠로 만들어져 엄청 무거운 뚜껑이 내부의 수증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솥 안의 압력을 높여준다. 요리가 더 맛있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주부 입장에서는 손목이 나갈 수 있어 무쇠솥 사용이 꺼려진다. 무쇠솥 뚜껑이 하는 역할을 대신할 더 가볍고 더 맛있는 조리기구를 기다려본다. (342일) ​



* 일요일, 영화관에 간 과학자

영화가 다루는 과학의 주제를 살펴보며 미래를 그려본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라플라스는 “우주의 모든 원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아는 존재가 있다면, 그는 과거. 현재. 미래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말했다.


2054년 미래범죄국은 범죄 예방 시스템에 따라 범죄를 저지를 사람을 미리 예측하고 체포한다. 영화는 이런 문제를 제기한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단순히 물리법칙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기계론적 자연관에 따라, 물질로 구성된 세계는 결정론의 지배를 받는다고 믿었던 데카르트 또한 유독 인간만은 예외를 허용했다. (126일)

<월-E>

인간이 버리고 떠나버린 황폐화된 지구에 마지막으로 남겨진 청소 로봇 ‘월-E’. 어느 순간부터 감정이 생긴다. 쓰레기를 줍다가 좋아하는 물건을 발견하면 창고에 소중히 보관하고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이에 반해 먼 우주에서 수백 년 동안 피난생활을 하고 있는 진짜 인간들은 인공지능의 명령에 따라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존재로 전락해 감정도 잘 느끼지 못한다. 위기에 처한 인간들을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구해내는 월-E. SF영화지만 인간다움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희망적이고 따뜻한 영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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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매일 커피 옆에 한잔 놓고 앉아 한 장씩 간결하게 꾸준히 읽다보면, 나도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정성들여 골고루 맛있게 차려주신 과학 밥상을 편하게 받아서 먹는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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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쫌 아는 10대 - 일상 어디에나 있는 아주 작고 이상한 양자의 세계 과학 쫌 아는 십대 16
고재현 지음, 이혜원 그림 / 풀빛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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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터, 양자 암호 통신, 양자 전송 기술 ... 앞으로 엄청 중요할 것 같은데, 그게 뭐지? <<양자역학 쫌 아는 10대>>라니 나도 '양자역학 쫌 아는 40대'가 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


여덟 살 아이는 이 책을 보자마자 "와아, 예쁘다~!" 내 것 하고 싶다며 가져가 보기 시작했다. "엄마, 양자가 뭐야? 왕자야?" 엄청 예쁜 책 표지 덕분에 아이도 덩달아 양자역학에 관심이 생겼다.


아이 앞에서는 아는 척을 했지만 사실 나도 양자가 뭔지 모른다. 사전을 찾아보았다. 내 멋대로 오해했던 것처럼 '양자'는 '양성자'가 아니었다. 양(量)과 양(陽)을 헷갈리면서부터 처음부터 양자역학에 대한 이해가 흐릿해졌었다.


양자는 영어로 quantum이라 부른다고 하는데, quantity를 떠올리니 이해가 되었다.


"양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물리량을 말하지.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띄엄 덩어리 단위로 존재하는 물리량을 표현한다고 봐도 돼 ... 전자나 양성자도 양자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지. _ p.035"


어디까지 양자로 볼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원자, 분자, 양성자, 중성자, 전자 모두 양자 되시겠다.


독자는 책 속에서 앤트맨처럼 크기가 작아져 '양자돌이'가 되고 이상한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양자돌이는 불가능한 벽을 뚫고 나아갈 수 있다. 벽 속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매번 위치가 달라진다. 양자역학을 십대가 이해하기 쉽도록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친절하게 설명했는데 물포자였던 내 수준에도 딱 좋다.





지독한 결정론


고전역학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을 설명한다. 야구공, 자동차, 로켓처럼 큰 물체들의 운동을 다루는 물리학이다. 


양자역학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것들을 다룬다. 원자나 분자처럼 작은 것들의 변화와 움직임을 설명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의 현재 위치와 속도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우주의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 _ p.022"


뉴턴이 세운 고전역학 체계는 19세기 과학계에 낙관주의를 불러일으켰다. 고전역학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설명할 뿐 아니라 태양과 지구, 각종 행성의 움직임까지 알려주는 완벽한 이론으로 보였다. 물체의 초기 상태를 정확히 알기만 한다면 이제 우주의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이제 더 이상 물리학에서 추구해야 할 중요한 주제는 없다 할 만큼 낙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그들의 섣부른 판단은 성급했고 완벽해 보였던 하늘에는 온통 먹구름이 뒤덮었다. 자신만만했던 누군가는 이불킥을 하지 않았을까?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양자역학의 탄생



원자의 구조나 운동은 결정론인 고전물리학으로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결정론은 양자 상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양자역학의 원리 규칙은 무작위성이고 비결정론이다. 물질을 구성하는 매우 작은 것들은 정말로 자기 멋대로 별나게 행동한다.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면 자유는 없는 것이 된다. 이미 결정된 삶을 살아야 한다면 끔찍할 것 같다. 우리말 '아름답다'는 말은 '자기 존재답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독립적이고 내 멋대로 변하여 자유롭게 살 수 있어 감사하다.


원자의 모습이 서서히 정체를 드러낸다. 톰슨은 양전하 빵에 중간중간 음전하 건포도가 박혀있는 건포도 푸딩 빵 모형으로 원자를 설명하려고 했다. 러더퍼드는 원자의 구조를 태양계의 모습과 연결해 생각했다. 놀라운 점은 원자의 크기를 여의도라고 하면 원자핵의 크기는 야구공이라는 것이다. (약 10만분의 1) 그보다 더 작은 전자를 제외하고 사이의 공간은 비어있으니 물질은 사실 대부분 텅 비어있는 공간이라는 뜻이 된다. 물질이 빈 공간이라니 쉽사리 납득이 안 된다.


보어는 원자핵 주위를 회전하는 전자가 원자핵으로 추락하지 않는 이유를 찾다가 전자의 궤도가 불연속적이라는 매우 이상하고 과감한 가정을 도입한다. 고전물리학의 개념을 버리고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연다.


미시 세계의 존재들은 파동이면서 입자이다. 작가는 이것을 아수라 백작의 얼굴에 비유한다. 어떻게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가질 수 있지? 인간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이중 틈새 실험 등 다양한 실험으로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파동인 것도 사실이고 입자인 것도 사실이다. 반대처럼 보이는 둘 다 사실이다. 세상에는 양립할 수 없는 것 둘 다 사실인 경우가 존재한다.


"공간적으로 넓게 퍼져 있는 파동과 특정 지점을 차지하고 있는 입자의 성질을 어떻게 동시에 가질 수 있냐고? 그 본질은 아마 영원히 모를 수도 있어 ... 파동이나 입자는 거시적인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이 자신의 경험과 관찰로 만들어 낸 개념들이거든. _ p.065"



과학자들 사이에서 양자역학이 인정받는 과정은 정말 드라마틱한데 그 과정을 생생하게 보고 싶다면 책 '불확실성의 시대'도 함께 보시길 추천한다.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_ 리차드 파인만"


천재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은 눈을 감을 때까지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도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이해도 못 하는 학문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양자역학이 정말 미시 세계를 설명하는 정확한 학문인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 양자역학 없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일 사용하는 전등, 핸드폰, 컴퓨터 등 전자제품을 하나도 작동할 수 없다고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양자역학은 인간이 발전시켜 온 과학 중에서 가장 정확한 학문이라고 한다. 양자역학이 19세기와 20세기를 가르는 것이 척도이다. 이해할 수 없지만, 설명하고 적용하고 이용할 수 있다.


​​

중첩



미시세계의 정말 이상한 특성은 '중첩' 즉 '포갬'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적이고 일반적인 규칙과는 모순이 된다. 이 상태와 저 상태가 가능성을 갖고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여러 상태가 중첩되어 있는 것이다. 정확하지 않겠지만 공중에 던져진 주사위가 1부터 6까지 모든 가능성을 동등하게 다 가지고 있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입자는 모든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다.



양자 컴퓨터에서는 이러한 양자역학적 중첩 개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보통 병렬 계산이라고 부르는데, 정보의 중첩 상태를 유지하면서 한꺼번에 연산하고 처리할 수 있다. 가정마다 양자 컴퓨터를 사용하는 미래를 상상해 봤는데, 저자는 까다로운 조건들 때문에 양자 컴퓨터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고전 컴퓨터를 대체하지는 않으리라 전망했다. 양자컴퓨터는 비밀번호를 찾거나 신약 물질을 개발할 때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현대 암호 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건 소인수분해이다. 양자 컴퓨터가 소인수분해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양자 암호는 기존의 암호를 대체할 새로운 암호 체계이다. 핵심은 양자 암호가 도청과 해킹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양자 상태를 측정하면 그 중첩된 상태 중 하나로 순식간에 붕괴해 버린다고 하는데 정말 신기하다. 측정에 의한 붕괴 현상, 이로 인해 복제 자체가 불가능한 특성으로 인해 양자 암호는 국방이나 금융처럼 절대적인 보안이 필요한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얽힘


더 이상하고 재미있는 현상은 '얽힘'이다. 얽힘이란 두 입자가 가지는 파동함수의 중첩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얽힘 상태의 입자를 견우와 직녀가 구슬 징표를 나눠 가진 것으로 비유하여 설명한다.


전자는 스핀(spin)이라는 성질을 갖고 있다.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가 스핀하는 것을 상상해도 괜찮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비유일 뿐, 스핀은 전자가 가지는 어떤 기본 성질이다. 한 방향을 정하면 그것에 대해 전자가 가지는 두 종류의 스핀이 생긴다. 그런데 두 전자의 스핀은 반드시 방향이 반대여야 한다. 한 전자의 운명이 다른 전자의 운명과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규칙은 전자라는 입자의 특성에 따른 양자역학적인 규칙이다. 얽힘 상태의 입자들은 운명처럼 연결되어 있다. 입자들이 서로 간에 읽힘을 통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순식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자 하나는 지구에 놓고 다른 전자 하나는 빛의 속도로 20분이나 가야 하는 화성에 갖다 놓았다고 하자. 그 후 전자와 함께 화성으로 간 과학자가 화성 위 전자의 스핀을 측정한다고 생각해 봐. 만약 그 전자의 스핀이 업이면 그 순간 지구 위 전자의 스핀은 다운으로 결정되는 거지. 처음부터 그렇게 얽혀 있었으니까. _ p.130"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보다 빠른 건 없다고 했는데 입자들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무한한 거리를 넘어 즉각적으로 통신할 수 있다. 신비하게도 지구 위 전자의 스핀 상태는 화성에서 측정이 이루어진 그 순간 바로 결정된다고 한다. 지구 위의 전자와 화성 위의 전자는 애초에 지구에서 탄생할 때부터 얽힘 상태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 부분은 정말 놀라워서 아이들에게 여러번 이야기해 줬다.


순간 이동은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이다. 영화처럼 사람이 순간 이동하는 건 아니더라도 전자처럼 미시적인 입자가 순간 이동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부분은 입자를 공간적으로 순식간에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진 정보가 옮겨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양자역학적 개념인 상태의 얽힘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양자 전송은 신기한 놀이이다.


​"물질 세계라는 교향악의 바탕에는 공통적으로 양자역학이 자리 잡고 있어. 그 양자역학이 원자와 원자 속 전자들을 이끄는 지휘자가 되는 거지. 이 아름다운 물질의 교향악을 통해 고토록 다채롭고 풍부한 세상이 펼쳐진다는 게 내게는 너무나 놀랍게 느껴져. _ p.120"


​​


요 며칠은 초록 나뭇잎과 동그란 매실을 보아도 원자 생각이 났다. '내가 원래 물리학을 좋아했던가?' 기막힌 착각을 한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 양자 역학은 원자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아주 작은 물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합쳐져 큰 물질에서 일어난다. 미세 세계를 공부하는 것은 우리를 그리고 우주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양자역학은 이해하든 못하든 받아들이는 것임을 배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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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토비아스 휘터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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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챗GPT를 써보고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가 영화 속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겠다. 당분간 인공지능 개발을 멈추자는 의견들이 모였지만 거대한 흐름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어지럽다.

저자는 왜 지금 1900~1945년에 주목할까? 20세기 초 두 번의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인류 최대의 비극이 일어났던 그 때 역설적이게도 물리학이 찬란하게 꽃피우게 된다. (전쟁의 때 과학이 급격하게 발전한 것은 정치가들의 필요에 의해 과학에 막대한 인력과 돈이 들어갔기 때문인걸까?)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이다.

'21세기 초'를 살고 있는 우리가 '20세기 초'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으면 불행했던 과거가 관성처럼 반복될 것이다. 과학이 주도하고 있는 대변혁의 시대에 살고 있어 불안하다. 혹시나 일어날지 모르는 비극적인 미래를 막고자 하는 저자의 바람이 책에 묻어있는 것 같다. 과학사를 통해 지금을 사는 지혜를 구해본다.

책은 연도별 시간순으로 전개된다. 100년 전 물리학자들의 사생활을 들추며 펼쳐진다. 상상력으로 지어낸 픽션도 아니고, 어떻게 과학 논픽션이 이렇게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담아낼 수 있었을까 싶었는데 과학자들이 썼던 편지, 메모, 연구 논문, 일기, 회고록에서 자료를 수집했다고 한다. 소설처럼 재밌는 요소들이 이곳저곳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내면의 묘사가 꽤나 구체적이다. 현재형으로 서술된 순간들은 긴장감이 넘친다.

가정파괴범을 싫어하는지라 존경했던 과학자들의 불륜 이야기가 나오자 편집된 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그들에게 적잖이 실망했다.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이라고 해서 사생활까지 완벽하리란 보장은 없나보다. 학창시절 물포자(물리를 포기하려는 자)였던 나에게 양자역학 이야기는 여전히 어려웠지만, 드라마처럼 물고 늘어지는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덕분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1903년 파리 / 균열의 시작

1903년. 지금까지 알던 세상이 뒤집어지기 시작한다. 여성 연구자, 마리 퀴리의 손끝에서 굳건했던 고전역학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고전역학 : 뉴턴의 운동법칙을 기본으로 하는 역학)

"방사선은 저절로 생긴다. 아무런 원인 없이. 이 주장으로 마리 퀴리는 물리학의 토대인 인과 법칙을 흔들었다 ... 물리학의 철칙인 에너지보존법칙도 과감히 버렸다. _p.37"

반짝이는 업적처럼 화려할 것 같았던 마리 퀴리의 연구과정은 전혀 우아하지 않았다. "그것은 글자 그대로 뼈가 부서지는 작업이었다." 살인적인 중노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수 라듐을 상상하고 손에 쥐며 행복했다고 하니 과학자는 그녀의 천직이었나 보다. 엄마로서의 삶은 어떠했을까?

"다만, 행복 가운데에서 불행한 한 사람이 있었다. 퀴리 부부가 헛간에 실험실을 차리기 전에 세상에 온 그들의 딸, 이렌이다. _p.39"

마리 퀴리의 딸은 연구로 바쁜 엄마 아빠의 얼굴을 거의 못보며 자랐고 분리불안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자녀를 할아버지에게 맡겨놓고 일하면서 지금의 워킹맘들과 비슷한 고민과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1915년 베를린 / 완벽한 이론, 미숙한 관계

"그가 지금 몰두하는 작업은 다름 아닌 뉴턴의 역학을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벌써 수년째 이 쿠테타를 준비해왔다. _p.85"

아인슈타인은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완벽한 이론과는 별개로 그의 가정생활은 미숙했다. 내연녀에게 쓴 편지에서 어린 아들이 아파서 요양을 가는데 혼자 있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모습이나 아내에게 쓴 쪽지에서 드러난 남성 우월주의 어조는 실망스럽다.

"좋은 소식일 수 있는데, 아내가 아들을 데리고 가게 될 테고, 그러면 나는 한동안 베를린에 혼자 있게 될 테니 말이오. _p.83"

"세끼 식사를 방에서 할 수 있도록 제대로 상을 차려 대령하시오. _p.83"




1919년 카리브해 / 개기일식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노벨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확신했고, 노벨상 상금을 모두 아내에게 주기로 약속하면서 이혼 합의에 도달한다. 과학자로서의 자부심도 놀랍지만, 인류의 평화를 위해 쓰여야 할 노벨상 상금이 이혼 합의금으로 쓰였다니 씁쓸하다.

아인슈타인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스타가 된다. 각종 언론에서 그와 상대성이론에 관한 기사가 쏟아졌다.

"상대성이론이 새로운 과학 아이디어의 신대륙을 열었다 _ 왕립학회 회장, 톰슨"

"과학의 혁명 / 우주의 새 이론 / 뉴턴의 아이디어가 전복되다 _ 런던 타임스"

그러나 나치주의와 독일물리학을 앞세운 반대 운동이 싹텄는데, 현대 이론물리학을 '유대인의 과학'이라며 거부하며 평화주의자 아인슈타인에게 적개심을 드러낸다. 반유대주의자들의 살해위협에도 아인슈타인은 문화적 시오니즘(유대인들의 민족 국가 건설을 위한 민족주의 운동)을 옹호하고 여성의 낙태할 권리, 동성애자가 처벌받지 않을 권리, 개방적 성교육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여자들을 함부로 대했던 것을 보면 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닌가보다.


1922년 괴팅겐 / 아버지를 찾은 아들

전자는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다. 입자면 입자고 파동이면 파동이지, 어떻게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라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 거시적 세계에 살고 있는 내가 미시적 세계를 이해하기는 힘든 일이다. 영화 '앤트맨'은 재밌게 봤지만 영화 속 양자역학 스토리는 공감하지 못하고 흘려버렸다. TV 프로그램 '유퀴즈'에서 물리학자 김상욱교수는 "양자역학은 이해보다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한 학문"이라고 말했다.

"전자를 입자 또는 파동으로 상상할 수 있다. 둘 다 맞지만 완전히 맞진 않다. 전자는 어떤 면에서 입자처럼, 어떤 면에서 파동처럼 행동한다. 우리의 직관은 전자의 이런 이중성을 거부할지 모르나, 현실세계가 그렇다. _p.131"

보어는 다른 물리학자들 달리 계산하지 않고 '공감과 추측'으로 지식으로 얻었다고 한다. 하이젠베르크는 보어를 '철학적 의미에서 물리학을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보어는 이러한 창의성을 바탕으로 원자 구조, 양자역학에 기여할 수 있었다.

"보어의 강점은 직관이다. 그는 직관으로 세계의 구성 성분을 감지한다 ... 그는 철학자처럼 사색하고, 시인처럼 단어와 씨름한다. _p.132"

"보어의 논문에는 과학 못지않게 예술도 많이 들어 있었다. _p.136"




1923년 코펜하겐 / 보어와 아인슈타인

용호상박. 여기 전차를 타고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친 채 대화 삼매경에 빠진 보어 아인슈타인이 있다. 나는 꾸벅꾸벅 졸다가 내려야 할 지하철 역을 놓친 적이 많은데, 그들은 물리학에 관한 대화에 깊이 빠져들어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쳤다.

"아인슈타인 교수님, 잘 생각해보십시오. 정확히 보셔야 합니다 ..." 보어가 덴마크 억양의 독일어로 맞선다.

"아니, 아니죠 ..." 아인슈타인이 보어의 양자 도약을 반박핮다.

"하지만, 하지만..." 보어 역시 물러서지 않는다.

두 사람은 다른 승객의 놀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친 것도 모른 채 한참을 더 간다.

"여기가 어디죠?" 아인슈타인이 묻는다. 보어도 이곳이 어딘지 모른다. _p.150"


1927년 브뤼셀 / 대논쟁

막스 프랑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파울 에렌페스트, 막스 보른, 닐스 보어, 에르빈 슈뢰딩거, 루이 드브로이, 헨드릭 크라머스, 볼프강 파울리,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폴 디랙. 양자물리학의 거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만 봐도 "기대감은 하늘을 찌른다."

"보어에게 아인슈타인의 평가는 매우 중요했다. 아인슈타인은 여전히 물리학의 교황이기 때문이다. _p.305"

OB vs. YB

회의가 진행되면서 '옛날 양자물리학자 vs. 새로운 양자물리학' 사이의 갈등 전선이 명확해졌다.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플랑크, 로렌츠 같은 나이 많은 물리학자들은 이미 확립된 고전 물리학 질서를 방어한다.

하이젠베르크, 파울리, 디랙으로 대표되는 젊은 도구주의자들은 철학이나 의미론 또는 쓸데없이 꼬치꼬치 따지는 데는 인내심이 없다.

한 편지에서 에렌페스트는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대화가 마치 체스 경기는 보는 것 같았다 표현한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상대성이론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똑같은 태도로 양자이론에 반대했다. 어떤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는 '양자 문제를 상대성이론보다 100배나 많이 숙고했다' 털어놓은 바 있다. 아인슈타인은 그 누구보다 양자역학을 더 잘 이해했지만 그것이 볼완전하다고 여겼기에 단지 동의하지 않았을 뿐이다. 반박과 재반박이 꼬리에 꼬리는 무는 토론이 깊어진다.




1930년 브뤼셀 / 2라운드, 완패

1930년 브뤼셀 솔베이회의. 보어와 아인슈타인의 결투 2라운드를 위한 장이 열렸다. 만반의 준비를 갖춰 등장한 아인슈타인이 베른 특허청에서 일했을 때 발견한 비장의 무기 E=mc² 공식을 이용해 양자역학을 공격한다.

"아인슈타인은 늠름하게 허리를 곧추세우고, 여유롭게 담배를 입에 물고, 옅은 미소로 승리를 만끽하며 조용히 메트로폴 호넬로 돌아갔다. _p.332"

그의 뒤에서 화가 난 보어는 흠씬 두들겨 맞는 개처럼 보였다고 한다. 이날 밤 보어는 잠들지 못했고, 고뇌로 밤을 샌 보어가 다음 날 아침 당당하게 흠씬 두들겨 맞은 개와는 거리가 아주 먼 모습으로 호텔 식당에 나타났다. 보어는 아인슈타인이 간과한 것을 내놓으며 방어한다. 이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말문이 막힌 쪽은 아인슈타인이다.

1931년.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에 대한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를 노벨상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하니 그는 완고하되 쩨쩨한 사람은 아니었다.


1933년 베를린 /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독일에 사는 50만 유대인에게 암흑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강연 여행 중인 아인슈타인이 다시는 독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히틀러는 유대인에게 관대하다는 인상을 주느니 차라리 독일 과학을 버리는 사람이었다. 아인슈타인의 책들도 화염에 던져졌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세계는 불확실해졌다.




1943년 프린스턴 / 약해진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에도 참여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자역학에 설득된 것은 아니었다.

"양자이론의 위대한 첫 성공이 나로 하여금 신의 주사위 놀이를 근본적으로 믿게 하지는 못합니다. 비록 젊은 동료들이 이것을 노인의 고집으로 해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더라도 말입니다. _p.466"

보어는 이따금 고등연구소 옆 아인슈타인 집에 들렀고, 두 노신사는 양자역학에 대해 다퉜지만 그것은 이제 결투가 아니라 소중한 루틴에 가까운 위로였다.


1945년 / 원자폭탄

마이트너와 프리쉬는 원자핵의 새로운 모형을 설계했다. 핵에서 나오는 폭발 에너지를 추측해보았는데 어마어마한 수치가 도출되었다.

"원자핵에서 나오는 이 에너지가 할 수 있는 것은 파괴이다. 그리고 이 파괴는 모든 물리학자가 상상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빨리 일어날 것이다. 그것이 빛나는 물리학의 시대를 어둡게 할 것이다. _p.439"

자칭 신념 강한 평화주의자 아인슈타인은 루스벨트에게 원자폭탄 개발을 촉구했고, 몇 년 뒤에 그는 이것을 "인생 최대 실수"라고 부르며 후회했다.

히틀러가 폴란드를 공격하고,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에 전쟁을 선포했다. 전쟁 상황은 더 나빠졌고 루스벨트는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수많은 세계 최고 물리학자가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1945년 8월 6일.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터뜨렸다. 물리학자들은 수십만 명의 죽음에 책임감을 느끼는 느꼈다.

"내가 25년 동안 함께 겪었던 원자물리학의 진보가 수십만 명이 훨씬 넘는 사람을 죽이게 되었다는 사실을, 나는 직시해야만 했다. _p.477"

"이것이 바로, 마리 퀴리의 손끝 균열에서 히로시마의 원자 폭탄까지 이어진 역사의 어두운 면이다. _p.478"


취리히연방공과대학교, 프린스턴, 캠브리지, 옥스포드 등 지금도 명문대로 통하는 유수의 대학들. 천재 과학자들의 지식 협력은 현대물리학의 황금기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 황금기의 끝에 원자 폭탄이 자리하고 만다.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과학이 발전하면 뭐하나? 그들의 유능함은 전쟁이 아니라 사람을 위하는데 쓰였어야 했다. 최악의 어리석음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같은 바람으로 <<불확실성의 시대>> 가 쓰여졌다고 생각한다.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를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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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유치원(김석민) 지음 / 책밥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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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서학개미의 메마른 계좌에 단비가 내리길 기대하며


주식에 ‘주’자도 모르던 주린이가 21년부터 동학개미, 서학개미 열풍에 동조하며 주식판에 겁없이 뛰어든 게 어느덧 만으로 3년째가 되어간다. 그동안 초심자의 행운으로 21년의 주식판은 마냥 행복했었던 것 같다. 뭐든지 사놓기만 하면 다음날 올라가있던 시기였으니까. ‘주식? 이까이꺼 뭐 너무 쉽네’ 얼토당토않은 건방진 자만심을 맘껏 뿜어내던 시기였다.


하지만 이러한 초심자의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고 22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지옥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벌어진 전쟁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켰고 지금껏 마음껏 달러를 뿌려대던 연준은 부랴부랴 다시 달러를 주워 담기에 혈안이 되었다. 급격한 금리인상은 오늘날 경기침체의 단초를 제공하였고 급기야 은행권의 몰락과 기업의 실적악화와 부도우려 증가라는 수많은 경제문제를 일으키고야 말았다. 21년의 화려했던 나의 주식 계좌는 23년 지금은 매우 초라해져 버렸고 나의 심신도 덩달아 받는 스트레스로 무척 쇠약해져 버렸다. 역시 주식은 절대 접근하기 쉬운 분야가 아님에 틀림없다. 감히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체 겁없이 도전하다니 지난 어리석음에 대한 뒤늦은 뼈저린 후회가 주눅든 심신을 더욱 아리게 했다.


이제라도 제대로 공부하고 다시 도전해보고자 하는 나에게 이 책은 작은 희망이자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 같다.


어쩌면 지금이 해외주식 투자를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모두가 열광하는 때가 아니라 모두가 떠나갈 때, 묵묵히 제 2의 애플, 제 2의 아마존을 찾기 위한 공부를 지속한다면 긴 하락장을거쳐 주식시장이 다시 상승장으로 돌아설 때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해외주식 기초수업이라는 이 책은 비록 초점은 해외주식 초보자들에게 맞추어져 있지만 개별종목 투자법이나 실전투자 전략 그리고 배당주 투자법등은 국내주식 투자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국내주식투자에 있어서도 큰 틀안에서는 기초를 쌓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국내주식에 비해서는 용어도 너무 생소하고 정보도 매우 부족한 해외주식투자에 있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분명히 국내주식과 비슷한 비율로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잔금은 오히려 국내계좌에 비해 불어난 기이한 현상에 굉장히 의아해 하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해 원화로 환산된 잔액은 더 오른 결과라는 걸 이책을 보고서야 비로서 이해했을 정도였으니까.




또한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해외기업도 쏙쏙 뽑아서 알려주니 일단은 나도 그중에서 한번 선택해 보자하는 뜻모를 안도감마저 들었다. 현재 서학개미 매수 1, 2위는 테슬라와 애플이 차지하고 있다. 역시 테슬라와 애플인건가...




개별종목에 대한 재무데이터, 과거 차트, 그리고 전문가들의 목표가 까지 다양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방법들을 서술한 내용들은 그 정보를 몰라 막연히 이름만 듣고 투자하던 까막눈에 혜안을 심어준 것 같았다. 특히 산업의 섹터별 투자법과 생애주기별 투자법은 참 깊은 인상을 주었다. 현재 인기 있고 잘나가는 산업 분야가 있고 또 그 산업은 다시 생애주기별로 가치가 다르게 평가받는다니 처음 접해 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처럼 살얼음판 같은 주식판에 다양한 투자방법과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난 지금껏 까막눈을 하고 겁없이 돈을 투자해가며 맘졸이며 손실난 계좌만을 붙들고 부들부들 거리고 있었던가? 정말 지금와 생각하면 남이 알까 부끄러울 정도다.


이제 깨달음과 배움의 시작이다. 이 책을 통해 앞으로의 투자는 좀 더 지혜롭고 현명하게 이루어져 메마른 오늘의 계좌에 내일은 단비가 촉촉이 내리길 기대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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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떠나는 세계 지형 탐사
이우평 지음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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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 더 많은 게 보일수록 더 많이 사랑하게 된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엉뚱할 수 있지만 책 표지를 보고 영화 '겨울왕국2'가 생각났다. 표지의 작은 눈송이 그림과, 4컷 사진 색감이 4대 정령 (불, 땅, 물, 바람)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마치 Into the Unknow '미지의 세계로 따라와' 하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여행을 좋아하신다. 패키지를 통해 여행을 다녀오실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찍어오신 사진들을 모아 장소별로 포토북을 만들어 드렸다. 포토북을 만들면서 사진을 추리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사진을 보는 것 만으로도 간접여행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직접 여행한 것은 아니지만 마치 내가 다녀온 것처럼 약간의 설레임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전 세계를 누비며 여행을 다니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현실은 텔레비전에서 '걸어서 세계속으로' 여행 프로그램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나중에 두번째 스무살이 되면 그때는 정말 여행을 많이 다녀보고 싶다.) 현실적인 조건들 때문에 지금은 갈 수 없는 지형 지질 명소들을 이렇게 근사한 책을 통해 먼저 경험할 수 있어 즐겁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지형.지질 경관의 미적 가치뿐 아니라 그 지형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어떤 자연사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환경.생태적 가치는 무엇인지, 그곳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는지 등을 함께 살펴본다면 여행의 즐거움도 배가될 것이다. _ p.006"


# 미국 # 화산

​표지를 넘겨 북아메리카를 열면 옐로스톤의 그랜드 프리즈매틱 온천의 비현실적인 사진이 나온다. 이것은 사진일까? 그림일까? 한참을 들여다봤다. 어떤 예술작품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온천수의 색깔이 주황색, 빨간색, 갈색, 초록색 등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은 수온에 따라 각기 다른 종류의 박테리아가 서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랜드 프리즈매틱 온천은 바락고 선명한 총천연색을 띠는데,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빼어난 색감을 자랑한다. 규모가 커 평지에서는 제대로 보기 어려워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만 형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매머드 온천은 흰색, 회새 그리고 노란색부터 오렌지색, 갈색 등 다양한 금빛 계열 색상을 띠며, 거대한 석회 테라스가 장관이다. 이외에도 에메랄드 색, 파란색, 붉은색 등 다양한 물 빛깔의 온천이 있다. _ p.023"


지리학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배우는 지리학은 재밌다.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장점이 3D 개념도 그림들이다. 3D 개념도를 살펴보다 보면 나같은 지리 문외한도 머리속에 지형의 발달사를 떠올릴 수 있다.

옐로스톤 칼데라의 생성과정을 3D 개념도를 통해 보자. 마그마가 분출되고 빠져나간 뒤 거대한 동공이 생겨났고 냉각되어 고화된 분화구가 함몰하여 칼데라가 형성되었다. 장구한 시간에 걸친 지형의 변천사를 떠올릴 수 있다. 자세히 보면 더 아름답다.



# 중국 # 수직 절리 기암

위안자제는 영화 '아바타'에 영감을 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떠다니는 할렐루야 산의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상상력은 자연보다 한 수 아래인 것 같다.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그곳에 꼭 가보고 싶다. ​


"전역에 걸쳐 우뚝솟은 기암들로 가득 찬 협곡이 회랑처럼 이어져 있다. _ p.394"

우링위안의 기암괴석은 석영사암으로, 이 석영사함이 오랜 지질시대를 거쳐 융기와 침강을 거듭하면서 지금의 경관이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3D 그림과 친절한 설명을 읽으며 그 오랜 시간을 상상해볼 수 있다.


# 탄자니아 # 단층호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나트론호. 생명체가 호수에 발을 들여놓으면 저주에 걸린 듯 돌처럼 굳으며 죽음을 맞아 죽음의 호수로 알려졌다고 한다. 나트론호를 죽음의 호수로 만든 것은 호수 바닥에 침전된 '탄산수소나트륨'이라고 하는데, 이 물질은 빵이나 과자 등을 만들때 넣는 식품첨가물로 일명 '베이킹소다'라고 한다.

죽음의 호수를 생명의 호수로 삼는 핑크빛 꼬마홍학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꼬마홍학은 염기성이 강한 탄산수소 나트륨을 이겨 내는 면역체계를 갖춰 호수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염기성이 강한 호수가 하이에나와 같은 천적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천혜의 보금자리가 되는 셈이라고 하니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꼬마 홍학이 분홍색인 이유는 먹이인 게와 새우 등 갑각류에 들어있는 아스타신이라는 붉은 색소 때문이다. _ p.529"


# 성산일출봉

한국의 다이아몬드 헤드, 성산일출봉도 한반도 대표 화산지형으로 함께 소개되는데, 세계에서 보기 드문, 바다에서 분출하여 생긴 분화구로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익숙한 곳이 나오니 이렇게 반가운 것을 보면 이우평 선생님의 '한국 지형 산책' 시리즈도 함께 읽어봐야 겠다.

# 에콰도르 # 열점사슬 해저화산군, 하이드로볼케이노

다윈의 갈라파고스핀치로 우리에게 유명한 갈라파고스제도. 독특한 기후에서 비롯된 다양한 생물상, 형성과정 등 이우평 선생님의 설명을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갈라파고스제도가 왜 자연사 연구의 메카라고 불리는지 알게된다.

인간과 공존하는 갈라파고스제도의 동물들.

생선가게에서 먹이를 얻어먹으려고 사람 옆에 서있는 바다사자의 모습이 정말 귀엽다. 시골에 가면 식사 때마다 길냥이들이 배고프다고 야옹하며 찾아오는데, 그 고양이들이 떠올랐다.

"갈라파고스제도에 사는 바다사자, 바다이구아나, 펠리컨, 핀치 등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최초로 이곳에 도착한 동물들이 저마다 포식자가 없는 환경에서 진화했기 때문이다. _p. 647"

생태계의 보고 같은 곳이지만 최근 생태적 안정을 무너뜨리는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났다. 기온과 수온이 모두 급격히 올라가며 생명력을 잃고 수많은 해양포유류와 조류가 굶어 죽는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사람이 시작한 일이지만 인간과 동물 모두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켜야 하는 이유이다.

30년 차 지리 교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역시 내공이 만만치 않다. 책의 출간까지 4년 가까이를 많은 분들이 함께 고생했다고 하는데, 참고문헌과 이미지 출처를 밝히는데만 27여 페이지를 할애했을 만큼 책을 쓰는데 연구한 자료의 양이 엄청난 것 같다. 총 680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작가는 "지면 부족으로 책에 싣지 못한 곳도 적지 않으며 소개한 곳들 또한 많은 내용을 다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이 세상에는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곳들이 넘쳐나기 때문일 것이다.

지구의 나이테를 엿볼 수 있는 '그랜드케니언', 빙하가 빚어낸 북유럽의 비경 '피오르', 지하세계에 펼쳐진 은하수 '와이토모동굴' 등 전 세계의 위대하고 아름다운 지형 55곳. 수박 겉핥기 아니라 지형 지질학적 시각으로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새삼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같은 인증샷을 찍더라도 속을 알고 찍으면 더 감동적인 사진이 나올 것만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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