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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25만 부 기념 전면 개정판) -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평점 :
조용하지만 단단한 문장 속에서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사색과 위로를 생각하게 하는 책.

25만 부 기념 전면 개정판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
이번 개정판은 국내 독자들의 요청을 반영해 본문 하단에 QR코드를 삽입했다.
덕분에 저자가 언급한 예술 작품을 책을 읽으며 곧바로 감상할 수 있다.
이는 저작권사의 특별 허가를 받은 한국어판의 독점 구성으로,
‘읽는 책’에서 ‘보는 책’으로 확장된 새로운 감상 경험을 선사한다.
책을 덮을 때마다 글을 읽은 것이 아니라 작품을 직접 본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QR코드를 통해 작품을 바로 마주할 수 있는 이 특별한 방식은, 활자와 예술을 하나로 잇는 다리처럼 느껴졌다.
덕분에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를 넘어 삶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전시회가 되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일의 의미와 존재의 온기를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인상 깊었던 문장
"나는 거북이처럼 흐르는 파수꾼의 시간에 굴복한 것 같다."
(pg.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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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으며 ‘굴복한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늘 시간을 이기려 애쓰지만, 경비원의 시간은 오히려 시간에게 자신을 맡기는 법을 가르쳐준다.
나도 언젠가부터 멈추는 법을 잊고 살았다.
이 문장을 통해 내 속도를 조금 늦추며 지키는 시간의 의미를 배우고 싶어졌다.
"나는 사치스러운 초연함으로 시간이 한가히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구식의, 어쩌면 귀족적이기까지 한 삶에 적응해버렸다."
(pg.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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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세상과의 거리를 잠시 두고 시간과 화해한 한 사람의 고백처럼 들린다.
그는 더 이상 시간을 관리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안에 머물며,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빠름이 미덕이 된 시대 속에서 그에게 ‘초연함’은 무심함이 아니라 자신을 되찾기 위한 가장 섬세한 저항이었다.
그렇게 그는 효율적인 삶이 아니라 온전한 존재로 머무는 삶을 택했다.
나도 언젠가 한가로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의 호흡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소위 비숙력직의 큰 장점은 엄청나게 다양한 기술과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이다. 화이트칼라 직종은 비슷한 교육을 받고 관심도 비슷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료가 어느 정도 비슷한 재능과 정신세계를 지니고 있다. 경비원 세계에는 이런 문제가 없다."
(pg.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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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세계에는 이런 문제가 없다.”는 말에는 단순히 직업의 특성을 넘어,
인간을 '동일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평등함이 배어 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일이 사람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살아가는 이유를 다시 묶어주는 끈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기준에 갇히지 않고, 사람 그 자체를 바라보는 눈을 갖고 싶어지는 따듯한 문장.
📚 위드인페이지_
미술관을 거닐 듯 책 한 장 한 장을 천천히 넘기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미술관의 경비원처럼 하루의 속도를 늦추고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화려한 예술의 중심에서조차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저자의 태도는 결국 삶을 견디는 또 다른 방식이었다.
“이 푸른색 근무복 아래에는 정말 갖가지 사연이 있을 거예요.”라는 문장은 내 마음을 오래 붙잡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 역시, 겉으로는 평범해 보여도 저마다의 사연과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술관을 지키며 노동의 시간 속에서 사색의 시간을 발견했고, 그 고요한 시선은 나에게도 지켜야 할 가치를 다시 묻게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삶의 무게를 품고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예술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쉽게 놓치는 온기와 품격을 일깨워준다.
소리 없이 흘러가는 일상의 시간 속에서, 우리 각자에게도 저자의 사치스러운 초연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대하는 마음, 사람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스스로를 지키는 방식에서 조금 더 사려 깊고 단단한 생활의 예술가로 살아가고 싶다.
삶을 단번에 바꾸진 못하더라도, 하루를 온전히 마주하려는 이 다짐이 이 책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다.
*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서평단 목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