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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종, 생각보다 괜찮은 아이디어 -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철학적 사고 실험
토드 메이 지음, 노시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평점 :

인간이 환경에 끼치는 모든 해악과
다른 생명체에게 가하는 모든 고통을 감안했을 때,
우리 종이 계속 번식해서 존속하기보다는 없어지는 편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 무겁지만 어렵지 않은, 생각보다 재치 있는 인류 반성문.
✔️ “인류는 존재해야 하는가?” 근본적 물음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
✔️ '더 나은 세상'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 인간이 사라지면 세상은 정말 더 나아질까?
우리는 인류가 멸종해야 마땅한지 묻지 않을 것이다. 그런 물음 밑에 깔린 생각은 대략 다음과 같다. 우리 인간은 근래에 비인간 생명체에 대단한 해악을 끼쳤다. 인구 과잉, 공장식 축산, 플라스틱 생산, 온실가스 배출, 동물실험 등 서로 연계된 활동을 통해 지구에 계속 살기 위한 도덕적인 자격을 스스로 훼손했다.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며, 여기에 유일하게 적합한 처벌은 우리의 존속을 중단하는 것이므로 인류 멸종은 적절한 보복 조치다. (pg. 33)
그렇다면, 비록 인가이라는 종이 멸종당해 마땅하지 않다고 해도, 멸종하면 결과적으로 더 좋은 것 아닌가? 그게 바로 우리가 던지는 질문이다. 인간이 환경에 끼치는 모든 해악과 다른 생명체에게 가하는 모든 고통을 감안했을 때, 우리 종이 계속 번식해서 존속하기보다는 없어지는 편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pg. 34)
✨ 저자는 인류의 해악과 가치를 번갈아 제시하며 끝없는 저울질을 이어간다. 마치 논쟁을 스스로와 반복하는 듯한 ‘철학적 핑퐁 게임’ 같다. 반복적인 서술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는 단순한 주장보다 생각하는 과정 자체를 보여주려는 치열함이 느껴졌다.
➡️ "인간의 관점"
생각해볼 문제가 또 있다. 나라면 인간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때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떠올릴 것이다. 그 아름다움은 인간인 내게 아름다움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인간이 아름다움으로 인식하는 어떤 것이 있고, 그것은 계속 존재하는데 그 아름다움을 인식할 인간이 없다면, 이 사실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pg. 40)
반드시 인간이어야만 고려하거나 내세울 수 있는 관점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pg. 41)
✨ 결국 인간 세계는 인간의 인식 안에서만 존재한다. 우리가 사라진 뒤의 세계를 논하는 일조차 인간 중심적 사고의 연장이며, 그 아이러니 속에서 인간 존재의 한계를 실감하게 된다.
➡️ 행복한 사람이 많으면 이 세상도 행복한걸까?
책에서는 '공리주의'를 주의깊게 다룬다.
공리주의는 행복이 불행을 초과해 최대치가 되도록 행동하라고 조언하는 철학이다.
하지만 이때 행복이 고통이나 불행을 초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행복을 부르는 행동이 그 대가로 더 큰 불행을 일으킨다면, 그건 올바른 공리주의적 행동이 아니다.
⟪인류 멸종, 생각보다 괜찮은 아이디어⟫를 읽고,
✨ 이 책은 단순히 ‘인류가 멸종해야 하는가’라는 극단적인 질문을 던지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질문을 통해 우리가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저자는 인간의 이기심과 위선, 동시에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과 연민을 나란히 놓고 끝없이 저울질한다. 그 과정은 때로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성찰의 출발점이 된다. 인간이 없는 세상이 더 나은가를 고민하는 일은 결국 ‘인간답게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는 것이 아닐까.
명확한 답은 없지만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남겼다. 그리고 그 질문을 붙잡고 스스로 생각할 때, 인류의 존속은 조금 더 정당해질지도 모르겠다.
* 출판사로부터 서평 목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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