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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단어 - 늘 따라오는 것, 쫓아오는 것, 나를 숨게 하지 않는 것, 무자비한 것,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한 것
김화진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6년 1월
평점 :
10명의 작가가 간직해온 ‘나만아는 단어’집.
그것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책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문득 아무이유없이 나에게만 특별히 다가오는 단어가 있고,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도 있고, 오롯히 나 혼자만 알고 싶은 단어도 있다. 구태여 꺼내보지 않지만 그렇게 내 기억 속에도 몇몇 잠재워진 단어들이 있곤 했는데 내가 아닌 타인의 그런 단어집을 들여다본다는 건 꽤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열 명의 소설가, 시인, 번역가가 소개해준 5가지의 단어들 중에는 익숙하게 알고 있는 단어도 있고, 처음들어보는 단어도 있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단어도 있었는데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단어를 소개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고원_황유원
다들 알다시피 정상에 오르면 다음에는 내려가는 길뿐이다. 정상은 짜릿하고도 짧다. 반면에 고원에 올라 산책하면 어느 정도 높은 강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지속적인 고양감 속에 머무를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고원에서도 내려가야 하는 게 우리의 인생.
->작가는 시쓰는 일이 실은 고원을 산책하는 일 같다고 했다. 비단 시쓰는 일만일까. 넓게는 우리의 인생이 고원을 산책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단어에 나도 참 많이 머물러있었던 듯하다. 고원을 올라가는 여정보다 고원의 상태에 좀 더 오래 머무르는 시간을 갖고 싶은데 고원이 어디인지조차 모른채 나아가는 것만 같아서.그렇기에 읽는 내내 가장 많이 되뇌이며 읽었던 단어인 것 같다.
쿠머스펙_임선우
쿠머스펙은 독일어로, 근심을 뜻하는 ‘쿠머’와 지방을 뜻하는 ‘스펙’의 합성어이다. 직역하면 ‘근심 지방‘. 슬퍼서 먹은 음식으로 인해 찐 살을 의미한다.
->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먹는 자와 덜 먹는 자로 나뉜다는데 나도 전자. 스트레스는 먹는거와 수다로 풀어야한다는 생각하는 나인데 이렇게 찌운 살을 뜻하는 단어가 있다니.
명왕성_유선혜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의 명왕성은 가장 비극적인 주문이었다. 명왕성은 이제 행성이 아니기 때문.
명왕성이 행성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은 왜행성인 ’에리스‘의 발견이었다. 이를 행성으로 인정하면 너무 많은 천체를 모두 행성으로 인정해야만 했기에 결국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박탈하기로 한다.
->명왕성은 더이상 행성이 아니다. 이를 발견한 마이클 브라운 교수는 어린아이들에게 ’명왕성 킬러‘라 불리우며 수많은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명왕성이 더이상 행성은 아니지만 그래서 명왕성은 비로소 ’명계‘의 이름에 완벽하게 어울리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여담이지만, 나도 나만 알고픈 단어가 있다. 그중 하나가 ’윤슬‘이었고 ‘잠시 비치는 햇볕을 뜻하는 ’볕뉘‘였다. 단어만 듣고도 이미지가 떠오르게 만들어서 기분을 몽글몽글하게 해주는 단어.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