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집으로 향한다 - 방랑자 헤세, 삶의 행복을 위한 여정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BOOKERS(북커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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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집으로 향한다]

밤에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가 하는 말을 들으면
방랑에 대한 갈망에 가슴이 찢어진다.
그것은 고통으로부터 멀리 떠나고 싶은 욕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것은 고향과 어머니의 기억에 대한 그리움, 삶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것이 나를 집으로 인도한다.
모든 길은 집으로 향한다.
모든 발자국은 탄생이고, 모든 발걸음은 죽음이고, 모든 무덤은 어머니다.
-p64 <모든 길은 집으로 향한다>

난 늘 헤르만 헤세 앞에,
‘나의‘ 헤세라고 불렀다. 내가 어린시절 싱클레어의 <데미안>을 통해서 헤세를 처음 알았고
그 후로도 나는 여러번의 <데미안>을 읽어나갔지만 여전히 난, 아직도 싱클레어를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헤르만 헤세는 ’나의 헤세’였고 나에겐 알을 깨기 위한 ‘인도자’였다.

<모든 길은 집으로 향한다> 책을 통해 처음으로 ‘방랑자 헤세’를 마주했다.
방랑자인 헤세는 따스했고 시인인 그의 시는 친절했다. 개인적으로 그의 시를 처음 접하면서 이토록 친절한 헤세였던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

중반부에 헤세가 말하길,
‘시인이 되고 싶었는데 시인이 되었다. 집을 짓고 싶었는데 집을 지었다. 아내와 지식을 갖고 싶었는데 가지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그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포만감은 내가 참을 수 없는 느낌이다. 모든 휴식은 새로운 갈망을 낳고 나는 많은 우회로를 걷게 될 거고, 많은 성취에 실망하게 될 거다. 하지만 언젠가는 모든 게 나름의 의미를 보여 줄거다’.

그가 말하는 소위, 열반에 나도 도달해볼 수 있을까. 한걸음조차 나아가지 못한 것 같은 나의 방황에 그의 방랑이 울림이 되어 수없이 물음표를 찍었던 구절. 그럼에도 아직도 남아 있을 아니, 다가올 숱한 대립에 나는 꿋꿋히 서서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을까.

그렇게 읽다보니 후반부부터는 헤세의 시가 등장했다.
작고하기 일 년 전에 <계단>이란 시선집에 실린 50편의 시를 담았다.
그 중 <봄날>이란 시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덤불에 바람이 불고, 새가 지저귀고,
높고 맑은 푸른 하늘에
고요하고 당당히 떠 있는 구름배.
나는 금발 여인을 꿈꾸고,
내 젊은 시절을 꿈꾼다.
높고, 푸르고, 넓은 하늘은
내 동경의 요람.
그 안에서 나는 평온한 마음으로
조용한 속삭임 속에
따사로운 축복을 받으며 누워 있다.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있는
아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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