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흐르는 대로 -영원하지 않은 인생의 항로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 -해들리 블라호스 지음 호스피스 간호사. 즉 임종간호는 의학적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는 대신, 며칠이 될지 몇 주가 될지 몇 달이 될지 모르는 인생의 마지막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집에서 편안히 보내기 위해서 옆에서 보살펴주는 일을 하는 간호사를 말한다. 이 글의 작가는 이러한 활동을 하는 호스피스 간호사이고 그녀가 만난 12명의 환자에 대한 기록이다. 죽음을 앞둔 환자를 돌본다는 업을 선택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차마 상상을 못할 것같다. 상상하는 것 조차 숙연해지는 기분이 든달까.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어두웠다고 솔직히 말하고 싶었다. 아직은 죽음이 생소하 나이고 피하고 싶은 나이이고 무서운 나이기에. 한 에피소드를 읽어나갈 때마다 초연하게 받아들이기엔 피하고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끝까지 읽어나가보고 싶은 책이기도 했다. 아마, 12명의 환자에 대한 이야기가 간호사 해들리에게만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 나의 기억에 여운이 오래남는 에피소드가 두가지가 있었는데 바로 세번째 에피소드인 <결국 모든 것이 지나간다> 수할머니 편과 열두번째 에피소드인 <모든 일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애덤 편이었다. 3. 결국 모든 것이 지나간다. -수“언젠가 선생님이 세상을 떠날 때가 되면 천국에서 선생님을 마중 나갈 사람이 줄지어 기다리겠지만, 전부 비켜야 할 거예요. 내가 제일 먼저 선생님을 안아줄 거니까요.” 임종을 앞두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이 데릴러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두렵지 않다는 말하는 할머니를 보며 해들리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도 모르게 울고싶어지는 마음에 다음 편으로 넘어가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 것같다. 12. 모든 일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애덤 애덤은 교모세포종 환자로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길 원하는 환자였다. 호스피스 간호의 경우 대부분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길 원하는 환자와 달리 병원에 있고싶어한다는 환자를 보며 환자마다 임종을 맞이하길 원하는 장소가 다르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렇기에 예측할 수 없는 일로 슬픔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사실은 모든 일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니 스스로를 후회와 자책에 몰아넣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이 책의 원제목이 ‘in -between’이라는 걸 책의 마지막에 가서 읽게 되었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이도 저도 아닌 ‘중간’이 애매모호함이 아니라 사실은 세상과 나의 어중간함을 웃어넘기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어중간함을 정의하는 데는 타인의 의견 따위는 필요없다는 것. 사실 어쩌면 그다지 거창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중간인 나의 삶이, 사실은 인생의 중심이고 그런 나를 누구보다 사랑스럽게 봐주어야한다는 것. 정말 끝까지 이렇게 긴 여운을 남기고 가는 구나 싶다. 그렇게 삶은 또 흘러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