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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열림원 세계문학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이호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평점 :
인간, 실격.
바야흐로 저는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요조라는 남자가 자신의 삶을 고백하는 이야기.
처음엔 여러여자와 동반 자살을 시도한 저자 디자이 오사무의 삶이 이 책의 주인공인 요조에 투영되었나 싶었다. 하지만 이내 곧, 소설을 읽다보면 요조라는 인물에 대한 서사가 비로소 ‘인간, 실격’에 도달하는 그 강렬하고 투쟁같은 고백에 이런 질문은 다 부질없게만 느껴진다.
처음 도입에 들어서는 3자의 시점에서 다시 1인칭 요조의 시점으로 그리고 다시 마지막을 3자의 시점으로장식하며 마무리되어서 다행인 것만 같다. 안그랬으면 그의 지독한 고백에 잠식되었을 것만 같은 기분.
p94.
이 세상을 바다에 비유한다면 그 바다의 천길 깊은 곳에 그런 기묘한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을 것 같은, 뭔가어른의 삶의 밑바닥을 슬쩍 내비친 듯한 그런 웃음이었습니다.
p155.
제가 이른바 ‘인간’ 세상에서 단 하나, 진리처럼 생각되는 것은, 그것뿐이었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참고로, 늘 느끼는 거지만
세계문학은 신기하다. 한번에 읽혀지는 법이 없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는데 여운이 끝나지가 않는다. 데미안이 그랬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그랬고, 달과6펜스가 그랬다. 어떨 때는 끊임없이 나를 괴롭게만들고 생각하게 만들고 질문하게 만든다. 그래서 몇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토록 사랑받는 것인가. 심오하다 말하기엔 단어가 너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게 느껴져 이 심정을 담을 단어조차 내뱉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