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심장 가까이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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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의 [암실문고]

새롭게 선보이는 문고 시리즈였고, 우리가 아는 상식이나 정의의 바깥에, 우리가 아는 단어의 뜻 바깥에 있는 마음들을 주로 탐구한다고 했다. 

어두울 것 같지만 스스로 빛을 지닌 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며 빛을 창조하려고 했던 소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문학

생전 처음 접해보는 장르의 책이었다.

더욱 솔직히 말하자면,  초반에 소설에 입장을 했는데 내가 지금 이 소설 속에 입장한게 맞나? 싶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고, 또 다시 중반을 읽고 있으면 이야기의 전개에 내가 속절없이 끌려가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러다보면 소설의 마지막 장에 다다르게되는데도 나는 여전히 망망대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분마저들게 만들었다

니 좌절한건가...?


이 소설에 대해서 나의 사견을 적는다는 게 처음으로 두려웠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로의 문학에 대해 사유하는 것조차 이렇게 버거운데 말이다. 이게 처음 접해보는 낯설음에서 오는 불편함인지, 애매모호하다못해 날 것그대로을 직면하게 되는 가히 파격적이라고 느껴지는 데서 오는 두려움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녀의 언어는 너무나 강렬하다. 


이 책은 주아나, 오타비우, 리디아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이되지만 사건의 중심이 아닌 의식의 흐름으로 그려진다. 그렇기에 잘 따라가지 않으면 글의 호흡을 놓치기 십상이나, 나중에 가서는  글에서 느껴지는 거친 호흡을 난 그냥 당연하게 받아드리기로 했다.


p62 주아나가 가끔 느낀 자유. 그것은 분명한 성찰로부터 나온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생각으로 조직화하기에는 너무 유기적인 지각들로 이루어져 있었던 듯하다. 이따금 어떤 느낌의 밑바닥에는 그녀가 그 느낌의 종류와 색깔을 어렴풋이 인식하도록 만들어 주는 하나의 관념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p83.”네가 무언가가 아니라고 해서, 또는 무언가라고해서 괴로워하지도 마. 내 생각엔 적어도 네가 이 조언만은 받아들일 것 같구나. 그러고는 익숙해지겠지; 네 느낌, 아까 네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가졌더 느낌말이야. 그건 위인들에 대해서 정확한 의견을 갖지 않은 대가로 얻은 걸 수도 있어.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다른 걸 포기해야 하니까.“


p160. 그동안 행복이나 불행은 늘 부질없었다. 심지어 사랑했던 것들조차 그랬다. 행복하지 않음, 혹은 불행은 너무 강력해서 그녀를 물질적으로 구성하는 원소들을 변형시켜 버렸으며, 진실을 향한 여정이 늘 그래야하듯 그녀에게 단 하나의 길만을 제시했다. 난 계속해서 삶의 고리들을 열고 닫으며, 그것들을 내던지고, 시들고, 과거로 가득 채워진 채, 새로 시작한다. 그것들은 어째서 하나의 덩어리로 합쳐져 인생의 바닥짐이 되어주지 않고 저렇게 각자 외따로 존재하고 있을까?


인덱스 붙이디다가 리디아로 넘어가면서 그마저도 나를 포기하게 만든.  얼마나 나를 첫장으로 내세워야만 내가 리스펙토르의 문학을 이해할 수 있을까싶을정도로 한 장르의 문학이었고 거듭된 충격을 안겨주는 작품이었던 책이었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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