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상자는 세계사를 싣고.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 - 수많은 식물과 인간의 열망을 싣고 세계를 횡단한 워디언 케이스 이야기
루크 키오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2년 8월

당연하게 그리고 익숙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의문의 시작. 

그렇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식물이 어떻게 전세계 각지로 살아있는채 이동이 되었는지에 대해서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문익점 선생님이 붓두껍에 목화씨를 감쳐온 것처럼 씨앗이었으면 모를까. 식물이 살아있는 상태 그대로 대륙을 건너고 바다를 건넌다는 건 정말 한 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었다. 

그렇게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자 중심에는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식물상자 ‘워디언 케이스’가 있었다. 밀폐된 유리상자에서 식물이 물 없이 장기간 살 수 있다는 그 우연한 발견이 시작이었고 그렇게 전 세계 식물 운반에 쓰일 운반용 유리 상자인 워디언 케이스는 탄생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워디언 케이스는 단순히 식물을 운반한 게 아니었다. 이 상자는 ‘환경’을 운반한 거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 상자의 이동으로 우리는 민간 사회가 얼마나 식물 이동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고, 제국주의 과학이 아마추어가 주도하는 과학 사이에서 어떠한 공조 관계를 펼쳤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식물이 전세계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운반수단과 자유로움이란 날개를 달면서 우리는 이국적인식물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침입종, 질병, 병원균으로부터 환경을 지켜내야만 하는숙명도 얻게 되었지.  

2부.파노라마 편에 [아름다움의 이동]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p208. 갈망하는 마음은 식물 거래의 중심에 있었다. 세계 식물의 보고를 알고 싶은 갈망, 외래 식물을 전시하려는 갈망, 외래 식물을 소유하고픈 갈망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갈망을 나타내는 이야기에서가장 돋보인 식물이 ‘네펜테스 노시아나’ 바로 식충식물이었다. 

네펜테스 노시아나. 현존하는 가장 큰 식충식물로 주머니 모양의 잎이 커다란 덫으로 곤충 뿐 아니라 설치류까지 잡아먹을 수 있는 식물. 초등학생때 한번쯤 책에서 봤던 그 조롱박주머니 모양의 아이 ㅋㅋ. 인간의 소유하고자하는 갈망이 이러한 외래식물의 수요를 이끌었고 그 역할을 워디언 케이스가 해주었다는 것. 물론병해충의 피해로 경제적 생태계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는 것 또한 불가피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는아름다움의 이동이었다라고 끝을 맺고 싶다. 

이 책은 도서출판 #푸른숲 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