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분명히 말하고 싶구나. 너는 무시나 경멸이라고 말했지만, 그건 아니었어. 이런 말도 나에겐 터무니없이 들릴지 모르겠다만, 나는 내 침묵이 오히려 수줍음이나 소심함과 비슷한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 말을 조금이라도 중요하게 여기고 말로써 자기를 내세우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인 거야. 나는 그 정도로 나를 사랑하지 않아. 말하기 전에 입안에서 혀를 일곱 번 굴리라는 말이 있지. 나는 그보다 한 번 더 굴렸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내가 딱하고 한심하겠지... 마틸드를 만나기 전에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어. 마틸드와 헤어진 뒤로는 더욱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었고, 아마도 그래서 내가 무뚝뚝한 사람으로 보이는 걸 거야... (104~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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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에 인생에서 무얼 기대하겠어?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어. 일밖에는 할 게 없었어. 그냥 죽어라고 일만 했지. 일은 나의 위장(僞裝)이자 갑옷이자 알리바이였지. 삶을 즐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알리바이였어. 사실 나는 즐기며 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 나 스스로 그런 것에는 재주가 없다고 생각했지.
나는 고생을 사서 했고, 기어 올라가야 할 산들을 일부러 만들어냈어. 아주 높고 가파른 산들을 말이야. 그러고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산들을 올라갔고, 산 하나를 정복하면 또다른 산을 찾아냈지. 하지만 내게 무슨 야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상상력이 풍부했던 것도 아니야...
난... 나는 사랑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게 없었어. 마틸드가 내게 그것을 가르쳐주었지. 나는 정말 그녀를 사랑했어... 얼마나 열렬히 사랑했는지 몰라.... (102~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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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도 즐거워 오랫동안 마음의 파랑 같을 점심 식사를 나누던 빛 속, 누군가 그 점심에 우리의 불우한 미래를 예언했다 우린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우린 그냥 우리의 가슴이에요

불우해도 우리의 식사는 언제나 가득했다 예언은 개나 물어가라지, 우리의 현재는 나비처럼 충분했고 영엉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그리고 곧 사라질 만큼 아름다웠다

레몬이 태양 아래 푸르른 잎 사이에서 익어가던 여름은 아주 짧았다 나는 당신의 연인이 아니다, 생각하던 무참한 때였다, 짧았다, 는 내 진술은 순간의 의심에 불과했다 길어서 우리는 충분히 울었다
_허수경, ‘레몬‘ 중에서;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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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또 금세 잊겠죠, 같은 말을 한다
무던한 사람이라고, 당신은 나를 그렇게 기억하면 좋겠다

벽돌에게도 밤은 있고
또 그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아픈 기도의 문장을 읊조리기도 할 테지만
그것은 단지 벽돌의 일
당신과는 무관한 일

미안해하지 않아도 좋아요, 같은 말도 한다 (•••)

나는 과연 벽돌이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이따금 몸을 던진다
당신은 벽돌을 던진 적이 없다

_박소란 시, <이 단단한> 중에서; 계간 <창작과 비평> 2016 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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