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쥘리앙 그라크는 프랑스 중부 트롱세 지역의 숲길을걷다가 그런 경험을 한다.
한참을 걸을 작정으로 길을 나선 그는 삼십여분 만에 어떤 압박감을 느끼고 길을 되돌아가기로 한다.
"그날 밤 나는 달도 없는 어둠 속에서 거대한 숲을 가로지를 때 짓누르는 불안감의 원천을 어렴풋이 보았던 것 같다.
높은 숲의 어둠 속에서는 시간도, 새벽을 향한 어스름 빛의 점진적인 단계도,
한 알씩 돌리는 염주와 닮아
시간을 가늠하게 하는 것도 없이 그저 마지막인 듯 시간에 초연한 상태, 식물의 경직되고 뻣뻣한 상태뿐이어서 짙은 어둠이 모든 숲길을 불안하다 못해 음산하게 만들었다.
숲은 질서와 무질서가, 어둠과 빛이 생기와 무기력이믿음과 두려움이 결합되어 뒤섞인 세계이다.
그곳에서 감각은 흐려진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시각은 거의 먼 곳은 보지 못하고 청각은 귀를 세우고 경계하는 상태여서 세상 사이의 분명한 경계가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P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