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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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지난날들은 사라지고 있고 다가올 날들도 불확실합니다. 그럼 전 무엇을 위해 살까요? 오늘을 위해 삽니다. 저는 현재를 살아갑니다. 어느 날 저는 여러분 앞에서 이런 말을 한 사실조차 잊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걸 잊게 된다고 해서 오늘 이 순간을 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오늘을 잊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의 주인공 앨리스가 치매학회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험을 강연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오늘을, 현재를 살고 경험하는 기쁨을 느껴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병의 진행 상태를 간단한 테스트로 판단하여 자기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고자 완벽한 준비를 하지만 (혹은 했다고 생각하지만), 슬프게도 그런 결심과 준비를 했다는 사실조차 앨리스는 기억하지 못한다. 딸과 남편도 어느 친절한 여자와 지나가던 행인으로 인식하게 된다.  

어떤 기분일까? 슬플까, 우울할까, 아무런 과거 기억이 없으니 후회할 것도 없이 가뿐할까, 지금 현재가 만족스럽다면 그녀는 어쩌면 행복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불만족스럽더라도 곧 잊어버리고 다음 순간의 만족을 찾을 테니 불행하고 비참하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은 나, 앨리스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오히려 그녀에 대해 슬퍼하고 있을 뿐, 앨리스는 현재를 사는 기쁨을 온전히 누리는, 책의 원제 그대로 "still Allis"인 것이다. 단지 기억이 없을 뿐 앨리스는 엄마이자 아내이고 훌륭한 교수와 학자였다. 그리고 다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기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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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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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가 개봉되면서 새롭게 책이 단장되어 나온 듯 한데, 국내 초판은 이미 2000년에 나온 책이다.  

3권을 다 읽고 나서 우선 드는 생각은,  굳이 3권으로 나눌 필요까지는 없었을 텐데 하는 것. 

소설의 초반에 범인과 트릭을 거의 다 보여주고 있다. 미스테리 소설이라기보다는, 책 표지에 나온 문구처럼 이런 사랑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뒤틀린 사랑이야기.   

소설 중반쯤에 료지가 한 말처럼 실제가 아닌 하얀 어둠속에서 벌어지는 내용을, 백야행이라는 제목이 매우 잘 상징하고 있다.   

20여년 가까이 끌어온 이야기가 갑자기 마무리되는 마지막 장에서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이렇게 끝나는 거야 하는 허무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영화에서는 어떻게 각색이 되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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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습격사건 - 엽기발랄 오쿠다 히데오 포복절도 야구장 견문록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동아일보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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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 저런 여행서가 많이 나오는데, 이 책도 그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좀더 specialized 된 형태로. 

일본 전역의 야구장을 주제로 삼아 여행기를 써 나가고 있다. 뭐 딱히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 어떤 경기를 보러 어디를 갔는데 그 곳이 알고 보니 이런 음식과 유적지가 유명하길래 한번 먹어보고(대부분 정말 맛있더라 하는 감상) 한번 가봤다, 호텔은 어느 정도 수준이고 마시지도 좀 받으면서 소설가로서의 피로를 풀었다, 하는 개인적인 여행담.  

그런 가벼움과 일상성이 부담되지 않아 시간때우기 용으로 나쁘지 않았다.  

야구를 아주 좋아하거나 특히 일본 프로야구팀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나와 다른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책 내용에 야구 경기 자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별로 안 나온다. 전반적인 감상이나 관전평 정도. 보러 간 야구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경기장을 나와 뭐 먹으러 가거나 마사지를 받거나 했다는 일화도 종종 나온다. 신문기획연재용으로 썼던 글을 모은 거 같다.(그런 이야기가 나왔던 듯 한데, 뭐 자세히 읽은 게 아니라 주루룩 하는 식으로 읽어서...)

알라딘이나 서점관계자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하겠지만, "특별히 읽고 싶은 책이 없을때 도서관에서  가볍게 빌려볼 수 있는 책" 이라는 것이 나의 리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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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김안나 옮김 / 매직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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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간체 소설이라는 점과 표지에서 풍기는 왠지 모를 여성스러운 느낌때문에 선입견을 가지고 그냥
몇번을 지나치다가 알라딘 리뷰를 읽고서야 이 책을 집어들었다.  

다 읽고 난 소감은, 내가 가졌던 선입견이 맞으면서 틀렸다는 거다. 서간체 소설이고 여성스러웠지만 마음에 들었다. 소근소근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편안했다. 그러나 그런 편안함 속에는 2차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을 견디어낸 사람들의 삶이 잘 나타나 있었다. 

이 소설의 공식적인 주인공은 줄리엣이지만, 실제 주인공은 엘리자베트를 중심으로 한 건지섬의 감자껍질파이 클럽 멤버들이다. 책을 읽고 마음을 나누면서 용감하게 독일치하를 견딘 이야기인 것이다.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만 나오는 엘리자베트는, 클럽 멤버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용감하고 아름다운 인물이면서 독일 장교와 금지된 사랑을 하고 나중에는 강제수용소에서 총살을 당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너무나 정형화된 인물인 듯 현실감은 좀 떨어졌다. 나로서는 다른 클럽 멤버들이 오히려 더 설득력있게 느껴진다.  

결국 클럽 멤버들 중 한 명이면서 줄리엣과의 편지교환을 시작한 도시와 줄리엣이 맷어지는 것은 약간 감상적인 마무리라고 생각된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면 꽤 괜찮은 작품이 나올 듯. 강한 영국악센트의 영어가 어우러지면 더 실감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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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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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여년 전 후배로부터 선물받은 하루키의 <중국행 슬로보트>라는 단편선을 읽고 이후 제법 많은 하루키의 소설을 읽어왔다. 소설 이외에 가끔씩 나오던 수필집 성격의 책-<슬픈 외국어>, <먼 북소리> 등등-도 몇 권.  

소설도 그렇지만 하루키의 수필도 약간 힘을 빼고 중심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서 조곤조곤 혼자말을 하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이제까지의 그런 느낌과는 조금 다른 듯 하다. 이제는 혼자말을 벗어나 누군가를 향해 대화를 시도하는 느낌이랄까. 

거창하게 인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생활은 달리기와 참으로 비슷하다. 그리고 하루키가 말하듯이 글쓰기와도. 따지고 보면 이 세상 살아가는 일 하나하나가 다 그렇지 않을까 싶다. 

언제 또 하루키의 수필집이 나온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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