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을 지휘하라 - 지속 가능한 창조와 혁신을 이끄는 힘
에드 캣멀.에이미 월러스 지음, 윤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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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창의성을 지휘하라>는 꽤나 훌륭한 책이다. 길거리 지나가면 보이는 핸드폰 판매장 마냥 넘치고 넘쳐나는 성공 신화에 대한 뻔하디 뻔한 방법론적 경영 지침서의 수준과 비교도 안되는 수준의 성찰과 픽사라는 훌륭한 기업의 성공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에드 캣멀의 자서전이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사업 경영에 대한 독특한 관념, 어찌 보면 한국 사회와 어울리지 않는 그런 면들을 소개해주는 훌륭한 경영 도서다. 


한국인(아니 한국의 경영자 및 위정자들이라고 하자)은 항상 창의성이니 창조니 하지만, 항상 그렇게 되지 못함에 대해서 아쉬워 하고 창의성을 강요 받는 일반 시민들은 스스로 날카로운 비수로 자책하는 쳇바퀴를 굴린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지도 못한 채, 뜬금 없이 정부가 지원 정책을 마련해서 창조경제를 한다고 하고, 노벨상급 과학자를 매년 수십명씩 나오게 육성한다고 한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창의성을 지휘하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창의성이라는 것은 절대로 한국 식으로 형성되지 안는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한 한국 사회에서 창의성이 발현되지 않는 가장 큰 문제는 단기 성과주의이다. 내가 속했던 조직이나, 신문을 통해서 보는 정부 및 기업들을 보면 어느 곳 하나 장기 성과와 장기 비전에 대해 고민하면서 현재의 부진을 용납하는 곳이 없다. 매번 장기 비전과 같은 속에도 없는 말을 하면서, 미친듯이 단기 성과를 쪼으는 상황이다. 단기 성과를 위한 수 많은 노력들이 장기 비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무 관심이 없고 당장의 돈만 벌 수 있다면 만사 ok인게 한국의 고질적인 병폐니깐. 


얼마전에 삼성전자 임원이 삼성전자 직원들 실력이 부족하다면서, 많이 바꾸어야 나간다고 자서의 목소리를 낸 것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헛소리다. 사원들의 실력이 부족하고 그들의 창의성이 떨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장기를 위해 준비하지 않으면서, 매번 1년 마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얼마의 돈을 벌며, 이윤을 따지는 마당에 어떻게 그런 창의성이 나오겠는가? 당장에 회사에서 재미있는 기획을 해도 가장 먼저 돌아오는 첫 질문은 항상 똑 같다.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벌건데?" 


소비자 입장에서 혁신적인고 비효율을 줄인 기획이라도 당장에 돈이 안되는 일은 도무지 추진할 수가 없다.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그 기사에서는 소프트웨어 실력이 떨어짐을 얘기하는데, 솔직히 삼성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모든 업무 공정이 돌아가는데, 어떻게 삼성이 안드로이드나 윈도우 같은 창의적인 것들을 만들 수 있겠는가? 당장에 돈이 되는 하드웨어 판매를 위해서 매년 플래그십 스마트폰 하나, 탭 혹은 노트 하나씩 내면서 거기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라고 직원들을 맷돌 돌리듯 갈아 넣으면서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만들어라니. 


이를 구조적으로 막는 몇 가지를 알려주자면, 임원들 계약은 1년 단위이다. 1년 안에 성과를 못 내면 당장 모가지가 댕강. 그러니 창의적인 것보다 당장 돈 버는게 급한 것 아닌가.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넥슨을 보라. 괜히 돈슨이라 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넥슨 그 외에 한국의 많은 게임 회사들은 꽤나 괜찮은 역량을 갖추었다. 정말 게임 개발회사로서 '게임'에 집중하며 이용자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창의적인 작품들을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그들이 게임을 개발하나? 성과에 매몰되어 어떻게 하면 돈을 벌지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니, 정말 보면서도 놀라울 정도의 과금 구조만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가? 과금 구조로만 본다면 세계에서 제일 창의적인 곳이 한국의 게임 회사들이다. 


난 단언한다. 성과라는 것이 한국을 망친다고. 

비전이나 사회적 올바름에 대한 추구, 가치에 대한 열정이 있으면 언제든지 혁신은 다가올 것이고 이런 혁신이 사회적 부를 크게 증가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한국은 사회적 부를 크게 증가시키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에 관심이 없다. 작은 부를 증가시키기 위해서 악순환만 되풀이 하고 있다. 


성과주의가 창의성을 해친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작가 자체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믿는 편이다. 아무리 서정주의 시가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서정주라는 친일파이자 군부 독재에 아첨하면서 개인의 영광을 누렸던 사람의 시는 도무지 아름답게 읽히지 않는 것이니깐.


에드 캣멀이 정말 멋진 픽사를 지휘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내 정치적 올바름의 기준에서 애니메이터들의 임금을 동결하는데 카르텔을 형성한 것은 역시 비판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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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란 무엇인가? - 구글처럼 개방하고 페이스북처럼 공유하라
윤상진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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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부터 플랫폼 사업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고 찾아 봤었는데, 이런 일을 기획하는 업을 하다 보니 책으로 찾아보게 되었다. 


제목부터가 너무나 범생이 스타일의 이 책은 말그대로 처음으로 플랫폼을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개론서이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이 책은 훌륭하기 그지 없다. 책을 기획할 때에는 대상 목적 깊이 등 다양한 것들을 고려하는데, 개론서로는 그 기획 의도를 훌륭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축재정이 절실한 이 시기에 내 돈 들여서 사기는 조금 아까웠다고나 할까?


기본과 원칙은 지키지만 발랄함이 없는, 그래서 매력이 없는 스테레오 타입의 범생이랄까?




오해는 말자, 범생이도 매력은 충분하다. 나 역시 학창 시절 얼마나 범생이었는가!

(물론 대학교에 와선 양아치가 된 것 같지만 -_ -)


이 책의 기획 의도와 내 독서 의도가 맞지 않아서 아쉬움이 있을 뿐,

이 책이 가진 모범생으로서의 매력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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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떻게 광장에 모이는 것일까? - 게임이론으로 본 조정 문제와 공유 지식
마이클 S. 최 지음, 허석재 옮김 / 후마니타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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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유명해진 것은 책 자체의 흡입력이나 저자의 명성보다는 마크 주커버그가 언급을 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물론 얇지만 알찬 내용을 보는 내내 책 값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충분히 훌륭했으나, 결국 책의 성공이란 것은 어떤 유명인에 의해서 회자 되느냐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사람들은 지식을 공유(공유지식)한다는 믿음을 가질 때, 광장에 모인다."이다. 조금 더 길게 설명하자면, 사람들은 개인이 반정부 시위에 참석하는 것은 공권력에 의해 쉽게 진압당할까봐 두려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서 촛불을 같이 들어줄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으면 나만 잡혀가서 고초를 겪진 않을 것이니깐!


이런 공유지식의 갖게 되는 것을 통해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조정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간단한 게임이론으로 접근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게임이론을 배울 때, 학부 수준에서는 공유지식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게임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최고 수준의 난이도였던 것 같다. 물론 이는 수학적으로 풀었을 때이고, 이 책은 간단하게 말로 설명한다.


'광장'이라는 것은 상당히 활용 범위가 넓은 단어이다. 사전적인 의미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이 모이는 것 그 자체, 더 나아가 최근 IT 산업에서 핵심 화두인 '플랫폼'까지. 과거의 나였다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이고 무엇이 그들을 광장으로 모으는지에 집중해서 봤겠지만, 지금 하는 일이 하는 일이다 보니, IT 산업에서의 '플랫폼' 관점에서 고민하게 만든다. 마크 주커버그가 추천하고 읽었던 것 역시 그러한 생각이었음이리라. 


무엇이 사람들을 페이스북을 이용하게 만들었으며, 다양한 SNS를 하게 만들었을까? 페이스북은 나의 개인적 활동을 철저하게 대중에게 공개를 하고, 나의 친구들의 반응을 이끌어 낸다. 즉 따봉이나 댓글은 나는 너와 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공유지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의 행위는 타임라인에 배열되고,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자신의 콘텐츠 혹은 감정 상태를 페이스북이란 공간에 올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사라지게 한다. 결국 인터넷상의 수많은 이용자들(이제는 모바일이라 해야겠지만)은 페이스북이란 광장에 모여 서로의 공유지식을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공유지식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켜 큰 파급력을 갖게 한다. 


이 책은 벤담의 원형감옥 얘기나 과거 인간들이 만들었던 원형 공론장 등을 얘기하면서 현상을 분석하는 사회과학 도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가장 트렌디한 산업 구조와 맞닿아 있는 매력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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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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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칼 세이건의 역작 <코스모스>는 현시대의 고전이자 필수 대중 과학 교양서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읽혀졌다기 보다는 알려져 있다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원래 고전의 정의는 누구나가 다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니깐.)


작년 여름 즈음 후배의 추천을 받아 갱지로 된 두껍기 그지 없는 책을 한 장씩 넘기면서 보았다. 천체 물리학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고 이런 저런 책(미치오 카쿠의 <평행우주>)도 찾아보곤 했었지만, 평생 문돌이로 살아온 내가 그 내용에 대해서 어찌 알겠나? 덕분에 이 책은 지식의 전달이라는 독서의 효용을 1g도 채워주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나에게 늙은 노교수의 순수한 열정과 동심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7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을 짧다고 느끼게 해준 역작이다. 저명한 학자의 알량한 자존심과 자랑이 아니라, 선대 과학자와 현대 과학자들의 뛰어난 업적을 치켜 세우면서도 동시에 자신들의 실수를 솔직하게 밝히면서 후대의 과학자들에게 부탁을 한다. 그리고 이런 부탁은 각박한 세상에서 돈이 되는 미래 사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원시 인류가 동굴 밖을 벗어나고 싶다는 그런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거대한 우주를 향한 무한한 동경과 마치 어린 아이 같은 호기심 , 이러한 노교수의 태도에는 책을 읽는 내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게 될 수박에 없다. 그와 동시에 나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그러한 힘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호기심에 대한 열망을 30살을 겨우 넘은 나는 얼마나 갖고 있는지?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서도 위대한 동심을 간직한 노교수에 비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지적인 측면이나 학적인 측면에서 칼 세이건과 같이 위대해질 필요는 없지만, 그 사람의 동심 정도는 충분히 추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오만하지 않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자신감,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알고 싶어하는 지적인 호기심,
과거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한계를 겸허히 수용하며 미래의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그런 책이다. 지식을 아는 것은 저명 학술지에 기재된 논문을 열심히 찾아 읽으면 된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한 논문에는 드러나지 않는 호기심과 열정이 이 책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감히 하나의 위대한 수필이라 말하고 싶다. 


p.s. 인문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글 솜씨에 대한 부담을 항상 갖고 있다. 그런데 칼 세이건은 짜증나게도 모두를 부끄럽게 만드는 훌륭한 글솜씨를 갖고 있으며, 그 글솜씨(번역도 훌륭한 듯) 덕분에 700 페이지를 만화책 넘기듯이 볼 수 있게 하는 마력이 있다. 게다가 그의 부인마저도 너무 훌륭한 글솜씨를 갖고 있어서 질투가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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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ika 2016-06-02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팟캐스트에서 홍승수씨가 강연한거 들었는데. 너 얘기듣고 샀다가 아직 그대로있는데..강연듣고 읽어야지. 다시 다짐. 또 이 글을 보는구나 ㅎㅎ
 
야망의 시대 - 새로운 중국의 부, 진실, 믿음
에번 오스노스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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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기자 에반 오스노스의 오랜 취재와 통찰이 빛나는 중국 현대사.

<야망의 시대>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수억의 꿈과 야망을 다각도로 조명한 훌륭한 책이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과 이에 딸려오는 야수와 같은 집념이 어떻게 지금의 중국을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마오시대에 억압되어 있던 다양한 욕망들이 어떻게 해방되어 왔는지, 그리고 그 욕망들을 추구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괄목할 경제 성장 속에 감추어진 인권 유린의 이면을 평면적으로 다루는 것에 반해서, 에반 오스노스는 중국인들이 가진 야망의 이중성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성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중국으로 넘어온 대만 군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인권 운동을 하면서 내부로부터의 비난과 외부로부터의 찬양을 동시에 받는 사람, 벼락 성공을 했다가 망해버렸지만 끝 없는 욕망으로 재기하려는 사람, 비정상회담의 장위안과 같은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중화주의 혹은 국수주의적 사고, (우리가 보기엔) 억압된 체제 내에서 성공을 하려는 사람들...

어떠한 야망을 갖고 가치관을 갖는 것은 항상 자유가 있으며, 그것에 대한 가치 평가를 하는 것은 상당히 오만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 오만한 태도가 알량한 선민의식으로, 우월주의로, 왜곡된 진화론을 펼치는 이데올로그로 변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야망에 대한 가치 평가를 절제하고, 중국인들의 야망 자체를 드러내는데 주력한다. 물론 저자는 서방 기자이며 나 역시 서구 사상에 많이 경도된 편이라 보기 때문에, 그의 시각과 그의 시각을 칭찬하는 나의 관점이 마냥 공정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중국의 현대를 다룬 어느 역사책보다도 가까이서 바라 보면서 깊은 통찰을 보여줌과 동시에 멀리서 차분히 조망하고 있다.

모든 판단은 독자의 몫.

중국의 현대사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몰입감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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