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돌아가신 칼 세이건의 역작 <코스모스>는 현시대의 고전이자 필수 대중 과학 교양서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읽혀졌다기 보다는 알려져 있다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원래 고전의 정의는 누구나가 다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니깐.)


작년 여름 즈음 후배의 추천을 받아 갱지로 된 두껍기 그지 없는 책을 한 장씩 넘기면서 보았다. 천체 물리학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고 이런 저런 책(미치오 카쿠의 <평행우주>)도 찾아보곤 했었지만, 평생 문돌이로 살아온 내가 그 내용에 대해서 어찌 알겠나? 덕분에 이 책은 지식의 전달이라는 독서의 효용을 1g도 채워주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나에게 늙은 노교수의 순수한 열정과 동심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7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을 짧다고 느끼게 해준 역작이다. 저명한 학자의 알량한 자존심과 자랑이 아니라, 선대 과학자와 현대 과학자들의 뛰어난 업적을 치켜 세우면서도 동시에 자신들의 실수를 솔직하게 밝히면서 후대의 과학자들에게 부탁을 한다. 그리고 이런 부탁은 각박한 세상에서 돈이 되는 미래 사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원시 인류가 동굴 밖을 벗어나고 싶다는 그런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거대한 우주를 향한 무한한 동경과 마치 어린 아이 같은 호기심 , 이러한 노교수의 태도에는 책을 읽는 내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게 될 수박에 없다. 그와 동시에 나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그러한 힘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호기심에 대한 열망을 30살을 겨우 넘은 나는 얼마나 갖고 있는지?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서도 위대한 동심을 간직한 노교수에 비해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지적인 측면이나 학적인 측면에서 칼 세이건과 같이 위대해질 필요는 없지만, 그 사람의 동심 정도는 충분히 추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오만하지 않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자신감,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알고 싶어하는 지적인 호기심,
과거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한계를 겸허히 수용하며 미래의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그런 책이다. 지식을 아는 것은 저명 학술지에 기재된 논문을 열심히 찾아 읽으면 된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한 논문에는 드러나지 않는 호기심과 열정이 이 책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감히 하나의 위대한 수필이라 말하고 싶다. 


p.s. 인문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글 솜씨에 대한 부담을 항상 갖고 있다. 그런데 칼 세이건은 짜증나게도 모두를 부끄럽게 만드는 훌륭한 글솜씨를 갖고 있으며, 그 글솜씨(번역도 훌륭한 듯) 덕분에 700 페이지를 만화책 넘기듯이 볼 수 있게 하는 마력이 있다. 게다가 그의 부인마저도 너무 훌륭한 글솜씨를 갖고 있어서 질투가 폭발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thika 2016-06-02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팟캐스트에서 홍승수씨가 강연한거 들었는데. 너 얘기듣고 샀다가 아직 그대로있는데..강연듣고 읽어야지. 다시 다짐. 또 이 글을 보는구나 ㅎㅎ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