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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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소설의 소재가 518에 관한 것인만큼 작가의 부담이 엄청났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을 내면서 일부 골때리는 인터넷 키워들의 공격을 받았다고...

여튼 민감한 소재를 어떠한 방식을 풀어낼 것인가를 줄타기 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일 듯.


소설을 읽다 보면, 조금 러프하게 분류하면 서사가 강한 부류(사건과 대화의 역동적인 흐름 정도로 이해하자)와 치밀한 심리 묘사가 강한 부류가 있다. 예를 들면 조정래 선생님의 대하소설의 경우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는 강한 서사 줄기 속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읽어 가고, 그 속에서 사람의 심리와 감정을 공유한다. 반면에 까뮈의 <이방인> 같은 것을 보면 주인공의 심리 속에서 독자는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 (사실 한국 소설 중에서 그런 의미로 훌륭한 소설을 그렇게 쉽게 찾지 못해서 까뮈를 예로...) 


한강의 경우 <채식주의자>도 그렇고 <소년이 온다> 역시 강력한 서사 보다는 감정선의 흐름을 시점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가 중요한 독법이라고 본다. 중간 중간 드러나는 518의 증언을 전달하는 작가의 말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518이라는 사건 하나만으로 강력한 서사의 줄기를 형성할 수 있고, 거기에 매몰될 수 있지만 한강이란 작가는 서사에 매몰되기 보다는 인물 하나 하나에 집중함으로써 사건의 폭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사람의 심리를 통해서 간접적이지만 강력하게 드러낸다. 이제까지 518에 대해서 다루었던 영화 및 소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그 표현에 지나친 '오버리즘'이 드러나지 않았다. 말도 안되는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한 신파로 흐르기 보다는 시점을 변경하면서 조용히 취재하는 것 같은 그런 기법들. <채식주의자>에서도 느꼈지만, 한강이란 작가의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담백하게 전달하는 그런 전개가 인상적이다. (나의 기본적인 독서의 범주에서 벗어난 부류에 속한 작가임에도 인상적인 것은 사실이니) 


518에 관한 문학 및 영화에 대해 언급하다 보면 항상 비교하게 되는 두 영화가 있다.

이요원이 나왔던 <화려한 휴가>와 임창정과 엄지원이 나왔던 <스카우트>.


<화려한 휴가>는 정말 '화려하게' 작품을 망쳐버렸는데, 이는 518이라는 강력한 서사에 감독이 벗어나지 못하고 매몰되어 단순한 총질과 신파의 감정만 남겨놨기 때문이라는게 나의 생각이다. 노골적으로 사건을 끌어 올리면서 좀 더 복잡했을 것인 감정선을 죽여 버렸다. 그래서 인기 배우를 쓰고 돈을 많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어설프기 그지 없는, 그러면서도 518을 느끼지도 못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반면 <스카우트>는 518과는 무관한 서사의 축(광주의 야구 영웅 선동렬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대학 야구부 스카우터들의 이야기)을 두면서, 그 서사의 축이 518에 어떻게 엮여가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518에 종속된 서사가 아니라, 독립된 하나의 영화로 존재하면서 엄지원과 임창정 사이의 감정을 진부한 사랑 속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의미에서 고민하게 만든다. 


화려함과 화면의 스펙타클함에 있어서 당연히 <화려한 휴가>가 총격전도 벌어지고 하기에 앞설지 모르지만, 서사라는 측면과 서사에서 반드시 생길 수밖에 없는 감정의 깊이가 <스카우트>가 압도적이었다.


여튼 소설을 리뷰하면서 영화의 리뷰를 함께한 것은 518이라는 소재도 소재거니와, 소설과 영화를 모두 서사의 한 장르라고 바라보면서 읽어 간다는 측면에서 <소년이 온다>가 소설로서 취하고 있는 서사의 기법을 곱씹으면서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번에 친구랑 얘기했던 내용인데, 미국의 소설은 서사가 매우 강해서 정말 흥미롭게 글을 읽을 수 있지만, 한국의 소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 소설의 경우 내면 심리 묘사가 뛰어난 편이라 매니악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지만, 일반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 사실 <소년이 온다>도 내 기준으로는 약한 서사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물론 서사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판단이고 작가의 작품관이겠지만, 최근의 많은 한국 소설들이 서사 보다는 뭔가 '중2병'스러운(달리 표현할 말이 없어서, 이런 단어를 사용합니다. 실제 한국 소설가들의 소설 내 인물들에 대한 심리 묘사는 꽤 훌륭합니다.) 심리 묘사와 변화에 주목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움을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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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ika 2016-08-16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줄 나도 공감

Sapere Aude 2016-08-16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종일 북플 보고 있냐?ㅋㅋㅋ

ethika 2016-08-1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림이란 기능이 있음 바보야

ethika 2016-08-1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읽은책을 칭구가 글쓰면 알람이 옴

Sapere Aude 2016-08-1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읭 그런 것도 있나ㅋㅋ방학 언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