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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떻게 광장에 모이는 것일까? - 게임이론으로 본 조정 문제와 공유 지식
마이클 S. 최 지음, 허석재 옮김 / 후마니타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유명해진 것은 책 자체의 흡입력이나 저자의 명성보다는 마크 주커버그가 언급을 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물론 얇지만 알찬 내용을 보는 내내 책 값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충분히 훌륭했으나, 결국 책의 성공이란 것은 어떤 유명인에 의해서 회자 되느냐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사람들은 지식을 공유(공유지식)한다는 믿음을 가질 때, 광장에 모인다."이다. 조금 더 길게 설명하자면, 사람들은 개인이 반정부 시위에 참석하는 것은 공권력에 의해 쉽게 진압당할까봐 두려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서 촛불을 같이 들어줄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으면 나만 잡혀가서 고초를 겪진 않을 것이니깐!
이런 공유지식의 갖게 되는 것을 통해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조정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간단한 게임이론으로 접근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게임이론을 배울 때, 학부 수준에서는 공유지식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게임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 최고 수준의 난이도였던 것 같다. 물론 이는 수학적으로 풀었을 때이고, 이 책은 간단하게 말로 설명한다.
'광장'이라는 것은 상당히 활용 범위가 넓은 단어이다. 사전적인 의미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이 모이는 것 그 자체, 더 나아가 최근 IT 산업에서 핵심 화두인 '플랫폼'까지. 과거의 나였다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이고 무엇이 그들을 광장으로 모으는지에 집중해서 봤겠지만, 지금 하는 일이 하는 일이다 보니, IT 산업에서의 '플랫폼' 관점에서 고민하게 만든다. 마크 주커버그가 추천하고 읽었던 것 역시 그러한 생각이었음이리라.
무엇이 사람들을 페이스북을 이용하게 만들었으며, 다양한 SNS를 하게 만들었을까? 페이스북은 나의 개인적 활동을 철저하게 대중에게 공개를 하고, 나의 친구들의 반응을 이끌어 낸다. 즉 따봉이나 댓글은 나는 너와 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공유지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의 행위는 타임라인에 배열되고,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자신의 콘텐츠 혹은 감정 상태를 페이스북이란 공간에 올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사라지게 한다. 결국 인터넷상의 수많은 이용자들(이제는 모바일이라 해야겠지만)은 페이스북이란 광장에 모여 서로의 공유지식을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공유지식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켜 큰 파급력을 갖게 한다.
이 책은 벤담의 원형감옥 얘기나 과거 인간들이 만들었던 원형 공론장 등을 얘기하면서 현상을 분석하는 사회과학 도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가장 트렌디한 산업 구조와 맞닿아 있는 매력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