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동경제학이란? |
행동경제학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일치되는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가, 왜 그렇게 하는가, 행동의 결과로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가를 주제로 토론하는 경제학이라 말해도 좋다. 인간 행동의 실제, 원인,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 및 사람들의 행동을 조절하기 위한 정책에 관해 체계적으로 규명할 것을 목표로 한 경제학이다.
새로운 대상이나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연구, 즉 새로운 연구 프로그램이다. 그런 의미에서 행동경제학은 기존의 경제학과 같은 연구 영역을 취급하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성격을 띠고 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성, 자제심, 이기심을 부정하지만 인간이 완전히 비합리적, 비자제적, 비이기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완전 합리적, 완전 자제적, 완전 이기적이라는 점만을 부정할 뿐이다.
‘인간의 합리성은 하나지만 비합리성은 무수히 많아 이론화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비합리성’이란 터무니없거나 또는 정형화되지 않은(random) 행동경향이 아니라 합리성(경제적 인간)의 기준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로 사용할 뿐이다. 비합리적이기는 하나 일정한 경향을 갖고 있고 따라서 예측 가능한 행동이다. 그러한 행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카너먼은 노벨상 수상 시 발표한 회고 중에서 ‘우리들(카너먼과 트버스키)이 한 일을 인간의 비합리성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 휴리스틱(heuristic)과 바이어스(bias, 편향)에 대한 연구는 합리성이라는 비현실적인 개념을 부정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가 말한 ‘휴리스틱’은 합리적이지 못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근거로 삼는 간편한 수단이 되는 방법, ‘바이어스’는 그 결과로 발생하는 판단이나 결정의 편향을 가리킨다. 이에 대해서는 제`3장에서 자세히 검토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전혀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순수하게 이타적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제`8장에서 자세히 검토하겠지만, 오로지 사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인간과 종종 타인을 배려하는 이타적 인간이 공존한다. 한 인간이 상황에 따라 이기적이 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관한 연구는 불충분하지만, 모든 사람이 물질적 사익 추구형 인간이라는 전제는 부정한다.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참가자를 동원해 실험을 하기도 하고, 현장답사(fieldwork)에서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 뇌의 화상분석에 이르기까지 종래 경제학에서는 별로 다루지 않았던 수법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를 확실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진화론적 사고가 강력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인간도 동물인지라 진화·도태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며, 그 결과 인간의 다양한 인지적·사회적 성질에 어떤 일정한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경제·사회정책이나 기업 등의 조직에서는 이전까지는 합리적인 인간을 전제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였으나, 인간이 제한적인 합리성을 띤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할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다.
실증·이론·정책이라는 경제학이 대상으로 삼는 모든 영역에 새로운 초점을 맞추는 것이 행동경제학이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수많은 학문, 특히 인지심리학, 사회심리학, 진화심리학, 사회학, 윤리학, 철학으로부터 인류학, 진화생물학, 행동생태학은 물론, 생리학이나 뇌신경과학에 이르기까지의 광범위한 학문에서 서로 영향과 시사점을 주고받는 전문가 협업 학문이다. 진화생물학이나 뇌신경과학의 영향에 대해서는 제`9장에서 소개한다.
< 출처 : 행동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