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9월20일 기억은 시험이다. 사람이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은-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행위나 경험의 순간이라고 해도-오염된다. 글쓰기는 또 다른 움직임이며, 이런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 해방적이다. 기억에 진 빚을 청산하는 것이다. 389
1975년 12월31일일기를 쓰는 것.일기를 개인의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생각들을 담는 용기-속을 터놓을 수 있는 귀머거리에다 벙어리, 문맹인 친구처럼-로만 이해하는 것은 피상적이다. 나는 그저 일기에다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보다 더 솔직하게 나 자신을 털어놓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창조한다. 일기는 자아에 대한 나의 이해를 담는 매체다. 일기는 나를 감정적이고 정시적으로 독립적인 존재로 제시한다. 따라서 (아아.) 그것은 그저 매일의 사실적인 삶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많은 경우-그 대안을 제시한다. 213
프루스트의 시각에서 보자면, 우리는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고통을 겪고 나서야, 무엇이 본인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고 나서야, 비로소 뭔가를 진정으로 배우게 된다. 92
어쨌든 나치스에게 민족공동체 내의 출산 장려와 후원은 민족 부흥의 시급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었다. 우생학에 몰두한 나치 정권의 의사들은 의도적인 산아 제한을 기질적인 과오로 보았으며 심지어 윤리적 타락으로 설명하기까지 했다. 이런 점에서 히틀러와 에바 브라운의 관계는 베르크호프의 측근들 사이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개인적 욕구가 민족공동체라는 규범에 종속되고 개인적 행동을 유대적이고 자유주의적이라는 이유로 유죄 선고를 내린 정권에서 정작 히틀러는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더구나 히틀러 스스로 인간에게 가장 신성한 과제는 신이 부여한 혈통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선전한 정권에서 말이다. 230-231
당신을 지금의 당신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 다시 말해서, 무엇이 당신을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만들며, 오늘의 당신과 내일의 당신을 같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버호벤-슈워제네거의 대답은 당신의 기억이다. 138-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