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의 리듬은 생각의 리듬을 낳는다. 풍경 속을 지나가는 일은 생각 속을 지나가는 일의 메아리임 자극제이다. 마음의 보행과 두 발의 보행이 묘하게 어우러진다고 할까, 마음은 풍경이고, 보행은 마음의 풍경을 지나는 방법이라고 할까. 마음에 떠오른 생각은 마음이 지나는 풍경의 한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는 일은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기보다는 어딘가를 지나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보행의 역사가 생각의 역사를 구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두 발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은 가능하잖은가 말이다. 걷는 일은 곧 보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보명서 동시에 본 것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고, 새로운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 속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느긋한 관광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색하는 사람에게 걷는 일이 특별히 유용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여행의 경이와 해방과 정화를 얻자면, 서계를 한 바뀌 돌아도 좋겠지만 한 블록을 걸어갔다 와도 좋다. 걷는다면 먼 여행도 좋고 가까운 여행도 좋다. 아니, 여향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제자리를 걷는 것도 가능하고, 좌석베트에 묶인 채 전 세계를 도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보행의 욕구를 만족시키자면 자동차나 배, 비행기의 움직임으로는 부족하다. 몸 자체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음속에서 일이 일어나려면 몸의 움직임과 눈의 볼거리가 필요하다. 걷는 일이 모호한 일이면서 동시에 무한히 풍부한 일인 것은 그 때문이다. 보행은 수단인 동시에 목적이며, 여행인 동시에 목적지다.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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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는 다민족 국가로 문화와 언어, 종교가 다채롭다.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국교인 이슬람 문화가 많이 녹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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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는 거대한 제국과 함께, 그리고 제국의 몰락으로 시작된다. 유럽은 로마제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취했으며 제국이 붕괴될 때 보여 준 특성에 깉은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 에드워드 기번이 쓴 방대한 역사책 [로마제국쇠망사]의 제목은 우리의 의식 속에 아로새겨져 있다. 그 사건 이후에 산다는 것, 즉 위대한 문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하지만 중세의 영주나 학자에게 로마제국이 존재하지 않는 현재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물어보았다면, 그들은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그들의 눈에 로마 제국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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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에 살다 - 발굴해서 역사를 찾는 고고학자들 이야기
메릴린 존슨 지음, 이광일 옮김 / 책과함께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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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 존스가 현대의 고고학자라면 지금쯤 무릎을 꿇고 앉아 시굴갱에 표시를 하고, 파낸 흙을 체질하고, 각종 뼈나 도자기 파편을 핀셋으로 골라 소형 비닐백에 담고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파편을 세척하고 실험실에서 분석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말을 타고 발굴 현장을 누비거나 여주인공과 금은보화를 순식간에 낚아챈 뒤 악당들을 따돌리고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사실, 인디애나 존스가 한 일은 과학이라기보다는 유물 획득이었다. 그는 유물을 손에 넣는 데 혈안이 돼 있다. 186-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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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반 고흐 이전의 판 호흐
스티븐 네이페.그레고리 화이트 스미스 지음, 최준영 옮김 / 민음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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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든 그림으로든 핀센트는 대립을 즐겼다. 칸 같은 비평가와 맥나이트 같은 화가가 색상이 너무 밝다고 하면, 더욱 밝게 했다. 야생화며 물감 튜브 속에 든 어떤 노란색보다 샛노란색(더 투박하고 환하며 야만적인 노란색)을 필요로 했고, 그 노란색을 위축시킬 만한 초록색이나 더 튀게 해 줄 강렬한 보색을 찾아 팔레트를 뒤졌다. 그의 목표는 "색이 진동하게끔 배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테오가 작업이 너무 성급하고 광포하니 속도를 늦추라고 촉구하면, 핀센트는 불가능할 정도로 더 빨리 그렸다. 자신이 그리는 방식을 게걸스럽게 소리 내며 부야베스를 마시는 시골 농부에게 비교했고, 신속한 작업의 결과가 더 좋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정신적 탐욕가로 묘사하며 평화롭고 조용한 작화는 포기했다. "그림을 그린다는 건 언제나 무모한 돌진이다."라고 한탄했다. 680-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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