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도쿄 - 커피 향기 가득한 도쿄 여행
임윤정 지음 / 황소자리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직접 가보지 않아도, 오늘도 누군가 그 카페 어딘가에 앉아 향 좋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을 거라는 생각만으로 가슴 따뜻해지는 책. 6명의 주인이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다른 이름으로 운영하는`una camera livera`는 카페를 운영하고 싶은 꿈을 지닌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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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고를 때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일단 표지가 마음에 들어야 한다. 너무 밋밋하지도 않고  너무 요란스럽지도 않은,

담담한 가운데 책이 주는 메시지가 잘 들어오는 표지,

번쩍거리는 유광 표지보다는 조금은 투박한 무광 표지가 좋다. 

본문의 조판과 글씨체, 줄 간격 등도 꼼꼼히 살핀다.

지나친 여백이 책의 두께를 늘리고 가격을 올리게 한다는 비난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여백이 있어야 가독성이 높아진다.

옛날 책들의 작은 글씨와 다닥다닥한 붙어 있는 줄 간격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마지막으로 기본적인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

접착제를 사용하는, 이른바 떡제본한 책들은 잘 살펴봐야 한다.

출간 일정에 쫓겨 급하게 제작된 책들은 제본 상태가 좋지 않고

읽다 보면 책이 쉽게 울거나 낱장이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책으로 가는 문>은 적어도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마음에 쏙 드는 책이다.

흑백의 대비가 깔끔한 무광의 표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사진이 장식의 전부인 띠지.

조금은 지나치다 싶지만 그래도 여유 있게 책장을 넘기게 하는 충분한 여백.

무엇보다도 요즘 책에서 보기 드문 꼼꼼한 실제본.

그 덕분에 이 책은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거의 수평으로 눕힐 수 있다.

다양하게 실린 책의 표지 사진과 삽화도 해상도가 높아 보기 좋다.

 

공들인 형식에 비해 내용이 평이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들을 책에서 확인해본다면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꼼꼼한 번역도 눈여겨 볼 만하다. 구어식으로 편하게 진술한 책에서 미진한 부분을 보충하고, 사소한 오류들을 바로잡는 주석도 읽을거리다.

 

「공간과 시간에 얽매이고 원인과 결과에만 정신을 빼앗겨, 자아를 중심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사람은 <싫어싫어 유치원>의 세계를 만나면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헤맵니다.」- 99쪽

「불신과 의존은 물론 공존하지만, 의존을 인정하지 않으면 아이의 세계를 이해했다 할 수 없습니다. ...  현명해지는 만큼 또 몇 번이고 바보 같은 짓을 합니다. 아이에게는 거듭 바보 같은 짓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100쪽

「일러스트란 전혀 알 수 없는 세상의 사물을 이해하는 실마리로서 큰 의미를 지니기도 하니까요.」-114쪽

 

-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현실과 이성의 틀로 재단하고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머리를 비우는 대신 마음을 활짝 열고 표현 그대로를 받아들일 때 동화는 상상 속의 세계가 아니라 내 눈 앞에 펼쳐지는 현실이 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사랑 받는 것은 이성의 방해 없이 이야기 속에 녹아들 수 있도록 이끄는 몰입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판타지를 만들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보는, 그런 행복한 영화를 당분간은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한 시대의 들머리에서는, 행복한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해도 어쩐지 거짓말 같은 냄새가 나니까요. ... 연필과 붓으로 그리는 방식을 끝까지 지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뇌에 잠입하는 디지털화는 나날이 현장을 부식시키고 있습니다.」- 150~151쪽

「오늘날 영화는 너무 과잉되어 있습니다. 색채, 효과음, 대사, 음악, 어느 것이나 북적거립니다.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소리가 소용돌이치고 튀어나오고 진동합니다.」- 152쪽

「우리는 만드는 것 이상을 소비하는 이 생활을 그만둘 수밖에 없습니다. 가난해지기도 하겠지요. 전쟁마저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전 세계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괜찮습니다" 같은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153쪽

 

- 책의 마무리는 쓸쓸하다. 시대 환경도, 작업 환경도 행복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노장의 고백은 지난 9월에 있었던 은퇴 선언의 전조 같다. 최근에는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애니메이션이라는 20세기 장르의 장막극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우리 곁에, 그리고 우리 아이들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어린이문학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다" 하고 인간 존재에 대해 엄격하고 비판적인 문학과는 달리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 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살아 있어 다행이다, 살아도 된다"라는 응원을 아이들에게 보내려는 마음이 어린이문학이 생겨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155쪽

- 이 책이 출간된 이유이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희망이 담긴 말이라고 생각한다.

 

잘 만들어진 책을 읽으면 평소보다 독서하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

자신 있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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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스트레스 - 행복은 어떻게 현대의 신화가 되었나
탁석산 지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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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축하 인사나 문자를 건넬 때 '행복하세요'로 끝을 맺곤 했다.

형용사의 명령형이라 비문인가 하는 의문은 품었지만

행복하라는 내용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가끔은 '항상'이라는 부사를 덧붙이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항상 행복한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고 어쩌면 비인간적이기도 하는 생각이 들어

'가끔만 빼고 항상 행복하세요'나 '항상은 아니겠지만 행복하세요'라는 기묘한 조합을 만들기도 했다.

 

서설이 길었다.

하지만 행복은 근대에 생겨난 새로운 개념이며

지속적인 상태라기보다는 분절된 순간이라는 탁석산의 지적을 보며

지난날 숱하게 적었던 저 '행복하세요'가 생각이 난 것이다.

 

공리주의가 말하는 행복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행복은 쾌락이며 고통이 없는 상태이다.

수량화할 수 있으며 따라서 그 크기를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의 목적은 다만 더 큰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단순해지기 위해서는 복잡한 곁가지를 가차없이 쳐내야 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서는 '소수의 소소한 행복' 따위는 외면하거나 무시해야 한다.

자고로 단순하면 때로는 용감해지고 그 정도가 지나쳐 눈이 멀기도 한다.

 

탁석산은 주장한다.

수량화하고 추상화한 행복을 좇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불행해진다고.

행복의 허상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고귀한 존재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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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시작 - 고도원의 꿈꾸는 링컨학교
고도원 지음 / 꿈꾸는책방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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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먼저 읽고,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드는 조카에게 주었다.
자신이 이루려고 하는 꿈에서 그치지 않고,

그 꿈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는

'꿈 너머 꿈'이라는 개념이 좋았다.
자본주의의 극단에 서 있는 우리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벌거나 안정적인 직장을 갖는 것을

꿈이라고 말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자주 보게 된다.

그 자체로 나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꿈이라고 말하기에는 허전하다.

돈을 많이 벌어서, 안정적인 직장에 다녀서...

그 다음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야 한다.

더불어 사는 이 세상을 더 살 만한 곳으로 가꾸겠다는 꿈 너머 꿈을 기대해야 한다.

아득한 거리에 있지만 항상 그 자리에서 밝게 빛나는 북극성처럼

우리 삶의 지침이 되는 소중한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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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도 평전 - 정쟁의 격랑 속에서 강호미학을 꽃피운 조선의 풍류객 한겨레역사인물평전
고미숙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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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어부사시사', '오우가', '견회요' 등의 작품으로 친숙한 윤선도는

'장가의 정철, 단가의 윤선도'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조선 시가문학의 양대 산맥의 하나다.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지독할 정도로 곧은 성품 때문에 그는 생의 많은 부분을 유배지에서 보낸다.

가문의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아 유배지에서조차 호화롭고 예술적인 삶을 살았던 윤선도.

어쩌면 물질적인 풍요가 뒷받침되었기에 어떤 자리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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