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라디오 키드 -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유쾌한 빈혈토크
김훈종 외 지음, 이크종 그림 / 더난출판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70년대 중후반에 태어나 90년대 중후반에 대학을 다닌, 이제 서른보다 마흔이 가까운,

그러나 마음만은 청춘이라 팟캐스트 방송으로 의기투합한

잘나가는 SBS 라디오 PD 셋이 함께 펴낸 청춘 회고록(?)이다.

책 중간중간에 실려 있는 이크종의 귀여운 만화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모처럼 연배가 비슷한 저자들의 지난 세기 끝자락의 기록을 읽으니 유쾌하고도 허전하다.

그들도 나도 한때는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의미의 X세대로 불린 신세대였다.

그리 오래전 옛날도 아닌데 90년대 청소년의 삶은 지금과는 그 형태가 꽤 달랐다.

무엇보다도 당시에는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없었기에

도시의 아파트와 빌딩 숲에 뿌리를 내린 우리들은 라디오 키드이거나 TV 키드였다.

 

누군가는 밤마다 '마이마이'나 '워크맨'으로 이적이나 윤하가 아닌, 이문세가 진행하는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었고,

누군가는 홍콩 느와르의 주인공을 흉내내며 잔뜩 옷깃을 세웠고,

누군가는 <은하영웅전설>을 읽고, 레드 제플린의 LP에 빠져 지냈다.

그렇게 대중문화의 폭포수같은 세례를 받으며 어른이 되었고,

그 자양이, 적어도 세 작가에게는 재미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토대가 되었다.

 

같은 시대에 태어나 자랐다는 무언의 유대가 꽤나 견고하다.

어쩌면 한 번도 마주친 적 없이 30여 년을 살아왔을 텐데

저자들과 나는 놀랄 정도로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아직은 젊다고 할 수 있지만 그들도 나도 조금씩 늙어갈 것이다.

어른이 되어 깨닫는 가장 무거운 진실, 시간의 불가역성.

다시 돌아올 수 없는 20세기는 그 자리에 멈춰서 있고,

우리의 기억만이 풍화를 거듭하며 아름답고 애틋하게 윤색되어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