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어른의 맛. 파김치의 맛.

어른이 되면서 느끼는 큰 변화 중 하나는 어릴 때 입에 대지 못했던 꽤 많은 음식을 즐기게 됐다는 것이다.

어려서 맛있게 먹던 음식은 지금도 여전히 맛있다. 그래서 어려서 도무지 맛이라곤 없던 음식은 계속 맛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았다.

어느날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나온 파김치가 왠지 먹음직스러워 보여 조금 덜어 입에 넣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고... 조금은 걱정도 하면서... 그런데...

맛있다. ... 그것도 꽤...

마치 달래무침-어릴 때는 달래도 먹지 못했다-이 연상되는, 쌉싸래하면서 짭쪼름한 맛이 입안에 가득 찼다.

'왜 이제까지 이 맛을 모르고 있었지?' ...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참 어렸었기 때문에... 뭘 몰랐었기 때문에...

 

어느날 포근한 안식을 주던 내 집이... 항상 사랑스럽던 아내와 딸이... 다른 집으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느껴진다.

어른이 되어도 감당하기 벅찬 낯선 변화가 불쑥 자신을 찾아왔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책은 암 발병이라는 가혹한 변화를 겪으며 최인호가 기록한 자기 고백이다.

어느날 다른 맛으로 입 속에 찾아든 파김치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색다른 인생의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비보가 들렸다. 최인호 작가가 먼 길을 떠났다는...

하지만 암이라는 불청객을 만난 이후로

담담히 자기 안으로 침잠하여 본연의 업인 글쓰기에 전념했던 작가의 마지막 삶은

먼 길 떠나는 소중한 친구와 헤어지면서 몇 걸음 떼어놓고 뒤돌아보던 ... 그런 아쉬움으로

잊은 듯 잊지 않고... 오래오래 소중히 기억될 것이다.

 

이문구, 이청준, 최인호 ... 그리고 언제나 애틋한 김소진.

글로 삶을 대신한 작가들 ... 편안히 잠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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