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경제력', 또는 '예술과 물질적 풍요' 같은 제목도 생각해봤지만

'예술과 돈'만큼의 진실성을 느낄 수 없다.

 

예술이 창의력과 자유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창작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예술과 돈의 관계는 필연적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어도 매우 밀접하다고 할 수 있겠다.

시대는 다르지만 개성 있는 삶을 살다간 윤선도와 이중섭을 통해 예술과 돈의 관계를 생각해본다.

 

윤선도는 가문의 재산으로 평생 풍족한 삶을 살았다.

보길도 전체를 자신의 정원으로 꾸밀 만큼 유배지에서도 경제적인 걱정은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하는 대찬 성격 때문에

공직에 나선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유배지에서 보냈건만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배경에

경제력을 무시할 수 없다.

 

반면에 이중섭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격변기 속에서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할 집 한 칸 마련하기도 어려웠다.

가족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이 그의 작품 속에 오롯이 담겨

우리는 감동적인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바다 건너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소신을 접고 전시회도 열면서

어떻게든 돈을 모으려던 이중섭은 동료에게 사기를 당하고

그림값을 제때 받지도 못하면서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다.

 

양 극단의 예술가를 보면서

결국 예술은 예술가의 삶과 환경의 영향 아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중섭이 좀더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서

가족과 행복하게 생활하며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은 떨쳐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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