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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 플랜더스
다니엘 디포 지음, 류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6/06/05 ~ 2026/06/07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의 274번째 책은 '로빈슨 크루소' 로 유명한 대니얼 디포의 '몰 플랜더스' 이다.
개인적으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아주 좋아하는 편으로, 책을 웬만하면 잘 안사는 내가 그나마 좀 샀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가 대부분 다 문학동네 책들일 정도인지라 이번 책이 무척이나 기대됐다.
사실 이제는 세계문학이나 고전에 대한 집착이 예전만큼 광적일 정도로 심하진 않지만, 그래도 아직도 여전히 최소한의 관심은 남아 있어 한번씩 어떤 책들이 나오나 둘러보곤 하는데 이번에 대니얼 디포의 책이 나온다 해서 약간 의외이기도 했다.
'로빈슨 크루소' 때문에 대니얼 디포라는 작가는 매우 유명하지만 사실 그 외의 다른 소설들은 작가의 명성이나 인기에 비해 국내에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도 '로빈슨 크루소' 이외에는 이 작가의 책을 읽어본적이 없어 무슨 내용일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던 차에 이렇게 좋은 기회가 닿아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1722년에 발표된 책으로, 책의 시대적 배경 역시 1600년대 후반에서부터 1700년대 초반까지이다.
'몰 플랜더스' 라고 하는, 책 끝까지 가도 본명이 끝내 밝혀지지 않는, 어느 여인의 일대기가 담담한 고백 형식의 자서전처럼 쓰여져 있다.

런던의 악명 높은 뉴게이트 감옥에서 태어난 몰은 불행한 환경에서 태어나긴 했어도 운이 좋아 좋은 보모 밑에서 나름 사랑 받으며 평안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감옥에서 태어난것부터가 일단 몰의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힌트를 엿볼수 장면인데, 바느질이나 열심히 배워 어디 귀족 집안에 하녀로 들어가거나 평범하게 살길 바랬던 보모와 달리, 정작 몰 자신은 귀부인이 되고 싶다는 바램을 어렸을때부터 가지고 있었다.
다소 허영심 가득한 이 모습에서부터 이 여자의 앞날이 훤히 눈에 보이는것만 같다.
아니나 다를까 이 여자는 평생 5번의 결혼을 하는데 그중 한번은 자기 친동생이랑 결혼한거였고, 다른 한번은 정식 결혼도 아닌 정부에 불과했으며, 두번은 남자가 일찍 요절을 했고, 마지막 한번은 남자가 중죄를 짓고 프랑스로 야반도주했다.
그 외 매춘을 비롯해서 여러 남자들과 잠자리를 가졌으며 심지어 시아주버님과도 뜨거운 사랑을 한 적이 있을 정도였으니 이 여자의 외모가 어땠을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일찍 죽어버린 아이들을 포함해 총 12명의 아이들을 낳았고 당연하게도 아이들이 다 씨가 다른 형제들이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소설에서 금방 사라지고 오로지 딱 한명의 아들만 남아 그녀가 노년에 이를때까지 모자간의 사랑을 유지하며 잘 지내는데, 재밌는건 남은 이 유일한 아들이 가장 돈이 많고 그녀가 받을 유산을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 5번째 남편이 죽은 뒤 홀로 남게 된 몰은 더 이상 매력적인 젊은 부인이 아니였으니, 돈도 없고 늙어버린 50줄에 들어선 이 여자가 저 험하기 짝이 없는 근대 잉글랜드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을수밖에.
결국 그리하여 도둑의 세계에 입성한 몰은 온갖 다양한 방법의 범죄를 저지르며 끈질기게, 그리고 악착같이 저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결국 밟히는 법.
어느 가정집에 옷감 훔치러 들어갔다가 현행범으로 잡히게 된 몰은 자신이 태어났던 뉴게이트 감옥으로 갇히게 되었으니, 허 참.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 이렇게도 지독할까.
사형범으로 선고받은 몰은 그제서야 진실된 회개와 참회를 해보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어버렸으니.
과연 몰의 인생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 것인가.
이 시기 유럽의 사실주의 소설들은 정말 보기가 힘들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냥 이때 이 시기의 소설속 인물들을 바라보기가 힘들다.
우울하고 비참한 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나까지 그렇게 되는것 같아 소설의 재미와는 별개로 책장 넘기기가 참으로 어렵다.
'루공-마카르 총서' 전편 완독은 여전히 내 버킷리스트중 하나이긴 하지만, 고되고 힘들기만 할게 뻔한 저 시리즈를 20개 모두 다 읽을 수 있을지 자신은 없다.
마찬가지로 이 책도 솔직히 좀 힘들었다.
책장이 술술 넘어갈 정도로 스토리 위주의 내용들인데다 어려운 부분이 없어 완독하기에 큰 무리는 없지만 500 페이지가 넘는 이 두꺼운 분량에 대부분 어두운 이야기들뿐이니 당연 그럴수밖에.
하지만, 이런 사실주의 소설들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암흑의 시대인 중세를 벗어나 근대로 접어들긴 했으나 아직 사회 시스템 자체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 당시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을지, 어떤 모습으로 생활했을지는, 화려한 드라마나 영화를 봐서는 절대 알 수 없다.
대영제국,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신대륙에서의 모험.
이런게 일반 서민들의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사실주의 소설들을 봐야 하고 그러한 것들을 통해 그들의 삶을 바라보아야 한다.
책의 말미에 쓰인 해설에서처럼 이 책에는 남녀 불평등, 당시 결혼 제도에 대한 비판과 풍자 등, 사회 고발적인 내용도 물론 염두에 둬야하겠지만 난 온전히 이 소설에만 집중하고 싶다.
몰의 말과 행동에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고 사실주의 소설로서 당시 일반인들이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어떤 생각으로 그 시대를 살았는지, 그것만 온전히 느낄수 있다면 이런 소설은 제 몫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젠더 감성, 뭐 그런거 다 일단 뒤로 제껴두고 오로지 17~18세기 유럽인들의 일상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다만, '로빈슨 크루소' 기대하고 보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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