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그대 일본문학 컬렉션 6
다니자키 준이치로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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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24/09/15 ~ 2024/09/18

애초의 계획은,

'추석 연휴의 여유로운 오후에 커피 한잔을 뽑아 들고 한적한 벤치에 앉아 이 책을 읽으며 가을 정취를 한껏 느껴보자!'

..였었다.

시원한 가을 바람이 바닷가에서부터 솔솔 불어오며 머리를 흩날리고,

양만 더럽게 많고 맛도 없는 싸구려 메x커피 대신, AI 시대답게 로봇이 만들어주는 아메리카노의 향과 풍미에 빠져,

학교 선생님들의 기숙사로 추정되는 건물 반대편의 나무 벤치에 앉아,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가을' 을 읽고 싶었다.

이게 올해 가을의 첫 목표였다.

근데 지구의 이상 기온 현상 때문인건지, 그저 잠깐 일시적인 늦더위인건지 알 길은 없지만, 아무튼지간에 미칠듯한 더위 때문에 그런건 깔끔하게 포기했다.

빌어먹을.

잔뜩 기대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책은 기대했던대로의 느낌이라 만족스러웠다.

날씨가 좀만 도와줬더라면 더더욱 만족스러웠을텐데.

내내 아쉽다.

1900년대 초에 쓰여진 일본 근대 소설들로 이 책은 구성되어 있으며, 다자이 오사무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처럼 익히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들도 있었고, 오카모토 가노코나 이토 사치오처럼 처음 접한 작가들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대했던 소설이 바로 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가을' 이다.

이 소설 이후에 등장하는 '게사와 모리토' 는 일전에 읽었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집에도 수록되어서 새로울게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이 '가을' 이라는 소설을 기대했던것 같다.

물론 계절의 영향도 있었고.

유부녀가 된 이후에도 처녀 시절 마음에 두었던 사촌 오빠 슌키치를 잊지 못하는 노부코.

뭐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럭저럭 결혼 생활을 해나가던중, 다시 슌키치를 보게 되자 노부코는 마음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쓸쓸한 가을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아직 발전이 덜 된 도쿄의 외각 지대라는 장소적 배경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며 더욱 더 이 소설을 쓸쓸하게 만든다.

쓸쓸하게 체념해버린 노부코의 심정이 애절하게 표현되어 있어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노부코의 저 마음이 가슴에 와닿는듯하다.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소설이였다.



이제는 글만 봐도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이라는걸 알 수 있을것 같다.

나 다자이 오사무같은 무뢰파 싫어하지 않았었나?

지금도 난 분명 싫어하는것 같은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다자이 오사무라는 위대한 작가의 힘인가보다.

이 소설은 다자이 오사무의 유작으로 알려져 있으며, 제목이 하필이면 '굿바이' 라 자살을 암시하는듯도 하지만 실상 내용은 자살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잡지사 편집장으로 일하는 유부남 다지마 슈지는 암거래를 하며 돈을 많이 벌고 있으며 그 돈으로 여자들을 5명이나 만나고 다닌다.

그러다 나이를 먹으며 슬슬 성욕도 떨어져가는것 같고 노는게 따분해져가며 조강지처 생각이 나서 그동안 만나던 여자들과의 관계를 모두 정리하려 하지만, 이게 또 다지마 슈지가 또 멘탈이 강하지 못한 남자라 혼자서 그 여자들에게 이별을 고하기가 어려워 누군가의 장례식에서 누군가에게 솔깃한 방법을 듣게 되는데, 엄청난 미인을 데리고 여자들에게 찾아가 이별을 고해보라는 어이없는 방법이다.

근데 이 남자, 또 그 어이없는 방법을 실천하게 된다.

약간은 코믹스러운 면도 있어 유쾌한 기분도 드는 소설이지만 유작이라 결말은 볼 수 없다.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하던 날, 그의 책상에는 유서와 함께 이 소설 원고가 남겨져 있었다 한다.

일본에서 어느 작가가 이 소설의 속편을 썼다고 하는데 설정은 좀 비슷하지만 주인공 이름도 다를 정도로 이질적인 느낌이 확 든다.

팬픽인가?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충격을 받은 소설인 고사카이 후보쿠의 '연애 곡선' 이다.

작가가 의사라 그런지 의학적 내용들과 용어들이 많이 나오며, 이 소설의 기본 뼈대가 되는 내용들도 다 의학적 내용들이다.

특히나 이 소설은 심전도 기계의 원리에 대한 내용들이 나오며 사람의 감정에 따라 심전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가정이 포함되어 있다.

아, 정말 이 소설 소름 돋는다.

무언가 더 자세한 내용을 쓰면 절대 안될것 같다.

뒷골이 쭉 땡기는듯한 느낌을 원한다면 바로 이 소설이다.

놀라운 작가였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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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세계사 명장면 97 지식도감 지도로 읽는다
역사미스터리클럽 지음, 안혜은 옮김 / 이다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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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24/09/10 ~ 2024/09/14

2달전 이 출판사에서 나온 '세계의 전쟁, 분쟁 지식도감' 이라는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었다.

복잡한 현대사 내용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더불어 그 내용들에 대한 자세한 지도를 제시함으로서 이해를 높힌 책이라 아직도 현대사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때마다 간혹 들춰보고 있을 정도로 매우 괜찮은 책이였는데, 이번에 같은 출판사에서 비슷한 또 다른 책이 나오게 되어 좋은 기회에 읽어볼 수 있었다.

저번 '세계의 전쟁, 분쟁 지식도감' 책은 라이프사이언스라는 단체(?)에서 지은 책이였는데, 이번 이 책은 '역사미스터리클럽' 이라는 곳에서 지은 책이다.

일본 번역 책인걸로 봐서 일본의 단체인듯한데 검색해도 딱히 뭐가 나오질 않는다.

이정도 퀄리티의 책을 만드는걸로 봐선 꽤 유명할거 같은데 일본 구글을 검색해봐야되나.

아무튼 이 책은 고대부터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까지 세계사의 굵직굵직한 부분들중 총 97개를 선정하였으며 이를 총 400페이지의 책에 담아야했기 때문에 각 장(章) 당 할애되는 페이지수가 4페이지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사진이나 그림이 무조건 모든 장(章)에 다 들어가 있어 어떤 부분은 글로 설명되는 분량이 채 2페이지가 안되는 것들도 있다.

그렇지만, 정말 가장 핵심적인 내용들을 탁탁 찝어서 설명해주기 때문에 간결하고 요약이 잘 되어 있는데다 지도를 통해 지리적 부분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세계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보다는 어느 정도 세계사에 대한 기초가 마련되어 있는 사람들이 읽기에 아주 적당한 책으로 여겨진다.

아예 세계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렵고 개념 잡기가 힘들수 있다.



특이한게 이 책에는 해당 역사의 지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전쟁의 전략적 전술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대회전으로 유명한 칸나에 전투 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가 맞붙었던 페르시아 전쟁, 삼국지의 가장 절정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적벽대전, 동로마의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는 오스만 제국의 전략, 신성동맹 연합군과 오스만 제국이 붙었던 레판토 해전, 제국주의 시기에 인도를 차지하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가 벌였던 플라시 전투, 영국까지 집어삼키기 위해 출전한 나폴레옹과 그를 막기 위한 넬슨 제독의 싸움이였던 트라팔가르 해전, 독일 통일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의 전쟁중 가장 핵심적이였던 쾨니히그레츠 전투 등등등.

세계사적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전투의 흐름 뿐만 아니라 구체적 숫자, 움직임, 심지어 사용 무기까지 그려져 있다.

엄청난 밀덕이 저 단체에 있는게 분명하다.

밀덕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들까지 있다.



중국 역사에 대해서도 각 왕조별로 최소 1장(章)은 포함되어 있어 중국의 전체 왕조에 대한 흐름도 파악할 수 있다.



다른 세계사 책들과는 다르게 남아메리카 독립에 대한 내용들이나 아프리카 내용들도 분량은 적지만 어쨌든 포함되어 있다.

이런 식의 전체 세계사를 다 다루는 책들중에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부분까지 있는 책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일본책답게 일본 군국주의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부끄러운 역사인걸 그래도 아는 단체인것 같다.

얼마전에 읽었던 식민 사관 가득했던 x같았던 세계사 책에 비하면 이정도는 양반 그 이상을 넘어 임금급이다.

이렇게 옥의 티 같은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 퀄리티면 매우 훌륭한 세계사 책이라고 생각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중들을 위한 세계사 책중에서 견줄수 있는 책이 얼마나 되나 곰곰히 되돌려 생각해보면 그렇게 많지 않다.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핵심적 내용들을 간단명료하게 요약하여 가독성이 좋고 적절하게 지도로 추가 설명을 집어넣어 세계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지식도감 시리즈 이거 매우 기대되는 시리즈가 되버렸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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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구마 왕국의 방귀 공주 북극곰 이야기샘 시리즈 10
민재회 지음 / 북극곰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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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24/09/12 ~ 2024/09/12

아이가 점점 글밥 많은 책에 적응이 되어 가고 있다.

순조롭게 혼자서도 잘 읽고 있으며 이해를 잘 하고 있나 이래저래 물어봐도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이해하며 책을 보고 있는듯 하여 안심이다.

현재 내 아이의 수준에 딱 맞을것으로 예상되는 책을 운 좋게 아이에게 안겨줄 수 있었다.

내 아이 또래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와 방귀의 조합만으로도 이건 이미 성공이다.

아이가 안좋아할래야 안좋아할수가 없는 책이다.



방귀 때문에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자꾸 놀림받는 예나는 집에 와서도 엄마에게 괜히 심술만 부린다.

급기야 좋아하는 고구마를 엄마가 쪄 주었는데도, 그걸 쓰레기통에 버려버리기까지 한다.

그때, 혼자 있는 예나의 집에 의외의 인물, 아니 캐릭터가 찾아오는데 그가 바로 구마 장군이다.

고구마를 연상케하는 피부빛의 구마 장군은 예나에게 구마구마 왕국에 와서 방귀를 제발 팔아달라며 구마왕의 간곡한 편지를 건넨다.



아 반짝반짝 빛나는 무지개 너머의 작은 섬에 있는 구마구마 왕국!

뭔가 냄새날것 같고 뭔가 똥을 연상케 하는 이름이지만, 의외로 너무나도 천국같은 모습이라 깜짝 놀랬다.

해맑게 웃는 예나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일러스트라 할 수 있다.



구마구마 왕국에 도착한 예나는 온 힘을 다해 방귀를 뀌며 발전기도 돌리고 구마구마 왕국민들의 병까지 치료해준다!

대단한 방귀라 그런지 아이가 깔깔대며 웃고 난리가 났다.

예나 덕분에 발전기를 돌리며 밝게 사는 구마족의 모습을 본 감마족이 구마구마 왕국에 쳐들어오게 되고 예나는 그 전쟁에 휘말리고야 만다.

과연 예나는 이 전쟁에서 벗어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랑 누구나 다 좋아할만한 방귀라는 주제로 아주 재밌는 스토리가 있으며, 중간중간 중요 포인트마다 작가의 일러스트가 귀여우면서도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글을 이해하는데에 큰 도움을 준다.

제법 긴 문장들도 나오는데, 일러스트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내 아이도 잘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80 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아이가 너무 지루하지 않게끔 볼륨감도 딱 적당하다.

7~8살 아이가 있는 부모들에게 강추할만하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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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의 일본어 히라카나 가타카나 쓰기노트
김연진(시즈) 지음 / Orbita(오르비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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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24/09/09 ~ 2024/09/09

일본어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보면 좋을만한 책이 여기 있다.

너무나도 잘 알다시피 일본어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만 완벽하게 다 외우면 사실 절반은 성공이라 할 수 있다.

문법이랑 한자 들어가면 일본어도 개빡시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뭐 맞는 말이라 동의는 하지만 공감은 하기가 어렵다.

한국인 입장에서 일본어보다 더 쉬운 외국어가 뭐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너무나도 뻔하다.

일본어 능력자들을 폄하하는게 아니라, 그만큼 일본어는 입문하기에 너무나도 쉬운 외국어라는 소리이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만 완벽하게 외운다면.

여러 일본어 초급 책들을 보면 오십음도는 그냥 간단히 몇장에 걸쳐 소개만 하고 바로 곤니찌와로 넘어가는 책들이 많은데 진짜진짜진짜 쌩초보 입장에선 에베레스트보다도 더 험난해보일뿐이다.

그래서 난 무조건 일본어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예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만 들어 있는 책을 준비해서, 그 책으로 몇일 내지 몇달이 걸리더라도 오십음도를 완벽히 외우고 시작하라고 권하는 편이다.

사람마다 다 스타일이 제각각이라 이 말이 정답이 될 순 없지만, 나같이 약간은? 아니 심하게? 옵세한 사람들은 이렇게 공부해야 직성이 풀린다.

오십음도 그거 그냥 대충 외우고 일드나 애니 대사 중심으로 파고들어 능력자가 되는 사람들도 많으니 각자의 공부 스타일에 맞게 방법을 찾으면 된다.



이 책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친절하게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처음부터 하나하나 일일히 다 획순에 맞춰 몇십번동안 반복해서 쓰며 연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걸로도 부족해 따로 QR 코드가 있어 원없이 무제한적으로 쓰며 외울수 있다.

아득하게만 보이는 저 빈칸들을 하나씩 외우며 채운다 생각하면 뭔가 알 수 없는 희열이 느껴질것만 같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방법은 나같이 옵세한 인간들을 위한 방법이다.



책의 서문에 일본어의 문자에 대한 글이 나오는데 이걸 보면 어떤 순서로 일본어를 공부하면 좋을지 답이 나온다.

히라가나는 무조건 100% 다 외운 상태 + 가타카나는 대략 50% 정도 외운 상태

이정도 비율이면 오십음도를 얼추 넘어가도 될거 같다.

그만큼 히라가나의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으며, 가타카나도 일본어를 공부하다보면 벽으로 느껴질 때가 분명 온다.

내 개인적으로는 가타카나가 1차, 한자가 2차의 벽이였는데 한자는 그래도 그나마 좀 알고 있어서 괜찮았고 가타카나가 정말 너무너무 안외워졌다.

우리나라처럼 일본도 외래어가 엄청 많으니 틈날때마다 이 책으로 가타카나를 꾸준히 반복해서 외워준다면 내가 느꼈던 벽도 훨씬 쉽게 넘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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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4 - 끝없는 밤
손보미 외 지음 / 북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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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24/09/06 ~ 2024/09/08

어김없이 이효석문학상의 계절이 찾아왔다.

이번 작품집은 작년보다 볼륨이 더 커졌다. 약 70페이지 정도 더 늘었다.

그래서 보는 맛이 더하고 더 풍부하게 느껴진다.

근데, 좀 어이없었던건, 마지막 이효석 작가 연보가 통으로 다 빠져 있다는 점이였다.

책의 단순한 손상인건지 출판의 오류인지 모르겠으나, 이효석문학상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책이니만큼 신속히 손봐야 할 문제인것 같아 미리 언급하였다.



# 끝없는 밤 / 손보미

올해의 대상은 '폭우', '밤이 지나면', '불장난', '사랑의 꿈' 등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손보미 작가가 수상했다.

손보미 작가의 소설들은 보기에 영 불편하다.

이번 소설도 그렇고, 다음에 소개할 소설도 그렇고, 이전까지 내가 봤던 소설들도 그랬고, 시간의 역순으로 쓰여진 소설들이 많다.

현재 시점에서 뭔가 사건이나 이벤트를 던져놓고 점차 과거로 시점을 옮겨가며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에 집중에서 읽지 않으면 흐름을 놓쳐버리기 쉽상이다.

이번 대상작 '끝없는 밤' 은 손보미 작가의 이러한 글쓰기 방식과 가장 잘 어울린다 생각되는 소설로, 잔잔하던 바다가 폭풍이 몰아치며 넘실거리고, 그에 맞춰 주인공 '그녀' 의 상념이 같이 너울거리며 감정이 요동친다.

그렇기에 현재의 '파도' 와 과거의 '회상' 을 비교하며 읽어야 흐름이 제대로 이해가 된다.

잔잔하던 바다의 파도가 약간 더 세게 칠땐 '그녀' 의 불륜도 비교적 약한(?) 편이다.

그러다 요트가 휘청거리고 사람들이 쓰러질 정도로 파도거 거세지며 '그녀' 의 불륜도 점입가경(!)으로 들어간다.

급기야 요트가 뒤집어지고 사람들이 바다에 빠져 버릴 정도가 되니 '그녀' 에게 남은건 자기 혐오와 비참함.

70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이 아쉬웠다.

플롯을 좀 더 길게 늘린 '끝없는 밤' 을 보고 싶어졌다.

'데카메론' 느낌으로 요트에 탄 사람들 각각의 여러 인간 군상을 그린다면 어떤 소설이 될까?

흑사병이 피렌체 교외의 별장을 폐쇄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듯이, 태풍이라는 외부의 위협이 요트라는 폐쇄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었으니 이런 느낌으로 이 소설을 읽는다면 정말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천생연분 / 손보미

대상 작가 손보미의 자선작으로, 이 소설이 오히려 '끝없는 밤' 이라는 제목과 더 어울리게 느껴졌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발이 너무 거센 겨울밤.

이 밤을 가장 길게 느낀 사람은 누구였을까?

어머니의 유산인 엔틱 가구를 가지러 가던 그녀였을까?

아니면, 오밤중에 불륜녀였던 여자의 전화 한통에 튀어나온 그였을까?

어쩌면 두 남녀의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5살 아이가 아니였을까?

다시 원래의 제목으로 돌아가,

천생연분은 분명 남동생과 올케, 엄마와 엄마의 새로운 남편을 가리키는것 같은데,

그럼 그녀와 그는 천생연분이 아니여서 이별을 하게 된건가?

그의 천생연분은 그녀가 아니라 원래 자기 마누라였던건가?

그녀가 양호 선생님의 결혼식장에서 대성통곡을 한건 무슨 이유 때문이였을까?

양호실에서 짝사랑하던 남학생을 더이상 보지 못하게 될까봐?

여러가지 물음들이 자꾸 생각나고 인과 관계를 맞춰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뭔가 실마리 하나만 탁 잡으면 얽힌 실타레 풀어지듯이 줄줄히 다 테트리스처럼 딱딱 맞아떨어질것 같은데.

# 허리케인 나이트 / 문지혁

소설속의 '나' 는 실제의 '나' 와 여러가지가 닮아 있어 순간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닮은 점들을 감상으로 쓰다가 애써 쓴 문장들을 죄다 지워버렸다.

쓰다보니 내 어리석던 옛 모습들이 자꾸 들춰지는것 같았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감정보다는 더 깊고, 자기 혐오라는 감정보다는 더 가벼운, 그 둘의 중간 즈음에 있는 듯한 감정들이 샘솟으며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에 빠져들어 더 이상 쓸 수가 없었다.

기억에 오래 남는 소설이 될 듯 하다.

# 리틀 프라이드 / 서장원

난 이쪽 주제는 혐오하기 때문에 소설로라도 보지 않는다.


# 혼모노 / 성해나

제목인 혼모노가 내가 아는 그 혼모노 (ほんもの) 인가 싶었는데 정말로 그 혼모노가 맞았다.

나로서는 생소한 주제라 소설의 무당과 굿에 관련된 용어들이 낯설고 어려웠으며 무당들의 감정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지만, 작가의 글솜씨가 대단하여 등장인물들의 감정 표현이 세밀하고 촘촘하며 굿의 동작들은 너무나도 생경하여 소설에 표현된 긴장감을 온전히 느낄수 있었다.

어린 시절 무서워 벌벌 떨며 봤던 전설의 고향이 문득 생각나기도 하였다.

이번 수상작품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느껴진 소설이였다.

# 담담 / 안윤

바이섹슈얼인 여자, 그리고 아내와 딸을 잃어버린 남자.

이 둘의 담담한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워낙 싫어해서 이 소설도 안볼려다가 조금 더 봐보니 그런 류(?)의 소설이 아니라 마음 놓고 읽을 수 있었다.

큰 상처를 입은 두 남녀 이야기를 아주 담담한 문체로 담백하게 풀어냈다.

이런 문체 너무 좋다. 확정되지 않은 오픈 결말 또한 소설과 잘 어울려 여운이 남았다.

# 그 개와 혁명 / 예소연

언제부터였던가? 신경숙이라는 인간에 실망한 뒤 부터였나?

사상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소설은 불쾌하다.

# 그 날의 정모 / 안보윤

작년 이효석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던 안보윤 작가의 자선작이다.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회적 문제나 현상을 리얼하게 표현하는 작가답게 이번 소설도 어김없이 비슷한 정도의 수준으로 불편하게 느껴진다.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처럼 불쾌하게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그럭저럭 마음을 가라앉히고 볼 수 있다.

해마다 빼놓지 않고 가을이면 항상 이 책을 읽어왔다.

정이현의 소설을 처음 이 작품집에서 접했으니 20년 정도 봐온것 같다.

그동안은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 읽곤 했었는데 작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겨 책을 소장할 수 있게 되었다.

작년 작품집도 가까이에 두고 생각날때마다 한번씩 다시 읽어보곤 했었는데, 이제는 새 책으로 바꿔줄 때가 되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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