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막막한 독서 - 안나 카레니나에서 버지니아 울프까지, 문학의 빛나는 장면들
시로군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11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기간 : 2024/12/06 ~ 2024/12/08
독서모임이라.
대학생 시절, 신촌역 민들레영토같은 곳에서 예쁜 여대생들과 함꼐 하는 독서모임같은걸 늘 꿈꿔봤던 적은 있으나 사실 해본 적은 없다.
가끔 책에 대한 취향이 비슷하고 마음 맞는 사람 몇명과 책에 대해 잠깐 잠깐 이야기 해보기만 했을뿐, 늘 독서는 나 혼자서만 하던 행위였다.
책에 대한 욕심은 쓸데없이 많아서, 책을 보다 이해가 되지 않거나 의문점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며 독서모임을 생각해보곤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한번도 해보지 않은건 역시나 시간 맞춰 (심지어 잘 모르는) 누군가와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 나에게는 큰 허들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기 이 책의 저자는 그런 나와는 정 반대되는 활동적인 사람으로서 십수년간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한다.
같은 책에 대한 각기 다른 번역본들도 다 읽고, 잘 알려지지 않은 책들도 다 읽고, 어려운 책들마저도 읽어내며 자신만의 문학에 대한 통찰력을 키운 점이 참 대단하다 느껴진다.
이 책에 소개된 문학 작품들중 상당수는 나도 이미 읽어본 책들이 많은데, 그런 책들에 대해 내가 미처 느끼지 못한 점들이나 간과하고 넘어갔던 부분들에 대해 늦게나마 알게 되어서 재밌었고, 또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들에 대해서는 미리 책에 대한 소개와 소감을 봤기 때문에 나중에 그 책들을 읽을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것 같아서 전반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책이였다.
돈키호테부터 산시로까지 그 무엇 하나 소홀히 넘기기에는 너무 아까운 글들이였다.

20대 초반, 러시아 문학에 빠져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안나 카레리나는 늘 내 인생 소설중 하나였다.
돈 없던 학생 시절, 보일러가 아예 설치되어 있지 않은 추운 반지하 골방에 살면서도 이 책만큼은 꼭 소장하고 싶어 아끼고 아껴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서 품에 넣고 설레는 마음으로 방에 들어와 동아리방에서 가져온 전기매트 위에 누워 겨울밤을 보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 책의 저자에게도 안나 카레리나는 특별한 소설이였는지, 책의 1장과 4장에 각각 한편씩 이 소설에 대한 심도있는 소감이 실려 있는데 둘다 아주 볼만하다.
번역의 한계 때문에 여러 번역본들을 다 읽어보는게 좋다라는 의견도 나와 일치하고, 책에 대한 기본적인 취향이 비슷하여 나랑 잘 맞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 최근 접하게 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참마죽에 대한 감상평도 좋았는데, 무엇보다, 이 소설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는 작가를 충분히 온전히 느낄수 있을만큼 분석적이였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작가였으나, 올해에서야 이 작가의 소설들을 보기 시작했는데 아쉽게도 가장 유명한 라쇼몬과 이 책에 소개된 참마죽은 보질 못했다.
또한, 밀감이라는 소설도 짧게나마 소개되어 있는데 (다른 책에서는 귤이라고 번역되어 있기도 하다.) 이 소설이 정말 볼만했다.
아주 짧은 단편 소설이지만 주인공의 허무함과 우울감이 반대편에 앉은 시골 소녀의 모습과 대비되어 너무나도 진하게 느껴졌던 소설이였다.

이 책의 목차를 보고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 에밀 졸라 부분이였는데, 역시나 루공 마카르 총서 때문이다.
루공 마카르 총서는 내가 대학생때에도 책 좀 본다는 학생들 사이에선 유명한 책이였는데 안타깝게도 아직도 국내에 전부 다 출판되지 않았다.
20권중에서 아직까지도 13권만 번역된 상태라하며, 이중에서 목로주점(7편), 나나(9편), 제르미날(!3편)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사실 에밀 졸라의 소설들은 보기에 무척 마음이 불편하다. 복잡한 양 가문의 가계도 만큼이나 마찬가지로 복잡한 개막장 가족사가 끝도 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밀 졸라의 소설들이 읽을 가치가 있는 이유는 이 책에서도 설명되어 있다시피 에밀 졸라가 취한 '자연과학자의 시선'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에밀 졸라의 소설들이 극 사실주의 성격을 띄고 있다는 말인데, 철저하게 관찰자의 입장에서 19세기 프랑스의 모습들을 여과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즉, 그 당시의 생활 양식이나 시대상, 풍경을 눈 앞에서 그리듯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복잡하기만 한 당시 프랑스 역사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사료적인 가치가 있다 할 수 있다.
나는, 위 세개의 소설 외에 집구석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대지까지 읽었는데 너무나도 리얼해서 하나같이 모두 읽고 난 뒤엔 찝찝함이 남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1권부터 20권까지 순서대로 다 읽어보는게 책에 대한 내 버킷리스트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
열악한 국내 출판 업계의 사정을 감안했을때는 내가 죽을때까지도 절대 그렇게 되기는 힘들것 같지만 문학동네에서 그래도 한권씩이라도 추가로 번역해주고 있으니 조금은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문학, 그중에서도 세계 문학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독서모임을 떠나서 이러한 책이 있다는것만으로도 너무나도 반가운 책이였으며 나중에 또 어떤 세계 문학을 읽고 싶은지 내 스스로 천천히 고민해볼수 있어서 책 읽는 시간이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기회가 된다면 꼭 이 책의 저자가 운영하는 독서모임도 구경해보고 싶고, 나도 또한 독서모임에도 나가보고 싶은데 여력이 될지는 모르겠다.
#막막한독서
#시로군
#북루덴스
#이시욱
#독서모임
#독서노트
#독서기록
#세계문학
#세계문학독서모임
#세계문학읽기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