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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사 다이어리 - 서울대 의대생의 미국 볼티모어 레지던트 도전기
김하림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4년 2월
평점 :

기간 : 2024/03/11 ~ 2024/03/12
시절이 하 수상하여 도통 요새 책이 손에 안잡힌다.
글을 읽는건지 글자를 읽는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집중도 안되고.
어렵고 머리 아픈 책을 보니 오히려 더 심해지는듯 하여, 가볍게 볼 수 있을만한 책을 찾던 중 이 책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과는 매우 다른 진로를 택했던 나와 매우 흡사한 길을 간것으로 보이는 이 작가의 귀여운 그림체와 담담한 미국 생활에 대한 묘사가, 내 예전 모습을 보는것 같아 수많은 추억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여 순식간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었다.
내가 "미국" 이라는 나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건 언제였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니, 학부 시절 미드 'ER' 을 봤을때부터인것 같다.
친구 자취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보던 'ER' 은 당시 피 끓는 청춘들이였던 우리의 마음을 더 뜨겁게 달궈 주었고 바이탈과를 하고 싶다는 욕망을 막 샘 솟게 만들었다.
사실 그래도 학부 시절엔 막연하게,
'아~ 미국 가고 싶다.'
정도의 느낌만 있었지, 구체적으로 뭘 시도하진 않았었다가,
대학 졸업후 공보의를 하면서 같이 근무하던 형과 의기투합하여 본격적으로 USMLE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usmlekorea.com 과 usmlemaster.com 에서 모인 사람들과 서울에서 스터디도 같이 하고, 정보들도 교류했었다.
지금은 usmlemaster.com은 사라진듯 하다.
기나긴 과정 끝에 미국에 입성했고, 내가 원했던 바이탈과를 전공할 수 있었다.
그렇게나 힘들게 버텨온 시간들인데 결국 한국에 돌아오게 된 이유는,


결국엔 가족들 때문이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 삶에 대한 개척보다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이 점점 심해져만 갔다.
그러다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혈관조영술 시술을 받게 되면서, 결심했다.
'어차피 안들어가도 후회하고 들어가도 후회할꺼면, 들어가서 후회하자.'
주변 사람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형이나 동생이 한명만 있었어도 안들어왔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었다.
당시에 난 운이 좋게도 H1B 비자로 레지던트 생활을 하고 있었고, 평소 관심이 많았던 노인의학(Geriatrics) 펠로우 과정에 대해서도 영주권 스폰서쉽과 함께 이야기가 오가던 병원이 있었기 때문에 수개월간 밤잠을 설칠 정도로 고민을 했으나, 결국엔 가족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건, 내가 막상 한국에 돌아오니 내 부모님이 반대로 아들의 앞길을 막았다며 나에 대한 죄책감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였다.
가족이란 그런 것인가보다.
영원히 미안함을 느끼게 되는 대상.

그때 당시에 내가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떠할까?
혼자 여전히 솔로 라이프를 즐기며 록키산맥을 놀러다니며 살고 있을까?
아니면, 거기에서도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평행세계의 또 다른 내가 지금 어떤 모습이든 한국에 남은 가족에 대한 죄책감은 지우지 못했을것 같아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아마 똑같은 선택을 했었으리라.
작가는 나처럼 미국 생활을 접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듯 하다.
피부미용쪽에 관심이 있어 보였으니, 아마 지금 그쪽 일을 하고 있을것 같은데 가진 능력을 감안한다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오히려 현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말미에는 여러 한국 선생님들의 Q&A들까지 수록되어 있다.
나도 예전에 usmle 싸이트들에다 여러 답변들을 달고 그랬었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한가보다.
한국 의새로서 매우 어려운 시절이다.
같이 사는 사람과 진지하게 미국 갈까 이야기를 나눠보기도 했고, 미국의 지인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보내 보기도 했다.
내 부모님 뿐만 아니라, 이젠 장인장모에 아이까지.
젊었을때보다 지금이 더 현실적으로는 미국 가기에 더 힘든 상황인데, 자꾸 정부에서는 얼릉 나가라고 등 떠미는 모양새이다.
바이탈과 의새로서 좌절감을 느낀다.
젊은 의대생, 의새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USMLE 이든, JMLE 이든 도전을 말리진 않는다.
악마화되어 있는 한국 의새보다 백배, 천배 낫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인생을 걸고 도전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모두 동일과 레지던트를 수료하여 동일과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내 경험으로는,
둘다 힘들다.
한국보다는 그래도 쉽겠지, 더 낫겠지 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접근하면 아까운 시간만 버리게 된다.
이 악물고 죽을 각오를 하고 달려들어라.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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