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쉬
존 하트 지음, 권도희 옮김 / 구픽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p17. 조니와 노인(대니얼)의 대화 중

"전 여기에 여자들이나 우리 어머니에 대한 조언을 들으려고 오는 게 아니에요." 눈빛이 어둡고, 목소리는 딱딱했다.


(누구의 눈빛? 목소리? 바로 앞의 대사가 조니의 것이니 조니에 대한 묘사겠지만 이런 문장에서는 주어를 생략하면 안 된다. 아니면 '조니의 눈빛은 어둡고 목소리는 딱딱했다.라고 하든가.)


이어서는 더욱 심각한데


"제 말뜻 아실 거예요. 그럼 다음 달에 올게요. 아셨죠?"

"물론이지, 조니. 다음 달에 보자꾸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선을 내리깐 채, 입을 꾹 다물었다.


누가??? 누가 시선을 내리깔고 입을 다물었다는 건가??? 노인이야? 조니야? 왜 주어를 생략하지??? 읽는 동시에 장면이 그려져야 하는데 왜 독자가 읽기를 멈칫하면서까지 이게 누구에 대한 묘사인지를 추측해야 하지??? 더불어, 노인을 주어로 떠올려 봐도, 조니를 주어로 떠올려 봐도, 시선을 내리깐 채 입을 꾹 다물었다, 는 문장은 정말 이상하다. 더 매끄러웠어야 한다.


p149

하지만 이렇게 밝은 대낮이었음에도 조니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 꿈은 꿈이라기엔 너무 진짜 같았다. 너무 개인적이었고, 너무 뜨거웠다.


꿈이 개인적이라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몰입이 자꾸만 방해되었다.


p164

40년 간 법정에 나가 여덟 자리 숫자의 무죄 평결을 이끌어 냈고...


여덟 자리 숫자의 무죄 평결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p174

조니의 의자가 바닥에 긁혔다.


의자가 바닥에 어떻게 긁히지??? 의자가 바닥을 긁는 게 아닌가???

-> 조니의 의자가 바닥을 긁었다. / 바닥이 조니의 의자에 긁혔다.

(우리말 좀 바르게 씁시다.)


p281

마지막 복도 끝에는 보안관이 가로막고 서 있었다. 그는 기분이 나쁜 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니는 눈을 똑바로 뜨고 보안관을 쳐다보았다. 눈이 반은 안 보이고, 귀가 반은 안 들렸지만 상관없었다. 이건 동물이었다.


이건 동물이었다. : 열 번 넘게 읽었는데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설명해 주실 분?


p287

그는 오른쪽 길로 꺾어져 아파트와 지역 은행을 지나쳤다. 그리고 두 블록을 더 가다가 왼쪽으로 꺾어진 뒤, 빵집 옆에 있는 문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주어이고 스스로 길을 걷고 있는데 '꺾어지다'라는 피동형을 쓰나??? 

-> 그는 오른쪽 길로 꺾어... 왼쪽으로 꺾은 뒤...


p423

아이나는 가차 없이 창문에서 떨어졌다.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는 뜻인 줄 알고 뜬금없었고 다음 문장과 연결이 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몇 문장 앞에 창문으로 다가갔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리고 바로 다음 문장에서의 아이나가 여전히 그 공간 안에 있는 것으로 보건대 '창문으로부터 물러섰다'는 뜻인 듯하다. 이렇게 자꾸만 읽기를 중단하고 해석을 따로 하는 일이 얼마나 몰입을 방해하겠는가.


p443

단순 오타이겠지만 아이작, 아이삭이 혼용되었다.


p493

물집이 생긴 한쪽 눈은 감겨져 있었다.


'감다'의 피동형은 '감기다'이다. 감+기어+지다 의 이중 피동형을 쓰면 안 된다.

-> 한쪽 눈은 감겨 있었다.

(황금가지에서 출판된 '감겨진 눈 아래에'라는 소설이 있던데... 본문도 아닌 제목을 그렇게 쓰면 되나???) 아무튼 번역, 편집하시는 분들, 국어 공부 좀 제발...


p549

버딘이 입술을 뒤로 젖혔다.


우리가 이런 표현을 쓰나? 입술을 기준으로 뒤가 도대체 어느 방향이지? 입술을 뒤로 젖힌다는 게 무슨 뜻인지 한참 생각하다가 포기했다. 알고 싶지도 않다. 원문의 단어가 뭐였는지 모르겠지만 사전적 의미만 갖다 쓸 게 아니라 읽는 사람이 바로 알아듣고 장면을 그릴 수 있는 표현을 찾아야 하지 않나???


이 외에도 자잘한 오류가 많다... 부정확, 부적절한 어휘 선택 등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이올렛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절했거나 지인의 사생활을 훔친 작가를 보면 ‘과연 이번 한번뿐일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을뿐더러 그간 읽었던 책들도 치욕스러워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이 떡볶이 그래 책이야 47
소연 지음, 원유미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1쪽에 아침에 등교해 선생님께 핸드폰을 '반납'한다는 문장이 있는데,

반납은 말 그대로 '도로 내어준다'는 뜻이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폰을 내놓는 것은 제출이라고 해야 함.

아이들이 '반납'이란 표현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는 종종 봤는데

출판사에서 이런 틀린 표현을 걸러내지 못해서야.


도서관에 책을 반납한다는 표현은 맞는다. 원래 도서관의 것이므로.


83쪽에 학습지원실에 준비물을 반납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학습지원실에서 빌렸던 물품을 도로 돌려주는 상황이라면 맞는다.


87쪽, 희주가 뺀질이, 배신자 민호에게 복수하기 위해

예림에게 "배신자와 우유 당번 같이하기 싫다고 말해 줘." 하는 대목,

꽤 위험하다.

독자는 민호의 옳지 못한 행동을 알고 있지만

등장인물 예림은 그렇지 않다.

말 한마디로 누군가의 행동을 조종하는 장면이다.

한쪽의 말만 듣고 누군가를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지 않는가.

예림이 보다 객관적으로 상황 판단을 하고 행동하도록 했어야 한다.

이 부분이 옥에 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이 떡볶이 그래 책이야 47
소연 지음, 원유미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근대기만 하는 마음과 정말 ‘좋아하는‘ 마음을 알콩달콩 잘 그렸다. 다만 표지와 삽화가 아쉽다. 대세라는 웹툰 스타일에 휩쓸릴 것까진 없지만 깔끔한 표지였더라면. 오래된 분식집이라지만 낙서 가득한 묘사 너무 옛 감성이고 ㅜㅜ 민호는 초등 아닌 고등학생처럼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 루나 + 블랙박스와의 인터뷰 + 옛날 옛적 판교에서 + 책이 된 남자 + 신께서는 아이들 + 후루룩 쩝접 맛있는
서윤빈 외 지음 / 허블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초엽의 등장, 그리고 김초엽 이후를 가져온 2회 수상작품집의 의미를 넘어설 수는 없겠지만 수록 작품 모두 고르게 빼어나서 놀랐다. 각각이 저마다의 이유로 대상을 받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맨 앞에 실린 대상작을 읽고 나면 우수작부터는 살짝 다른 기대를 갖고 읽곤 했는데 어라? 우수작의 무게에 놀랐다. 


심사평을 읽으니 아니나 다를까, 두 작품을 두고 치열한 심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바다와 해녀와 물질과 임무와 관계를 우주에 옮겨다 놓은 '루나'의 상상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어느 때보다 깊이 들여다봐야 하는 우리 사회의 어느 한곳, 아니 지금 여기를 콜로니에 옮겨다 놓은 '블랙박스와의 인터뷰'에서 연달아 놀란 가슴은 나머지 네 작품을 읽는 내내 진정되지 않았다. (기기에 이식된 의식에게 '중력'에 대해 묻는다는, 얼핏 모순 같으면서도 곱씹을수록 의표를 찌르는 설정에 감탄했다.)


게임을 잘 알았더라면 '옛날 옛적 판교에서'를 읽으며 얼마나 자지러젔을까 생각하니 몹시 안타까웠다. 아아 그리고 '책이 된 남자'... 이 작가는 미쳤는가. 어떻게 이런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지? 대상에 이어 우수상을 두고도 치열한 심사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루나, 블랙박스와 더불어 공동 대상에 올리고 싶은 작품이었다.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짜깁기를 통해 창작하는 자신을 염려하셨는데, 네? 뭐라고요? 짜깁기라고 스스로를 낮추셨지만 이 방대한 집대성이자 재창조를 당신 말고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기만자!


'신께서는 아이들을'은 읽는 내내 이 시대의 어린이로 살아가는 작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마음 아프고 미안했으며, '후루룩 쩝쩝 맛있는'의 통쾌하고도 씁쓸한 복수 또한 지금 여기를 돌아보게 하는 점에서, 그리고 수상작품집의 색채를 풍성하게 한다는 점에서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이 작가의 등장을 반기게 했다.


심사위원의 임무란 수상작 전체, 그리고 특히 대상 선정으로써 그 해의 그 상의 의미를 전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이 고르게 빼어난 작품들 가운데 '루나'를 최종 낙점한 이유도 알 것 같다. 사진을 보니... 젊은 작가들의 대거 등장에 가슴이 뛰고 이분들이 오래오래 쓰실 것을 생각하니 행복하고 벅차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 심사위원들의 눈에 어찌 단점들이 보이지 않았겠는가만, 굳이 모 작품의 어떤 소소한 점에 대해 번호까지 붙여 가며 지적하고 마는 그 '자의식'은 좀 내려놓았더라면 좋았겠다 싶다. 심사 과정에서야 더한 지적도 가능했겠지만 선정이 다 끝나고 작품집을 세상에 내놓는 일종의 축제의 장에서 굳이 그래야 했나. '개연성을 까칠하게 따지는 독자라면'이라고 말문을 열었지만 실은 그런 것까지 예리하게 파악하는 자신을 과시한 데 지나지 않았다. 연금술이 가능한 세계인데, 작가가 창조한 능청스런 세계에 정신없이 몰입해 읽었구만, 읽는 과정에서 그 두 가지 점에 덜컥 걸려 책장이 넘어가지 않은 독자가 몇이나 있었을까. 그리고 곱씹어 읽을수록 동의도 안 된다. 특히 2번에서 말한 '차라리 디지털화'가 무엇인지? 그런 방식으로 책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그 세계에서의 디지털화일 텐데 뭘 어떻게 했어야 한다는 건지. 창조된 세계 안에서의 핍진성도 아니고, 그 세계가 창조되는 과정을 문제 삼아서야...


추가: 표지 구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