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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 아이스크림 가게 ㅣ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56
김원아 지음, 김무연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3월
평점 :
이런저런 맛의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과거가 소환되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아이스크림이 일종의 환상의 세계로 진입하는 단추로서 작용하는데, 꼭 아이스크림이 아니어도 될 만큼 설정이 느슨한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아이스크림을 통해 엿보는 환상이라는 것이 그저 행복했던 과거일 뿐이고 그것이 현재의 ‘4인 가족 신화’를 공고히 하는 것 외의 다른 이야기가 전무한 것이 문제다.
(과거를 그대로 엿본다 하더라도) 현실을 잠시 벗어나는 이런 장치는 극복이나 성장, 각성 등의 계기로 작용해야 함에도 이 이야기에서 과거의 소환은 그 어떠한 기능도 하지 않는다. "아, 그랬었지!"가 전부다. 현재 가족 전체 또는 (그나마 중심인물로 보일 듯 말 듯한) 소진이 직면한 (사소하더라도) 문제나 갈등이 있고 아이스크림을 통해 저마다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위로와 힘을 얻어 문제를 극복하거나 조금이라도 달라진 시각을 갖게 되는 이야기조차 부재. (사실 이런 서사도 썩 좋은 서사는 아님)
아빠의 안정된 직장 생활, 엄마의 힘들지만 행복했던 육아 시절(보니까 독박 육아 하신 듯), 큰 걱정거리 없는 두 딸까지, 과거에도 현재에도 무탈하기만 한 이 '4인 정상 가족'의 하루를 통해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가 묻고 싶다.
(별개로 36쪽의 ‘네 가족’은 ‘네 식구’로 수정해야 함. ‘네 가족’이면 소진이네 + 민재네 + 철수네 + 영희네, 처럼 (대개 한집에 살거나 혈연으로 이루어진) 모둠이 넷 있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