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끌어당기는 프로의 언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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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로 살아가다 보면 매 학기 아이들에 관한 내용들을 적는 설문지가 도착한다.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은 커지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시간에 쫓겨 대충 써서 보내게 된다. 보내 놓고도 찝찝함이 사라지지 않아 마음이 불편하다. 새로운 모임이 만들어져 나가게 되면 자기소개를 하고 모임 때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할 일이 계속 이어진다. 머리로는 이야기를 정리한다고 하는데 막상 발표를 할 때가 되면 경직된 몸과 혀는 헛소리를 횡설수설 늘어놓곤 한다.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자리에 앉지만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아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만 부여잡고 스스로를 자책한다. 신학기에 학교에 보내는 안내장을 척척 써내고, 새로운 모임에서 발표할 때 떨지 않고 논리 정연하게 핵심만 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이토 다카시는 『확 끌어당기는 프로의 언어』에서 ‘공감을 얻는 프로의 언어’의 특징 다섯 가지를 설명한다.

공감을 얻는 프로의 언어는 논점을 분명히 한다.

공감을 얻는 프로의 언어는 마음에 다가간다.

공감을 얻는 프로의 언어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공감을 얻는 프로의 언어는 말하는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

공감을 얻는 프로의 언어는 강한 인상을 주는 훅(핵심)이 있다.

 

■ 공감을 얻는 프로의 언어는 논점을 분명히 한다.

첫째, 세 가지로 포인트를 압축하라. 책을 읽고 토론 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할 때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이유를 말해서 상대방을 설득한다. 근거를 제시할 때 가장 이상적인 개수는 세 개다. 사이토 다카시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을 때 내용의 포인트를 세 가지로 압축하라고 한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대학 연설과 도쿄 올림픽 유치위원회 프레젠테이션을 사례로 들어 포인트 세 가지로 압축했을 때의 효과를 보여준다.

둘째, 두 개의 선택지를 제시하라.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선택지를 주고 한 가지를 고르라고 하면 혼란을 겪는다.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면 더 쉽게 선택한다. 이렇게 두 개의 선택지를 제시하는 이항대립도식은 원하는 결론으로 유도하고 싶을 때 상대에게 공감을 얻기 쉬운 화법이다.

셋째, 가정법을 사용하라. ‘만약 내가 ~라면..’이라는 가정법을 사용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전달할 수 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찰리 채플린은 <위대한 독재자>를 제작해 히틀러를 비판한다. 가정법을 이용해 하고 싶은 말을 부드럽지만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넷째, 공감을 얻고자 할 때는 질문을 먼저 해라. 질문을 한 후 문제의식을 제시하면 상대방의 공감을 얻기 더 쉽다. 질문은 하나의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닌 여러 가지 정답이 나올 수 있는 발문을 해야 한다. 발문은 생각해야 할 주제를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해주고,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 있게 해준다.

다섯째, 주장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키워드나 키프레이즈를 정한다. 키워드, 키프레이즈를 사용하면 주장하는 말의 포인트를 더 쉽게 이해하고, 더 강하게 기억할 수 있다. 추상적인 이념이나 정신도 구체적인 경험과 연결해 키워드로 만들면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로 바꿀 수 있다.


■ 공감을 얻는 프로의 언어는 마음에 다가간다.

첫째, 공감을 얻고 싶을 때 상대방의 장점을 분명하게 말로 표현해 칭찬한다. 스스로 깨닫지 못한 자신의 장점을 찾아 자신의 가치를 발견해준다면, 당신에 대해 더 깊이 공감할 것이다.자신보다 지위가 높거나 덕망이 있는 사람이 자세를 낮추고 같은 눈높이로 이야기를 해줄 때 마음이 움직여 상대방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둘째, 언어의 힘을 통해 주인의식을 일깨운다. 헬렌 켈러는 한 연설에서 ‘이것이 여러분에게 기회입니다’라고 말하면서 ‘기회’라는 키워드로 사람들의 주인의식을 환기시켰다. 올리버 스톤 감독도 원수폭 금지 세계 대회 히로시마 대회장에서 ‘제가 화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분도 화를 내야 합니다.’라는 말을 통해 행동해야 하는 건 바로 자신들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했다. 사이토 다카시는 종교, 정치,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주인의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주인의식을 일깨우는 것이 언어의 힘이라고 말한다.

셋째, 말할 때 자신이 어떤 입장에서 말하는지를 나타내라. 어떤 입장에 서서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말의 방향과 사람들과의 관계가 결정된다. 무엇인가를 전하려 할 때는 어떤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

넷째,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보다 다른 사람의 에너지를 공감해줄 때 더 강한 전달력을 갖는다. 다른 사람의 기쁨과 슬픔 또는 고민 등을 함께 느끼고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의 말은 더 많이 공감하게 되고 큰 힘을 갖는다.

 

■ 공감을 얻는 프로의 언어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인종, 국경, 시대조차 초월해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말이 있다. 대표적인 말로 링컨 대통령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있다. 이 말들의 특징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캐치프라이즈(선전 구호 등)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전하고 싶은 의미를 반복되는 언어로 설명하면서 동시에 어떤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나는 꿈이 있습니다’를 반복하면서 자신의 꿈을 듣는 사람이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연설을 했다. 킹 목사는 ‘붉은 언덕 위에 흑인과 백인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이미지’로 인종 차별이 사라진 세상을 이야기한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왕가리 마타이는 ‘어린 시절 아름다운 강물의 이미지’를 이야기 하면서 환경문제와 세계 평화를 이야기한다. 이미지는 이해하기 쉬운 만큼 더 큰 공감을 불러온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상징이나 영상, 이념 등이 있을 때 그 이미지를 활용하면 더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 공감을 얻는 프로의 언어는 말하는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

자기가 직접 겪은 체험을 생생하게 이야기할 때 체험을 통한 현실감과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그것을 듣는 사람은 깊게 공감한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거나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신념과 주관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것을 지하의 수맥처럼 유지한다면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평소에도 진실하게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이야기하는 습관을 들여 자신만의 정신적 유전자를 명확히 해야 한다.

 

■ 공감을 얻는 프로의 언어는 강한 인상을 주는 훅(핵심)이 있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기억해내기 쉬운 훅을 넣는 것이 공감을 얻을 수 있은 화법의 비결이다. 자기 인생에 영향을 미친 말을 인용하거나 마지막에 다시 그 말을 반복하는 것이 포인트다.

언어의 핵심을 찾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말의 일관성이다. 전달하고 싶은 말이나 주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한다. 공감을 얻지 못하더라도 호소하고 싶은 말은 흔들리지 말고 계속해야 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의 중심을 잡고 일관성 있게 호소한다면 공감하는 사람들은 조금씩 늘어날 것이다.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공감을 얻고자 할 때 역설적인 화법을 사용하면 더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역설과 더불어 대상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메타포(은유, 암유)를 이야기 속에 포함시킨다면 의미와 이미지가 함께 어우러져 더 확실하게 기억에 남는다.

 

 지금까지 ‘공감을 얻는 프로의 언어’의 특징을 설명했다. 『확 끌어당기는 프로의 언어』에는 프로의 언어를 사용한 총 스물 네 명의 사례가 등장(부록 참고,인물 설명, 188~199페이지)한다. 나도 이들처럼 ‘프로의 언어’를 나의 언어로 만들 수 있을까?

 2013년 아르헨티나에서 실시한 2020올림픽-패럴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기 위해 일본 팀은 두 명의 외국인 코치로부터 멋진 퍼포먼스를 발휘하기 위해 지도를 받는다. 말할 때의 제스처와 표정까지도 실제를 위해 여러 차례 리허설을 한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연설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로 인해 올림픽 개최지로 도쿄가 선정될 수 있었다.(156~161페이지)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공감을 얻는 프로의 언어의 특징을 책을 읽고 알 수는 있겠지만, 그 언어가 나에게 체화되기 위해서는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한 이들처럼 프로의 언어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직접 써보고 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때가 된다면 나의 말과 글도 ‘공감을 얻는 프로의 언어’가 되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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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산 - 삶은 '혼자'가 아닌 '함께'의 이야기다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 부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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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브드 브룩스는 ‘자아의 자기’를 소멸하고 심장과 영혼이 등장할 때 사람들은 두 번째 산에 오를 준비를 끝낸다.(138페이지)고 말한다. ‘자아의 자기’를 비우고 심장과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두 번째 산’을 오를 수 있다.

 

 『두 번째 산』을 읽는 동안 한 인물이 떠올랐다.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이태석 신부님’이다. <울지마, 톤즈>를 몇 년 전에 보면서 많이 울었다. 얼마 전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또 울었다. 의대를 졸업하고 신부가 되어 톤즈로 간 신부님은 자신의 모든 걸 바쳐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했다.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사람들은 위해 헌신하다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돌아가셨다. 철학자 수전 울프는 “ 한 사람의 인생은 오로지 어떤 것을 무척 깊이 신경 쓰며 보살필 때만, 어떤 것에 사로잡혀서 흥분하고 관심을 기울이며 개입할 때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173페이지)고 말한다. 수전 울프의 말처럼 이태석 신부님도 ‘톤즈의 아이들을 깊이 신경 쓰며 보살피면서, 그들에게 사로잡혀 관심을 기울이며 개입’하면서 그들을 사랑하고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의대를 나와 의사로서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었는데 이태석 신부님은 왜 톤즈로 갔을까? 무엇이 이태석 신부님을 움직였을까?

 

 책은 1부는 ‘두 개의 산’에 대해 말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첫 번째 산에 오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첫 번째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목표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정한 성공의 기준에 따라 좋은 집, 화목한 가정, 멋진 휴가, 맛있는 음식, 좋은 친구들 등을 갖는 것이다. 첫 번째 산을 목표로 행복한 삶을 꿈꾸다 불행 앞에서 좌절하거나 세상을 탓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고통의 경험 속에서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기를 내려놓고 타인을 위해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자아를 넘어 타인을 보살피고자 하는 전인적인 인간이 된 사람들은 고통의 계곡을 올라 두 번째 산의 정상에 오른다. 이들은 최고 수준의 인간은 선물을 주는 사람이라 말하면서 타인에게 헌신하는 삶을 살아간다. 헌신하고, 자신을 내려놓고, 자신을 던져 버리는 것이 두 번째 산에 오른 사람들의 관심사이다.

나는 그동안 첫 번째 산의 정상을 향해 ‘자아의 자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 노력은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자아의 자기’를 찾는 나의 정체성 찾기가 모든 것의 최고의 정점이라 착각하고 살았다. 이 책은 첫 번째 산을 넘어 그 너머의 두 번째 산으로 나아가라고 말한다.

 

두 번째 산에 오른 사람들은 직업, 결혼, 철학과 신앙, 공동체 중 하나 혹은 전부를 위해 헌신한다.

2부에서는 소명으로서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한다. 직업을 선택할 때 크게 ‘커리어’와 ‘소명’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커리어로서 직업은 교육을 받고 역량을 키운 후 일자리를 알아보고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보상을 받기를 원한다. 소명으로 직업을 받아들이게 되면 돈이나 생활의 편함 보다는 ‘인생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소명의식은 “지금 여기에서 나에게 주어진 의무는 무엇일까?”라는 질문(206페이지)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는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기 위해 ‘내가 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받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계속 더 잘하고 싶어 할 만큼 사랑하는 활동은 무엇일까? 내 존재의 근원에서 나를 사로잡을 정도로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241페이지)에 대해 질문해 보라 한다. 직업을 탐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동기 부여’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3부는 결혼에서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사람을 만나 서로에게 호기심을 느낀 두 사람은 서로와 헤어지기 싫어질 때 결혼을 한다. ‘콩깍지가 낀다’라는 말처럼 상대방의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콩깍지’, 즉 상대를 이상화를 더 많이 할수록 결혼 생활은 더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결혼 생활을 하면서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였던 것들이 단점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친밀함과 사랑으로 함께 했던 부부는 이때부터 싸움을 시작한다. 싸움을 계속하다 서로 화해하고 상대방의 잘못을 용서한 부부는 오랫동안 관계를 지속하지만 그렇지 못한 부부는 이혼까지 하게 된다. 감정 코칭을 개발한 심리학자 가트맨 부부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바라는 부부들에게 ‘만일 당신이 피곤한데 배우자가 어떤 대화를 제시하면 친절하게 받아라. 정신이 산만한데 배우자가 대화를 제시하면 친절하게 받아라. 스트레스에 짓눌려 있는데 배우자가 대화를 제시하면 친절하게 받아라.(359)’라는 규칙을 제시한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친절하게 받아라’는 것이 가트맨 부부가 제시하는 규칙이다.


 4부는 철학과 신앙에 대한 헌신이다. 철학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알려준다. 더 충만하게 사는 데 헌신한 많은 학자에 대해 알게 됨으로써 새로운 인생관과 세계관을 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철학은 역사 속 도덕 생태계를 소개하고, 지적인 용기와 정서적인 지식을 전달한다. 철학을 통해 사랑할 만한 새로운 것들을 깨닫게 된다. 신앙은 삶의 지평을 열어주고 거기에 기대어 자기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한다. 신앙에서 말하는 삶이란 개인의 인생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공동의 인생을 의미한다. 신앙을 갖게 되면서 인식의 질적 변화를 가져온다. 모두가 함께하게 되는 것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이외의 모든 것에서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앙생활은 추상적인 이념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공동체에 속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까지 포함된다.

 

 5부는 건강한 공동체란 무엇인지를 말한다. 과거에는 한 마을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었다. 마을 구성원 모두의 일들을 공유하면서 힘든 일은 서로 도우면서 살아갔다. 물론 이런 마을공동체가 서로에게 너무 깊이 개입하는 과정에서 오는 마찰도 있었지만, 서로 의지하고 도우면서 살았던 시대에 개인의 일은 공동체 모두의 일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구성원들 간 관계가 깊게 형성되고 신뢰가 쌓여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는 건강한 공동체이다. 건강한 공동체는 규범과 서로 돕는 관습이 마련되어 있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애정이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 현대에는 공동체의 개념이 희미해지고 개인의 자유를 더 강조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인들은 자유를 누르는 대신에 서로 고립된 삶을 살아간다. 자아 욕구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주의 세계관에서 인간관계와 헌신을 중심에 두는 관계주의 세계관으로 나아가야 한다. 데이브드 브룩스는 두 번째 산에 사는 사람들,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다(512페이지)고 말한다.

 

 두 번째 산에 오른 사람들은 직업, 결혼, 철학과 신앙, 공동체 중 하나 혹은 전부를 위해 헌신한다고 말했다. 이태석 신부님은 이 중 직업, 철학과 신앙, 공동체에 헌신하다 갔다. 의사라는 직업으로 개인적인 성공을 향해 가지 않고 신부라는 직업을 선택한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톤즈에서 헌신한 이태석 신부는 그만의 철학과 신앙의 힘으로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내전으로 희망을 잃었던 톤즈에 이태석 신부의 헌신은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었다. 『두 번째 산』은 첫 번째 산을 넘어 두 번째 산을 오르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에게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책이다.


 책은 두 개의 산, 직업, 결혼, 철학과 신앙, 공동체에 대해 더 많은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결론 <개인주의를 넘어 관계주의로>에 ‘초개인주의’, ‘관계주의’, ‘한 사람이 된다는 것’, ‘좋은 사회란 무엇인가?’, ‘상호 의존 선언’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을 적어놓았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은 꼭 읽어 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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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반지 이야기
안인희 지음, 신균이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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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유럽 신화는 어벤져스에 나오는 천둥 신 토르와 로키 그리고 반지의 제왕 ‘절대 반지’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망치를 들고 다니는 잘생긴 토르와 절대 반지를 악의 무리에게서 지키려는 반지 원정대, 이 두 모습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뇌리에 박혀 북유럽 신화에 대해 호기심도 생기지만 그 이미지에 갇혀 상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단단하게 굳어버린 상상력이 다시 깨워나기를 바라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권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반지이야기』는 북유럽 신화 속 많은 이야기 중 반지이야기를 선택했다. 반지이야기의 출전은 북유럽 신화의 가장 중요한 출전 문서 <에다>, 북유럽 최고신 오딘의 후손 이야기 <뵐중 전설>, 중세 도이치 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이다. 반지이야기 속에는 하나의 이야기가 더 등장한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이야기이다.

 바그너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는 북유럽 신화의 반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바그너의 오페라는 <에다>와 <뵐중 전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1부 라인의 황금, 2부 발퀴레, 3부 지그프리트, 4부 신들의 황혼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신화 속 내용과 바그너가 각색한 내용을 비교하면서 읽으면 더 재미있다. 가끔 이름과 관계가 달라진 부분을 읽을 때 헷갈려 다시 확인하면서 읽어야 하는 점은 불편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그림 형제가 수집해서 펴낸 동화집 <어린이와 가정 동화>에 수록된 50번째 동화 <가시장미 공주>를 토대로 한 동화이다.(140페이지) 그림형제는 이 동화에 “헤센의 수집, 가시넝쿨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 안에서 잠자는 공주, 그러다 자격을 갖춘 왕자가 나타나면 가시넝쿨이 열려 그가 안으로 들어와 구원하는 저 잠자는 공주는 옛날 북유럽 전설에 나오는 잠자는 브륀힐데이다. 그녀는 불꽃 성벽에 둘러싸였는데 오로지 지구르트 만이 그 성벽을 뚫고 들어와 그녀를 깨울 수 있다. 공주가 찔려서 잠에 빠지는 물레바늘은 오딘 신이 브륀힐데를 찌른 잠-가시다.”(141)라는 주석을 적어놓았다.


『한 권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반지이야기』에 주인공들만큼 중요한 보물이 등장한다. 절대 반지와 오딘의 칼이다.

 첫 번째 보물은 ‘반지’다. 오딘과 로키의 실수로 수달을 죽이고 그를 보상하기 위해 난쟁이 안드바리의 보물을 빼앗는다. 마지막 남은 반지마저 빼앗긴 안드바리는 반지에 저주를 건다. 그 반지를 가지고 있는 이는 다 죽을 것이라고. 반지를 차지하기 위해 농부의 아들은 아버지를 죽인다. 보물을 차지한 거인 파프너는 용이 되어 보물을 지키다 지구르트에 의해 죽는다. 난쟁이 동생 레긴은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지구르트를 이용하지만, 결국 레긴의 속셈을 알게 된 지구르트에게 죽임을 당한다. 지구르트는 반지를 브륀힐데에게 준다. 기우키 왕국의 여왕의 계략으로 망각의 약을 먹은 지구르트는 브륀힐데를 기억하지 못하고, 군나르 왕자와의 혼약을 거부하는 브륀힐데의 손에서 반지를 빼앗는다. 지구르트와 군나르가 모습을 바꿔 자신을 속인 것을 알게 된 브륀힐데는 분노하고 지구르트를 죽이도록 군나르를 부추긴다. 지구르트는 죽고 장례식에 브륀힐데는 지구르트 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반지와 얽힌 모든 이들은 안드바리의 저주처럼 모두 죽었다. 반지의 저주는 지구르트와 브륀힐데의 비극적인 사랑으로 끝을 맺는다.

 두 번째 보물은 ‘오딘의 칼’이다. 에다에서는 그람이라 불리고 바그너는 노퉁이라 이름 짓는다. 오딘의 직계 후손 벨중의 딸 지그니의 결혼식에 외눈박이 노인이 나타나 나무 깊숙이 칼을 박아 넣는다. 노인은 “누구든 이 칼을 여기서 뽑는 자는 그것을 내게서 선물로 받은 것이다. 누구라도 이보다 더 나은 칼을 손에 쥐어보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을 하고 떠난다. 결혼식장에 있던 모든 남자들이 이 칼을 뽑기 위해 도전하지만 모두 실패한다. 벨중의 아들 지그문트가 칼 손잡이를 잡자마자 칼은 나무에서 빠진다. 칼을 갖고 싶었던 신랑 지크가이르 왕이 지그문트에게 칼 무게의 세 배의 황금을 줄 테니 칼을 팔라고 한다. 지그문트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분노를 숨긴 채 지크가이르 왕은 신부 지그니와 함께 떠난다. 몇 년이 지난 후 지크가이르의 초대를 받은 뵐중 왕과 그의 10명의 아들은 지크가이르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지그문트만 살아남는다.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지기 전 지그니는 아버지에게 위험을 알리지만 뵐중 왕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지그니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지그문트는 지크가이르 왕을 죽여 복수한다. 지그문트가 죽은 후 두 동강 난 칼을 효르디스가 간직하고 있다가 아들 지구르트에게 전한다. 지구르트는 난쟁이 레긴의 도움으로 오딘의 부러진 칼로 새 칼을 만들어 그 칼로 용 파프너를 죽이고 보물과 반지를 차지한다. 이 칼은 지구르트가 죽은 후 브륀힐데와 지구르트 사이에 함께 한다.


 반지와 칼로 인해 일어난 비극들을 보면서 신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화가 났다. 반지의 저주는 오딘과 로키가 여행 중 하게 된 실수가 원인이었다. 난쟁이 안드바리에게서 강탈해오는 과정에서 저주가 걸린 반지를 농부에게 넘긴다. 넘긴 후에서야 로키는 그 반지에 저주가 걸렸다 말해주고 사라진다. 반지의 저주는 반지를 갖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반지를 갖게 되면 놓을 수 없고 그로 인해 결국 죽게 된다. 칼의 경우에도 행복한 결혼식에 갑자기 나타나 나무에 칼을 꽂아놓고 뽑아보라 하고 오딘신은 떠난다. 칼을 차지하기 위한 인간들의 탐욕은 행복한 결혼식에 불행의 씨앗을 심는다. 칼의 주인은 칼을 갖게 되지만 그 이후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신들에게도 다 계획이 있었을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졌다. 신화일 뿐인데 그래도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구문트에게 너무 몰입했나 보다.


 ‘신화에서는 무의식 속에 깊이 숨겨놓은 금지된 욕망들이 마법의 힘을 빌어 그 노골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그로인해 사회의 온갖 규율과 윤리, 통념 등을 깨뜨리며 극단적인 결말을 향해 내달린다.’(8페이지)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는 신화 속 이야기를 읽으면서 사회가 정한 규칙을 어길 때 어떻게 되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신화의 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신화의 기능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에게 신화란 재미와 휴식을 주는 놀이터이다. 신화를 읽으면서 여러 문화의 신들과 이야기를 상상하는 시간에는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온전하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신화란 최고의 놀이이다. 『한 권으로 읽는 북유럽 신화, 반지이야기』는 북유럽 신화 속 한 이야기를 짧게 수록해 청소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신화의 재미를 느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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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하는 여자들
주진숙.이순진 지음, (사)여성영화인모임 기획 / 사계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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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하는 여자들은 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작년부터 아이는 영화인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난 어떤 도움이나 조언을 해줄 수도 없다. 영화는 보고 즐기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아주 평범한 관객일 뿐인 내가 영화의 영자도 모르는 상태로 어떤 조언을 할 수 있겠는가? 아이가 영화인의 꿈을 꾼다면 한국에서 영화하는 여성들의 일원이 되어야 하기에 이 이야기를 나도 읽고 딸에게도 읽히고 싶었다. 이 책이 영화인을 꿈꾸는 딸을 바라보는 나의 불안한 마음과 막연하게 꿈만 꾸고 있었을 딸에게 길잡이가 되어주기를 희망해본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고 10년 단위의 시기를 나눠 총 20명의 여성 영화인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1부는 소외의 벽을 넘은 인물들의 인터뷰이다. 1990년대 여성 영화인이 많지 않았던 시대에 여성이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은 제작, 시나리오, 편집, 스크립터 등 몇몇 분야로 한정되어 있었다. 촬영이나 조명, 사운드 분야에 여성이 발을 들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영화 현장에서 소외되었던 여성들이 그런 편견의 벽을 넘어 당당하게 전문적인 영화인으로 성장한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명필름 심재명대표, 인디페이스 안정숙 관장, 임순례 감독, 박곡지 편집감독, 올댓시네마 채윤희대표, 영화배우 전도연이 있다.

2부는 2000년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그동안 영화계는 도제시스템을 통해 사수에게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 받았던 시스템이었다. 도제시스템은 1990년대부터 무너지기 시작했지만 그 흐름이 확실해진 건 2000년대 이후 표준근로계약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부터이다. 이때부터 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자리 잡는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여성 영화인으로는 영화배우 문소리, 외유내강 강혜정대표, 미술감독 류성희, 음향 편집기사 최은아, 조명·촬영 감독 남진아, 편집감독 신민경, 앤드크레딧 박혜경대표, 영화 프로듀서 김영덕이 있다.

3부는 단단한 자기중심과 새로운 감수성을 갖춘 인물들이 등장한다. 2010년대 이후의 여성영화인은 영화사 아토 제정주대표, 촬영감독 엄혜정, 다큐멘터리 감독 김일란, 영화감독 윤가은, 영화감독 전고운, 영화 배우 천우희다.


 20명의 여성 영화인 중 내가 이름을 들어보거나 얼굴이나 작품을 본적이 있는 사람은 심재명, 임순례, 전도연, 문소리, 천우희 이렇게 5명뿐이다. 그것도 3명이 배우이고 배우가 아닌 사람은 단 2명 만 알고 있다. 여성 영화인들이 전면에 드러나서 활동하는 문화가 아니었거나, 내가 영화 문외한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후자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20명의 영화인 모두 한국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고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촬영감독 엄혜정은 ‘카메라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카메라는 성별을 가리지 않지만 영화 현장은 아직도 성별을 가린다.

“동일한 출발선에 서는 게 아니라 뒤에서 출발해서 쫓아가야 하는 구조예요. 그래서 제가 커리어를 사다리에 비유해요. 높이가 2미터 정도면 까치발을 하고 팔을 뻗어서 손이 닿을 수 있는 길이요. 남자들에게 주어지는 사다리 간격이 2미터씩이라면, 여자들에게 주어지는 사다리 간격은 3미터씩이라고 볼 수 있어요. 남자들이 한 칸 한 칸 올라갈 때, 여자들은 한 칸을 간신히 , 운좋게, 잡고 올라가요. 그 다음 칸은 올라가기가 쉽지 않죠. 때로는 잡고 올라갈 그 다음 칸이 없을 때도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한 칸 잡고, 그 다음 칸이 생길 때까지 놓지 않고 버텼죠.”(촬영감독 엄혜정, 306페이지)

 엄혜정 촬영 감독의 말이 영화 현장에서의 여성 영화인의 현실일 것이다. 여성 영화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 중 하나가 ‘운이 좋았죠’라는 말이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만이 잡을 수 있다. 모두 버티면서 준비했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잡은 건데 왜 자꾸 ‘운이 좋았다고 할까 의문이 들었는데 이 글을 읽고 왜 그런 말들을 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실력이 있어도 기회가 오지 않으면 여성이 영화 현장에서 자리를 잡는다는 건 쉽지 않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다음 칸이 생길 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실수하면 개인의 실수이지만, 여성의 실수는 대표성을 띠게 된다’(310~311페이지)는 촬영감독 엄혜정의 말처럼 과거에는 더 심했고 아직도 이런 인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영화 현장에서 성별을 나누지 않고, 사람과 사람으로 동등한 관계로 나아갈 때 우리 영화 현장도 더 크게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제정주’대표를 알게 되어 행복하다. 솔직히 처음에는 솔직한 사람 아니라 생각했다. 1000만 넘고 블록버스터 급 영화 찍으면 좋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약간은 삐딱한 시선으로 인터뷰를 읽어 나가면서 딸과 같은 ‘제작자가 될거야’의 모습에 호감이 갔고 무모할 정도로 밀어붙이는 추진력에 감탄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영화 공부를 시작하고 자기 소신 대로 추진하는 모습도 멋졌지만, 새로운 인재를 찾아내고 발굴하려는 마인드에 더 반했다. 창작자가 되어 ‘이야기의 원형을 망치지 않으면서 좀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고 건강한 그림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수련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라 할 때 앞으로 이 분이 만드는 영화나 지원하는 영화는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딸에게도 이 분 강력하게 추천하며 인터뷰 꼭 읽어보라고 해야겠다.


 20명보다 더 앞선 여성 영화인들이 있다. 이해윤과 이경자이다. 이들이 영화 일을 시작한 1950년대 후반 한국 영화는 전후의 폐허 위에 놓여 있었다. 이해윤과 이경자는 최초의 여성 영화인이자, 한국영화의 산증인이다. 최초의 여성 영화인 모임인 ‘영희회’를 만들었고, 그 뒤를 이어 다음 세대인 심재명, 채윤희, 그리고 150여 명의 여성 영화인들이 ‘여성영화인모임’을 만든다. 2001년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공로상 부문의 수상자로 최초의 여성 편집기사 김영희와 함께 이해윤을 선정했다. 이분들의 노력으로 여성 영화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었고, 그로인해 2000년대와 2010년대를 살아가는 후배들이 더 좋은 조건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틀이 만들어졌다.


 아이가 영화제작자가 되겠다는 꿈을 계속 가지고 갈 것인지, 중도에 다른 꿈을 갖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인으로 살겠다고 결심했을 때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한 사람의 영화인으로 대우받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영화 현장에서 여성 영화인의 가치를 높여주었고, 지금도 높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다. 이들 모두가 위대한 영화인들이다.

책을 읽고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인터뷰 대상이 성공한 여성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잘못 읽힌다면 위인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영화 현장에 입문하거나 성장 중인 여성 영화인에 대한 이야기가 인터뷰 내용에 간접적으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당사자의 말이 아니라 아쉬웠다. 이들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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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인간의 시대
최평순.EBS 다큐프라임 〈인류세〉 제작팀 지음 / 해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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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초 호주는 엄청난 규모로 번진 화재로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했었다. 시뻘겋게 변한 호주의 하늘은 괴기스럽기까지 했었다. 올 여름 미친 듯이 퍼부어 대던 폭우로 인해 우리나라, 중국, 일본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태풍의 개수도 증가하고 강도도 점점 세지고 있다. 미국도 최악의 산불로 인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가뭄, 폭우, 폭설, 산불, 산사태 등 자연재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는 코로나로 시름하고 있는 사람들을 더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는 왜 이상 기후 현상으로 고통 받고 있을까?


 네덜란드의 대기과학자 파울 크리천은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프레온 가스가 연소될 때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이 성층권의 오존 고갈 속도에 영향을 준다는 걸 밝혀 1995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과학자다. 그는 2000년에 열린 ‘국제 지권-생물권 프로그램’ 회의에서 ‘인류세’의 개념을 제안한다. 이후부터 이 용어가 과학계, 시민사회, 예술계 등 사회 전반에서서 사용된다. 국제 심포지엄 등과 인류세 관련 전시가 이어지고 언론에도 보도되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도 올랐다고 한다. ‘인류세’, 이 단어를 처음 봤을 때는 인류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라 생각했다. 지구를 오염시킨 책임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이라 생각해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모든 인류가 부담해야 한다에 찬성하는 마음을 가졌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무지에 얼굴이 화끈 거렸다. ‘인류세’, 처음 들었던 단어인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말인 듯하다. 솔직히 난 홀로세라는 단어도 너무 생소하다.

 인류세는 ‘고생대’, ‘백악기’, ‘쥐라기’, ‘플라이스토세’와 같은 지질시대 명칭이다. 누대-대-기-세-절로 분류되는 지질시대 중 ‘세’에 해당한다. 그리스어로 ‘인류’를 뜻하는 ‘anthropos'와 ’세‘를 나타내는 접미사 ’cene'을 결합(16~17페이지)한 단어이다. 인류세 전에 지구는 기후 변화, 화산폭발, 운석충돌 등의 이유로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고생대 데본기, 고생대 페름기, 중생대 트리이아스기, 중생대 백악기가 지나는 동안 많은 생물 종들이 멸망했다. 대멸종 시기를 지나 홀로세가 되어 인간은 문명을 이루고 살았고, 홀로세 다음이 인류세이다. 지질학적 시대 변화는 수백만에서 수천만 년 마다 바뀌는데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가기까지는 짧은 시간(1만 17000년)이 걸렸다. 인류에 의해 지구가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변했기 때문에 홀로세와 구별되는 지질시대를 인류세로 명명하자는 것이 인류세 담론의 핵심이다.


 도대체 무엇이 지구를 짧은 시간 안에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넘어가게 만들었을까? 인도 최대의 빛의 축제 ‘디왈리’ 이후 폭죽놀이의 여파로 인도의 대기는 뿌옇게 변한다. 델리 인근의 쓰레기 매립지는 축구장 40개 정도의 넓이에 높이 65미터(2019년 기준)로 점점 높이 쌓이고 있다. 델리를 관통하는 야무나강은 화학물질로 인해 하얀 거품이 가득하다. 인도 델리의 환경오염의 실태이다. 인도의 현 상황은 지구가 짧은 시간에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넘어간 이유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인도만의 이야기일까?

 인류세를 앞당긴 요인 중 첫 번째는 대기오염 문제이다. 인구수가 1000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를 메가시티라 한다. 1950년 뉴욕을 시작으로 2020년 기준으로 35개의 메가시티가 존재한다. 서울은 2200만 명(위성 도시를 포함하는 생활권역으로 인구수 계산)으로 세계 8위의 메가시티이다. 메가시티는 기술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인구가 점점 많이 밀집해 살게 된다. 그로 인해 교통체증, 주택 문제, 상하수도 문제, 질병 확산 등의 문제로 몸살을 앓게 된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이다.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뿌옇게 흐려진 날이면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져 실외 활동을 제한한다. 화석연료 사용과 중국 공업지역에서 바람을 타고 넘어온 미세먼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미세먼지가 심하게 발생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두 번째 요인은 플라스틱 쓰레기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지질학의 관점으로 보면 인류세, 문명사적으로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이은 플라스틱기 시대다.(146페이지)

바다에서 대형 고래 사체가 발견될 때가 있다. 고래 사체를 해부해 보면 배 속 가득 플라스틱 쓰레기가 차있다. 고래, 거북이, 갈매기, 물고기, 사막의 낙타 등등 플라스틱이 동물들의 죽음의 원인이 되고 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 연구기구 연구팀이 2018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바다거북이 단 한 조각의 플라스틱이라도 삼키면 죽을 수 있다고 한다. 사망 확률은 한 조각 섭취 시 22퍼센트, 14조각이면 50퍼센트, 100조각이면 100퍼센트라고 한다.(138~139페이지) 1950년부터 2015년까지 플라스틱은 83억 톤이 생산된다. 그 중 재활용된 것은 단 7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12퍼센트는 소각하고 나머지 79퍼센트가 버려져 땅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작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물고기들이 먹고 그 물고기를 인간이 섭취하고 있다. 결국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대기 오염과 플라스틱 쓰레기의 증가로 오염된 지구에 더 큰 문제는 심각한 기후 변화이다. 2020년 1월 1일 호주에서 발생한 들불이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서울의 100배가 넘는 면적을 태웠다. 이 산불로 호주는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했었다. 윌 스테픈 호주 국립대학교 명예교수는 호주 산불을 ‘인류세의 징후’라고 말한다. 들불은 자연 현상이지만 호주 산불이 규모가 커진 이유는 기후 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이 원인이었다. 들불로 인해 캔버라의 대기 질 지수는 위험 수준인 200을 넘어 3400까지 올라갔다. 인류세를 살아가는 인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그로인한 기후 변화는 자연 재해를 일으킨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


 인류세로 넘어오면서 지구의 오염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금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면 여섯 번째 대멸종 시기인 인류세에 멸종하는 생물종이 동식물을 넘어 가장 강력한 포유동물인 인간에게 닥칠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심각성을 느낀 학자들은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류세에 대한 학자들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입장은 인류세에 도달하게 된 현재 상황에서 인간의 활동을 성찰해야 한다는 ‘보전주의자’들이다. 대표적인 학자인 개미 연구가 에드워드 윌슨은 지구의 절반을 자연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지구의 절반’ 개념을 만들어 생태계를 보존할 현실적인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 입장은 인류세를 낙관하며 인간의 기술력으로 지구를 더 인간 중심적으로 재구성해서 기후 변화 등 시대적 위기를 돌파하자는 적극적인 ‘인류세주의자’들이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사회학자 에일린 크리스트와 환경시트템학과 교수 얼 엘리스가 있다. 에일린 크리스트는 생태적 비관론을 버리고 인간화한 행성이라는 전망을 더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환경시스템학과 교수인 얼 엘리스는 선사 이래 인간은 자연적 수용 용량을 벗어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고 생태계를 공학적으로 처리해 왔으므로 앞으로 사회와 기술 시스템을 더 적극적으로 개선시켜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조심스럽게 긍정적’이라는 말을 하면서 인류가 지금의 문제들을 스스로 만들었으니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긍정적인 미래를 조심스럽게 예견하고 있다.


 나는 인류세에 대한 입장 중 ‘보전주의자’들의 의견에 찬성한다. 에드워드 윌슨의 지구의 절반을 자연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입장은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실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행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인류세주의자들의 주장은 구체적인 방법이 없는 추상적인 주장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말처럼 인류가 만든 문제이니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실행한다면 인류세를 멸종의 시기가 아닌 생명의 시기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세:인간의 시대』, ‘인간이란 무엇일까?’(315페이지)란 질문으로 이 책은 끝을 맺는다. 우리 모두 인간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종과 함께 공존할 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인류세:인간의 시대』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어린이부터 어른들이 함께 읽고 토론하면서 인류를 위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길 제안한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인간’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식물, 사람과 지구 등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들과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모두와 동등한 생명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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