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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인간의 시대
최평순.EBS 다큐프라임 〈인류세〉 제작팀 지음 / 해나무 / 2020년 9월
평점 :
2020년 초 호주는 엄청난 규모로 번진 화재로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했었다. 시뻘겋게 변한 호주의 하늘은 괴기스럽기까지 했었다. 올 여름 미친 듯이 퍼부어 대던 폭우로 인해 우리나라, 중국, 일본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태풍의 개수도 증가하고 강도도 점점 세지고 있다. 미국도 최악의 산불로 인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가뭄, 폭우, 폭설, 산불, 산사태 등 자연재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다.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는 코로나로 시름하고 있는 사람들을 더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는 왜 이상 기후 현상으로 고통 받고 있을까?
네덜란드의 대기과학자 파울 크리천은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프레온 가스가 연소될 때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이 성층권의 오존 고갈 속도에 영향을 준다는 걸 밝혀 1995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과학자다. 그는 2000년에 열린 ‘국제 지권-생물권 프로그램’ 회의에서 ‘인류세’의 개념을 제안한다. 이후부터 이 용어가 과학계, 시민사회, 예술계 등 사회 전반에서서 사용된다. 국제 심포지엄 등과 인류세 관련 전시가 이어지고 언론에도 보도되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도 올랐다고 한다. ‘인류세’, 이 단어를 처음 봤을 때는 인류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라 생각했다. 지구를 오염시킨 책임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이라 생각해서 지구를 지키기 위해 모든 인류가 부담해야 한다에 찬성하는 마음을 가졌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무지에 얼굴이 화끈 거렸다. ‘인류세’, 처음 들었던 단어인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말인 듯하다. 솔직히 난 홀로세라는 단어도 너무 생소하다.
인류세는 ‘고생대’, ‘백악기’, ‘쥐라기’, ‘플라이스토세’와 같은 지질시대 명칭이다. 누대-대-기-세-절로 분류되는 지질시대 중 ‘세’에 해당한다. 그리스어로 ‘인류’를 뜻하는 ‘anthropos'와 ’세‘를 나타내는 접미사 ’cene'을 결합(16~17페이지)한 단어이다. 인류세 전에 지구는 기후 변화, 화산폭발, 운석충돌 등의 이유로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고생대 데본기, 고생대 페름기, 중생대 트리이아스기, 중생대 백악기가 지나는 동안 많은 생물 종들이 멸망했다. 대멸종 시기를 지나 홀로세가 되어 인간은 문명을 이루고 살았고, 홀로세 다음이 인류세이다. 지질학적 시대 변화는 수백만에서 수천만 년 마다 바뀌는데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가기까지는 짧은 시간(1만 17000년)이 걸렸다. 인류에 의해 지구가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변했기 때문에 홀로세와 구별되는 지질시대를 인류세로 명명하자는 것이 인류세 담론의 핵심이다.
도대체 무엇이 지구를 짧은 시간 안에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넘어가게 만들었을까? 인도 최대의 빛의 축제 ‘디왈리’ 이후 폭죽놀이의 여파로 인도의 대기는 뿌옇게 변한다. 델리 인근의 쓰레기 매립지는 축구장 40개 정도의 넓이에 높이 65미터(2019년 기준)로 점점 높이 쌓이고 있다. 델리를 관통하는 야무나강은 화학물질로 인해 하얀 거품이 가득하다. 인도 델리의 환경오염의 실태이다. 인도의 현 상황은 지구가 짧은 시간에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넘어간 이유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인도만의 이야기일까?
인류세를 앞당긴 요인 중 첫 번째는 대기오염 문제이다. 인구수가 1000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를 메가시티라 한다. 1950년 뉴욕을 시작으로 2020년 기준으로 35개의 메가시티가 존재한다. 서울은 2200만 명(위성 도시를 포함하는 생활권역으로 인구수 계산)으로 세계 8위의 메가시티이다. 메가시티는 기술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인구가 점점 많이 밀집해 살게 된다. 그로 인해 교통체증, 주택 문제, 상하수도 문제, 질병 확산 등의 문제로 몸살을 앓게 된다.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이다.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뿌옇게 흐려진 날이면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져 실외 활동을 제한한다. 화석연료 사용과 중국 공업지역에서 바람을 타고 넘어온 미세먼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미세먼지가 심하게 발생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두 번째 요인은 플라스틱 쓰레기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지질학의 관점으로 보면 인류세, 문명사적으로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이은 플라스틱기 시대다.(146페이지)
바다에서 대형 고래 사체가 발견될 때가 있다. 고래 사체를 해부해 보면 배 속 가득 플라스틱 쓰레기가 차있다. 고래, 거북이, 갈매기, 물고기, 사막의 낙타 등등 플라스틱이 동물들의 죽음의 원인이 되고 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 연구기구 연구팀이 2018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바다거북이 단 한 조각의 플라스틱이라도 삼키면 죽을 수 있다고 한다. 사망 확률은 한 조각 섭취 시 22퍼센트, 14조각이면 50퍼센트, 100조각이면 100퍼센트라고 한다.(138~139페이지) 1950년부터 2015년까지 플라스틱은 83억 톤이 생산된다. 그 중 재활용된 것은 단 7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12퍼센트는 소각하고 나머지 79퍼센트가 버려져 땅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작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물고기들이 먹고 그 물고기를 인간이 섭취하고 있다. 결국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대기 오염과 플라스틱 쓰레기의 증가로 오염된 지구에 더 큰 문제는 심각한 기후 변화이다. 2020년 1월 1일 호주에서 발생한 들불이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서울의 100배가 넘는 면적을 태웠다. 이 산불로 호주는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했었다. 윌 스테픈 호주 국립대학교 명예교수는 호주 산불을 ‘인류세의 징후’라고 말한다. 들불은 자연 현상이지만 호주 산불이 규모가 커진 이유는 기후 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이 원인이었다. 들불로 인해 캔버라의 대기 질 지수는 위험 수준인 200을 넘어 3400까지 올라갔다. 인류세를 살아가는 인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그로인한 기후 변화는 자연 재해를 일으킨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
인류세로 넘어오면서 지구의 오염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금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면 여섯 번째 대멸종 시기인 인류세에 멸종하는 생물종이 동식물을 넘어 가장 강력한 포유동물인 인간에게 닥칠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심각성을 느낀 학자들은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류세에 대한 학자들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입장은 인류세에 도달하게 된 현재 상황에서 인간의 활동을 성찰해야 한다는 ‘보전주의자’들이다. 대표적인 학자인 개미 연구가 에드워드 윌슨은 지구의 절반을 자연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지구의 절반’ 개념을 만들어 생태계를 보존할 현실적인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 입장은 인류세를 낙관하며 인간의 기술력으로 지구를 더 인간 중심적으로 재구성해서 기후 변화 등 시대적 위기를 돌파하자는 적극적인 ‘인류세주의자’들이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사회학자 에일린 크리스트와 환경시트템학과 교수 얼 엘리스가 있다. 에일린 크리스트는 생태적 비관론을 버리고 인간화한 행성이라는 전망을 더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환경시스템학과 교수인 얼 엘리스는 선사 이래 인간은 자연적 수용 용량을 벗어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고 생태계를 공학적으로 처리해 왔으므로 앞으로 사회와 기술 시스템을 더 적극적으로 개선시켜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조심스럽게 긍정적’이라는 말을 하면서 인류가 지금의 문제들을 스스로 만들었으니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긍정적인 미래를 조심스럽게 예견하고 있다.
나는 인류세에 대한 입장 중 ‘보전주의자’들의 의견에 찬성한다. 에드워드 윌슨의 지구의 절반을 자연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입장은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실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행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인류세주의자들의 주장은 구체적인 방법이 없는 추상적인 주장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말처럼 인류가 만든 문제이니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실행한다면 인류세를 멸종의 시기가 아닌 생명의 시기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세:인간의 시대』, ‘인간이란 무엇일까?’(315페이지)란 질문으로 이 책은 끝을 맺는다. 우리 모두 인간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종과 함께 공존할 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인류세:인간의 시대』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어린이부터 어른들이 함께 읽고 토론하면서 인류를 위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보길 제안한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인간’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식물, 사람과 지구 등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들과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모두와 동등한 생명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