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이 시가 될 수 있다면
이광재 지음 / 부크크(bookk)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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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과 감정 등등의 모든 것이 시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시를 더 가깝게 일상으로 가지고 오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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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전쟁 - 모든 것을 파멸시킨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오키 다케시 지음, 박삼헌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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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전쟁』은 부제 <모든 것을 파멸시킨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가 말해주듯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의 치열한 전투에 대한 이야기다. 독일현대사 국제정치사를 전공한 작가 오키 다케시는 <<독일군 공방사>>, <<전차 장군 구데라인>>, <<사막의 여우 롬멜>>, <<독일 군사사>> 등 독일군에 대한 내용을 책으로 썼다. 『독소전쟁』도 그 중 하나다. ‘독소전쟁에 관해 사실로서 확정된 것이 무엇이고, 정설로 여겨지는 해석은 어떤 것인지, 어디에 논의의 여지가 있는지를 전하는, 즉 독소전쟁 연구 현상 보고’를 목표로 쓰였다.

 

1941년 독일은 소련을 침공했고, 전쟁은 1945년까지 계속된다. 핀란드에서 코카서스까지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전선에서 수백만 대군이 격돌한 전쟁으로 현대 육상전의 모든 전술이 실행된 아주 드문 전쟁이었다. 독일은 소련과의 전쟁을 인종적으로 뛰어난 게르만 민족이 ‘열등 인종’ 슬라브인을 노예화하기 위한 전쟁, 나치즘과 ‘유대적 볼셰비즘’의 투쟁으로 삼았다. 이에 대항해 소련은 파시스트 침략자를 격퇴하고 러시아를 지키기 위한 대조국전쟁을 선포한다. 양군의 잔학행위는 서로에 대한 증오를 키워가면서 처참한 양상을 보이기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은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게 된다.

 

1940년 12월 18일 소련 침공을 명령하는 총통 지령 21호 ‘바르바로사’가 하달된다. 독일은 폴란드 분할로 국경을 접하게 되면서 소련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서방 부대를 공격할 때 소련이 독일을 공격할 것을 걱정한 수뇌부는 소련 공격을 계획한다. 이들은 소련을 타도하면 영국의 전쟁 의지를 꺾을 수도 있을 거라 짐작한다. 독소전쟁 3주 전 독일의 소비에트 침공을 경고하는 내용이 스탈린에게 전해진다. 세계 각국의 스파이로부터 전해진 경고를 스탈린은 믿지 않았다. 급기야 침공 5일 전까지 경고가 있었음에도 스탈린은 독일이 흘린 가짜 정보라 답하고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1941년 6월 22일 독일이 소련 침공을 시작한다.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던 소련군은 독일군의 기습적인 공격에 큰 피해를 입는다. 독일의 공격에 소련은 방어할 능력이 거의 상실된 상태였다. 레닌 사후 스탈린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숙청을 강행했다. 붉은 군대 간부들까지 숙청 대상이 되었고, 1937년에서 1938년까지 장교 34,301명이 체포되거나 추방당했다. 최고 간부의 대부분이 체포되었고, 그중 80명이 총살당한다. 그 결과 지휘관의 부재로 인해 군사력이 약화되었다.

 

독일군 330만 명의 대군이 발트해에서 흑해까지 3,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전선에서 공격을 시작한다. 독일 동부전선의 독일군, 즉 ‘동부군’은 북에서 남으로 북부집단군, 중부집단군, 남부집단군 3개로 나뉘어 있었다. 초반 전쟁에서 독일군의 연승이 계속되면서 할더 육군 참모총장은 2주 안에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소련군은 지휘관들의 작전과 전술 능력 부족으로 전차와 대포와 같은 장비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패전하던 소련군이 반격을 시작한다. 소련 침공 초반에 승전을 거듭하던 독일군의 진격이 소련군의 거센 항전에 가로막혀 늦어지면서 독일군의 피해 규모도 커졌다. 소련의 열악한 도로 환경 또한 독일군의 진격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독일군은 승전을 이어가기는 했지만 보급 부족에 시달리면서 전력이 더 약해졌다. 10월이 되면서 첫 눈이 내렸고 녹은 눈으로 인해 비포장도로가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진흙의 계절’, 즉 ‘길이 없는 계절’이 시작되면서 독일군의 차량 운행이 힘들어진다. 길이 얼기 시작하면서 진격을 다시 시작했지만, 독일군은 12월이 되면서 러시아의 한파에 가로막힌다.

 

독일은 자원과 노동력의 수탈을 목적으로 전쟁을 일으켰다. 독소전쟁은 통상전쟁이 변질되어 수탈전쟁, 절멸 전쟁으로 변질되어 갔다. 소련침공의 목적은 식민지제국 건설이라는 이데올로기의 구상의 한 부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독일은 연합군의 봉쇄에 막혀 해외 수입을 차단당했다. 식료품 조달을 연합군인 소련에 의존하게 되면서, 독일 수뇌부는 소련을 침공한 후 필요한 자원을 소련에서 착취하는 계획을 세웠다. 독일 수뇌부가 권한을 차지하기 위해 대립하는 과정에서 공적을 과시할 목적으로 더 많은 수탈이 벌어지게 된다. 독일군은 유대인과 볼셰비키 핵심 당원 등을 절멸대상으로 지정해 학살했다. 소련군 정치위원들은 자신들이 독일의 절멸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잡히면 죽임을 당할 것이라 생각해 끝까지 항전했다. 사로잡힌 소련군 포로들은 기아와 추위, 질병으로 죽어갔다. 그 결과 570만 명의 소련군 포로 중 300만 명이 사망했다. 독소전쟁을 일으킨 후 나치 독일은 유대인의 국외 추방을 추진하던 정책을 절멸정책으로 전환한다. 1941년 9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소련군 포로 600명 등에 대한 가스 독살 실험이 이뤄졌다. 독소전쟁에서 수행했던 절멸 정책이 유럽 각지로 확대되어 수용소가 세워지고 계획적인 학살이 자행된다. 독일군은 레닌그라드를 점령하기 위해 포위한 후 볼셰비키 혁명의 탄생지 레닌그라드를 지상에서 소멸시키려는 계획을 세우고 모든 물자의 수송을 차단해버린다. 900일 동안 지속된 포위로 100만 명 이상이 희생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군 못지않게 소련군도 잔인한 학살을 자행했다. 1920년대 말에 형성되기 시작해 1930년대 완성된 스탈린 독재는 체제에 불만을 품은 자들을 추방, 처형하거나 시베리아 노동수용소에 감금시키는 방법으로 공포정치를 실시한다. 점령된 발트 3국과 폴란드 동부에서 성직자, 대학교수, 관리, 군 장교를 저항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살해하거나 추방했다. 1940년 3월에는 소련군 포로가 된 2만 2천 명으로 추정되는 폴란드군 장교를 사살했다. 스탈린은 독일의 침공 이후 1812년 나폴레옹 침략을 격퇴한 것과 같은 성전으로 독일과의 전쟁을 ‘대조국전쟁’이라는 명칭으로 규정한다. 많은 수의 소련인들이 군대에 지원해 독일과의 전쟁에 참전한다. 소련군들 또한 독일군들과 비슷하게 독일군 포로를 인도적으로 대우하지 않았다. 1941년 6월부터 1943년 2월까지 17~20만의 독일군 포로 중 살아남은 사람은 5퍼센트에 불과했다고 한다.

 

독일군은 급격히 떨어진 기온으로 인한 추위와 쌓인 눈으로 인해 소련군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후퇴한다. 스탈린은 총 공세를 명령했지만, 허술한 장비와 부족한 보급을 받는 부대들의 총공세는 실패로 돌아간다. 독일군은 소련군의 계속되는 공격에 위기감을 느꼈지만 현재 지역을 사수하라는 히틀러의 명령이 내려져 총통의 허락 없이는 후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 방침에 반대한 고위급 수뇌부들이 해임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독일군 장교들이 사망하면서 독일군의 전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히틀러는 남부 러시아의 공업과 자원지대, 나아가 코카서스 유전이라는 경제적 목표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육군 수뇌부는 모스크바 탈취가 승패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해서 의견 대립이 발생한다. 독일군은 히틀러의 명령으로 남부 러시아와 코카서스를 공격할 계획을 세웠지만 스탈린은 독일군이 모스크바로 진격할 것이라 착각해 병력의 대부분을 모스크바 방어를 위해 배치한다. 독일군은 초기에 소련군을 혼란에 빠지게 만들어 성과를 이루지만 소련군 섬멸작전은 성공하지 못한다. 표면적인 승리가 이어지자 히틀러는 전선을 두 개 로 나누어 스탈린그라드와 코카서스 양쪽을 공격할 것을 명령한다. 보급 부족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독일은 유전을 점령하는데 성공하지만 소련군이 퇴각하면서 채굴시설을 파괴해 유전을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스탈린그라드 공격을 하는 독일군들은 스탈린의 강력한 조치로 더 이상 물러날 수도 없었던 소련군의 저항에 부딪친다. 독일군은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하기 위해 소련군과 백병전까지 벌이면서 시가지 80퍼센트를 점령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미 스탈린그라드는 폐허가 되어 점령을 해도 물자를 공급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계속되는 소련군의 항전과 다가오는 추위에 독일군은 위험한 상태에 빠진다. 스탈린그라드를 공격한 제 6군이 소련군에게 포위되고, 독일은 그들을 구하지 못한 상태가 계속되면서 6군은 소련에 투항한다. 스탈린그라드에서의 패배로 독일군은 전략적 공세를 실시할 능력을 상실한다. 전력을 상실한 독일군은 마지막 반격을 시작한다. 이때 소련군은 집결하는 독일군을 보고도 반격이 아닌 퇴각을 위한 조치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남부집단군 사령관 만슈타인은 소련군과 소련군을 섬멸할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그 순간 미영연연합군이 시칠리아에 상륙했다는 소식을 들은 히틀러의 작전 중지 명령이 떨어진다. 소련군 격멸을 원했던 만슈타인은 항의했지만 히틀러는 들어주지 않는다. 만슈타인이 대체안을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소련군 격멸에 실패한다. 소련군이 총공격을 시작하면서 독일군은 계속 밀렸지만 히틀러는 ‘사수하고 또 사수하고 끝까지 사수한다!’(246페이지)라는 지시를 내려 현재 위치를 사수할 것을 명령한다. 현 위치의 사수를 명령하던 히틀러는 동부전선 전체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만슈타인의 판단을 듣고 나서야 후퇴를 허락한다. 독일군은 철수하기 시작했고, 철수하는 과정에서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초토작전(특정 지역을 철저하게 불태워버리는 군사작전)’(248페이지)을 수행하면서 지나는 곳을 파괴하거나 물자를 징발했다. 징발 과정에서 물자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도 군수생산에 동원하기 위해 강제 이송 대상으로 삼았다.

 

1944년 6월 소련군 125만 4,300명과 독일군 33만 6,573명이 격전을 벌인다. 결과는 독일군이 대패로 끝난다. 연합군의 지원으로 전력을 확보한 소련에 독일군은 계속 밀리기 시작하고 소련군은 자신들의 세력권을 넓히기 위해 독일 본토를 침략한다. 소련군이 베를린으로 침공해 들어오자 히틀러는 투쟁을 계속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총통의 지하 참호에서 자살한다. 소련군의 약탈, 폭행, 살육으로 독일은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1945년 7월 17일 베를린 근교의 포츠담에서 연합국 회담이 열리고, 회담 결과 독일 분할 점령 방침이 정해진다. 이렇게 독일연방공화국(서독)과 독일민주공화국(동독)이 분할되었다.

 

히틀러와 스탈린의 공통점은 독재정치와 공포정치를 했던 지도자이고, 잘못된 명령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생겨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전투지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자신들이 판단하고 결정한 명령을 하달하고, ‘절대 물러서지 말라’는 말로 군인들을 희생시켰다.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독일군의 침공을 미리 알고도 대처하지 못했던 스탈린과 독일군의 공격에 무너지는 소련군의 모습에서 임진왜란 때 왜군의 침략을 보고 받고도 믿지 않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선조와 왜군의 공격에 순식간에 무너진 조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독일군에 항전하는 소련군과 민간인으로 구성된 파르티잔은 조선을 지키려 항전한 군인들과 의병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든 뛰어난 지휘관이 있고 또 무능력한 지휘관이 있다. 싸움의 순간 어떤 장수가 전쟁을 지휘하느냐에 따라 생사는 갈린다. 전쟁사를 읽을 때 무능력한 지휘관으로 인해 허망하게 죽어가는 군인들과 국민들을 보고 있으면 화가 나는 것을 넘어 분노의 감정이 든다. 전쟁은 나라와 시대를 불문하고 전쟁터의 국민들을 공포와 죽음의 위협에 빠뜨린다.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침공에 대비해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전쟁에 참전해 전사하는 군인들과 전쟁의 참상 속에서 괴로워하는 국민들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 전쟁 없이 살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다. 이런 평화가 계속 되기를 강력하게 소망한다.

 

『독소전쟁』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여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의 전쟁사다. 독소전쟁과 관련된 역사적인 인물들과 전쟁과 관련된 전술, 전략, 군수, 지형지리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군사작전과 관련된 지도가 실려 있어 군사의 이동경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전쟁과 관련된 다양한 용어들을 새롭게 알 수 있어 책을 더 흥미롭게 읽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소련의 전쟁이 왜 일어났고,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결과는 어땠는지에 대해 이 한 권의 책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독소전쟁』 한권으로도 독일과 소련의 전쟁을 이해할 수 있게 쓰였다. 세계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읽기에도 쉽게 쓰여 있어 교육 자료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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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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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타오르다』는 신인 작가에게 주는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제164회 수상작이다. 2021년 서점대상 9위에 오르고, 2021년 5월 기준 누적 판매 부수 50만 부를 돌파했다. 『최애, 타오르다』는 연예인을 좋아하는 여고생 아카리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왜 아카리의 이야기에 빠져들었을까?

 

최애가 불타버렸다.(7페이지, 첫 문장)

최애 마사키의 여성 팬 폭행 사건 보도와 함께 아카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최애를 사랑하는 아카리는 직접 만나는 것은 원치 않고 익명의 팬으로 남고 싶어 한다. 친구 나루미는 최애를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이 싫어서 최애를 소규모 공연장에서 활동하는 아이돌로 바꾼다.

 

아카리가 처음 최애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체육복을 찾다 발견한 <피터 팬> DVD를 발견한 순간부터다. 피터 팬 역의 아이돌 가수로 활동 중인 우에노 마사키를 찾아보고, 그의 눈을 보면서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거대한 에너지가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살아 있다는 것’(20페이지)을 떠올리는 순간 아카리의 최애가 정해진다. 최애가 보는 세상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최애가 하는 말과 행동을 해석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최애 우에노 마사키의 여성 팬 폭행 사건이 터진다. 아카리는 최애가 팬을 때렸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지만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다. 결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계속 최애를 응원하겠다고 마음을 정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이 한꺼번에 몰릴 때 질식할 듯한 느낌이 들어 힘들지만 일할 때마다 최애의 공연과 CD, 굿즈 등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견딘다. 아카리에게 최애는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존재다. 인기투표 결과 최애가 최하위인 5위라 발표되고 난 후 아카리는 모든 돈과 시간을 최애 덕질에 쏟아 붓는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고등학교 2학년 3월 ‘진급 불가’ 통보를 받고, 유급을 해도 결과가 같을 것이라 생각해 중퇴를 결정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취업을 하라는 가족들의 압박에 답을 하지 못하는 아카리에게 언니는 혼자 살아보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내놓는다. 그때부터 아카리는 할머니 집에서 홀로 살아간다. 취업을 하려고 했지만 고등학교를 중퇴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해 취업에 계속 실패한다.

 

최애의 라이브 방송이 있던 날, 최애는 팀 해체 소식을 전한다. 팀 해체 기자회견이 열리고 최애는 팀 해체와 함께 연예계 은퇴 소식을 전한다. 아카리에게 최애는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었다. 최애의 은퇴 소식은 삶의 이유가 사라지는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마지막 콘서트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최애를 보면서 아카리도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응원한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최애가 살고 있을 것이라 짐작되는 맨션을 찾아가고, 최애가 혼자가 아닐 것이라 짐작하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긴 여정을 걸어온 아카리에게 앞으로 살아야 할 또 다른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최애는 사라졌지만 아카리는 삶을 이어갈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가 면봉 케이스를 바닥에 패대기친 후 다시 주울 때 아카리는 힘겹지만 최애의 부재를 잘 이겨낼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

 

‘최애가 삶의 일부인 사람이 있고

그런 것을 아예 이해 못하는 사람이 있듯이,

세상에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고

각자의 상식에 맞춰 세상을 인식한다.’

(139페이지, 옮긴이의 말)

아카리가 최애를 좋아하고 덕질을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은 아카리가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최애를 덕질하는 것에서 원인을 찾으려 한다. 언니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어하는 아카리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나도 최애를 덕질하는 것이 원인이라 생각했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어쩌면 아카리가 무언가에 몰입하고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최애를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애가 없었다면 아카리는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생활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카리의 최애 덕질을 응원하게 됐다. 최애의 은퇴 소식이 보도되면서 아카리가 혹시라도 잘못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아카리는 최애의 마지막을 받아들인다. 면봉 케이스를 집어 던진 후 다시 치우는 모습에서 나는 아카리의 삶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최애의 부재로 힘들어 하겠지만, 그 열정으로 또 다른 최애를 만들거나, 아니면 삶에 에너지를 쏟아 붓거나 할 것이라 생각한다. 옮긴이의 말처럼 세상에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 사람마다 좋아하고 몰입하는 것은 다르다. 누군가가 몰입하는 것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고 비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무엇인가에 몰입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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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속 클래식 콘서트 - 나의 하루를 덮어주는 클래식 이야기
나웅준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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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위로와 희망이다.’(263페이지)

대중가요와 팝송은 자주 들었지만 클래식은 어쩌다 한 번 가뭄에 콩 나듯 듣게 된다. 이렇게 나에게 클래식은 어렵고 먼 존재였다. 『이불 속 클래식 콘서트』를 읽으면서 이런 나의 선입견이 깨지기 시작했다. 알람 소리, 광고 음악,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많은 음악 속에 클래식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이 클래식은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이불 속 클래식 콘서트』는 총 3장으로 나누어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클래식을 소개한다. 1장 <클래식이 일상이 되는 순간>, 2장 <자연을 노래하는 클래식>, 3장 <클래식이 전하는 행복>은 클래식의 세계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의 등을 살짝 밀어준다.

 

1장 <클래식이 일상이 되는 순간>은 아침에 잠이 깨어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이 드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일상의 순간에 감상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을 소개한다.

 

첫 번째 음악은 바흐의 칸타타 <<눈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 중 <합창>이다. 필자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를 ‘음악인 아버지 바흐’라 설명한다. 바흐는 가족을 책임져야 할 가장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음악을 치열하게 작곡했다. 생계를 위해 음악을 작곡했지만 음악적 철학과 품위를 유지했기 때문에 바흐를 위대한 작곡가라고 평한다.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1번>>은 듣고 있으면 다시 잠을 잘 것 같은 곡이다. 시몬스 침대 CF 에디슨 관련 편에서 사용된 음악이라고 한다. 나에게 <<짐노페디 1번>>은 기상곡이 아닌 자장가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지만 책에서는 기상곡으로 소개한다. ‘짐노페디’의 뜻이 ‘발가벗은 소년’이고, 고대 스파르타에서 젊은 남성들이 나체로 춤을 추고 의식을 치르는 것’(23페이지)을 짐노페디라고 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점심시간, 클래식을 반찬으로’에서는 게오르크 필립 텔레만의 <<식탁음악>> 제 3집 중 <서곡>을 소개한다. 이 곡은 귀족들이 식사할 때 라이브로 연주한 소규모 실내악이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음악의 대부분을 들을 수 있는데 이 음악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연주자가 있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왕족과 귀족들만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인 바흐보다 동시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인기를 누렸던 텔레만의 클래식을 나는 지금 스마트폰으로 들을 수 있다.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 중 <서곡>은 1749년 영국의 왕 조지 2세가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불꽃놀이를 위해 의뢰한 곡이다. 헨델은 불꽃놀이가 열리기 전 백여 명이 넘는 연주자를 동원해 리허설을 가진다. 이때 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몇 시간 동안 교통체증이 발생했다고 한다. 교통체증을 유발한 음악을 ‘교통체증이 심한 퇴근길에서’ 듣는 음악으로 소개한 것이 재미있다. 헨델의 리허설 때보다는 ‘덜 막히잖아’라 말하고 싶어서일까? 음향 장치가 없던 시대에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린 곳에서 음악이 제대로 들리기나 했을지 의문이 든다. 헨델을 가장 고민하게 만든 것도 음향 문제였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2장 <자연을 노래하는 클래식>은 계절마다 들으면 좋은 클래식을 소개한다. 영화 제목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음악이 소개된다. 비발디의 <<사계>> 중 <봄>으로 시작되고, 멘델스존의 <<무언가>> 중 <봄의 노래>로 마무리된다.

 

사계절을 표현한 곡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곡가가 비발디다. 비발디의 <<사계>>는 가장 널리 알려진 사계절 클래식이다. 비발디의 <<사계>>는 작자 미상의 이탈리아 소네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펠릭스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중 <서곡>을 소개하면서 <<한여름 밤의 꿈>> 중 <결혼행진곡>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소개되었는지에 대한 배경을 이야기한다.(이에 대한 정확한 출처는 찾지 못했기 때문에 필자는 추측한 내용을 적고 있다.) 1901년 최초로 창설된 ‘대한제국 양악대’를 교육하기 위해 독일 음악가 프란츠 에케르트가 악기를 가지고 한국을 방문한다. 이 당시에 탑골공원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행진곡과 독일 음악가의 음악이 연주되었다. 이렇게 프란츠 에케르트를 통해 전해진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과 바그너의 <혼례의 합창>이 소개되었을 것이라 말한다. <결혼행진곡>이 어떻게 우리나라에 전해져 결혼식에서 연주되었는지에 대한 필자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당연하게 들었던 음악 이야기를 새롭게 알게 되어 즐겁다.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은 멘델스존이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읽고 만든 음악이다.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 1번>>은 입센의 희극 소설 <<페르 귄트>>에 관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이했다. 이렇게 시나 소설 등의 문학작품을 음악으로 만든 클래식들이 많다. 이러한 음악을 작품과 함께 감상한다면 더 깊이 있는 클래식 감상이 될 것이다.

 

3장 <클래식이 전하는 행복>은 직접 갈 수는 없지만 음악을 통해 여행지의 감성을 느껴볼 수 있는 곡과 음악가들이 전하는 선물이라는 주제로 곡들을 소개한다.

 

‘클래식과 떠나는 여행’에서는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관광열차 폴카>>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그라나다, 오스트리아 빈,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스코틀랜드 헤브리디스 제도, 핀란드 이발로, 체코 프라하, 미국 그랜드캐니언, 멕시코 멕시코시티’를 표현한 음악을 소개한다. 마지막 여행지는 지구가 아닌 장소로 ’우주 목성‘을 표현한 곡이다. 에밀 발트토이펠의 <<고속열차>>를 소개하면서 클래식과 함께 떠났던 여행을 마무리하고 있다. 여행지를 여행할 때 그곳을 표현한 음악을 함께 듣는다면 여행의 감동이 더 커질 것이라 생각된다.

 

’음악가들로부터의 선물‘은 클래식 작곡가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삶의 지혜를 전해주는 곡들을 작곡가가 우리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소개한다. 작곡가의 편지를 받아 읽는 느낌이 들어 더 친밀하게 클래식과 작곡가들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작곡가가 직접 본인의 곡을 설명해주는 느낌이 들어 더 생동감 있는 감상이 될 것 같다.

 

1장~3장까지 마지막 부분에 <지루한 클래식>을 첨부해 ‘좋은 음악 VS 나쁜 음악’, ‘그리스 신화로 알아보는 오페라 변천사’, ‘작품번호의 비밀’을 설명하고 있다.

 

‘거의 모든 예술의 공통점은 그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해준다는 점이다. 다만 전하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다.’(184페이지)

작곡가는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악기를 사용해 음악 속에 담긴 메시지를 청중에게 전달한다. 알고 들으면 더 자세히 더 깊이 있게 듣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불 속 클래식 콘서트』는 음악 사조와 악기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함께 알 수 있게 설명한다. 각 곡이 만들어진 배경과 곡의 특징을 설명하고, 작곡가와 곡이 만들어진 시대 배경도 함께 알 수 있어 더 흥미롭게 책을 읽었다. 바쁘게 일상을 보내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풀고 싶을 때 『이불 속 클래식 콘서트』는 선곡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줄 것이다. 『이불 속 클래식 콘서트』는 멜론의 탑100처럼 클래식 탑100을 소개하는 책으로, 클래식 플레이 리스트이자 해설서이다. 책을 읽으면서 클래식을 즐길 수 있도록 ‘들으면서 읽는 클래식 콘서트’로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게 QR코드를 삽입해 놓았다. ‘매일 클래식 오디오와 함께하기’에서는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와 멜로디가 실린 오디오클립 콘텐츠를 준비했다. 더 많은 클래식에 대해 알고 싶을 때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불 속 클래식 콘서트』는 클래식에 대한 지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책이다.

 

‘머리로 이해하거나 지식으로 이해하는 클래식이 아닌 감각으로 또는 마음으로

그리고 기분으로 이해할 수 있는 클래식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261페이지)

음악은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듣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책을 읽으면서 배경을 알고 들었을 때 음악에 대한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음악은 그냥 들어도, 배경을 알고 들어도 모두 좋다. 음악은 듣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연주자가 그들의 해석으로 연주한 음악을 듣는 청중은 자신의 기준에 맞게 느끼고 즐기면 된다는 말에 공감한다. 음악의 이론적인 부분을 모른다고 해도 듣고 느끼고 즐기면 그것이 진정한 음악 감상이라 생각한다. 클래식 작곡가와 곡이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안다면 곡을 더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겠지만, 그 무게에 짓눌려 클래식은 어렵다는 틀에 갇혀 감상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그냥 감각으로, 마음으로, 기분으로 이해하고 감상하라 말하는 필자의 말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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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 - 굽은 소나무, 기근에 허덕이는 백성을 구하다,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최우수상 수상 ㅣ 케이팩션 3
천영미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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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소나무, 기근에 허덕이는 백성을 구하다’(책 표지)

허욱의 아들이 죽은 다음 해에 손자 허은수가 태어난다. 손이 귀한 집안에 곱추로 태어난 은수는 집안 어른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으로 바르게 성장한다. 장애와 어머니의 죽음에 힘들어하던 은수는 외할아버지가 역모죄인이라는 이유로 혼사길이 막힌 아영과 혼례를 올리고, 이후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아영의 권유로 과거를 치른 은수는 장원급제를 하게 되고, 대신들의 반대에도 왕은 은수를 관리로 등용한다. 왕을 도와 제례를 지내던 중 넘어진 은수를 대신들이 탄핵할 것을 요구하고, 왕은 대신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 하면서 은수를 궐내 정원을 관리하는 상림원 제조로 삼을 것이라 발표한다. 왕이 은수에게 내린 밀명인 겨울에도 채소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에 상림원은 최적의 장소였다. 은수는 왕이 자신을 쓰임 있는 사람으로 여겨주는 것에 또 한 번 감동한다.

 

은수의 부인 아영은 역모죄로 모든 가족을 잃은 후 말을 잃은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친정 식구를 잃은 왕비를 안타까워하던 왕은 아영의 어머니가 같은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딸의 그림으로 위안을 받고 있다는 말에 왕은 아영을 궁의 다과연에 부른다. 아영의 그림을 본 왕비는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아영의 매화 그림을 본 후 왕은 왕비의 헌신과 희생에 감사함과 미안함을 느껴 왕비의 식솔들의 근황을 조사하라 명한다.

 

‘약식동원, 의식동원’

-중략-

“매일 우리가 먹는 음식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될 수 있다는 뜻”

(101페이지)

궁의 약초를 관리하는 전의감 소속 의관 전순의에게 약초에 대한 지식을 알려준 스승은 음식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스승은 약초를 캐고 말리는 일뿐만 아니라 ‘고추, 무, 호박, 씀바귀, 도라지, 깨 등’의 음식재료를 말리는 일을 함께 한다. 그는 약초를 구하기 힘든 백성들에게는 음식이 약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면서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의관이 아녀자들이나 하는 먹거리에 대해 연구한다는 이유로 의관들의 비웃음을 샀던 전순의는 우연히 임금과 마주치고 임금에게 ‘약식동원, 의식동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의관 전순의가 적은 기록을 본 왕과 박내관은 재배법과 조리법이 자세하게 적힌 내용을 보고 놀란다.

 

‘네 안의 아름다운 자질을 백성을 위해 사용하라.’(129페이지)

늦은 밤 왕은 허은수, 최아영, 전순의를 궁으로 부른다. ‘꼽추 대감, 아녀자, 천출의관’, 세 사람은 세상의 중심이 아닌 테두리에서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존재들이다. 왕은 이들에게 백성을 위해 추운 겨울에도 식물을 길러낼 수 있는 온실을 만들고, 온실에서 식물과 약초를 키우고, 그 효능을 기록하라 말한다. 아영에게는 식물과 약초의 생김을 그려서 백성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기록하라고 명한다. 왕은 온실을 만들 수 있는 설계를 거의 완성했을 때 은수와 전의관을 탐라로 보낸다. 귤나무와 제주의 흙을 도성으로 옮겨오는 일을 맡겼지만 이면에는 탐라 백성들의 생활을 암행할 임무를 숨기고 파견한다. 탐라를 가고자 하는 안평대군의 청을 거절하지 못한 왕은 안평대군을 은수와 전의관과 함께 탐라로 보낸다. 남자들이 배를 몰고 나가 목숨을 잃으면서 탐라에는 여인들의 수가 더 많다고 한다. 남자의 수가 줄어도 부역은 줄지 않았기 때문에 여인들은 잠녀가 되어 전복, 해삼, 미역, 옥돔 등을 잡아야 했다. 안평대군은 잠녀들을 보면서 삶을 짓누르는 무게에도 가라앉지 않고 떠오르는 생명력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은수와 전의관은 귤을 진상하기 위해 탐라 백성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거짓으로 기재된 귤의 수량을 채워야 하는 탐라 백성들에게 귤나무는 저주받은 나무가 되어버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수와 전의관, 안평대군은 귤나무를 가지고 한양으로 돌아온다.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귤나무의 원인을 찾던 중 은수는 지렁이를 보고 해결방법을 찾아내고 귤나무는 상림원에 뿌리를 내린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왕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오랜 기근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백성들의 고통이다. 백성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왕은 대신들의 반대에도 백성을 위한 정책을 고민한다. 임금은 대신들에게 기근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 말하지만, 대신들은 현실성 없는 대안만을 내놓는다. 이조판서가 된 허은수가 백성들이 소나무 껍질을 벗겨 삶아 먹게 하는 방법을 이야기하지만, 대신들은 소나무는 사대부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나무이기 때문에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백성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왕이 노력하는 동안 대신들은 자신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궁의 약재를 빼돌리고, 5년째 이어가던 기근으로 백성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좌의정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연회를 연다. 대신들은 백성들보다 소나무가 죽어나가는 것을 걱정한다. 사대부를 상징하는 소나무의 죽음을 걱정할 뿐 백성들의 어려움을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사대부들은 소나무를 자신들의 나무라 생각하지만, 왕은 소나무를 백성의 나무라 생각해 백성들에게 돌려줄 방법을 찾는다. 백성들에게 소나무를 돌려주기 위해 왕은 뒤틀린 소나무를 재배할 것을 밀명으로 내리고, 은수와 전의관은 안평대군의 비해당에서 몰래 실험 재배를 시작한다. 하지만 결국 비밀은 상림원 별감에 의해 좌의정에게 알려진다. 대신들은 명나라가 천자의 나무인 소나무를 모독한다고 생각할 것을 걱정해 왕의 계획을 무산시키기 위해 상림원을 불태우기로 결정한다. 왕이 강무를 떠났을 때 대신들은 민가에 불을 지르고 화재로 인해 백성들이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다. 상림원의 온실과 식물, 자료들 대부분이 불에 타 사라진다. 다행히 화재가 있기 전 아영이 왕비에게 맡겼던 식물 자료는 지킬 수 있었다. 상림원 화재로 좌절하던 은수는 비해당에 심은 소나무 중 굽은 소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고 마음을 놓는다. 굽은 소나무를 산에 몰래 심으러 다닌 전의관의 노력은 꽃을 피워 굽은 소나무들이 건강하게 자리 잡기 시작한다.

 

“좋은 것을 백성과 함께 나누며 즐거워하는 것이

진정한 왕도 실현의 근간임을 잊지 말도록 하라.”(323페이지)

왕은 좋은 것을 백성과 함께 나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왕도 실현이라 말한다. 이를 위해 백성을 위한 나무를 키우게 했고, 백성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인재를 키우고 정책을 시행했다. 명나라를 떠받들고 공맹을 주장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사대부들의 반대를 누르고 여러 정책을 시행할 수 있었던 힘은 왕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이어지던 흉년이 끝나고 풍년 소식이 전해지자 왕은 경회루 옆 초가를 떠나 강녕전으로 돌아온다. 왕은 상림원을 크게 증축하고 그곳을 ‘기근에 대비해 조선 팔도의 모든 씨앗을 보관하고 재배하는 보물창고로 삼을 것’(338페이지)이라 말한다. 은수는 왕에게 조선 땅 곳곳의 수원을 찾아 천방을 개발하고 이용한다면 백성들을 위한 농지 개발이 가능함을 이야기한다. 이를 엿들은 신별감은 이조판서에게 전한다. 모든 것이 왕의 뜻대로 흘러가던 순간, 포쇄 작업을 마친 태조대왕실록에 좀이 슬었다는 보고가 올라온다. 그 일을 이유로 대신들은 허은수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함정임을 알면서도 왕은 이들을 지킬 방법을 찾지 못해 괴로워한다. 은수와 전의관의 말을 전한 안평대군은 이들이 자신들이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유배를 보내줄 것을 청했다는 말을 전한다. 왕은 두 사람의 관직을 삭탈하고 온양 땅으로 유배를 보낸다. 왕은 온양 행차를 결정하고 왕과 왕비, 안평대군은 온양으로 향한다. 왕비의 가마 뒤 작은 가마에는 은수의 처 아영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그리운 이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사람들은 알까?

그들이 손쉽게 베어가는 나무들이

실상은 주어진 생을 살아내기 위해

격렬하게 몸부림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까? 울창한 숲의 시작은

생을 포기하지 않는

작고 여린 씨앗이라는 것일.’(359페이지)

나무는 주어진 생을 살아내기 위해 격렬하게 몸부림친다. 나라의 백성 또한 생을 살아가기 위해 힘겨운 삶을 몸부림치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숲의 시작이 생을 포기하지 않는 작고 여린 씨앗이듯 한 나라의 시작은 작고 힘없는 백성들이다. 백성들이 생을 포기하지 않고 버텨주기 때문에 왕은 나라를 세우고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왕(세종)은 그 사실을 잊지 않았다. 힘없고 불쌍한 백성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고통 받지 않고 살아가길 원했던 왕은 백성을 위해 함께 일할 인재를 찾아 곁에 두었다. 공맹사상만을 이야기하면서 백성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위선적인 사대부들의 반대에도 왕은 위민정책을 시행한다. 백성을 사랑하고 뛰어난 인재를 선입견 없이 곁에 둘 줄 알았던 왕의 시대를 살았던 백성들에게 왕은 가장 큰 선물 같은 존재였다. 허은수와 전의관은 왕의 믿음과 지지가 있었기에 자유롭게 자신들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는 백성들이 고통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꿈꿨던 왕과 신하들의 이야기다.

 

『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는 <<세종실록>> 18년의 기록에서 기근에 죽어가던 백성이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처벌하지 않은 사건에서 이야기의 아이디어를 얻어 소설로 적었다고 한다. 주인공 중 전순의는 세종, 문종, 세조를 모신 어의로 실존 인물이고, 그의 저서 <<산가요록>>도 실존하는 기록이라고 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농서이자 요리책인 <<산가요록>>은 조리서 부분은 보존되어 있지만, 농서를 기록한 앞부분이 사라졌다고 한다. 천영미 작가는 사라진 농서 부분의 내용을 상상해 굽은 소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설정했다고 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 <용어 해설>에서는 ‘작품 속에 언급된 역사적 사건’과 ‘궁중 행사’, ‘사료’에 대한 간단한 설명(366~371페이지)이 실려 있다. <참고 문헌>(372페이지)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참고한 자료의 출처를 적어놓았다. 책에서 언급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알고 싶을 때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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