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전쟁 - 모든 것을 파멸시킨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오키 다케시 지음, 박삼헌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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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전쟁은 부제 <모든 것을 파멸시킨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가 말해주듯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의 치열한 전투에 대한 이야기다. 독일현대사 국제정치사를 전공한 작가 오키 다케시는 <<독일군 공방사>>, <<전차 장군 구데라인>>, <<사막의 여우 롬멜>>, <<독일 군사사>> 등 독일군에 대한 내용을 책으로 썼다. 독소전쟁도 그 중 하나다. ‘독소전쟁에 관해 사실로서 확정된 것이 무엇이고, 정설로 여겨지는 해석은 어떤 것인지, 어디에 논의의 여지가 있는지를 전하는, 즉 독소전쟁 연구 현상 보고를 목표로 쓰였다.

 

1941년 독일은 소련을 침공했고, 전쟁은 1945년까지 계속된다. 핀란드에서 코카서스까지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전선에서 수백만 대군이 격돌한 전쟁으로 현대 육상전의 모든 전술이 실행된 아주 드문 전쟁이었다. 독일은 소련과의 전쟁을 인종적으로 뛰어난 게르만 민족이 열등 인종슬라브인을 노예화하기 위한 전쟁, 나치즘과 유대적 볼셰비즘의 투쟁으로 삼았다. 이에 대항해 소련은 파시스트 침략자를 격퇴하고 러시아를 지키기 위한 대조국전쟁을 선포한다. 양군의 잔학행위는 서로에 대한 증오를 키워가면서 처참한 양상을 보이기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은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게 된다.

 

19401218일 소련 침공을 명령하는 총통 지령 21바르바로사가 하달된다. 독일은 폴란드 분할로 국경을 접하게 되면서 소련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서방 부대를 공격할 때 소련이 독일을 공격할 것을 걱정한 수뇌부는 소련 공격을 계획한다. 이들은 소련을 타도하면 영국의 전쟁 의지를 꺾을 수도 있을 거라 짐작한다. 독소전쟁 3주 전 독일의 소비에트 침공을 경고하는 내용이 스탈린에게 전해진다. 세계 각국의 스파이로부터 전해진 경고를 스탈린은 믿지 않았다. 급기야 침공 5일 전까지 경고가 있었음에도 스탈린은 독일이 흘린 가짜 정보라 답하고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1941622일 독일이 소련 침공을 시작한다.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던 소련군은 독일군의 기습적인 공격에 큰 피해를 입는다. 독일의 공격에 소련은 방어할 능력이 거의 상실된 상태였다. 레닌 사후 스탈린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숙청을 강행했다. 붉은 군대 간부들까지 숙청 대상이 되었고, 1937년에서 1938년까지 장교 34,301명이 체포되거나 추방당했다. 최고 간부의 대부분이 체포되었고, 그중 80명이 총살당한다. 그 결과 지휘관의 부재로 인해 군사력이 약화되었다.

 

독일군 330만 명의 대군이 발트해에서 흑해까지 3,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전선에서 공격을 시작한다. 독일 동부전선의 독일군, 동부군은 북에서 남으로 북부집단군, 중부집단군, 남부집단군 3개로 나뉘어 있었다. 초반 전쟁에서 독일군의 연승이 계속되면서 할더 육군 참모총장은 2주 안에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소련군은 지휘관들의 작전과 전술 능력 부족으로 전차와 대포와 같은 장비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패전하던 소련군이 반격을 시작한다. 소련 침공 초반에 승전을 거듭하던 독일군의 진격이 소련군의 거센 항전에 가로막혀 늦어지면서 독일군의 피해 규모도 커졌다. 소련의 열악한 도로 환경 또한 독일군의 진격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독일군은 승전을 이어가기는 했지만 보급 부족에 시달리면서 전력이 더 약해졌다. 10월이 되면서 첫 눈이 내렸고 녹은 눈으로 인해 비포장도로가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진흙의 계절’, 길이 없는 계절이 시작되면서 독일군의 차량 운행이 힘들어진다. 길이 얼기 시작하면서 진격을 다시 시작했지만, 독일군은 12월이 되면서 러시아의 한파에 가로막힌다.

 

독일은 자원과 노동력의 수탈을 목적으로 전쟁을 일으켰다. 독소전쟁은 통상전쟁이 변질되어 수탈전쟁, 절멸 전쟁으로 변질되어 갔다. 소련침공의 목적은 식민지제국 건설이라는 이데올로기의 구상의 한 부분이었다. 2차 세계대전 발발로 독일은 연합군의 봉쇄에 막혀 해외 수입을 차단당했다. 식료품 조달을 연합군인 소련에 의존하게 되면서, 독일 수뇌부는 소련을 침공한 후 필요한 자원을 소련에서 착취하는 계획을 세웠다. 독일 수뇌부가 권한을 차지하기 위해 대립하는 과정에서 공적을 과시할 목적으로 더 많은 수탈이 벌어지게 된다. 독일군은 유대인과 볼셰비키 핵심 당원 등을 절멸대상으로 지정해 학살했다. 소련군 정치위원들은 자신들이 독일의 절멸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잡히면 죽임을 당할 것이라 생각해 끝까지 항전했다. 사로잡힌 소련군 포로들은 기아와 추위, 질병으로 죽어갔다. 그 결과 570만 명의 소련군 포로 중 300만 명이 사망했다. 독소전쟁을 일으킨 후 나치 독일은 유대인의 국외 추방을 추진하던 정책을 절멸정책으로 전환한다. 19419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소련군 포로 600명 등에 대한 가스 독살 실험이 이뤄졌다. 독소전쟁에서 수행했던 절멸 정책이 유럽 각지로 확대되어 수용소가 세워지고 계획적인 학살이 자행된다. 독일군은 레닌그라드를 점령하기 위해 포위한 후 볼셰비키 혁명의 탄생지 레닌그라드를 지상에서 소멸시키려는 계획을 세우고 모든 물자의 수송을 차단해버린다. 900일 동안 지속된 포위로 100만 명 이상이 희생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군 못지않게 소련군도 잔인한 학살을 자행했다. 1920년대 말에 형성되기 시작해 1930년대 완성된 스탈린 독재는 체제에 불만을 품은 자들을 추방, 처형하거나 시베리아 노동수용소에 감금시키는 방법으로 공포정치를 실시한다. 점령된 발트 3국과 폴란드 동부에서 성직자, 대학교수, 관리, 군 장교를 저항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살해하거나 추방했다. 19403월에는 소련군 포로가 된 22천 명으로 추정되는 폴란드군 장교를 사살했다. 스탈린은 독일의 침공 이후 1812년 나폴레옹 침략을 격퇴한 것과 같은 성전으로 독일과의 전쟁을 대조국전쟁이라는 명칭으로 규정한다. 많은 수의 소련인들이 군대에 지원해 독일과의 전쟁에 참전한다. 소련군들 또한 독일군들과 비슷하게 독일군 포로를 인도적으로 대우하지 않았다. 19416월부터 19432월까지 17~20만의 독일군 포로 중 살아남은 사람은 5퍼센트에 불과했다고 한다.

 

독일군은 급격히 떨어진 기온으로 인한 추위와 쌓인 눈으로 인해 소련군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후퇴한다. 스탈린은 총 공세를 명령했지만, 허술한 장비와 부족한 보급을 받는 부대들의 총공세는 실패로 돌아간다. 독일군은 소련군의 계속되는 공격에 위기감을 느꼈지만 현재 지역을 사수하라는 히틀러의 명령이 내려져 총통의 허락 없이는 후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 방침에 반대한 고위급 수뇌부들이 해임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독일군 장교들이 사망하면서 독일군의 전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히틀러는 남부 러시아의 공업과 자원지대, 나아가 코카서스 유전이라는 경제적 목표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육군 수뇌부는 모스크바 탈취가 승패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해서 의견 대립이 발생한다. 독일군은 히틀러의 명령으로 남부 러시아와 코카서스를 공격할 계획을 세웠지만 스탈린은 독일군이 모스크바로 진격할 것이라 착각해 병력의 대부분을 모스크바 방어를 위해 배치한다. 독일군은 초기에 소련군을 혼란에 빠지게 만들어 성과를 이루지만 소련군 섬멸작전은 성공하지 못한다. 표면적인 승리가 이어지자 히틀러는 전선을 두 개 로 나누어 스탈린그라드와 코카서스 양쪽을 공격할 것을 명령한다. 보급 부족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독일은 유전을 점령하는데 성공하지만 소련군이 퇴각하면서 채굴시설을 파괴해 유전을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스탈린그라드 공격을 하는 독일군들은 스탈린의 강력한 조치로 더 이상 물러날 수도 없었던 소련군의 저항에 부딪친다. 독일군은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하기 위해 소련군과 백병전까지 벌이면서 시가지 80퍼센트를 점령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미 스탈린그라드는 폐허가 되어 점령을 해도 물자를 공급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계속되는 소련군의 항전과 다가오는 추위에 독일군은 위험한 상태에 빠진다. 스탈린그라드를 공격한 제 6군이 소련군에게 포위되고, 독일은 그들을 구하지 못한 상태가 계속되면서 6군은 소련에 투항한다. 스탈린그라드에서의 패배로 독일군은 전략적 공세를 실시할 능력을 상실한다. 전력을 상실한 독일군은 마지막 반격을 시작한다. 이때 소련군은 집결하는 독일군을 보고도 반격이 아닌 퇴각을 위한 조치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남부집단군 사령관 만슈타인은 소련군과 소련군을 섬멸할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그 순간 미영연연합군이 시칠리아에 상륙했다는 소식을 들은 히틀러의 작전 중지 명령이 떨어진다. 소련군 격멸을 원했던 만슈타인은 항의했지만 히틀러는 들어주지 않는다. 만슈타인이 대체안을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소련군 격멸에 실패한다. 소련군이 총공격을 시작하면서 독일군은 계속 밀렸지만 히틀러는 사수하고 또 사수하고 끝까지 사수한다!’(246페이지)라는 지시를 내려 현재 위치를 사수할 것을 명령한다. 현 위치의 사수를 명령하던 히틀러는 동부전선 전체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만슈타인의 판단을 듣고 나서야 후퇴를 허락한다. 독일군은 철수하기 시작했고, 철수하는 과정에서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초토작전(특정 지역을 철저하게 불태워버리는 군사작전)’(248페이지)을 수행하면서 지나는 곳을 파괴하거나 물자를 징발했다. 징발 과정에서 물자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도 군수생산에 동원하기 위해 강제 이송 대상으로 삼았다.

 

19446월 소련군 1254,300명과 독일군 336,573명이 격전을 벌인다. 결과는 독일군이 대패로 끝난다. 연합군의 지원으로 전력을 확보한 소련에 독일군은 계속 밀리기 시작하고 소련군은 자신들의 세력권을 넓히기 위해 독일 본토를 침략한다. 소련군이 베를린으로 침공해 들어오자 히틀러는 투쟁을 계속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총통의 지하 참호에서 자살한다. 소련군의 약탈, 폭행, 살육으로 독일은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1945717일 베를린 근교의 포츠담에서 연합국 회담이 열리고, 회담 결과 독일 분할 점령 방침이 정해진다. 이렇게 독일연방공화국(서독)과 독일민주공화국(동독)이 분할되었다.

 

히틀러와 스탈린의 공통점은 독재정치와 공포정치를 했던 지도자이고, 잘못된 명령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생겨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전투지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자신들이 판단하고 결정한 명령을 하달하고, ‘절대 물러서지 말라는 말로 군인들을 희생시켰다.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독일군의 침공을 미리 알고도 대처하지 못했던 스탈린과 독일군의 공격에 무너지는 소련군의 모습에서 임진왜란 때 왜군의 침략을 보고 받고도 믿지 않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선조와 왜군의 공격에 순식간에 무너진 조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독일군에 항전하는 소련군과 민간인으로 구성된 파르티잔은 조선을 지키려 항전한 군인들과 의병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든 뛰어난 지휘관이 있고 또 무능력한 지휘관이 있다. 싸움의 순간 어떤 장수가 전쟁을 지휘하느냐에 따라 생사는 갈린다. 전쟁사를 읽을 때 무능력한 지휘관으로 인해 허망하게 죽어가는 군인들과 국민들을 보고 있으면 화가 나는 것을 넘어 분노의 감정이 든다. 전쟁은 나라와 시대를 불문하고 전쟁터의 국민들을 공포와 죽음의 위협에 빠뜨린다.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침공에 대비해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전쟁에 참전해 전사하는 군인들과 전쟁의 참상 속에서 괴로워하는 국민들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 전쟁 없이 살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다. 이런 평화가 계속 되기를 강력하게 소망한다.

 

독소전쟁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여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의 전쟁사다. 독소전쟁과 관련된 역사적인 인물들과 전쟁과 관련된 전술, 전략, 군수, 지형지리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군사작전과 관련된 지도가 실려 있어 군사의 이동경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전쟁과 관련된 다양한 용어들을 새롭게 알 수 있어 책을 더 흥미롭게 읽었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소련의 전쟁이 왜 일어났고,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결과는 어땠는지에 대해 이 한 권의 책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독소전쟁한권으로도 독일과 소련의 전쟁을 이해할 수 있게 쓰였다. 세계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읽기에도 쉽게 쓰여 있어 교육 자료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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