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포트만의 새로 쓴 우화
나탈리 포트만 지음, 재나 마티아 그림, 노지양 옮김 / 개암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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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의 유명 배우 나탈리 포트만이 다시 쓴 <거북이와 토끼>, <아기 돼지 삼 남매>, <시골 쥐와 도시 쥐>를 읽는다. 나탈리 포트만은 첫 동화책에 어떤 메시지를 담았을까?

 

<거북이와 토끼>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시작한다. 발이 빠른 토끼가 저 멀리 달려갈 때 거북이는 천천히 걸어서 결승선을 향한다. 토끼는 달리던 중 나무 아래 잠이 들고, 거북이는 계속 걷고 또 걸었다. 먼저 결승점에 도착한 거북이의 승리로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경주는 끝난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다. 이 내용을 나탈리 포트만은 다음과 같이 바꾼다. 포도밭 정원에 동물들이 모여 장기자랑을 시작한다. 날쌔고 빨리 달릴 수 있는 토끼는 자기의 장기를 자랑하면서 달리기 경주를 준비한다. 아무도 토끼에게 도전하지 않을 때 거북이 아줌마가 토끼에게 도전한다. 모두가 거북이 아줌마가 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거북이 아줌마는 스스로를 믿고 걷는 순간을 즐기면서 앞만 보고 걸었다. 토끼는 자기의 능력만을 믿고 파티에 참석해 춤을 추면서 시간을 낭비했다. 결국 승리는 거북아줌마에게 돌아온다. 젊고 빨리 달리는 능력을 갖춘 토끼와 늙고 무거운 집을 이고 느리게 걷는 거북 아줌마의 경주에서 거북 아줌마가 이길 수 있었던 건 걷는 순간을 즐기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능력만을 믿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아기 돼지 삼 남매>

아기 돼지 놈, 멀린다, 조지는 엄마 돼지를 떠나 독립한다. 놈은 소파에 누워 음식을 쌓아놓고 먹었다. 계속 라면만 먹었더니 속이 느글거리고 낡고 더러운 나뭇가지로 지은 집은 계속 흔들렸다. 음식 냄새를 맡고 찾아온 늑대의 콧바람과 손바람에 집은 날아가 버렸다. 탄산음료와 사탕, 초콜릿을 좋아하는 멀린다는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컵으로 집을 지었다. 멀린다의 집도 늑대의 콧바람, 손바람에 날아가 버린다. 놈과 멀린다는 막내를 찾아간다. 체험하고 실험하고 모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막내 돼지 조지는 벽돌로 튼튼한 집을 완성한다. 늑대가 조지를 찾아오지만 꾀를 내어 늑대를 쫓아낸다. 아기 돼지 삼 남매는 튼튼한 조지의 벽돌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원작 <아기 돼지 삼형제>에서는 아기 돼지들이 집을 지을 때 짚과 나무와 벽돌을 사용하지만 나탈리 포트만의 <아기 돼지 삼 남매>는 나무젓가락,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벽돌로 집을 짓는다. 일회용품은 편리하지만 쌓였을 때 환경을 오염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일회용품으로 지은 집은 늑대의 콧바람과 손바람에도 무너졌다. 아기돼지 조지의 벽돌집은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재료로 지은 집이다.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과 일회용품을 줄여서 푸르고 건강한 지구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메시지로 담고 있다.

 

<시골 쥐와 도시 쥐>

시골 쥐 그레이슨은 도시에 사는 사촌 폴리의 편지를 받고 도시를 방문한다. 그레이슨이 사는 곳은 작고 낮은 둥지로 별이 빛나는 맑은 하늘 아래에서 잠을 잤다. 폴리가 사는 곳은 넓고 높은 아파트로 폴리는 화려하고 반짝이는 핑크색 샹들리에 밑에서 잠을 잤다. 그레이슨은 폴리의 집을 방문해 친구들을 만나고 파티를 즐긴다.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파티를 하던 중 무서운 고양이가 나타난다. 폴리의 친구들은 위험에 빠진 폴리를 외면한다. 폴리와 그레이슨은 고양이를 피해 시골로 도망간다. 폴리는 시골에서 그레이슨의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먹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원작 <시골 쥐와 도시 쥐>에서 시골 쥐는 도시 쥐의 집에 방문해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위험에 빠지면서 도시를 떠나 다시 시골로 돌아온다. 시골 쥐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도시보다는 마음 편한 시골이 더 좋다고 말한다. 나탈리 포트만의 <시골 쥐와 도시 쥐>는 진정한 친구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친구가 제공하는 화려한 장소와 음식을 함께 먹고 즐기던 친구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자 친구를 외면한다. 무사히 도망친 두 생쥐는 시골에 와서 친구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함께해주는 친구들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도시 쥐 폴리는 지켜주고, 챙겨주고, 감싸 줄 친구를 시골에 와서야 만날 수 있었다. 헐리우드에서 성공한 배우 나탈리 포트만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부와 명예를 모두 얻었다. 성공한 나탈리의 곁에는 폴리의 곁에 있는 친구들처럼 화려함을 보고 남아 있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나탈리이 부와 배경을 보고 다가온 이들로 인해 아픔과 상처를 받았던 경험을 도시 쥐 폴리를 통해 표현한 것은 아닌지 짐작해본다. 조용하고 소박한 시골 쥐 그레이슨의 삶은 지친 현대인들에게 쉼의 공간이 되어주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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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1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원 옮김 / 동녘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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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다섯 살 꼬마 아이. 호기심 많고 장난꾸러기 제재는 새로 이사한 집에서 만난 라임오렌지나무 밍기뉴에게 마음을 털어놓는다. 기분이 좋을 때 제재는 밍기뉴를 슈르르카라고 불렀다. 장난이 심한 제재를 가족과 이웃은 나쁜 아이라고 비난하고, 어느 순간 제재 스스로도 자신은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무도 제재의 마음과 환상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고, 제재는 장난을 칠 때마다 매를 맞았다. 호기심 많은 제재는 환상의 세계를 상상하면서 현실을 견딘다. 아버지의 실직으로 온 가족은 가난한 생활을 해야 했고, 크리스마스는 가족 모두에게 불행한 날이 되었다. 어린 동생 루이스를 사랑하는 제재는 동생에게 환상의 세계를 탐험하는 놀이를 알려주고 보살핀다. 제재는 자신 안에 악마가 들어 있어 나쁜 행동을 하기 때문에 자신이 나쁜 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비난과 폭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누나와 형과 아빠가 때리는 매를 견뎌낸다.

 

맙소사! 너처럼 어린애가 어쩜 그렇게 어른들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나눌 수 있지? 너 같은 아이는 처음 봤다.”(230페이지)

다섯 살 아이 제재는 너무 빨리 철이 든 아이다. 아빠의 실직으로 인한 가난을 이해하고 걱정하는 제재를 보면서 뽀르뚜가는 어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있는 제재를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을 갖는다. 가족에게 매를 맞아 몸과 마음에 상처 입은 제재를 뽀르뚜가는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아무도 제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유일한 친구 뽀르뚜가는 제재의 환상의 모험담을 귀담아 들어주고 공감해준다. 라임오렌지나무에게만 털어놓던 마음을 제재는 뽀르뚜가에게도 모두 이야기한다. 뽀르뚜가는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언어를 사용할 때면 가족들처럼 야단치거나 때리지 않고 말로 잘못된 것을 고칠 수 있게 알려줬다.

 

늘 이런 너의 모습을 보고 싶어. 멋진 꿈만 꾸고 머리의 잡생각들일랑 다 잊어라.”(240페이지)

제재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좋아하는 제재에게 뽀르뚜가는 멋진 꿈을 꾸면서 힘들었던 생각들은 모두 잊어버리라고 이야기해준다. 제재는 만약 아버지를 선택할 수 있다면 뽀르뚜가를 선택했을 거라 말한다. 양자로 데리고 가달라는 제재에게 뽀르뚜가는 엄마 아빠한테서 데리고 올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진짜 친아들처럼 사랑해주겠다고 약속한다. 망가라치바 기차가 뽀르뚜가 아저씨 차를 들이받았다는 말을 들은 제재는 수업을 받던 중 교실을 뛰쳐나온다. 유일한 친구였던 뽀르뚜가 아저씨의 사고 소식을 들은 제재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심한 열병에 걸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앓아눕는다. 심하게 앓고 난 후 제재에게 더 이상 환상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제재는 몸은 나았지만 마음은 텅 빈 상태로 껍데기만 남아 뽀르뚜가 아저씨와의 시간만을 추억한다. 가장 사랑했던 친구이자 마음 속 아빠인 뽀르뚜가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가족에게 사랑받길 원했던 제재는 가족들의 비난과 폭력에 깊이 상처 받는다.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제재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착한 아이가 된다. 쎄실리아 선생님은 다른 사람을 아끼고 양보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의 제재에게 황금 같은 마음씨를 가진 아이라 말해준다. 화요일마다 만나 악보를 함께 팔았던 아리오발두 아저씨에게 제재는 멋지고 능력 있는 꼬마 동료다. 영리하고 호기심 많은 제재를 가장 많이 아끼고 사랑한 사람은 뽀르뚜가다. 그는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제재를 안쓰럽게 생각하고, 제재의 상상의 세계를 존중해준다.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뽀르뚜가와 시간을 보내면서 제재는 자신도 착한 아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족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상상의 세계에서 라임오렌지나무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이와 상관없이 진심으로 다가온 뽀르뚜가와 친구가 될 수 있어 제재는 행복했다. 가장 소중한 존재가 사라진 상실감에 괴로워했던 제재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어린 아이는 어린아이처럼 자라야 한다고 생각했던 뽀르뚜가의 바램과는 반대로 더 철이 들어버렸지만, 뽀르뚜가의 사랑은 제재에게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의 라임오렌지나무가 꽃을 피웠듯이 제재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꽃을 활짝 펼칠 수 있었다. 어른이 된 제재는 뽀르뚜가가 자신에게 베풀어준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는 멋진 사람으로 자라난다.

 

어린 시절 읽었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 대한 기억은 아주 희미하게 흐려졌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다섯 살의 제재를 어른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한다. 어린 시절에는 주인공 제재에게 초점을 맞췄다면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이 순간에는 뽀르뚜가 아저씨에 초점이 맞춰진다. 나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제재의 장난과 상상의 세계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들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 중 나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를 생각한다. 어린 시절 나또한 제재처럼 장난기 많고 호기심 많은 아이였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상상력을 펼쳤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어른이 된 후에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제재의 어린 시절 추억은 어른들의 비난과 폭력에 대한 것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 제재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대해준 쎄실리아 선생님, 아리오발두 아저씨, 그리고 가장 소중한 뽀르뚜가 아저씨와의 추억이 있었기 때문에 제재에게도 아름다운 추억이 남을 수 있었다. 가장 소중한 존재와의 이별을 겪었지만 제재는 더 이상 자신이 나쁜 아니라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지 않고 아이의 말을 들어보지 않은 채 무조건 비난만 하고 있는 어른이 된 것은 아닌지 어른이 된 나의 모습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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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허즈밴드
김류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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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뉴욕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일은 사랑에 빠지는 거니까.”(57페이지)

진미는 삶의 이유를 잃었다. 엄마가 자신을 마중 나온 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죄책감과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가 세상에 없다는 것에 절망한 진미는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나 유골함을 들고 비행기를 탄다. 뉴욕에 도착한 진미는 브루클린 브릿지 파크에서 엄마의 유골을 뿌린다. 절망에 빠진 진미의 위태로운 모습을 본 제임스는 안전한 잠자리를 제공하고 따뜻한 음식을 먹인다.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뉴욕에서 사는 것도 괜찮을 거라 말하는 진미에게 과거에 자신이 받았던 행운을 주는 1달러 동전을 건네면서 이 동전이 있으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 말해준다. 뉴욕의 달이 보이는 옥상에서 제임스는 진미에게 노래를 들려준다. 절망에 빠진 진미에게 제임스의 호의는 작은 불씨가 되어 살아갈 힘이 되어주었다.

 

달과 뉴욕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일이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면,

달과 서울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일도 사랑에 빠지는 일이란 걸.’(189~190페이지)

아버지와 함께 왔던 미국 생활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더 힘들어진다. 절망 속에서도 잘 버텨낸 제임스는 친구 로빈과 함께 레스토랑을 세워 성공하고 여자친구 제니스와 함께 행복했다. 마약소지 혐의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제임스는 항소했지만 결국 한국으로 강제추방을 당하고 만다. 마지막 희망을 안고 여자친구 제니스에게 전화를 걸었어보지만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말에 절망한다. 다시 한국에서 진미가 마주친 남자는 절망에 빠져 삶의 의욕을 잃은 상태였다.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었던 제임스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진미는 제임스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제임스의 본명이 영윤제라는 것과 강제 추방되었다는 사실 말고는 윤제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지만, 진미는 뉴욕에서 자신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준 윤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 함께 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조금씩 키워나간다.

 

끝이 날 인연이 있고, 계속될 인연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자신들이 지금 맺는 이 관계가 추억으로 남을지,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될지를······.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끝이 날 인연이라도 악연으로 남을지,

선연으로 남을지는 마지막 끝맺음에 달려있으니까.’(354페이지)

진미의 노력으로 뉴욕 델리카시 레스토랑이 서울에 분점을 열게 된다. 레스토랑 주방장을 정하는 테스트에서 델리카시 대표 로빈이 윤제의 정체를 알게 된다. 윤제가 누명을 쓰고 강제 추방을 당했던 것은 로빈이 다른 직원이 가지고 있던 마약을 윤제에게 뒤집어 씌웠기 때문이었다. 기억을 되찾은 윤제는 자신이 믿었던 친구이자 델리카시 공동 경영자였던 로빈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델리카시 대표 로빈은 윤제와 진미의 관계를 알고 난 후 진미를 델리카시 프로젝트에서 제외시키도록 압력을 가한다. 진미는 윤제의 사연과 로빈이 윤제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것을 알게 된다. 회사에 사표를 제출한 진미는 사라진 윤제를 찾으려 하지만 아무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헤드헌터의 제안을 받고 제주도에 내려온 진미 앞에 윤제가 나타난다. 제주도에서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윤제는 식당을 오픈하고 진미는 윤제의 곁에서 함께 한다. 인연이란 어떻게 이어지고 어떻게 끊어질지 알 수 없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듯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인연으로 연결되고, 그 인연을 선연으로 만들지 악연으로 만들지는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 달라진다. 윤제와 로빈의 인연은 인연으로 이어졌지만 결국 악연으로 끝났다. 윤제와 진미의 인연은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운명으로 이어졌다. 세상이 끝날 것처럼 절망스러운 순간 한 사람이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절망에 빠진 순간에 이어진 인연은 두 사람을 운명적인 관계로 연결해준다. 윤제와 진미의 운명적인 이어짐은 윤제에게 또 다른 선연들을 이어줬다. 내가 만났던 인연과 지금 만나고 있는 인연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인연일까를 되돌아본다. 나는 누군가에게 선연일까, 악연일까?

 

말하지 않아도 내 수고를 알아주는 사람.

내 마음 씀씀이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지금 여기, 눈앞에 있다.’(386페이지)

두 남녀의 로맨스가 주를 이루는 이야기에는 현실 이야기도 들어있다.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대학 동기 본부장 덕분에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동료들로 인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진미, 결혼 후 맞벌이를 하는데도 혼자서 집안일을 해야만 했던 현아,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해야 하는 노차장, 실력을 갖췄지만 딸이라는 이유로 그룹 승계에서 밀려난 구상경’, 이들의 모습에서 현실 속 일하는 여성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많은 점이 개선되었다고는 해도 아직까지도 사회적 편견의 벽은 높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러한 편견을 윤제는 모두 깨트린다. 진미의 진정한 실력을 인정하고, 힘든 현아를 위해 가사 도우미를 자처하면서 현아의 남편이 집안일과 요리를 하도록 가르치고, 노차장의 아이를 위해 운동회에 참석하는 윤제는 아무런 편견 없이 진미와 현아, 노차장의 아들 한빈을 바라봐준다. 윤제는 이들의 수고를 진정으로 공감하고 도와준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윤제가 지금까지 살았던 모든 수고에 대해서는 진미가 공감해준다. 울어도 받아줄 사람이 없고, 울어도 비참한 현실이 사라지지 않아 마음껏 울지 못했던 윤제는 진미의 품에 안겨 어린아이처럼 한참을 울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주는 품에 안긴 윤제는 다시는 진미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을 결심한다. 아등바등 버티면서 참고 인내하면서 살았는데 아무도 몰라주고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면 지금까지 버틴 모든 것이 허무하고 억울한 감정이 들 것 같다. 이 순간 누군가 지금까지 사느라 수고했다는 말을 해준다면 나도 눈물이 날 것 같다. ‘고생했다, 수고했다라는 한 마디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힘이 되는 말이다.

 

작은 다툼과 실랑이들이 우리 사이를 썰물과 밀물처럼 쉼 없이 드나들겠지만

이 해변에서 나는 가장 평화롭고 행복하리라.’(398페이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 꽃길만 걸을 것 같지만 현실에 들어간 순간 가시밭길을 만나게 된다. 다툼과 실랑이를 반복하면서 상대방이 미울 때도 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위하고 양보한다면 진미와 윤제처럼 평화롭고 행복한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한다. 가시밭길이 두렵다고 사랑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해도 후회, 하지 않아도 후회한다면 하고 후회하는 것이 덜 후회되지 않을까? 하지 않고 한 후회는 미련만을 남길 뿐이다. 서로 티격태격하더라도 함께 할 수 있음이 가장 큰 행복이라 생각한다. 진미와 윤제의 앞날에 또 다시 어떤 시련이 기다릴지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은 함께 모든 시련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게 된다. 절망 속에서 서로를 잡아준 두 사람이 오랫동안 행복하길 빌어본다.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동화 속 해피엔딩을 꿈꾼다.

 

내가 힘들어도, 바닥을 쳐도 갈 데가 있구나 싶어서······.

사람이 비빌 데가 있다 생각하면 그 힘으로 사는 거여.

밥심으로 산다는 말엔 그런 뜻도 있는 겨.”(408페이지)

어린 시절 윤제는 진미식당에서 보살핌을 받으면서 따뜻함을 느꼈다. 윤제가 가는 날 진미와 진미 엄마는 언제든지 다시 와도 된다고 말한다. 왜 사람들에게 식당으로 오라는 말을 하는지 묻는 진미에게 엄마는 힘들 때 어딘가 갈 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낼 수 있다고 대답한다. ‘밥심’, 지친 사람에게 따뜻한 한 끼의 밥은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마법을 지녔다.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진미 엄마의 밥은 윤제에게, 윤제의 밥은 진미에게 삶의 희망을 주었다.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은 꼭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 끼의 따뜻한 밥과 따뜻한 손길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의미를 줄 수 있다.

 

시크릿 허즈밴드는 진미와 윤제의 사랑이야기와 함께 사람들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한다. 우연한 만남으로 이어진 인연들은 힘든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지금 우리는 어떤 인연을 맺고 있을까? 나에게 다가온 수많은 인연들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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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질 - 그해 비가 그치자 조선에 역병이 돌았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33
이진미 지음 / 다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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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전염병이 온 세상에 퍼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 이 시대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전 세계에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병자들은 치료를 받아 회복되기도 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행이라 말할 수 있다면 우리는 국가의 보호 아래 병을 치료 받을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1821년 신분제도가 존재했던 조선에서도 알 수 없는 돌림병이 돌면서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양반과 돈 많은 평민들은 병을 피해 피난을 갈 수 있었지만 일반 백성들은 자신의 터전을 떠나지 못했다. 마을 관리는 전염병을 치료하기 위해 지원되는 돈과 구호품을 빼돌리고 백성의 것을 빼앗는데 정신이 팔려 죽어가는 백성을 돌보지 않았다. 이때 한 여자 아이의 노력으로 방치되던 환자들은 돌봄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치료제가 만들어지면서 백성들의 목숨을 구한다. 동생을 살리기 위한 간절함과 사람의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홍이의 마음은 모든 것을 포기했던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어준다. 전염병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은 모든 이들을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고, 차별하지 않는 사회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해야 가능하다. 홍이의 마음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해서 세상을 바꿨다. 지금 우리의 세상은 누가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약도 없고 구제할 방법도 전혀 없는 돌림병은 무섭게 퍼져 나갔다.’(53페이지)

황부자의 죽음 이후 황부자의 큰 아들과 이웃집에 사는 사람들이 같은 증상에 걸려 죽어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모여 장례를 치러 주었지만 죽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수습할 가족이 없는 시신들이 버려지기 시작한다. 스님들이 시신을 수습해 매장했지만 그 수가 많아지면서 산과 계곡에 버려진 시신들은 산짐승의 먹잇감이 됐다. 처음 보는 돌림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은 두려움을 잊기 위해 미신에 매달린다. 사람들의 두려움 속으로 돌림병이 퍼지는 것처럼 이상한 소문이 퍼져나간다. 황부자가 괴질을 불러들였다는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황 부잣집으로 몰려가 분노를 터트린다.

 

우리 마을에서 이 댁 곡식 얻어먹지 않은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33페이지)

황부자는 사업을 해서 모은 재산을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나누었다. 황부자의 아내 조씨 부인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다. 마을 사람들은 황부자와 조씨 부인을 칭찬하고 존경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황부자가 괴질을 가지고 왔다는 소문을 믿으면서 황 부잣집은 저주의 대상이 되고 만다. 황부자의 둘째 아들이 아버지와 큰 형에 이어 괴질로 사망한다. 둘째 아들의 죽음 앞에서도 마을 사람들은 황부자가 죗값을 치른 것이라는 잔인한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그때 한 아이가 앞으로 나와 독살된 것이라 말한다. 은비녀가 검게 변하면서 사람들은 진실을 인정한다. 아들이 독살된 사실을 알게 된 조씨 부인이 가슴을 부여잡고 오열할 때도 어떤 사람은 대가 끊겼으니 잘되었다는 말을 내뱉는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었던 인심 좋고 덕망 높았던 황부자는 어쩌다 마을 사람들의 분노의 대상이 되었을까?

 

칼만 들지 않았지, 완전히 날강도가 아닌가.’(106페이지)

백성들이 돌림병으로 죽어가도 사또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자신의 욕심만을 채운다. 마을 의원은 괴질이 퍼지자 사람들을 치료하지 않고 짐을 챙겨 마을을 떠나버린다. 돌림병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은 가짜 치료제를 만들어 공포에 빠진 사람들에게 팔았다. 치료할 방법을 알 수 없었던 사람들은 죽어가는 가족을 살리기 위한 약을 사기 위해 몰려들었다. 무당은 사또의 사주를 받고 황부자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사람들이 더 강하게 믿도록 만들고 재물을 챙긴다. 백성들을 위해 만들어진 활인소에 파견된 의원들은 지원되는 약재와 구휼미를 빼돌리면서 목숨을 내놓고 여기 온 것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라 말한다. 사또는 전염병을 이용해 황부자의 재산을 차지하려는 계략을 꾸미고, 활인소에 지급되는 지원금과 약재와 구휼미를 빼돌린다. 사또에게 협박을 받은 의관 이인구는 관아로 보낼 구휼미와 약재 꾸러미에 아무도 모르게 (쥐새끼)’라는 글자를 적어 보낸다. 완은 사또가 한 짓들을 모두 알고 난 후 아버지를 쳐야 한다는 것에 대해 괴로워하지만 사또의 비리를 밝힐 결심을 한다. 암행어사가 출두해 사또의 악행이 밝혀지고 사또의 누명으로 옥에 갇혔던 의관 이인구가 풀려난다. 전염병으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탐욕을 채우는 인간은 언제나 존재한다. 이들의 탐욕은 사람들을 더 고통스럽게 한다. 현재의 코로나 19에도 미국과 영국과 같은 선진국은 백신을 독점하고, 국민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나라에서 국민들은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

 

죽어 가는 병자들이 정녕 보이지 않습니까? 살려 달라는 외침이 들리지 않습니까?”(136~137페이지)

한양에서 파견된 젊은 의관 이인구는 괴질에 걸린 지역으로 발령된 것에 불평불만을 가지고 돌아갈 때까지 잘 버틸 수 있는 방법만을 생각한다. 처참한 활인소의 모습을 본 홍이는 의관 이인구에게 하늘인 백성이 무너지고 있는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며 나무란다. 홍과 완이 환자를 돌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본 이인구는 처음 의원이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 내겠다는 꿈을 꾸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홍이와 완의 노력으로 활인소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때 과거 의원이었던 검불아재가 누명을 벗겨준 것에 보답하기 위해 활인소를 찾아 환자를 치료한다. 과거 청나라에서 비슷한 돌림병을 봤던 검불아재가 말한 약초를 홍이와 완이 구해오면서 괴질 치료제가 만들어진다.

 

의원의 자세란 그런 것이다. 병자가 누구든, 하물며 그가 철천지원수라 해도 사람의 목숨을 한결같이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의원이 가야 할 길이다.“(180페이지)

홍이 엄마가 난산으로 생사를 넘나들 때 배앓이 하는 사또 아들을 치료하러 간 의원을 찾으러 간 홍이 아버지는 관아에서 매를 맞고 쫓겨난다. 결국 홍이 엄마는 그 날 세상을 떠났다. 홍이 아버지는 가짜 하수오를 바쳤다는 누명을 쓰고 관아에서 매질을 당한 후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원수인 사또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홍이는 하나 남은 치료약을 완에게 먹인다. 부모의 원수를 치료하기 위해 완이에게 치료약을 먹이는 홍이의 모습을 본 검불아재는 의원은 모든 생명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도적을 치료했던 일로 인해 가족을 잃은 후 자책감에 빠져 더 이상 병자를 치료하지 않았던 검불아재는 홍이와 함께 하면서 목숨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의원의 소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병자의 목숨을 하늘처럼 귀하게 대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병자의 상태가 아무리 위중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하지.”(204페이지)

한양으로 돌아가는 이인구는 홍이에게 함께 한양으로 올라가자고 제안한다. 홍이처럼 병자를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의술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동이만 두고 혼가 갈 수 없어 홍이는 이인구의 제안을 거절한다. 황 부잣집 조씨 부인은 홍이에게 동이를 맡기고 한양으로 올라가 의녀가 되라고 말해준다. 10년이 지난 후 검불아재 김부석의원은 환자를 돌보는 의원으로 살아가고 검불아재에게서 의술을 배운 완은 의관이 되었다. 의녀가 된 홍이는 혜민서에 남아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는 병자들을 돌보고 있다.

 

하늘이 내려 준 사람의 목숨은 모두 똑같이 소중한 거라고 말이야.”(132페이지)

괴질에 걸린 노비를 버리고 짐을 챙겨 산사로 피난을 갔던 김찬판댁 노마님과 어린 도련님이 괴질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홍이는 죽음 앞에서 권세도 돈도 다 소용없는 것이라 말한다. 전염병은 사람들을 공포에 빠지게 만들고, 그 순간 사람들의 민낯이 드러난다. 코로나 19 이후 각 나라의 방역체계와 이기적인 모습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실시간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쌓여가는 시신을 수습하지 못해 버려진 시신의 모습과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방치되고 있는 모습, 한 도시가 폐쇄되는 모습 등을 보면서 지금 내 나라가 우리를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 깨달았다. 다른 나라의 참혹한 실상을 보면서 병자를 치료하고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시스템이 갖춰진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알게 됐다. 하늘이 내려준 목숨은 모두 똑같이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마음 속 깊이 되새겨야 한다. 권력과 재력과 인간의 탐욕에 의해 죽는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모든 병자는 동등하게 보호받고 치료받을 권리를 갖는다.

 

세상은 거대한 흐름으로 흘러간다. 이야기는 1821년 콜레라가 처음 조선에 퍼졌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약초꾼 홍이와 사또의 서출 완은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양반을 귀하게 생각했던 조선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천한 신분의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 작은 존재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거대한 시대의 흐름을 바꿨다. 동생을 살리고자 하는 홍이의 의지는 동생 동이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목숨과 삶을 되살릴 수 있게 도와주었다. 누군가는 전염병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웠지만 홍이와 같은 이들은 죽음과 부조리에 대항해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병자들을 외면하지 않고 돌보는 홍이의 모습에서 땀범벅이 된 채 마스크를 장시간 쓰고 있어 생긴 상처가 가득한 의료진의 얼굴이 생각났다. 지금 우리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는 고마운 분들이 계셔서 우리는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다. 더 빨리 안전한 치료제가 만들어져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평등하게 병을 치료받고 돌봄을 받는 세상이 되기를 꿈꿔본다. 홍이와 같은 마음으로 환자를 돌보는 많은 의료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여러분의 마음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힘입니다. 감사합니다. 당신들이 진정한 영웅입니다. 코로나 19의 빠른 종식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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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세계 - 관찰과 실험으로 엿보는 식물의 사생활
제임스 B. 나르디 지음, 오경아 옮김, 주은정 감수 / 돌배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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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건축 탐구, ]은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다. ‘을 주제로 부부 건축가가 아름답고, 의미 있고, 따뜻하고, 행복이 가득한 집들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집의 일부인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집을 가꾸는 사람들은 집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정원에도 많은 정성을 쏟았다.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인 정원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느껴졌다. 작은 집과 넓은 텃밭과 정원을 갖는 것이 나의 꿈이다. 청소하는 것을 싫어해 집이 너무 넓어도 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 집은 작아야 하고, 풀을 뽑고 식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해 식물을 심을 터는 넓었으면 좋겠다. 정원의 세계는 나의 꿈을 일깨워주는 제목이라 더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다. 식물과 수많은 생물이 함께 공존하는 정원의 세계로 들어간다.

 

씨앗은 경이로운 창조의 산물이다.’(15페이지)

씨앗이 발아하기 위해서는 빛과 수분, 적당한 온도와 발아를 촉진시키는 호르몬과 미생물 등의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씨앗을 관찰한 후 씨앗이 발아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에 대한 가설을 세운다.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 과정을 거치고, 실험 결과 가설이 입증되면 가설은 씨앗 발아 조건에 대한 이론이 된다. 씨앗은 종류에 따라 발아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재배하는 작물의 발아 조건을 알고 있어야 한다. 무 씨앗이 발아하기 위해서는 산소와 수분이 필요하다. 사과나무와 참나무는 온대성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로 추운 겨울의 낮은 온도에서 휴면 상태로 있다가 최적의 온도가 됐을 때 발아를 시작한다. 열대식물의 씨앗은 섭씨 35~40도의 고온에서 발아되고, 벼는 곰팡이의 도움을 받아 발아하고 성장한다. 씨앗에서 발아한 식물은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성장한다. 식물의 줄기세포는 식물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줄기세포는 새로운 세포를 생산해 식물의 생장을 돕기도 하지만 손상된 세포의 재생을 돕기도 한다. 식물의 잎은 모든 잎이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줄기를 중심으로 나선형으로 배열되어 있다. 잎의 배열은 일정한 숫자 배열을 나타내는데 이를 피보나치 수열이라 부른다. 소나무의 솔방울뿐만 아니라 땅에서 넓게 퍼지면서 자라는 잡초도 피보나치 수열의 패턴을 나타낸다.

 

물과 영양분을 찾기 위해 무수한 뿌리를 땅 속으로 뻗는다.’(65페이지)

메마른 사막에 홀로 서 있는 나무를 관찰해보면 땅 속으로 넓고 깊게 뿌리를 뻗어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뿌리는 식물이 생존할 수 있도록 물과 영양분을 흡수한다. 토양에 화학물질을 내보내 미생물을 유인하고, 미생물의 도움으로 비옥해진 토양의 영양분을 흡수한다. 이뿐만 아니라 뿌리는 종자 번식의 역할도 한다. 감자, 고구마, 양파, 마늘 등은 씨앗을 발아시키지 않고도 뿌리, 알뿌리와 덩이줄기로 번식이 가능하다. 삼투압에 의해 토양의 수분이 알뿌리와 덩이줄기로 흡수되고, 줄기를 타고 잎으로 전달된 수분은 잎의 끝부분에 도달해 물방울로 맺힌다. 아침에 식물 끝에 맺힌 물방울이 이슬이라 생각했는데 뿌리가 흡수한 물이 밖으로 배출된 것이라는 사실이 신기하다. 이러한 배수현상의 과정을 관찰하면 식물이 맥관의 물관을 통해 어떻게 물과 영양분을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태양에서 얻는 에너지와 토양의 영양분’(113페이지)

햇빛을 받은 식물은 녹색 색소인 엽록소를 만들어 에너지를 흡수한다. 햇빛을 받는 면적이 줄어들거나 차단되면 식물의 성장 속도는 줄어들게 된다. 다윈은 덩굴 식물이 한쪽 방향으로만 구부러져 나침반 방향, 즉 시계 방향으로 태양을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덩굴식물은 촉각에 민감해 접촉이 일어나면 닿은 부분을 따라 줄기를 구부린다. 햇빛과 더불어 식물은 토양의 영양분을 함께 흡수해 성장한다. 토양 속 미생물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식물의 생장을 돕는다. 식물은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땅 속 깊이 뿌리내리고, 더 많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 모든 잎이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 식물에게 태양과 토양에서 얻는 에너지는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에너지다.

 

시각을 깨우는 식물의 색과 냄새

식물의 색은 미적 감각을 깨우기도 하지만, 식물의 영양소에 대한 정보가 되기도 한다. 빨강, 주황, 노랑, 보라 등의 색에 따라 식물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영양소가 달라진다. 식물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발산하는 색은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와 인간의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유익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색과 더불어 식물의 특징을 알 수 있는 것은 식물의 냄새다. 식물의 색과 마찬가지로 식물이 지닌 냄새 화학물질은 인간의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물질이다. 브로콜리, 겨자, 콜라드, 케일, 순무와 같은 양배추과의 식물의 매운 겨자 냄새 글루코시놀레이트는 식물의 이차대사산물로 항암효과가 있는 물질이다. ‘, 파슬리, 당근 등에 포함된 푸라노쿠마린’, ‘호박, 오이 등의 박과 식물은 쿠쿠르비타신이라는 화학물질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화학물질은 어떤 곤충에게는 독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곤충들에게는 먹이가 되기도 한다. 식물이 이러한 화학물질을 내보내는 이유는 미생물과 곤충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다. 식물이 화학물질을 분비해서 주변에 성장을 방해하는 식물들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식물인 검은 호두는 뿌리에서 화학물질을 분비해 다른 작물의 성장을 저하시킨다. 식물은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의 몸을 보호하고,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화학물질을 내뿜는다. 어떤 식물과는 서로 경쟁하고, 또 다른 식물과는 돕는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생존한다. 식물을 키울 때 서로 경쟁하고 성장을 억제하는 식물과 함께 공존하면서 성장하는 작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시각과 후각을 자극하고, 더불어 인간의 몸을 지켜주는 식물의 색과 냄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식물이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정원의 불청객, 잡초

<07. 역경을 이겨내는 잡초의 지혜>는 잡초를 관찰하고 연구한 내용을 실었다. 대표적인 잡초로 분류되는 쇠비름은 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뽑고 또 뽑아도 다시 살아나는 쇠비름의 생명력은 경이로울 정도다. 쇠비름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흔한 잡초로 식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비슷했다. 소로가 쇠비름을 데쳐 소금에 절여 만든 요리로 저녁 식사를 만들었듯 나는 데친 쇠비름을 초고추장이나 된장으로 무쳐 나물로 먹었었다. 쇠비름은 잡초이지만 식용이 가능한 약이 되는 식물이다. 잡초에는 이런 식물들이 많다. 우리가 모르고 뽑아 버리기 때문에 잡초 취급을 받고 있을 뿐이다. 잡초는 바람, , 동물 등을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손을 퍼트린다. 제비꽃의 경우에는 씨앗 꼬투리가 튕겨지는 방식과 동물과 개미를 이용해 동시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씨앗을 퍼트린다. 끈질긴 생명력을 뽐내는 잡초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어쩌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정원의 불청객은 잡초가 아닌 인간이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은 식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잡초라는 말도 인간의 기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잡초에게는 밭에 재배되고 있는 식물이 잡초로 보일 수도 있다.

 

모든 공동체의 삶에서처럼 각각의 구성원은 수행할 역할과 해결할 직무가 있다.’(247페이지)

모두가 공존하는 정원은 수많은 존재들이 함께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공동체의 삶을 살아간다. <10. 정원사의 동료_정원을 공유하는 다른 생명체들>은 정원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에 대해 이야기한다. 식물이 자라면서 내뿜는 화학물질은 식물을 노리는 포식자와 그 포식자를 잡아먹는 또 다른 포식자를 불러들인다. 토양 속에도 토양을 건강하게 만드는 생명체들이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은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어 식물의 성장을 돕는다. 식물 뿌리에 사는 균근은 식물과 영양분을 공유하고 교환하는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식물은 토양 속 균근을 유인하기 위해 호르몬을 분비하기도 한다. 균근 접종제를 종묘장과 종자회사에서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됐다. 건강한 토양은 식물뿐만 아니라 식물과 공존하는 수많은 생명체의 삶의 터전이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들에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간다. 이때 누군가는 눈으로 보는 것에 의문을 갖는다. 의문은 질문이 되고, 질문은 가설로 만들어진다.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하고, 실험 결과 가설이 증명되는 순간 새로운 이론이 탄생한다. 과학적 이론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이론이란 것은 절대불변의 진리일까? 이렇게 만들어진 이론도 이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의문에 대한 가설이 증명되는 순간 다른 이론에 자리를 내어준다. 학문을 탐구한다는 것은 의문이, 가설이 되고, 가설이 실험을 거쳐 이론이 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정원의 세계는 우리 가까이 있는 정원을 통해 호기심과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가설을 찾아 추론하고, 실험을 통해 증명하는 과정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정원의 세계는 단순하게 정원을 가꾸고 정원의 생태만을 말하지 않는다. 정원의 식물과 생태환경 안에서 증명할 수 있는 수많은 과학적 사실과 이론들을 설명한다. 씨앗에서 시작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거치는 식물과 관련된 과학적 증명들을 따라 읽으면서 식물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책에 수록된 삽화를 보면서 그 안에 존재하는 생명체를 찾아보는 것도 책을 더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다. 책에 적힌 식물 실험을 정리해 실험 노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지금 정원의 세계에서는 수많은 생명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거나 공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지금 보이는 것에 의문을 가져보자.

여러분은 어떤 가설을 찾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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