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1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원 옮김 / 동녘 / 200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재, 다섯 살 꼬마 아이. 호기심 많고 장난꾸러기 제재는 새로 이사한 집에서 만난 라임오렌지나무 밍기뉴에게 마음을 털어놓는다. 기분이 좋을 때 제재는 밍기뉴를 슈르르카라고 불렀다. 장난이 심한 제재를 가족과 이웃은 나쁜 아이라고 비난하고, 어느 순간 제재 스스로도 자신은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무도 제재의 마음과 환상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고, 제재는 장난을 칠 때마다 매를 맞았다. 호기심 많은 제재는 환상의 세계를 상상하면서 현실을 견딘다. 아버지의 실직으로 온 가족은 가난한 생활을 해야 했고, 크리스마스는 가족 모두에게 불행한 날이 되었다. 어린 동생 루이스를 사랑하는 제재는 동생에게 환상의 세계를 탐험하는 놀이를 알려주고 보살핀다. 제재는 자신 안에 악마가 들어 있어 나쁜 행동을 하기 때문에 자신이 나쁜 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비난과 폭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누나와 형과 아빠가 때리는 매를 견뎌낸다.

 

맙소사! 너처럼 어린애가 어쩜 그렇게 어른들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나눌 수 있지? 너 같은 아이는 처음 봤다.”(230페이지)

다섯 살 아이 제재는 너무 빨리 철이 든 아이다. 아빠의 실직으로 인한 가난을 이해하고 걱정하는 제재를 보면서 뽀르뚜가는 어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있는 제재를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을 갖는다. 가족에게 매를 맞아 몸과 마음에 상처 입은 제재를 뽀르뚜가는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아무도 제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유일한 친구 뽀르뚜가는 제재의 환상의 모험담을 귀담아 들어주고 공감해준다. 라임오렌지나무에게만 털어놓던 마음을 제재는 뽀르뚜가에게도 모두 이야기한다. 뽀르뚜가는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언어를 사용할 때면 가족들처럼 야단치거나 때리지 않고 말로 잘못된 것을 고칠 수 있게 알려줬다.

 

늘 이런 너의 모습을 보고 싶어. 멋진 꿈만 꾸고 머리의 잡생각들일랑 다 잊어라.”(240페이지)

제재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좋아하는 제재에게 뽀르뚜가는 멋진 꿈을 꾸면서 힘들었던 생각들은 모두 잊어버리라고 이야기해준다. 제재는 만약 아버지를 선택할 수 있다면 뽀르뚜가를 선택했을 거라 말한다. 양자로 데리고 가달라는 제재에게 뽀르뚜가는 엄마 아빠한테서 데리고 올 수는 없지만 지금처럼 진짜 친아들처럼 사랑해주겠다고 약속한다. 망가라치바 기차가 뽀르뚜가 아저씨 차를 들이받았다는 말을 들은 제재는 수업을 받던 중 교실을 뛰쳐나온다. 유일한 친구였던 뽀르뚜가 아저씨의 사고 소식을 들은 제재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심한 열병에 걸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앓아눕는다. 심하게 앓고 난 후 제재에게 더 이상 환상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제재는 몸은 나았지만 마음은 텅 빈 상태로 껍데기만 남아 뽀르뚜가 아저씨와의 시간만을 추억한다. 가장 사랑했던 친구이자 마음 속 아빠인 뽀르뚜가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가족에게 사랑받길 원했던 제재는 가족들의 비난과 폭력에 깊이 상처 받는다.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제재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착한 아이가 된다. 쎄실리아 선생님은 다른 사람을 아끼고 양보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의 제재에게 황금 같은 마음씨를 가진 아이라 말해준다. 화요일마다 만나 악보를 함께 팔았던 아리오발두 아저씨에게 제재는 멋지고 능력 있는 꼬마 동료다. 영리하고 호기심 많은 제재를 가장 많이 아끼고 사랑한 사람은 뽀르뚜가다. 그는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제재를 안쓰럽게 생각하고, 제재의 상상의 세계를 존중해준다.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뽀르뚜가와 시간을 보내면서 제재는 자신도 착한 아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족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상상의 세계에서 라임오렌지나무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이와 상관없이 진심으로 다가온 뽀르뚜가와 친구가 될 수 있어 제재는 행복했다. 가장 소중한 존재가 사라진 상실감에 괴로워했던 제재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어린 아이는 어린아이처럼 자라야 한다고 생각했던 뽀르뚜가의 바램과는 반대로 더 철이 들어버렸지만, 뽀르뚜가의 사랑은 제재에게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의 라임오렌지나무가 꽃을 피웠듯이 제재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꽃을 활짝 펼칠 수 있었다. 어른이 된 제재는 뽀르뚜가가 자신에게 베풀어준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는 멋진 사람으로 자라난다.

 

어린 시절 읽었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 대한 기억은 아주 희미하게 흐려졌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다섯 살의 제재를 어른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한다. 어린 시절에는 주인공 제재에게 초점을 맞췄다면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이 순간에는 뽀르뚜가 아저씨에 초점이 맞춰진다. 나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제재의 장난과 상상의 세계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들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 중 나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를 생각한다. 어린 시절 나또한 제재처럼 장난기 많고 호기심 많은 아이였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상상력을 펼쳤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어른이 된 후에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제재의 어린 시절 추억은 어른들의 비난과 폭력에 대한 것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 제재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대해준 쎄실리아 선생님, 아리오발두 아저씨, 그리고 가장 소중한 뽀르뚜가 아저씨와의 추억이 있었기 때문에 제재에게도 아름다운 추억이 남을 수 있었다. 가장 소중한 존재와의 이별을 겪었지만 제재는 더 이상 자신이 나쁜 아니라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지 않고 아이의 말을 들어보지 않은 채 무조건 비난만 하고 있는 어른이 된 것은 아닌지 어른이 된 나의 모습을 돌아본다.

 #서평이벤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