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허즈밴드
김류현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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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뉴욕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일은 사랑에 빠지는 거니까.”(57페이지)

진미는 삶의 이유를 잃었다. 엄마가 자신을 마중 나온 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죄책감과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가 세상에 없다는 것에 절망한 진미는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나 유골함을 들고 비행기를 탄다. 뉴욕에 도착한 진미는 브루클린 브릿지 파크에서 엄마의 유골을 뿌린다. 절망에 빠진 진미의 위태로운 모습을 본 제임스는 안전한 잠자리를 제공하고 따뜻한 음식을 먹인다.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뉴욕에서 사는 것도 괜찮을 거라 말하는 진미에게 과거에 자신이 받았던 행운을 주는 1달러 동전을 건네면서 이 동전이 있으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 말해준다. 뉴욕의 달이 보이는 옥상에서 제임스는 진미에게 노래를 들려준다. 절망에 빠진 진미에게 제임스의 호의는 작은 불씨가 되어 살아갈 힘이 되어주었다.

 

달과 뉴욕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일이 사랑에 빠지는 것이라면,

달과 서울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일도 사랑에 빠지는 일이란 걸.’(189~190페이지)

아버지와 함께 왔던 미국 생활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더 힘들어진다. 절망 속에서도 잘 버텨낸 제임스는 친구 로빈과 함께 레스토랑을 세워 성공하고 여자친구 제니스와 함께 행복했다. 마약소지 혐의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제임스는 항소했지만 결국 한국으로 강제추방을 당하고 만다. 마지막 희망을 안고 여자친구 제니스에게 전화를 걸었어보지만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말에 절망한다. 다시 한국에서 진미가 마주친 남자는 절망에 빠져 삶의 의욕을 잃은 상태였다.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었던 제임스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진미는 제임스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제임스의 본명이 영윤제라는 것과 강제 추방되었다는 사실 말고는 윤제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지만, 진미는 뉴욕에서 자신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준 윤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 함께 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조금씩 키워나간다.

 

끝이 날 인연이 있고, 계속될 인연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자신들이 지금 맺는 이 관계가 추억으로 남을지,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될지를······.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끝이 날 인연이라도 악연으로 남을지,

선연으로 남을지는 마지막 끝맺음에 달려있으니까.’(354페이지)

진미의 노력으로 뉴욕 델리카시 레스토랑이 서울에 분점을 열게 된다. 레스토랑 주방장을 정하는 테스트에서 델리카시 대표 로빈이 윤제의 정체를 알게 된다. 윤제가 누명을 쓰고 강제 추방을 당했던 것은 로빈이 다른 직원이 가지고 있던 마약을 윤제에게 뒤집어 씌웠기 때문이었다. 기억을 되찾은 윤제는 자신이 믿었던 친구이자 델리카시 공동 경영자였던 로빈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델리카시 대표 로빈은 윤제와 진미의 관계를 알고 난 후 진미를 델리카시 프로젝트에서 제외시키도록 압력을 가한다. 진미는 윤제의 사연과 로빈이 윤제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것을 알게 된다. 회사에 사표를 제출한 진미는 사라진 윤제를 찾으려 하지만 아무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헤드헌터의 제안을 받고 제주도에 내려온 진미 앞에 윤제가 나타난다. 제주도에서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윤제는 식당을 오픈하고 진미는 윤제의 곁에서 함께 한다. 인연이란 어떻게 이어지고 어떻게 끊어질지 알 수 없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듯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인연으로 연결되고, 그 인연을 선연으로 만들지 악연으로 만들지는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 달라진다. 윤제와 로빈의 인연은 인연으로 이어졌지만 결국 악연으로 끝났다. 윤제와 진미의 인연은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운명으로 이어졌다. 세상이 끝날 것처럼 절망스러운 순간 한 사람이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절망에 빠진 순간에 이어진 인연은 두 사람을 운명적인 관계로 연결해준다. 윤제와 진미의 운명적인 이어짐은 윤제에게 또 다른 선연들을 이어줬다. 내가 만났던 인연과 지금 만나고 있는 인연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인연일까를 되돌아본다. 나는 누군가에게 선연일까, 악연일까?

 

말하지 않아도 내 수고를 알아주는 사람.

내 마음 씀씀이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지금 여기, 눈앞에 있다.’(386페이지)

두 남녀의 로맨스가 주를 이루는 이야기에는 현실 이야기도 들어있다.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대학 동기 본부장 덕분에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동료들로 인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진미, 결혼 후 맞벌이를 하는데도 혼자서 집안일을 해야만 했던 현아,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해야 하는 노차장, 실력을 갖췄지만 딸이라는 이유로 그룹 승계에서 밀려난 구상경’, 이들의 모습에서 현실 속 일하는 여성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많은 점이 개선되었다고는 해도 아직까지도 사회적 편견의 벽은 높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러한 편견을 윤제는 모두 깨트린다. 진미의 진정한 실력을 인정하고, 힘든 현아를 위해 가사 도우미를 자처하면서 현아의 남편이 집안일과 요리를 하도록 가르치고, 노차장의 아이를 위해 운동회에 참석하는 윤제는 아무런 편견 없이 진미와 현아, 노차장의 아들 한빈을 바라봐준다. 윤제는 이들의 수고를 진정으로 공감하고 도와준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윤제가 지금까지 살았던 모든 수고에 대해서는 진미가 공감해준다. 울어도 받아줄 사람이 없고, 울어도 비참한 현실이 사라지지 않아 마음껏 울지 못했던 윤제는 진미의 품에 안겨 어린아이처럼 한참을 울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주는 품에 안긴 윤제는 다시는 진미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을 결심한다. 아등바등 버티면서 참고 인내하면서 살았는데 아무도 몰라주고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면 지금까지 버틴 모든 것이 허무하고 억울한 감정이 들 것 같다. 이 순간 누군가 지금까지 사느라 수고했다는 말을 해준다면 나도 눈물이 날 것 같다. ‘고생했다, 수고했다라는 한 마디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힘이 되는 말이다.

 

작은 다툼과 실랑이들이 우리 사이를 썰물과 밀물처럼 쉼 없이 드나들겠지만

이 해변에서 나는 가장 평화롭고 행복하리라.’(398페이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 꽃길만 걸을 것 같지만 현실에 들어간 순간 가시밭길을 만나게 된다. 다툼과 실랑이를 반복하면서 상대방이 미울 때도 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위하고 양보한다면 진미와 윤제처럼 평화롭고 행복한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 생각한다. 가시밭길이 두렵다고 사랑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해도 후회, 하지 않아도 후회한다면 하고 후회하는 것이 덜 후회되지 않을까? 하지 않고 한 후회는 미련만을 남길 뿐이다. 서로 티격태격하더라도 함께 할 수 있음이 가장 큰 행복이라 생각한다. 진미와 윤제의 앞날에 또 다시 어떤 시련이 기다릴지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은 함께 모든 시련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게 된다. 절망 속에서 서로를 잡아준 두 사람이 오랫동안 행복하길 빌어본다.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동화 속 해피엔딩을 꿈꾼다.

 

내가 힘들어도, 바닥을 쳐도 갈 데가 있구나 싶어서······.

사람이 비빌 데가 있다 생각하면 그 힘으로 사는 거여.

밥심으로 산다는 말엔 그런 뜻도 있는 겨.”(408페이지)

어린 시절 윤제는 진미식당에서 보살핌을 받으면서 따뜻함을 느꼈다. 윤제가 가는 날 진미와 진미 엄마는 언제든지 다시 와도 된다고 말한다. 왜 사람들에게 식당으로 오라는 말을 하는지 묻는 진미에게 엄마는 힘들 때 어딘가 갈 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을 낼 수 있다고 대답한다. ‘밥심’, 지친 사람에게 따뜻한 한 끼의 밥은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마법을 지녔다.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진미 엄마의 밥은 윤제에게, 윤제의 밥은 진미에게 삶의 희망을 주었다.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은 꼭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 끼의 따뜻한 밥과 따뜻한 손길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의미를 줄 수 있다.

 

시크릿 허즈밴드는 진미와 윤제의 사랑이야기와 함께 사람들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한다. 우연한 만남으로 이어진 인연들은 힘든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지금 우리는 어떤 인연을 맺고 있을까? 나에게 다가온 수많은 인연들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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