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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평점 :
지구의 생명이 모두 멸종할 것이라 주장하는 ‘멸종저항’의 시위로 출근 길 교통이 마비된다. 멸종저항 대변인은 기후 변화로 인한 위기를 말하지만 어떤 위기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답은 하지 못한다. 기후 변화와 환경에 대한 담론이 통제 불능 상태로 나아가는 모습을 목격한 후 작가 셸런버거는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쓰기 시작한다. 30여 년을 환경 운동가로 활동하면서 20년을 환경 문제를 연구한 작가는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모든 사람이 보편적 풍요를 누리게끔 하는 것’(28페이지)을 목표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써내려간다. 셸런버거는 과학자, 언론인, 활동가는 환경 문제를 정직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한다. 불확실한 주장만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환경단체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세계는 멸망하지 않는다>
인류 멸종을 주장하는 멸종저항은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 수확량에 큰 손실이 발생해 먹을 것이 사라지고, 에너지 공급에도 차질이 생겨 수백만 명이 전기 없이 지내게 될 것이라 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종말론의 객관적 근거는 빈약하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보고서에도 이들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 주장하는 글과 기사를 본 어린 아이들은 ‘환경 불안증’으로 힘들어 한다. 멸종저항 활동가들은 영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끔찍하고 종말론적인 내용의 강연을 했다. 앞으로 10년에서 20년 사이에 인류가 멸종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들려준 것이다. 멸종저항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의견에 대한 근거를 묻는 질문에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학 교수 펠키는 기후 변화는 기상 이변의 발생 빈도나 강도를 높이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와 콩고에 홍수가 났을 때 콩고가 캘리포니아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입는 이유는 물 관리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선진국들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영향을 받더라도 바로 복구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멸종저항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주장일 뿐이다.
<지구의 허파는 불타고 있지 않다>
버거킹이 햄버거 패티용 고기를 공급받기 위해 열대 우림을 불태워 소를 방목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을 받는다. 버거킹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그 결과 버거킹은 소고기 수입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다. 불매운동을 한 사람들은 아마존이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는 곳이기 때문에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아마존 산소의 60%를 나무가 소비하고 나머지 40퍼센트는 미생물이 소비한다고 말한다. ‘아마존이 세계 산소에 기여하는 양은 사실상 제로’(88페이지)라는 말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고, 믿었던 생각을 깨부순다. 아마존과 모든 식물이 흡수하는 탄소의 양은 5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아마존 개발로 파괴된 건 18~20퍼센트로 나머지 80퍼센트는 온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그 동안 내가 생각했던 아마존 보존에 대한 생각과 반하는 듯해서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읽었다. 어떤 말이 진실일까?
삼림을 개간하고 화석 연료를 사용해 부를 쌓은 선진국들이 브라질이나 콩고가 경제 개발을 위해 산림을 개간하는 것을 반대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비판한다. 원시림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원시림을 가진 국가의 경제 발전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브라질 인구 2억 1000만 명 가운데 5500만 명이 빈곤 속에 살아가고, 2016에서 2017년 사이 일 년 만에 200만 명이 빈곤선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아마존 원주민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내용도 반박한다. 아마존에 사는 브라질 사람 3000만 명 중 원주민은 100만 명이다. 이들 중 몇몇 부족은 대단히 넓은 자연 보호 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 국토 13퍼센트가 690개 원주민 보호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1만 9000명의 야노마미족은 헝가리와 맞먹는 넓이의 땅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그 중 일부는 벌목업에 종사하고 있다.
브라질의 삼림 개간이 늘어난 것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농민들에게 내건 대선 공약이었다고 말한다. 농민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했다. 브라질 농민들은 합리적인 환경 정책을 따를 의향이 있었지만, 엄청난 면적의 토지를 숲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그린피스와 NGO의 입김이 들어간 새로운 삼림법에 반대해 최대한 토지 면적을 넓히기 위해 숲을 걷어 내고 농지로 만들어버린다. 아마존의 화재와 삼림 파괴에 가장 비판적이었던 유럽의 두 나라는 자국 농민 보화하기 위해 유럽연합과 브라질이 속한 남미공동시장 간 FTA를 가장 심하게 반대한 프랑스와 아일랜드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2019년 G7 정상회담 며칠 전 아마존 삼림 파괴를 비판해 세계 언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룰라는 브라질의 삼림 파괴를 비판하는 나라들의 위선과 신제국주의에 분노한다. 브라질 인구의 4분의 1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난 속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환경주의자들이 간과하거나 무시해 버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셸런버거가 선진국 환경주의자들의 둔감한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가난한 농부들과 함께 살아봤기 때문이다. 농부들은 비참한 환경과 내전으로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특히 기온이 높은 열대 우림 지역의 농민들의 삶은 더 비참하다고 한다. 환경 단체들이 하는 정책이 오히려 농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더 많은 삼림 파괴를 부추긴다고 말한다.
<플라스틱 탓은 이제 그만하자>
코끼리와 거북의 희생으로 얻을 수 있었던 상아와 거북껍질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셀룰로이드, 발명자 하이엇은 자신의 발명품이 지니는 환경적인 이점을 설명하기 위해 ‘점점 더 희귀해지는 원료를 채취하기 위해 지구를 헤집고 다닐 필요가 없다.’(132페이지)라고 적힌 팸플릿을 제작한다. 환경을 위해 만든 셀룰로이드는 빠른 속도로 세계로 퍼져갔고, 현재 플라스틱 쓰레기는 심각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하이엇도 이런 미래는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수많은 매부리바다거북의 목숨을 살린 플라스틱은 시간이 흘러 해양생물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2001년 브라질 해안가에서 죽은 푸른 바다거북 중 13퍼센트의 배 속에서 플라스틱 발견, 2019년 죽은 향유고래 배 속에서 21킬로그램의 플라스틱 발견, 같은 해 필리핀 해변에서 발견된 죽은 고래 배 속에서 40킬로그램의 플라스틱 발견, 2018년 스페인에서 발견된 죽은 향유고래 배 속에서 27킬로그램의 플라스틱 발견 등등등.....2015년 현재 바닷새의 90퍼센트가 플라스틱을 삼킨 채 살아가고, 2050년 무렵이면 99퍼센트가 넘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이외에도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동물들의 사례는 훨씬 더 많다. 플라스틱보다 해양생물의 생명을 더 많이 위협하는 것은 어획이라고 한다. 오클랜드 섬 토착종인 앨버트로스는 어부들이 쳐놓은 낚시 바늘에 의해서 죽거나, 외래종인 고양이와 돼지 때문에 멸종 위기에 놓인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은 거북의 숫자보다 어선의 그물에 걸려 죽는 거북의 수가 더 많다고 한다. 플라스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놓칠 수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나 기후 변화보다 더 쉽게 바로잡을 수 있는 요인이 해양 생물의 생명을 더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셸런버거의 주장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중 대부분은 매각되거나 소각되고, 일부만이 재활용된다. 재활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일부는 국내에서 소비되고 나머지는 수출된다. 대표적인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2017년에 수입을 중단한다. 다른 수입국들도 점차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줄여가고 있다. 2007년부터 2013년 사이 9명의 과학자가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의 총량을 파악하기 위한 탐사를 진행한다. 그 결과 전 세계 해수면에 떠 있는 모든 크기의 플라스틱 쓰레기 총량은 매년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0.1퍼센트이고, 미세플라스틱이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100분의 1 수준으로 적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2019년 우즈홀해양학 연구소와 MIT 과학자들이 바닷물 속의 폴리스티렌이 수십 년 정도의 짧은 기간 안에 햇빛에 의해 분해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또 다른 연구자들도 폴리스티렌이 햇볕에 노출된 후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지고, 개별 입자로 나누어진 후 기본 입자로 분해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이에 대해 환경주의자들은 폴리스티렌이 바다에서 수천 년 또는 그 이상 남아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환경주의자들의 말처럼 수천 년 또는 그 이상 남아 있을 것이라는 것까지는 알 수 없지만, 플라스틱이 분해된다는 이유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불편했다. 지구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 중 0.1퍼센트라 하더라도 그 양은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태평양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섬의 크기가 대한민국 몇 개를 합친 크기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 양은 결코 적다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미세플라스틱이 예상한 것보다 100분의 1 수준으로 적었다고는 해도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폴리스티렌이 햇빛에 의해 분해된다는 결과도 나의 입장에서는 ‘수십 년’이라는 기간이 결코 짧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짧은 기간’이라 표현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과학자들의 입장에서 짧은 기간이라 해도 분해되는 데 몇 십 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고, 인간은 길게 산다 해도 80에서 120세까지 살 수 있다. 사는 몇 십 년 동안 분해되는 쓰레기와 함께 살아가면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을 체내에 쌓아야 된다고 상상하면 끔찍하다.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것이 사탕수수 등의 작물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물을 재배해야 하고 이 용기는 분해될 때 플라스틱보다 더 많은 메탄을 배출한다. 바이오 연료인 옥수수 에탄올과 팜유 원료를 재배하기 위해 멸종 위기종인 오랑우탄은 집을 잃어야 했다. 환경오염의 원인인 플라스틱과 석유 연료 등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대체제도 역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천연 소재로 만든 바이오연료와 바이오플라스틱을 개발해 사용하는 것 또한 결국 플라스틱처럼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보면서 셀룰로이드를 발명했던 하이엇의 팸플릿이 생각난다.
<여섯 번째 멸종은 취소되었다>
인류가 생물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지구 전체 면적 가운데 15퍼센트가 보호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마운틴 고릴라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콩고의 비룽가 국립공원, 르완다의 화산국립공원, 우간다의 브윈디천연국립공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지역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비룽가국립공원은 토지 소유권을 바꾸거나 망가뜨리는 방법으로 지역민들을 쫓아냈다. 1864년 캘리포니아 요세미티국립공원을 만들 때도 500만~1000만 명에 달하는 원주민이 쫓겨났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인들로 인해 만들어진 환경 보호 난민의 수가 1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생물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국립공원을 만들 것을 주장한 환경보호 활동가들에게 그곳에 사는 원주민은 보호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누구를 위한 환경 보호인지 묻고 싶다. 보상금과 주거지를 마련해준다고 해서 대를 이어 살던 자신들의 터전을 잃어야 했던 이들의 삶을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환경 보호의 탈을 쓴 새로운 식민주의‘(171페이지)라는 말이 이 상황에 딱 맞는 말이다. 현지인들을 고려하지 않는 환경 보호는 현지인들의 반발로 인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 환경 보호와 더불어 현지인들을 위해 경제 계발이 함께 되어야 한다는 것이 셸런버거와 환경운동가 맥닐리지의 주장이다. 다행히 원주민들에 대한 대책이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원주민들에게 땅에 대한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원주민의 삶을 해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한 후 재정 지원을 결정한다. 하지만 아직도 원주민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처해있다.
<저임금 노동이 자연을 구한다>
셸런버거는 ‘도시화, 산업화, 에너지 소비’가 인류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말한다. 그로 인해 인류 전체의 평균 수명은 늘어났고, 영아 사망률은 감소했다는 것이다. ‘도시화, 산업화, 에너지 소비’는 대표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셸런버거는 긍정적이라 말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스티븐 핑커는 산업혁명이 인류를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었다고 한다. 현대화된 농경 기술과 생산 요소를 투입하고, 가축으로 짓던 농사를 기계화 할 수 있다면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 농업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질소 폐기물의 양은 감소한다. 셸런버거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생산한 저렴한 의류를 사 입는 것, 가난한 개발도상국의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크는 것’(202페이지)이 인도네시아나 콩고 같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나라를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것이 곧 열대우림을 비롯한 자연환경의 보호와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일이다. 선진국은 산업화의 선발 국가로 가난한 후발 국가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후발 국가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셸런버거의 모든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보호만큼이나 열악한 나라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환경보호를 명목으로 열악한 환경을 외면한 채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발전을 막는 것은 폭력이다.
에너지 생산을 집중화, 고도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에너지 생산을 위해 필요한 토지는 식량 생산을 위한 토지 사용 면적의 200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석탄의 에너지 밀도는 나무보다 2배가 높고, 연료의 에너지 밀도가 높을수록 저장과 운송이 편리해 오염물질이 덜 배출된다. 나무보다는 석탄이, 석탄보다는 천연가스가 더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고 한다. 나무 연료 사용의 종식이 인류 보편의 복지와 환경 진보를 위해 달성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석유가 고래를 춤추게 한다>
그린피스는 포경 금지 운동을 펼쳤고 그들의 노력 덕분에 상업적 포경 행위를 금지하는 국제 협약이 맺어진다. 인간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고래를 잡았다. 고래는 식량으로 쓰이거나, 식품, 비누, 기계 윤활유, 향수의 베이스 오일, 코르셋, 우산 살, 낚싯대 등을 만들어 상업적으로 팔려나갔다. 고래기름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대체품을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찾은 것이 석유다. 이후 석유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사업가들은 유전을 개발한다. 고래기름으로 만들던 마가린은 팜유로 대체된다. 고래기름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고래 사업은 사양 사업이 된다. 그린피스가 이끌어낸 포경 금지 조약이 있기 전에 이미 세계 46개국은 포경 금지를 시작하고 있었다. 더 저렴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대체품이 나오면서 더 이상 사람들이 고래를 물건의 재료로 원하지 않았던 것이 고래를 살렸다고 말하고 있다. 석유의 발견은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전환을 가져온다. 에너지전환은 에너지 밀도가 낮고 탄소 밀도가 높은 연료에서 에너지 밀도와 수소 밀도가 높은 연료 쪽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나무에서 석탄으로, 석탄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로 전환된다. 환경운동가들은 천연가스가 석탄보다 기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이산화황, 일산화항이 더 적게 배출되고, 수은은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
<고기를 먹으면서 환경을 지키는 법>
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목초지는 지구 지표면 중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이로 인해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개체 수의 급감으로 이어진다. 방목형 축산을 계속하게 되면 더 많은 땅이 필요해지고 그 결과 야생 동물의 서식지를 침범하게 된다. 공장식 축산은 동물권이 전혀 존중되지 않는 환경에서 가축들을 기른다. 방목형 축산과 공장식 축산 중 어떤 사육법이 환경을 덜 파괴하는 방법일까? 공장식 축산은 방목형 축산보다 더 작은 땅에서도 가축을 기를 수 있지만, 사육 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비판받는다. 채식주의자가 되는 사람들은 이런 공장식 축산에 충격을 받아서 또는 방목형 축산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서 등등의 이유로 고기를 섭취하지 않는다. 고기 섭취를 줄이고 산업화된 농업을 중단한다면 지구 환경이 좋아질까? 환경주의자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 국민 모두 채식주의자가 된다 해도 탄소 배출량은 4.3퍼센트 정도만 줄어든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 모든 미국인이 채식주의자가 됐을 때 탄소 배출량이 2.6퍼센트 감소한다고 한다. 가난한 개발도상국의 야생 동물 개체 수 감소의 한 원인은 ‘사냥’이다. 이를 막기 위해 사람들이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도록 가축을 길러 쉽게 고기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구를 지키는 원자력>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최악의 원전 사고가 2011년에 일어난다. 쓰나미에 강타당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다. 이 사고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선진국들은 탈원전으로 돌아서고 있다. 독일은 탈원전을 거의 완료했고, 프랑스와 미국은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 벨기에, 스페인, 한국, 티이완 등도 원자력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셸런버거는 원자력은 안전한 에너지이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낮기 때문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 말한다. 가장 저렴한 전력 생산 방식 중 하나인 원자력 발전 전기는 천연가스나 석탄 발전 전기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해 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더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 방사능 폐기물도 전력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 중 가장 안전한 최선의 폐기물이라 한다. 원자력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원자력 에너지를 깨끗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무제한의 에너지 공급의 원천이라 생각한다. 원자력 발전소가 처음 계획될 때부터 현재까지 이 에너지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에너지 덕분에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 생각한다. 전기 없는 어둠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원자력의 위험성이 과대 포장되어 있다는 셸런버거의 주장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언론에서 보도되고 여러 자료에서 말한 방사능의 위험성은 모두 잘못된 사실이라는 말일까? 다른 곳도 그랬지만 8장을 읽으면서 더 혼란을 겪었다.
<신재생 에너지가 자연을 파괴한다>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발전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필요하다. 미국이 태양광과 풍력 발전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23조 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 예측한다. 2019년 미국의 GDP가 22조였는데 이를 초과하는 금액이다. 만들어진 에너지를 저장할 대규모 시설이 없을 경우 초과 생산되는 전기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캘리포니아는 태양광 에너지를 저장할 시설이 없어 화창한 날이면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차단하거나 다른 주에 돈을 주고 전기를 써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독일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서 남는 전기를 수소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330억 달러를 들여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를 건설했지만, 지금은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소를 가동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을 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2019년에 삼일 동안 정전 사태가 발생한다. 2019년 세계 최대 컨설팅 그룹 매킨지는 독일의 에너지 산업이 ‘기후 변화 대응, 공급 안정, 경제적 효율’의 모든 부분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패널 쓰레기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고, 이를 폐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발전소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넓은 면적의 토지가 필요하다. 태양광과 풍력에너지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감에도 그 만큼의 에너지를 생산해내지 못한다. 목재 팰릿과 같은 바이오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연료용 작물을 심거나 농지를 숲으로 만들어야 한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에너지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한다. 신재생 에너지는 모든 것이 자연친화적이고 경제성이 뛰어난 에너지라 생각했던 나의 생각이 또 한 번 뒤집어졌다.
<환경주의자와 친환경 사업의 겉과 속>
원자력 발전소 폐쇄를 주장하는 환경보호단체가 화석 연료와 관계된 회사의 후원을 받았다고 한다. 원자력 발전소 추방 운동을 하면서 천연가스와 신재생 에너지 회사의 후원을 받고 그런 기업들에 투자를 했다. 정치가들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1979년 반핵 콘서트에 참석한 캘리포니아 주지사 제리 브라운은 자신의 이권을 위해 탈원전을 주장하는 연설을 했다. 10장은 환경주의자들과 정치인들이 친환경운동을 명목으로 기업의 후원을 받고 특정 기업으로 이익이 돌아가게 하거나 그 회사에 투자하는 행태를 비판한다.
<힘 있는 자들이 가장 좋은 해결책에 반대한다>
환경주의자들은 가난한 나라의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고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데 권력을 쓰고 있다. 세계은행은 수력 발전, 화석 연료, 원자력 등의 에너지원에 지원하던 자금을 태양광, 풍력에너지원에 지원하고 있다. 2019년 유럽투자은행은 가난한 나라에 화석 연료 발전소를 짓기 위한 자금 지원을 2021년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한다. 가난한 나라의 경제 발전을 돕기 위해 돈을 빌려주던 세계은행은 1980년 후반 들어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계속되면서 1990년에 인프라 구축에 투입했던 돈을 줄인다. 기후변화가 엘리트층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1990년부터 선진국은 가난한 국가의 값싼 에너지 공급, 농업 산업화, 현대식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금을 줄이고 있다. 그 결과 셸런버거 부부가 방문했던 콩고는 현대식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홍수로 마을이 잠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들은 전기와 상하수도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나라에 후원단체들의 지원금으로 수력발전소가 세워져도 비싼 전기료로 인해 일부 부유층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맬서스는 식량이 늘어나는 것보다 더 빨리 인류가 번식한고 주장했다. 이것이 인구과잉과 기근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맬서스는 인구과잉을 걱정하면서도 신의 뜻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산아제한은 반대하고, 복지가 가난한 사람들을 자포자기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사회 복지 프로그램도 반대한다. 시민권 운동가 러스틴은 1979년 타임지 인터뷰에서 환경주의자들에 대해 ‘자신들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엘리트, 경제 성장을 낮추거나 없애자고 말하는 신맬서스주의자들’(467페이지)이라고 비판한다. 환경주의자들은 가난한 나라의 인프라 구축을 막는다. 맬서스가 인구 과잉이 식량 부족과 기아의 원인이라고 했다면,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맬서스주의자들은 풍부한 에너지가 인구 과잉을 낳고, 환경 파괴로 이어져 사회 붕괴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이들이 원자력 에너지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들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이유로 노동집약 농업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가난한 나라들의 농업이 현대화 되는 것을 반대한다. 인도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은 1981년에 출간된 책에서 기근이 식량 부족보다는 전쟁, 정치적 억압, 식량 분배 체계 붕괴 등 체제의 문제라고 발표한다. 인구 과잉을 이유로 가난한 나라에 에너지 공급과 인프라 구축을 반대했던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을 뒤집는 주장이다.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을 무턱대고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들의 주장의 이면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되새긴다.
<왜 우리는 가짜 환경 신을 숭배하게 되었나>
기후변화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근거로 활용되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빼고 자극적인 정보만을 전달하게 되면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기도 한다. 보고서 내용도 간혹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실릴 때가 있다. 어떤 저자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 연구 결과를 과장하는 경우도 있다.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들었던 사례들 다수가 실제로는 관리 부실과 저개발이 원인이었을 뿐 인류 종말의 징조라는 의견은 과장된 것이라 한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보고서 저자들과 언론 보도 자료에서 주장하는 ‘세계 식량 공급은 풍비박산 날 위기에 처해 있고, 채식을 하면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은 신재생 에너지를 도입해 부유해질 수 있고, 원자력 에너지는 위험하다’(508페이지)라는 것들 모두 과장되었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고 있다고 말한다. 셸런버거는 탄소 배출은 에너지 소비의 부산물일 뿐이며, 에너지 소비는 가족을 부양하고, 가난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을 성취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라 강조한다. 종말론적 표현과 분위기는 중요한 국제적, 역사적, 경제적 사안들을 보지 못하게 방해한다. 중요한 사실을 빼거나 애매모호하게 전달된 내용을 들은 나와 같은 대중들은 환경보호주의자들의 의견에 동조하게 된다. ‘자연’과 ‘자연적인 것’, ‘인공적인 것’에 대해 우리의 무의식적 사고 안에 자리 잡은 오류와 편견은 너무 강력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 또한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오류와 편견의 벽에 부딪혀 몇 번을 멈추고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셸런버거는 기후 변화와 삼림 파괴, 멸종을 둘러싼 분노와 공포를 조장하는 환경주의자들의 행위는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보편적인 인류 복지와 환경 진보라는 초월적인 도덕적 목적에 따라 휴머니즘을 다시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개발’과 ‘원자력 발전소 찬성’이 셸런버거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 중 핵심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한 나라의 경제 개발’은 찬성한다. 하지만 셸런버거의 원자력 에너지와 방사능이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이 또한 나의 무의식에 자리한 강력한 편견일수도 있지만, 히로시마 원폭 투하 후 영상이 너무나 공포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원자력 에너지는 나에게는 두려운 에너지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원자력 에너지는 우리에게 가장 많은 전기를 공급하는 에너지다. 나는 전기 없이 살 자신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셸런버거의 의견에 조금씩 동화되어 가는 중이다. 안전성은 미지수지만(셸런버거는 안전하다 강조한다) 그나마 가장 깨끗하고 경제적인 에너지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논쟁의 주제를 여러 가지 담고 있다. 토론을 할 때 ‘~허용해야 한다’는 정책논제가 나온다면 논제에 해당되는 논제에서 찬성의 논거를 찾을 수 있는 책이다. 예를 들면 ‘원자력 발전소를 허용해야 한다’, ‘브라질 정부의 열대우림 개발을 허용해야 한다’, ‘국립공원을 만드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등등의 정책논제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일방적으로 한쪽만의 의견을 지지하기 때문에 다른 자료도 함께 찾아봐야겠지만 말이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읽으면서 ‘정책논제’, ‘가치논제’, ‘사실논제’ 등을 직접 만들어서 함께 이야기 나는 것도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셸런버거의 주장에 찬성할 것이고, 누군가는 반대할 것이다. 나와 같이 반대하는 입장에 있었다가 지금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야 할지 혼란을 겪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환경 관련 문제들에 대해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셸런버거의 모든 주장에 찬성하기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의 벽이 너무 높다. 기존에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반대되는 생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는 내가 알고 있던 환경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사고의 전환’, 이 책은 완벽하게 이루었다. 나의 생각을 뒤집고 헤치고 깨부수는 책이다.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논란의 여지가 다분함에도 이러한 책의 출간은 환영한다. 환경 보호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 모두가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