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네이드 할머니
현이랑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도란마을은 돈 많은 사람들이 지내는 치매 노인 요양병원이다. 도란마을에 영아 사체 유기 사건이 발생한다. 아이의 사체가 발견됐는데도 경찰에서는 조사도 하지 않고 신문에도 보도되지 않는다. 이를 밝히기 위해 움직이는 할머니와 아이들의 괴롭힘을 피하기 위해 할머니를 따라다니는 꼬마는 한 팀이 되어 사건을 밝혀나간다.

 

도란마을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힘들어도 살아야 하니까 일을 계속하고, 입에 경련이 날 정도로 웃는 모습을 보인다. 도란마을 방문객들은 직원들을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대한다. 인턴직원은 고시원에서 눈을 떠 너무 피곤해 일하러 가기 싫지만 무거운 몸을 일으켜 출근한다. 출근 후 원장의 호출을 받고 가자 원장은 모르핀 도난 사건을 이야기한다. 습관처럼 웃는 얼굴인 직원은 그로 인해 의심을 받게 된다. 방문객들은 사회지도층이므로 의심하지 않고 노인들은 힘이 없기 때문에 범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장 어리고 가난한 비정규직 인턴직원을 범인으로 몰아간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는 원장에게 화가 난 인턴직원은 소리를 지르면서 대들고 결국 도란마을에서 쫓겨난다. 사람 좋은 얼굴로 웃고 다니던 원장은 자기 욕심만 채우는 사람이다. 도란마을의 모든 것을 자신이 통제하길 바라는 원장에게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눈에 거슬리는 사람이다. 땅 주인인 할머니에게 땅을 사는 조건으로 도란마을에 받아들였지만 원장은 할머니를 내쫓고 싶어 한다. 대드는 인턴직원을 해고하고 난 다음 날 빈 모르핀병과 주사기가 치매 노인에게서 발견되지만 원장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사건을 감추려 한다. 그런 원장에게 서이수 선생은 인턴에게 사과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건 아닌지 묻는다. 원장은 잘리고 싶으냐고 협박하면서 서이수 선생의 입을 막는다. 원장은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과 입주하는 사람들에게서 받는 돈을 빼돌리고 마약을 팔아 돈을 벌고 있다. 원장이 키우는 하얀 비둘기는 약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도란마을 원장 딸은 친구들과 어울리다 임신을 한 후 자퇴한 상태로 지낸다. 아이는 죽은 채 태어나고 딸은 혼자서 아이를 낳은 후 요양병원에 버린다. 도란마을 요양병원의 죽은 아이는 원장 딸의 아이였던 것이다. 딸은 자신이 괜찮은지 묻지 않고 사람들의 평판만을 생각하는 부모와 책임지지 않고 자신을 비난한 아이 아빠와 그의 부모 모두에게 화가 나 복수를 결심한다. 복수를 포기하려던 딸은 할머니의 죽음 이후 원장의 딸을 설득하라는 유언을 지키기 위해 찾아온 꼬마를 보고 모든 것을 밝히기로 마음먹는다. 영아 사체를 유기한 범인인 원장의 딸은 모두가 자신을 비난하고 외면한 것에 분노해 아버지와 자신을 비난한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모든 사실을 밝히고 자수한다. 자수한 딸은 모든 것을 밝히고 원장과 그 일당들의 범죄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다. 레모네이드 할머니의 지시를 받은 윤비서의 도움으로 서이수는 전남편에게서 밀린 양육비를 받아내고, 꼬마와 서이수는 도란마을을 떠난다.

 

철거민을 쫓아내고 부를 쌓은 부동산 업자였던 할머니는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했지만 치매에 걸리고 말기 암으로 죽어가는 순간 돈이 삶은 편하게 지켜줄지 몰라도 삶을 구원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치매와 말기 암으로 죽어가던 할머니에게 꼬마는 삶의 마지막에서 만난 친구다. 꼬마는 할머니와 함께 하면서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을 듣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는다. 도란마을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비싼 월세를 지불하고 이곳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자식은 부모를 유산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본다. 도란마을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치매가 심해지는 노인들을 돌보고 요양병원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시달림을 당하면서도 일자리를 잃을 수 없어 참고 견딘다. 인턴 직원은 정규직 직원이 되기 위해 힘들어도 참고, 웃는 얼굴로 지내지만 누명을 쓰고 쫓겨난다. ‘돈을 노리는 자식들과 아내와 아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웃는 얼굴로 서로를 공격하는 후원회 여자들, 비정규직 인턴직원에게 갑질 하는 상사, 사회적 평판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 등’, 이들은 더 많은 것을 가졌다는 이유로 자신들보다 더 약한 이들에게 상처 주는 사람들이다. 이혼 후 양육비를 주지 않던 꼬마의 아빠는 할머니의 비서가 찾아가 협박하자 바로 양육비를 내놓는다. 자신보다 약한 이들에게 상처주고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의 민낯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할머니는 죽어가는 순간 자신으로 인해 상처 받은 이들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마지막 순간까지 꼬마를 걱정한다. 할머니는 암의 통증을 참지 못해 자신이 훔친 모르핀으로 인해 누명을 쓰고 쫓겨난 인턴직원에게 보상을 한다. 하지만 직원이 받은 상처까지 보상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할머니의 말처럼 인간으로 인해 받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 받아야 한다. 할머니와 꼬마의 우정은 사람을 불신한 할머니의 마음과 꼬마의 상처를 치유한다. 아이를 싫어했던 할머니가 다가온 꼬마를 외면하지 못했던 것도 사람의 정이 그리웠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표지와 제목만 봤을 때는 꼬마와 할머니가 어떤 일을 해결해가는 단순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책은 많은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치매 노인 문제,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 아동학대, 미혼모, 사회지도층의 윤리문제, 매수된 공권력, 비정규직, 청년 주거와 일자리 문제 등한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사회문제들을 접하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어두운 현실 속에서 꼬마와 할머니는 우정으로 서로를 치유했고, 사회적 불의를 물리쳤다. 나이를 초월한 두 사람의 우정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모두에게 힘을 주고 희망이 된다. 작은 마음은 누군가의 삶을 완전히 바꾸는 빛이 된다.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많은 사회문제 속에서도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이다.

 

발췌글

15

레모네이드의 신맛이 입안에서 침샘을 폭발시키고 시원하면서도 새콤달콤한 맛이 정수리까지 닿으면 머리가 훨씬 잘 굴러가는 게 느껴지거든요.

 

43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나누면 오히려 혼선만 일으킬 수 있어.”

 

45

여긴 모든 게 다 가짜다. 바다처럼 보이려고 바다색으로 칠한 수영장, 잠금장치도 없는 가짜 방문, 마을도 아니면서 마을이라고 붙인 가짜 이름, 여기 사는 사람인 척하지만 돈 받고 일하는 어른들, 어른들의 가짜 웃음, 아이들의 가짜 친한 척, 이젠 아기가 되어 버린 가짜 할아버지 할머니들······.

 

59

남들에겐 흔한 비극이라도 자기가 당하면 서러워지는 게 인간이지.”

 

64

친절로 포장되어 있지만 서로를 향해 날아가는 말 곳곳에는 바늘이 박혀 있다.

 

99

이 미친 세계에서 혼란은 정신이 온전한 자의 몫이다.

 

114~115

여기가 그렇다. 이게 일상이다. 깨끗이 씻겨 놓은 노인들은 아기 같이 예쁘지만 그 똥은 아기의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자주 씻겨 준다 해도 죽음과 고통의 냄새는 가시지 않는다. 여기 일하는 모두가 말한다. 나는 이 병에 걸린다면 상태가 악화되기 전에 죽겠노라고. 아무리 좋은 환경에 있어도 치매는 치매다. 누구도 도망가지 못한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뇌는 날로 쪼그라들고, 몸은 날이 갈수록 약해진다. 더 괴로운 건 내가 누군지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그땐 흘릴 눈물조차 없어진다. 왜 슬퍼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117

애초에 이 마을도 자식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만들어졌는지도. 직원들의 돌봄은 그들의 죄책감을 떨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124~125

인간의 인생은 희한하다. 아기가 자라서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되었다가 늙어가면서 다시 천천히 아기가 되어 간다. 어쩌면 치매 환자들은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생의 과정을 거꾸로 밟아나가는 중인지 모른다.

 

127

아무도 안 보는, 자기 자신조차 보지 않는 어둠 속에서만 얼굴에 힘을 풀 수 있는 인간이 나다.

 

129~130

외부와 단절된 동네에 비정상적으로 돈이 많은 치매 환자들과 그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겉으로는 나처럼 웃고 있지만 뒤에서는 무슨 짓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직장동료이기에 마주치는 얼굴들이지 사실 어느 누구도 서로를 믿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130

빛나고 아름다운 청춘. 잘 모르는 사이인 나이 든 사람들이 20대인 나를 만나면 늘 하는 말이다. 그 말을 들으면 늘 나는 어리둥절해지곤 한다. 누구나 사는 건 엿 같은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사는 게 엿 같다고 느끼는 내가 이상한 놈인 것 같았다.

 

199~200

하이에나가 어미 원숭이를 잡아먹고 죄책감에 새끼원숭이를 돌봐준다고 해서 하이에나가 아닌 건 아니다.

 

225

돈이 나를 지켜줄 수 있을 줄 알았어. 하지만 돈이 내 생활을 지켜줄 수는 있어도 나를 구원할 수는 없어······.

 

280

마치 파도가 쓸려가듯이 사람들은 앞의 뉴스를 잊어버리고 앞에 새롭게 놓인 고기들을 물고 뜯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회를 달리는 십대 : 경제 사회를 달리는 십대
황정숙 외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 결제를 받지 않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락했다.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자 급락했던 코인 가격은 다시 상승한다. 도지코인을 머스크가 언급한 순간 도지코인의 가격이 들썩였다. 요즘 가장 이슈가 되는 경제 뉴스에 ‘~코인이 자주 등장한다. 경제는 곧 돈의 흐름을 나타내고, 돈이 곧 경제다. 경제는 어렵다고 멀리하기에는 우리 일상생활에 너무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사회를 달리는 십대 : 경제는 십대를 위해 쓰인 경제 이야기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여섯 가지 키워드, ‘기본소득, 공유경제, 빅데이터, 암호화폐, 언택트,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설명한다. 책의 저자가 수많은 경제 이슈 중 여섯 가지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현재성해당 주제가 미치는 영향력때문이라고 한다. 여섯 가지 경제 주제에 대한 이해는 사회가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경제는 곧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보여준다. 경제문제는 사회 조직, 사람들의 가치관, ,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여섯 가지 키워드에서 어떤 토론 거리를 찾아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본소득>

기본소득이라는 용어는 1953년 영국의 경제학자 조지 콜이 처음 사용했다. 기본소득은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생활비를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아무 조건 없이 나눠 주는 제도’(13페이지). 기본소득은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고 실질적인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준다. 2016, 스위스는 기본소득을 나눠주는 제도에 대해 국민 투표를 실시한다. 결과는 76.9퍼센트의 국민이 반대에 투표했다. 스위스 정부는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할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투표를 진행했고, 과반수가 넘는 스위스 국민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알래스카는 유전 개발로 얻은 수익금을 주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한다. 알래스카주는 기본소득 제도 시행 후 빈곤율과 소득 불평등 지수가 낮아졌고, 최소 7000개의 일자리가 생겼다고 한다. 인도의 경우에도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는 20116월부터 20128월까지 9개 마을 6000명에게 기본 소득을 지급했고, 그 결과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향상되어 경제적 자립도가 높아졌다. 어린이들의 출석률도 높아지고, 정상 체중을 가진 아이들의 비율도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 19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었을 때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국민 모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과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서로 대립한다. 기본소득제도 시행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다.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그 많은 돈을 세금으로 걷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세금을 올린다면 국민들의 반발도 심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재원을 확보해야 할까?

 

 

<공유경제>

남는 방을 빌려주는 기업 에어비앤비와 승차 공유 기업 우버는 모두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남는 방을 빌려주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에어비앤비 창업자 체스비와 게비아는 여행객에서 빈방을 빌려주는 웹 사이트를 만들어 방주인과 여행객을 연결해주는 사업을 시작한다. 집과 자동차는 소유한다는 개념이 강했는데 현대에 오면서 빌려 쓰는 공유의 개념이 생겨났다. 공유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있다. 경제 위기로 기업은 도산하고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쓰지 않는 물건, 빈방, 자동차 등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대의 인터넷이나 스마트 기기의 발달은 공유경제 기업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인이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되면서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더 쉽고 편리하게 교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공유경제기업은 정부와 공유경제로 인해 손해를 입는 동종업계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우버의 경우 여러 나라에서 택시 기사들이 승차 공유 서비스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수익 문제로 인해 우버와 우버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캘리포니아 교수이자 전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라이시는 우버나 리프트를 진정한 의미의 공유 경제가 아닌 고용주와 노동자가 필요할 때마다 임시로 고용 계약을 맺는 긱 경제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경제 형태에서는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 받기 어렵다고 말한다. 공유경제 기업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공유경제의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빅데이터>

메일이나 기사를 확인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당황했었던 적이 있다. 다른 홈페이지에서 검색했던 물건들이 광고로 떠올라 있는데 순간 이게 뭐지하면서 불쾌감을 느꼈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냥 포기하고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나의 정보들은 또 다른 홈페이지에 떠올랐을까? 그 답은 빅데이터에 있다. 빅데이터는 큰 규모의 데이터를 수집·저장·검색·분석·체계화하기 위한 도구와 플랫폼, 분석 기법을 포괄하는 용어’(79페이지). 기업에게 고객의 정보는 중요한 자산이다. 인터넷에서 검색어를 입력하고 글을 읽거나 좋아요를 누르는 나의 모든 행동은 데이터로 수집된다. 빅데이터 수집은 개인정보와 사생활 침해의 문제를 안고 있다. 하루를 이동할 때 내가 쓰는 카드와 스마트폰의 위치로 어디를 가고 무엇을 얼마나 샀는지도 모든 것이 수집된다. 중국의 경우처럼 전 국민의 안면인식 정보를 수집해 활용할 때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처럼 사람이 움직일 때 모든 사물인터넷에 그 사람의 정보가 뜬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기업이나 특정 권력 기관이 빅데이터를 점령해 권력의 도구로 사용하게 된다면 빅데이터가 개인에 대한 감시와 통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인간의 선택에 달렸다.

 

<암호화폐>

비트코인, 도지코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뜨겁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 그래픽 카드 값은 엄청나게 올랐다. 2010년 당시 1센트도 안됐던 1비트코인은 2013년에 1151달러, 2020년에 3만 달러로 상승한다.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 상태에서 전자 파일 형태로 존재하는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은 국가가 인정한 법정 화폐가 아닌 가상화폐다. 정부가 발행하지 않고 정부의 통제도 받지 않는 가상화폐는 가상의 공간에서 통용된다. 금융시스템의 위기가 올 때 사람들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해 가상화폐를 사들인다. 20212월 기준으로 비트코인을 지불 수단으로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점은 전 세계에서 21714개일 뿐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는 보안에 취약하고 거래소의 투명성이 낮아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 암호화폐가 기존 화폐처럼 지불 수단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다.

 

<언택트>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언택트 문화다. 언택트 문화는 코로나 19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후 더 많은 곳으로 확대되었다. 학생들은 비대면으로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본다.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원들도 회의를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코로나가 끝난 후에도 언택트 문화는 더 확산될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에는 낯설어하고 힘들어하던 사람들이 장기간 언택트 문화가 계속되면서 이러한 문화에 적응해 가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공연이나 전시를 온택트로 진행하고, 원격 교육, 원격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온택트가 진행되었다. 온택트가 전 분야로 확대되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도 생겨났지만, 또 사라지는 일자리도 생겨났다. 언택트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아 소외되는 사람들도 있다. 언택트 문화의 편리성과 더불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젠트리피케이션>

도시 환경이 변화하면서 중상류층이 도심의 낙후 지역으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땅값과 임대료 등이 상승하면서 비싼 월세를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173페이지)젠트리피케이션이라 한다. 대표적인 거리가 서울 망원동의 망리단길이다. 더 값싼 임대료를 찾아 자영업자와 문화 예술인들이 망리단길로 들어왔고, 입소문을 탄 거리는 사람들이 찾는 거리로 탈바꿈한다.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올리기 시작했고, 거리를 살린 이들은 쫓기듯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된다. 그 자리는 거대 자본과 수익 구조를 갖춘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이 차지한다. 이것은 망리단길에서 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도시를 살린 문화 예술인과 소상공인들은 쫓겨나고 자본을 투자한 개발업자, 부동산업자, 외부 투자자들만 이익을 보는 시스템이 여러 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와 영국은 정부와 지역 주민이 힘을 합쳐 거리를 지키는 정책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 성동구는 임대료 상승을 막고, 지역 상권을 위협하는 업체의 입점을 제한한다. 공공 임대 점포를 확보하고 소상공인들에게 저렴한 임대료를 받고 빌려준다. 서울 마포구의 경우 지역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세워 건물을 구매해 임대료가 오르는 현상을 막는다. 성동구와 마포구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정부, 그리고 지역공동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 <놓치지 말아요>에서 &이슈를 실어 주제와 관련해 보충 자료를 실었다. 그 뒤로 토론 논제와 논제에 대한 찬성 측과 반대 측의 논거가 실려 있다. 이 논제로 토론을 직접 해보면 각 주제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의 뒷부분에 주제별 자료에 대한 설명의 <참고자료>가 수록되어 있어 토론의 근거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책에 제시된 논제 말고도 직접 토론 논제를 만들어 본다면 책에서 제시한 각 키워드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를 달리는 십대 : 경제는 경제와 관련된 여섯 가지 키워드의 핵심 내용을 청소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 쓴 책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것은 경제와 연결된다. 경제에 대한 이해는 곧 삶의 이해와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두를 위한 생물학 강의 - 우리를 둘러싼 아름답고 위대한 세계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이진원 옮김 / 까치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은 하나이기 때문에 무엇을 전공해도 그 가치는 다르지 않다.’(10페이지)

 

가이아’, 지구는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다. 은하계의 작은 행성, 지구에는 인간을 포함해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다. 과학자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살아갔던, 살아가고 있는, 앞으로 살아갈 수많은 생명체에 대해 연구한다. 생물학은 단순히 살아 있는 생명체만 다루는 것이 아니다. 식물학, 동물학, 세균학, 고세균학, 의학, 유전공학, 유전학, 인류학, 고생물학 등등의 수많은 학문 분야를 함께 다루는 학문이다.

 

모두를 위한 생물학 강의는 총 19장으로 나누어 쉽고 재미있게 생물학을 풀어준다. 1, 3~6장은 생물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1장은 지구를 살아 있는 생물처럼 생각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론을 적고 있고, 3장은 생물을 정의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조건을, 4장은 생물의 특성을, 5장과 6장은 특이점에 도달한 생물의 자연선택을 설명한다. 2장은 과학의 가설이 관찰과 실험을 통해 검증된 후 이론이나 법칙이 되는 과정을 적고 있다. 7~12장까지는 동물과 식물의 이야기를 적고 있다. 7장은 생물의 분류, 8장과 9장은 식물의 특성, 10장은 동물의 특성, 11장과 12장은 인류의 보행방식과 일부일처제에 대해 설명한다. 13~15장까지는 진화와 생물의 다양성, 생물의 공통된 성질을 다루고 있다. 13장은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 14장은 진화론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15장은 유전 정보와 유전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6~19장까지는 일상생활과 바로 연결되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16장은 면역체계, 17장은 암, 18장은 알코올, 19장은 복제 세포와 불로불사 세포에 대한 내용이다.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지구와 인간이 닮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그림 속에 지구를 그려 넣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림 속 의미를 과학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다빈치가 그림 안에 이런 의미를 담은 이유는 지구를 생물에 가까운 존재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구를 인간처럼 살아 있는 존재로 생각한 다빈치는 인간의 혈관과 비슷한 물과 뼈에 해당하는 암석에 대해 연구한다. 미국의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에 의하면 암석이 융기하는 것에 대해 다빈치는 지구 내부로 들어간 물에 의해 생긴 지구 내부 공동이 무너지면서 암석이 이동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다빈치의 암석 융기에 대한 주장도 하나의 가설이다. 과학에서 100퍼센트 옳은 것은 없다. 어떤 현상을 본 후 가설을 세우고 관찰과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고 증명할 때 그 가설은 좋은 가설이라 말한다. 이렇게 증명된 가설은 이론이나 법칙이 되지만 그 또한 100퍼센트 옳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생물학도 과학이고, 그렇기 때문에 생물학에 관한 이론이나 법칙도 100퍼센트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생물학자들은 막으로 외부와 분리되어 있다, 대사(물질이나 에너지의 흐름) 활동을 한다, 자신이 복제를 만든다’(39페이지)라는 조건을 충족할 때 생물이라 정의한다. 모든 생물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세포는 세포막으로 싸여 있다. 생물이라 불리기 위한 조건인 대사 활동과 복제를 하기 위해 막으로 분리된 내부가 이상적인 환경이다. 세포막은 화학반응 덩어리인 생물과 외부를 분리해주고, 세포가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통로를 열고 닫는 역할을 한다. 세포막은 수십억 년 동안 거의 진화하지 않았다. 모든 생물의 세포막이 인지질 이중층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 에너지가 이동하듯 세포도 몸속 흐름을 통해 배출된다. 몸속으로 들어온 음식에서 영양소를 흡수하고 찌꺼기를 내보내는 동안 소장 상피세포가 떨어져 배출된다. 이렇게 떨어져 나간 상피세포는 새롭게 만들어지고 떨어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생물의 몸 상당 부분은 항상 교체되지만 이러한 순환 속에서도 형태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생물의 몸을 만드는 에너지와 물질은 몸속으로 들어오고 나간다. 생물에는 이러한 흐름이 있기 때문에 형태가 변하지 않음에도 비평형 상태라 한다. 평형 상태에서는 흐름이 없기 때문이다. 흐름이 있는데도 형태가 변하지 않는 이러한 구조를 산일 구조라 한다. 생물은 산일 구조, 비평형 상태의 특징을 갖는다.

 

자연선택은 환경의 변화에 맞게 생물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생물이 특이점에 도달하면 자연선택이 작용한다. ‘유전되는 변이가 있을 것, 성체가 되는 수보다 많은 자손을 낳을 것이라는 조건이 갖춰지면 자연선택이 작용하기 시작해 개체 수가 줄어든다. 자연선택은 안정화 선택과 방향성 선택으로 나뉜다. 안정화선택은 평균적인 변이를 가진 개체가 자손을 가장 많이 남기는 경우로 생물에 변화가 없도록 작용한다. 방향성 선택은 극단적 변이를 가진 개체가 자손을 많이 남기는 경우로 생물이 변화하도록 작용한다. 자연선택 과정을 통해 생물이 여러 종으로 다양해지는 장점이 있다. 지구 환경이 변화하는 것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은 멸종하고, 자연선택에 유리한 특징을 가진 개체는 증가하면서 자손의 수를 늘려 나간다. 자연선택은 생물이 계속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지구의 생물은 세균과 고세균, 진핵생물로 분류된다. 동물은 진핵생물에 포함된다. 각각의 종이 공통 조상에게 물려받은 동일한 형질을 상동형질이라 한다.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는 DNA를 분석해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생물의 계통 관계를 추측한다. 미국의 생물학자 우즈는 DNA와 비슷한 분자인 RNA를 만드는 SSU-rRNA 유전자를 이용해 모든 생물의 계통 관계를 추정한다. 이 실험을 통해 메탄 생성 세균과 대장균의 계통이 다름을 증명해 메탄 생성 세균을 고세균 무리로 분리한다. 세포막을 세포의 바깥쪽만 감싸는 것에만 사용하는 원핵생물은 핵이 없다. 생체막을 세포막뿐만 아니라 세포의 내부를 분리하는 데 사용하는 진핵생물에는 핵이 있다. 세균과 고세균은 원핵생물임에도 불구하고 계통적으로 근연 관계가 아니다. 고세균은 세균보다는 진핵생물과 더 가까운 근연 관계를 갖고 있다. 독일 출신 미국 진화학자 마이어는 ‘(생물학적) 이란 유전자를 교류하는 개체의 모임으로, 다른 종과는 유전자를 교류하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마이어는 세균과 고세균의 차이는 크게 나지 않으므로 굳이 고세균이라는 분류군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사라시나 이사오(책의 저자)는 세균이나 고세균이 진핵생물보다 종의 수가 더 적은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종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 말한다. 사람의 장내 세균의 종의 수도 약 1000종이 넘고 개체 수가 1000조 개나 존재하므로 그 수를 다 찾는다면 진핵생물보다 많을 수 있다고 추측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을 진핵생물, 세균과 고세균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생물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산소 호흡을 하고, 유기물을 흡수해야 한다. 동물은 스스로 유기물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생물을 섭취해 유기물을 흡수한다. 대부분의 식물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 작용을 통해 스스로 유기물을 만들어낸다. 파리지옥처럼 다른 생물을 통해 유기물을 흡수하는 식물도 존재한다. 햇빛을 받기 위해 크게 자라난 식물은 물관을 통해 흡수한 물을 나무 전체에 보낸다. 식물은 이끼식물, 양치식물, 종자식물(겉씨식물, 속씨식물)’로 나뉜다. 현재 가장 종수가 많고 번영하고 있는 것은 속씨식물이다. 하지만 키가 큰 식물 중에는 겉씨식물이 더 많다. 동물은 스스로 유기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생물을 흡수해 유기물을 만들어낸다. 입으로 음식을 섭취하고 소화기관을 거쳐 항문으로 배출한다. 그로인해 자연스럽게 입이 있는 곳이 앞이 되었다. 동물은 다세포 동물로 모든 세포는 산소와 영양을 공급해주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혈관이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동물의 한 종인 인간은 직립 이족보행과 송곳니를 잃은 것부터 진화한다. 이 특징으로 인해 인간은 유인원에서 갈라져 나온다. 직립 이족 보행의 특징은 머리와 다리가 일직선상에 놓이는 것이 특징이다. 인간의 직립 보행이 갖는 장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 책에서 설명하는 일곱 가지(158~160페이지) 멀리 내다볼 수 있다, 큰 뇌를 지탱할 수 있다, 두 손이 자유로워져 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식량을 운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멀리 내다 볼 수 있어 천적을 빨리 발견할 수 있게 되었고, 커진 뇌 용량을 버틸 수 있어 지능이 높아졌다. 무기를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식량을 찾고 운반하기 쉬워졌다는 것은 생존 확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인류의 송곳니가 작아진 이유에 대해 직립 이족 보행으로 손으로 무기를 사용하면서 작아졌다는 설, 일부일처 사회가 되면서 수컷들의 다툼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등의 다양한 가설이 등장한다.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는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생물이 사라진다면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에 의해 서식지가 사라지고 사냥 당한 대형 육식동물이 사라지면서 초식동물의 개체수가 증가해 삼림이 파괴됐다. 토끼나 쥐, 멧돼지 등의 개체 수 증가로 사람들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멧돼지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인간에 의한 삼림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동물들은 멸종 위기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 생물들의 멸종은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인간은 생물 종 중 자신이 가장 우월한 종이라는 오만에 빠질 때가 있다. 다양한 측면으로 바라보면 객관적으로 뛰어난 생물은 없다. 생물에 따라 육지와 수중, 달리기와 힘 등 어느 측면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뛰어난 생물은 달라진다. 토끼는 땅 위에서 빠르지만 물속에서는 거북이가 더 빠른 것처럼. ‘어떤 조건에서 우수하다는 것은 다른 조건에서는 열등하다’(206페이지)로 바뀐다. 모든 조건에서 뛰어난 생물은 없으므로, 진화는 진보라 할 수 없다. 인간의 진화가 다른 생물 종보다 더 진보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생물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세포는 핵막으로 싸인 핵이 있다. 핵 속에는 단백질과 DNA로 이루어진 염색체가 들어 있다. DNA에는 생물의 유전 정보가 들어 있고, 생물의 진화를 결정하는 것이 DNA이다. 세포로 구성된 인간의 몸에 세균이 침투하면 병에 걸린다. 세계 최초로 발명된 항생제 페니실린은 인간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고 세균의 생존만 방해해 병을 치료한다. 인간의 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백혈구가 제거한다. 이 과정을 면역 기능이라 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몸에서 알레르기 반응이나 대상 포진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면역력은 더 중요해졌다. 면역력이 떨어져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를 이겨내지 못하면 인간에게는 치명적이다. 암은 다세포 생물의 몸속에 생긴 단세포 생물로 멈추지 않고 계속 분열해서 늘어난다. 암세포가 생기면 몸속 면역 체계가 암세포를 공격해 죽이고, 치료 과정에서 항암제가 암세포를 공격한다. 그럼에도 암세포가 멸종하지 않는 것은 암세포가 진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암세포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세포의 종류가 늘어날수록 암세포를 죽이기 어려워진다.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 중 킬러 T세포는 암세포를 파괴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이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때 막는 단백질을 혼조 다스쿠가 발견한 후 효과적인 암 치료의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체내 수분량이 많을수록 혈중 알코올 농도가 낮아진다. 체격이 큰 사람은 술에 덜 취하게 된다. 알코올의 30퍼센트는 위에서, 70퍼센트는 소장에서 흡수되어 모세혈관으로 들어가 체내에 빠르게 흡수된다. 공복일 때 마신 알코올은 빠르게 소장에 도달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빠르게 상승하고 내려가는 속도도 빠르다. 음식을 먹고 난 후 조금씩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는 천천히 오르지만 내려가는 것도 천천히 내려간다. 책에서는 공복일 때 마시는 것을 3층에서 뛰어내리는 것에 비유하고, 음식을 먹고 난 후 마시는 것은 3층에서 계단을 통해 천천히 내려가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공복에 알코올을 마시는 것의 위험성을 비유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알코올의 독성은 혈액을 통해 뇌로도 들어가 취기 현상을 일으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억지로 술을 권하지 않는 것’(269페이지)이라는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알코올의 위험성도 무섭지만, 모임을 갔을 때 술을 강요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배아줄기세포는 어떤 세포로든 분화할 수 있어 기능을 상실한 조직을 재생하는 데 쓰인다. 배아 줄기 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정 후 5일 정도가 지난 배아를 파손시켜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만능줄기세포는 2006년 야마나카 신야와 다카하시 가즈토시가 만든 줄기세포로 체세포에 네 가지 유전자를 도입해 초기화하는 데 성공한다. 만능 줄기 세포는 배아줄기세포나 복제 등의 연구에서 만들어진 줄기세포다. 수정란을 사용하지 않고, 다능성 세포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환자 자신의 체세포로 만들 수 있어 거부 반응이 적어, 재생 의료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세포다.

 

모두를 위한 생물학 강의는 부제 <우리를 둘러싼 아름답고 위대한 세계>에서 말해주듯 인간,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생물, 인간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생물 등 모든 생물이 존재하는 세계의 이야기다. 인류가 진화하고 역사를 이어가는 동안 생물도 진화하고 생존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생물학의 역사는 인간과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역사다. 모두를 위한 생물학 강의는 인간과 생명체의 역사를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해 생물학을 쉽게 알려주는 기본 안내서다.

 

발췌글

15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린 이유 중의 하나는 지구와 인간이 닮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모나리자속에 여성과 지구(의 일부)를 그려넣었다. 예를 들면 여자의 곱슬머리 뒤에는 굽이쳐 흐르는 강이 있다. 일부러 이 둘을 대비해서 그렸다는 것은 다빈치가 직접 노트에 남긴 사실이다. 그는 인간과 지구라는 두 종류의 생물을 한 장의 그림 속에 담은 것이다.

 

60~61

생물의 몸 상당 부분은 항상 교체되고 있다. 우리의 몸도 10년 정도가 지나면 많은 부분이 교체되기 때문에 10년 전의 여러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지금 여러분의 몸 대부분은 새로운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여러분은 여러분 그대로이다. 전체적인 모습에도 크게 변함이 없다. -중략- 이렇게 순환 속에서 형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구조를 산일 구조라고 한다. 러시아 출신의 벨기에 물리학자 일리야 프리고진이 밝힌 구조이다. 그는 이 연구로 1997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94

현재 지구의 생물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95페이지, 그림 7-1)된다. 세균(진정세균)과 고세균(원시세균), 진핵생물이다. 우리 동물은 진핵생물에 속한다.

 

104

우리 몸의 대부분은 물과 유기물로 이루어져 있다. 유기물이란 탄소를 포함하는 복잡한 분자를 말한다. 그래서 탄소를 포함한 분자라도 이산화탄소나 탄산칼슘처럼 단순한 분자는 유기물이라고 하지 않는다. 생물이 만드는 단백질이나 당, 지질,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물질이 주된 유기물이다.

 

144

동물이 움직이는 이유는 소화기관 속에 음식을 넣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나아가는 쪽에 입이 있다. 그리고 나아가는 쪽을 앞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입이 있는 쪽이 앞이다. 이것이 동물이 움직이지 않아도 앞뒤를 알 수 있는 이유이다.

 

185

어떤 생물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생물은 반드시 생태계 속에서 살아야 하므로 생물에게는 생태계가 붕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계속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생물들이 존재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204

다양한 측면으로 생각해보면 객관적으로 뛰어난 생물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육지 생활에 뛰어난 생물은 수중 생활에 뒤떨어진 생물이다. 달리기에 뛰어난 생물은 힘이 약한 생물이다. 치타처럼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사자와 같이 강한 힘은 단념해야 한다.

 

209

지구에는 멋진 생물이 무척이나 많다. 작은 세균에서부터 키가 100미터가 넘는 거목, 풍요로운 생태계를 키우는 토양을 만드는 미생물, 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 하늘을 나는 새, 그리고 우수한 지능을 가진 인간. 방향성 선택은 이런 다양한 생물을 만들 수 있다.

 

248

먼 옛날 지구에는 단세포 생물밖에 없었다. 그 무렵의 지구에는 암이라는 질병이 없었다. 그후, 십 수억 년 전에 최초의 다세포 생물이 진화했을 때에 암이라는 질병이 나타났다. 암은 다세포 생물에게만 발병하는 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이한 이야기
메이 싱클레어 지음, 송예슬 옮김 / 만복당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 정신분석, 초자연적 현상이 합쳐진 일곱 편의 흥미진진한 단편집!’(책의 뒷 표지)

 

기이한 이야기의 작가 메이 싱클레어는 소설, 철학서, , 문학 비평을 남긴 20세기 초 영국에서 널리 알려진 소설가다. ‘프로이트 정신분석 이론을 작품에 접목시킨 최초의 작가이고, 여성 참정권 운동가로 활동했다. 영국 잡지 <<펀치>>는 메이 싱클레어를 조지 엘리엇과 버지니아 울프 사이의 탁월한 여성 소설가라고 평했다. 메이 싱클레어의 기이한 이야기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존재들이 등장하는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

해리엇 리는 해군 대위 조지 웨어링의 청혼을 받고 이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해리엇의 아버지는 열일곱 살인 해리엇과 스무 살이 된 조지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3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는다. 삼 개월 후에 돌아온다던 조지는 사고로 사망한다. 5년의 세월이 흐른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스티븐 필포츠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10년이 흐른 후 만난 오스카 웨이드는 이미 결혼을 했다. 오스카와 떠난 여행에서 해리엇은 염증을 느끼기 시작하고, 지루함을 느낀 순간 갑자기 눈물을 쏟는다. 오스카의 부인 뮤리엘이 병에 걸리고, 두 사람은 뮤리엘의 죽음으로 인해 결혼해야 할 상황이 올까봐 두려움을 느낀다. 뮤리엘이 건강을 회복한 후 오스카는 정착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해리엇에게 이별을 말한다. 그 후 20년이 지나 쉰두 살이 된 해리엇이 죽는 순간 클레멘트 파머 신부가 곁을 지킨다. 모든 죄를 고해하는 순간, 해리엇은 오스카와의 불륜을 숨기고 세상의 아름다움에 너무 집착했다고 말한다. 죽음 이후 해리엇은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생전에 알았던 사람들과 장소를 돌아다닐 때마다 사람들의 모습이 오스카의 모습으로 변해 그녀를 두렵게 한다. 오스카를 피해 도망가지만 해리엇은 불멸의 지루함’(47페이지)의 상태로 오스카와 영원히 함께 하는 형벌을 받는다.

 

<징표>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괴로워하던 시슬리는 죽음 이후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환영이 되어 돌아온다. 남편이 자신보다 더 아낀다고 생각했던 석가모니상 문진이 보이지 않자 그것을 찾기 위해 온 방안을 뒤진다. 도널드는 환영을 볼 능력이 있는 동생 헬렌에게서 시슬리의 환영이 서재에 있다는 말을 듣고 화를 낸다. 시슬리를 많이 사랑했던 도널드는 문진 때문에 시슬리에게 화를 냈던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했다. 도널드가 시슬리의 죽음의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 문진을 던져 깨뜨리면서, 시슬리를 많이 사랑했다는 말을 하는 순간 환영은 도널드의 품에 안기고 빛이 되어 사라진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도널드는 아내를 사랑했지만 말로 표현하지 않았고, 아내가 자신의 사랑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슬리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다 죽음을 맞이하고, 죽어서도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환영이 되어 돌아온다. 남편의 사랑을 확인한 순간 환영은 사라진다. 사랑은 표현할 때 전달된다. 상대방이 알겠지 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서로에게 오해가 쌓인다. 도널드가 시슬리에게 사랑을 표현했다면 시슬리는 더 행복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 둘의 관계가 안타까웠다.

 

<크리스털의 결점>

로드니 래니언은 아내 벨라 몰래 주말마다 애거사 버럴과 함께 지낸다. 애거사는 자신에게 로드니를 조정할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내 벨라로 인한 신경증으로 아프고 괴로운 로드니가 건강해지도록 그 능력을 발휘하고, 로드니는 건강을 되찾는다. 애거사는 자신의 능력과 로드니에게 집중하기 위해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외딴 곳으로 이사한다. 어느 주말 찾아온 로드니는 애거사가 이사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했다는 이유로 둘의 비밀이 알려졌다 생각해 관계의 끝을 말한다. 자신들의 관계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애거사의 말을 믿지 못하고 다그쳐 다시 아무도 둘의 관계를 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밀리 파월과 하딩 파월은 하딩의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애거사의 집 건너편 농장을 빌려 들어온다. 애거사는 도움을 부탁하는 밀리를 따라 하딩에게 찾아간다. 누군가가 자신을 쫓아온다는 광기에 빠져 피폐해져 가는 하딩과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밀리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애거사는 이들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애거사의 능력은 하딩에게 닿았고, 하딩의 상태는 나아진다. 하딩의 조카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하딩의 상태가 다시 악화될 것을 걱정하는 밀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애거사는 자신의 비밀을 밝힌다. 애거사의 비밀을 알게 된 밀리는 애거사가 그 일을 그만둘까봐 불안해한다. 애거사는 로드니와 하딩을 위한 정화 상태에 들어가지만 둘을 향한 힘의 균형이 어느 순간 하딩에게 기울기 시작하고 애거사는 두려움을 느낀다. 로드니를 사랑하는 마음은 육체적인 바람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능력에 결점이 생겨 그 틈으로 하딩의 정신이 파고들어 애거사의 정신을 장악하려 한다. 치열한 대결 끝에 로드니를 포기할 것을 결심하고 하딩의 영혼을 내쫓는 데 성공한 애거사는 로드니와 이별하고 혼자가 된다. 결점 없는 크리스털을 위해서.

 

<증거의 본질>

왕실 고문 변호사이자 <증거의 논리>를 쓴 에드워드 마스턴의 첫 번째 아내 로저먼드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마스턴은 아내에게서 아름다움이 사라질 것을 두려워한다. 로저먼드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죽었다. 로저먼드는 마스턴에세 신혼 때 만약 자신이 먼저 죽게 되면 괜찮은 여자와 재혼을 하라고 말했다. 마스턴은 폴린 실버와 재혼한다. 로저먼드와 함께 살던 집으로 폴린을 데리고 온 날 마스턴은 로저먼드를 보게 된다. 침실로 들어가려는 마스턴을 로저먼드가 막아선다. 로저먼드의 환영은 밤마다 나타나 마스턴과 폴린이 가까워지는 것을 막았다. 견디다 못한 폴린은 자기 가족에게로 돌아가고 마스턴은 로저먼드의 환영이 나오는 집에 머문다.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

오르가니스트 윌프리드 홀리어는 일주일에 세 번 에피 캐럴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에피 캐럴은 홀리어가 오르간 연주하는 것을 구경한다. 홀리어와 에피는 서로를 좋아하지만 결혼할 형편이 되지 않아 홀리오는 청혼을 하지 못한다. 감기에 걸린 윌프리드를 간호하던 홀리오의 어머니가 감기에 걸리고 감기가 악화되어 몸져눕게 된다. 윌프리드는 아픈 어머니가 빨리 완쾌되기를 바라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머니가 죽고 난 후 에피와 함께 살날을 꿈꾼다. 홀리오 부인을 간호하는 간호사 이든은 사람의 생각이 환자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고 하면서 자신에게 더 긴 시간 동안 부인을 간호하게 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홀리오 부인의 상태는 나아지기 시작한다. 간호사 이든은 윌프리드가 진정으로 원하면 어머니는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윌프리드는 마음속으로 에피와 함께 하는 모습을 상상하다 잠이 든다. 그날 밤 홀리오 부인은 숨을 거둔다. 윌프리드는 자신이 에피와 함께 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어머니가 살아날 것을 두려워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석 달 후 윌프리드와 에피는 결혼한다. 어머니의 죽음에 죄책감을 갖고 있던 그 마음을 잊기 위해 윌프리드는 어머니가 자신을 잘못 키웠다고 원망하는 말을 아내에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자신을 원망하는 어머니의 환영을 본 순간 윌프리드는 괴로워하면서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간절히 어머니를 부른 윌프리드에게 홀리오 부인의 환영은 다가오고 그를 다시 잃지 않으리란 것에 안심한 부인은 아들의 자아에 자신의 축복과 평화를 내려준다.

 

<희생자>

그레이트헤드 씨의 운전사 스티븐 애크로이드를 사람들은 무서워한다. 스티븐의 연인 도시는 스티븐을 무서워하지 않았지만 도시의 사촌 네드에게 스티븐이 폭력을 휘두른 것을 본 후 스티븐 곁을 떠난다. 스티븐은 그레이트헤드 씨가 도시가 떠나도록 한 것이라 생각해 싫어하게 된다. 싫어하는 감정은 혐오로 이어지고 스티븐은 메스꺼움을 느낀다. 도시가 떠난 책임을 그레이트헤드 씨에게 돌린 스티븐은 그를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계획을 세워 살해한다. 사체를 유기한 후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그레이트헤드씨가 여행을 떠난 것처럼 꾸미고, 시간이 지난 후 실종 신고를 한다. 스티븐이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도 거의 잊어갈 무렵 그레이트헤드의 환영이 나타난다. 살인했던 기억을 떠올린 스티븐은 공포에 질려 집안에 숨는다. 다시 돌아온 도시는 스티븐의 곁에 있겠다 말하지만 환영이 나타난 후로 스티븐은 더 이상 도시와의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됐다. 스티븐 앞에 다시 나타난 그레이트헤드의 환영은 자신은 스티븐을 원망하지 않고 복수할 마음도 없다고 말한다. 이미 그를 용서했으니 그에게 도시와 결혼해 살아가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절대적 세계의 발견>

스폴딩은 불행하다. 아내 엘리자베스가 시인 폴 제퍼슨과 달아난 데다 자신의 형이상학 체계의 치명적 오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생각이란 것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형이상학적 진리를 탐구한 스폴딩은 형이상학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신의 존재도 믿지 않는다. 지상 최고의 지적 만족만을 추구한 스폴딩은 모든 것을 형이상학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세월이 흘러 폴 제퍼슨과 엘리자베스도 죽고 스폴딩도 죽어가고 있다. 그 순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혹시 그 일들이 사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사후 세계로 갔는데 그곳이 지옥은 아닐까, 일어났던 일들을 계속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다음 세계가 존재한다면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에 대해 의문을 품은 채 죽는다. 죽은 뒤 스폴딩은 폴 제퍼슨과 엘리자베스를 만난 후 그곳이 지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곳은 천국이라고 제퍼슨이 대답한다.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만들어지는 삼차원적 의식의 상태로 들어간 스폴딩은 자신이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해 역사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체험을 한다. 이 체험을 통해 스폴딩은 내재적 신과 초월적 삶을 지나 절대적 세계’(341페이지)로 들어가 말로도 생각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행복’(341페이지)을 느낀다.

 

<절대적 세계의 발견><그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은 두 편 모두 사후 세계를 보여준다. <절대적 세계의 발견>의 사후 세계는 상상력과 의지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고, 지식을 탐구할 수 있는 천국이다. 그에 반해 <그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남녀가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함께해야 하는 고통을 주는 지옥의 공간이다. <징표><증거의 본질>,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 <희생자>는 죽은 이의 환영이 나타나는 이야기다. <징표>는 죽은 아내가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나타나고, <증거의 본질>에서는 죽은 아내가 환영으로 나타나 남편이 재혼상대에게 찾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두 아내 모두 남편을 사랑하는 것은 같지만, 표현 방법은 각각 달랐다. <징표>의 아내가 남편의 사랑을 확인한 후 떠난 것과 달리 <증거의 본질>은 남편을 독차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은 아픈 어머니의 회복보다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하고 싶은 욕망이 더 강했던 아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상상했다. 그리고 죄책감을 덜기 위해 죽은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이용했다는 말을 한다. 어머니의 환영을 보게 된 아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어머니가 좋아했던 곡을 연주하며 용서를 구한다. 어머니의 환영은 아들을 용서하고 그 곁으로 스며든다. <희생자>의 주인은 자신을 죽인 운전사 앞에 환영으로 나타난다. 자신을 보고 두려워하는 운전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말한다. 모든 것을 용서했다 말하면서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미래를 살아가라고 말하고 사라진다.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희생자>의 유령들은 상대방을 용서한다. <크리스털의 결점>은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는 여인이 다른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 사람의 의지를 바꾼다. 사랑하는 남자의 행복을 위해 그의 건강과 그가 아내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그의 아내를 행복한 마음이 되도록 능력을 발휘한다. 친구와 마음이 아픈 친구 남편을 돕기 위해 친구 남편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도와 치료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의 공포와 혐오가 전이되어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친다. 자신의 능력은 아무런 결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욕망을 접고 남자와 헤어진다. 이런 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은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에도 등장한다.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는 죽어가는 사람에게 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보내면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내면으로 들어가 삶의 의지를 갖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비슷하다. <절대적 세계의 발견>의 스폴딩과 <희생자>의 그레이트헤드도 지식을 사랑하는 것은 비슷하다. 스폴딩은 살아 있을 때도 죽어서도 지식 탐구에 몰두한다. 그레이트헤드는 자신을 죽인 운전사의 완전 범죄의 치밀함에 칭찬하고, 오히려 자신은 더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일곱 편의 단편은 사후 세계, 죽은 이의 환영,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능력 등 초자연적인 힘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일곱 편의 단편은 공통적으로 사랑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사랑이란 감정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남녀 간의 사랑, 부모 자식 간의 사랑, 학문에 대한 사랑 등사랑의 감정과 형태는 다양하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통해 사랑의 감정과 인간의 마음을 파헤치는 이야기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메이 싱클레어에게 탁월한 여성 소설가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짧지만 강렬한 감성과 의미를 담담하게 풀어 쓴 기이한 이야기는 읽는 동안 몰입해서 읽게 되는 책이다.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에게도 기이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구의 생명이 모두 멸종할 것이라 주장하는 멸종저항의 시위로 출근 길 교통이 마비된다. 멸종저항 대변인은 기후 변화로 인한 위기를 말하지만 어떤 위기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답은 하지 못한다. 기후 변화와 환경에 대한 담론이 통제 불능 상태로 나아가는 모습을 목격한 후 작가 셸런버거는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쓰기 시작한다. 30여 년을 환경 운동가로 활동하면서 20년을 환경 문제를 연구한 작가는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모든 사람이 보편적 풍요를 누리게끔 하는 것’(28페이지)을 목표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써내려간다. 셸런버거는 과학자, 언론인, 활동가는 환경 문제를 정직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한다. 불확실한 주장만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환경단체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세계는 멸망하지 않는다>

인류 멸종을 주장하는 멸종저항은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 수확량에 큰 손실이 발생해 먹을 것이 사라지고, 에너지 공급에도 차질이 생겨 수백만 명이 전기 없이 지내게 될 것이라 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종말론의 객관적 근거는 빈약하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보고서에도 이들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 주장하는 글과 기사를 본 어린 아이들은 환경 불안증으로 힘들어 한다. 멸종저항 활동가들은 영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끔찍하고 종말론적인 내용의 강연을 했다. 앞으로 10년에서 20년 사이에 인류가 멸종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들려준 것이다. 멸종저항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의견에 대한 근거를 묻는 질문에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환경학 교수 펠키는 기후 변화는 기상 이변의 발생 빈도나 강도를 높이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 버클리와 콩고에 홍수가 났을 때 콩고가 캘리포니아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입는 이유는 물 관리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선진국들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영향을 받더라도 바로 복구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멸종저항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주장일 뿐이다.

 

<지구의 허파는 불타고 있지 않다>

버거킹이 햄버거 패티용 고기를 공급받기 위해 열대 우림을 불태워 소를 방목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을 받는다. 버거킹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그 결과 버거킹은 소고기 수입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다. 불매운동을 한 사람들은 아마존이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는 곳이기 때문에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아마존 산소의 60%를 나무가 소비하고 나머지 40퍼센트는 미생물이 소비한다고 말한다. ‘아마존이 세계 산소에 기여하는 양은 사실상 제로’(88페이지)라는 말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고, 믿었던 생각을 깨부순다. 아마존과 모든 식물이 흡수하는 탄소의 양은 5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아마존 개발로 파괴된 건 18~20퍼센트로 나머지 80퍼센트는 온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그 동안 내가 생각했던 아마존 보존에 대한 생각과 반하는 듯해서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읽었다. 어떤 말이 진실일까?

 

삼림을 개간하고 화석 연료를 사용해 부를 쌓은 선진국들이 브라질이나 콩고가 경제 개발을 위해 산림을 개간하는 것을 반대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비판한다. 원시림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원시림을 가진 국가의 경제 발전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브라질 인구 21000만 명 가운데 5500만 명이 빈곤 속에 살아가고, 2016에서 2017년 사이 일 년 만에 200만 명이 빈곤선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아마존 원주민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내용도 반박한다. 아마존에 사는 브라질 사람 3000만 명 중 원주민은 100만 명이다. 이들 중 몇몇 부족은 대단히 넓은 자연 보호 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 국토 13퍼센트가 690개 원주민 보호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19000명의 야노마미족은 헝가리와 맞먹는 넓이의 땅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그 중 일부는 벌목업에 종사하고 있다.

 

브라질의 삼림 개간이 늘어난 것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농민들에게 내건 대선 공약이었다고 말한다. 농민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했다. 브라질 농민들은 합리적인 환경 정책을 따를 의향이 있었지만, 엄청난 면적의 토지를 숲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그린피스와 NGO의 입김이 들어간 새로운 삼림법에 반대해 최대한 토지 면적을 넓히기 위해 숲을 걷어 내고 농지로 만들어버린다. 아마존의 화재와 삼림 파괴에 가장 비판적이었던 유럽의 두 나라는 자국 농민 보화하기 위해 유럽연합과 브라질이 속한 남미공동시장 간 FTA를 가장 심하게 반대한 프랑스와 아일랜드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2019G7 정상회담 며칠 전 아마존 삼림 파괴를 비판해 세계 언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룰라는 브라질의 삼림 파괴를 비판하는 나라들의 위선과 신제국주의에 분노한다. 브라질 인구의 4분의 1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난 속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환경주의자들이 간과하거나 무시해 버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셸런버거가 선진국 환경주의자들의 둔감한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가난한 농부들과 함께 살아봤기 때문이다. 농부들은 비참한 환경과 내전으로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특히 기온이 높은 열대 우림 지역의 농민들의 삶은 더 비참하다고 한다. 환경 단체들이 하는 정책이 오히려 농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더 많은 삼림 파괴를 부추긴다고 말한다.

 

<플라스틱 탓은 이제 그만하자>

코끼리와 거북의 희생으로 얻을 수 있었던 상아와 거북껍질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셀룰로이드, 발명자 하이엇은 자신의 발명품이 지니는 환경적인 이점을 설명하기 위해 점점 더 희귀해지는 원료를 채취하기 위해 지구를 헤집고 다닐 필요가 없다.’(132페이지)라고 적힌 팸플릿을 제작한다. 환경을 위해 만든 셀룰로이드는 빠른 속도로 세계로 퍼져갔고, 현재 플라스틱 쓰레기는 심각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하이엇도 이런 미래는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수많은 매부리바다거북의 목숨을 살린 플라스틱은 시간이 흘러 해양생물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2001년 브라질 해안가에서 죽은 푸른 바다거북 중 13퍼센트의 배 속에서 플라스틱 발견, 2019년 죽은 향유고래 배 속에서 21킬로그램의 플라스틱 발견, 같은 해 필리핀 해변에서 발견된 죽은 고래 배 속에서 40킬로그램의 플라스틱 발견, 2018년 스페인에서 발견된 죽은 향유고래 배 속에서 27킬로그램의 플라스틱 발견 등등등.....2015년 현재 바닷새의 90퍼센트가 플라스틱을 삼킨 채 살아가고, 2050년 무렵이면 99퍼센트가 넘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이외에도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동물들의 사례는 훨씬 더 많다. 플라스틱보다 해양생물의 생명을 더 많이 위협하는 것은 어획이라고 한다. 오클랜드 섬 토착종인 앨버트로스는 어부들이 쳐놓은 낚시 바늘에 의해서 죽거나, 외래종인 고양이와 돼지 때문에 멸종 위기에 놓인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은 거북의 숫자보다 어선의 그물에 걸려 죽는 거북의 수가 더 많다고 한다. 플라스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놓칠 수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나 기후 변화보다 더 쉽게 바로잡을 수 있는 요인이 해양 생물의 생명을 더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셸런버거의 주장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중 대부분은 매각되거나 소각되고, 일부만이 재활용된다. 재활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일부는 국내에서 소비되고 나머지는 수출된다. 대표적인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2017년에 수입을 중단한다. 다른 수입국들도 점차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줄여가고 있다. 2007년부터 2013년 사이 9명의 과학자가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의 총량을 파악하기 위한 탐사를 진행한다. 그 결과 전 세계 해수면에 떠 있는 모든 크기의 플라스틱 쓰레기 총량은 매년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0.1퍼센트이고, 미세플라스틱이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100분의 1 수준으로 적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2019년 우즈홀해양학 연구소와 MIT 과학자들이 바닷물 속의 폴리스티렌이 수십 년 정도의 짧은 기간 안에 햇빛에 의해 분해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또 다른 연구자들도 폴리스티렌이 햇볕에 노출된 후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지고, 개별 입자로 나누어진 후 기본 입자로 분해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이에 대해 환경주의자들은 폴리스티렌이 바다에서 수천 년 또는 그 이상 남아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환경주의자들의 말처럼 수천 년 또는 그 이상 남아 있을 것이라는 것까지는 알 수 없지만, 플라스틱이 분해된다는 이유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불편했다. 지구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 중 0.1퍼센트라 하더라도 그 양은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태평양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섬의 크기가 대한민국 몇 개를 합친 크기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 양은 결코 적다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미세플라스틱이 예상한 것보다 100분의 1 수준으로 적었다고는 해도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폴리스티렌이 햇빛에 의해 분해된다는 결과도 나의 입장에서는 수십 년이라는 기간이 결코 짧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짧은 기간이라 표현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과학자들의 입장에서 짧은 기간이라 해도 분해되는 데 몇 십 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고, 인간은 길게 산다 해도 80에서 120세까지 살 수 있다. 사는 몇 십 년 동안 분해되는 쓰레기와 함께 살아가면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을 체내에 쌓아야 된다고 상상하면 끔찍하다.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것이 사탕수수 등의 작물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물을 재배해야 하고 이 용기는 분해될 때 플라스틱보다 더 많은 메탄을 배출한다. 바이오 연료인 옥수수 에탄올과 팜유 원료를 재배하기 위해 멸종 위기종인 오랑우탄은 집을 잃어야 했다. 환경오염의 원인인 플라스틱과 석유 연료 등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대체제도 역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천연 소재로 만든 바이오연료와 바이오플라스틱을 개발해 사용하는 것 또한 결국 플라스틱처럼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보면서 셀룰로이드를 발명했던 하이엇의 팸플릿이 생각난다.

 

<여섯 번째 멸종은 취소되었다>

인류가 생물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지구 전체 면적 가운데 15퍼센트가 보호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마운틴 고릴라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콩고의 비룽가 국립공원, 르완다의 화산국립공원, 우간다의 브윈디천연국립공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지역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비룽가국립공원은 토지 소유권을 바꾸거나 망가뜨리는 방법으로 지역민들을 쫓아냈다. 1864년 캘리포니아 요세미티국립공원을 만들 때도 500~1000만 명에 달하는 원주민이 쫓겨났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인들로 인해 만들어진 환경 보호 난민의 수가 1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생물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국립공원을 만들 것을 주장한 환경보호 활동가들에게 그곳에 사는 원주민은 보호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누구를 위한 환경 보호인지 묻고 싶다. 보상금과 주거지를 마련해준다고 해서 대를 이어 살던 자신들의 터전을 잃어야 했던 이들의 삶을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환경 보호의 탈을 쓴 새로운 식민주의‘(171페이지)라는 말이 이 상황에 딱 맞는 말이다. 현지인들을 고려하지 않는 환경 보호는 현지인들의 반발로 인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 환경 보호와 더불어 현지인들을 위해 경제 계발이 함께 되어야 한다는 것이 셸런버거와 환경운동가 맥닐리지의 주장이다. 다행히 원주민들에 대한 대책이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원주민들에게 땅에 대한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원주민의 삶을 해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정한 후 재정 지원을 결정한다. 하지만 아직도 원주민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처해있다.

 

<저임금 노동이 자연을 구한다>

셸런버거는 도시화, 산업화, 에너지 소비가 인류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말한다. 그로 인해 인류 전체의 평균 수명은 늘어났고, 영아 사망률은 감소했다는 것이다. ‘도시화, 산업화, 에너지 소비는 대표적으로 환경을 오염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셸런버거는 긍정적이라 말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스티븐 핑커는 산업혁명이 인류를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었다고 한다. 현대화된 농경 기술과 생산 요소를 투입하고, 가축으로 짓던 농사를 기계화 할 수 있다면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 농업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질소 폐기물의 양은 감소한다. 셸런버거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생산한 저렴한 의류를 사 입는 것, 가난한 개발도상국의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크는 것’(202페이지)이 인도네시아나 콩고 같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나라를 도울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것이 곧 열대우림을 비롯한 자연환경의 보호와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일이다. 선진국은 산업화의 선발 국가로 가난한 후발 국가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후발 국가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셸런버거의 모든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보호만큼이나 열악한 나라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환경보호를 명목으로 열악한 환경을 외면한 채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발전을 막는 것은 폭력이다.

 

에너지 생산을 집중화, 고도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에너지 생산을 위해 필요한 토지는 식량 생산을 위한 토지 사용 면적의 200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석탄의 에너지 밀도는 나무보다 2배가 높고, 연료의 에너지 밀도가 높을수록 저장과 운송이 편리해 오염물질이 덜 배출된다. 나무보다는 석탄이, 석탄보다는 천연가스가 더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고 한다. 나무 연료 사용의 종식이 인류 보편의 복지와 환경 진보를 위해 달성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석유가 고래를 춤추게 한다>

그린피스는 포경 금지 운동을 펼쳤고 그들의 노력 덕분에 상업적 포경 행위를 금지하는 국제 협약이 맺어진다. 인간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고래를 잡았다. 고래는 식량으로 쓰이거나, 식품, 비누, 기계 윤활유, 향수의 베이스 오일, 코르셋, 우산 살, 낚싯대 등을 만들어 상업적으로 팔려나갔다. 고래기름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대체품을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찾은 것이 석유다. 이후 석유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사업가들은 유전을 개발한다. 고래기름으로 만들던 마가린은 팜유로 대체된다. 고래기름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고래 사업은 사양 사업이 된다. 그린피스가 이끌어낸 포경 금지 조약이 있기 전에 이미 세계 46개국은 포경 금지를 시작하고 있었다. 더 저렴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대체품이 나오면서 더 이상 사람들이 고래를 물건의 재료로 원하지 않았던 것이 고래를 살렸다고 말하고 있다. 석유의 발견은 인간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전환을 가져온다. 에너지전환은 에너지 밀도가 낮고 탄소 밀도가 높은 연료에서 에너지 밀도와 수소 밀도가 높은 연료 쪽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나무에서 석탄으로, 석탄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로 전환된다. 환경운동가들은 천연가스가 석탄보다 기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이산화황, 일산화항이 더 적게 배출되고, 수은은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

 

 

<고기를 먹으면서 환경을 지키는 법>

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목초지는 지구 지표면 중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이로 인해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개체 수의 급감으로 이어진다. 방목형 축산을 계속하게 되면 더 많은 땅이 필요해지고 그 결과 야생 동물의 서식지를 침범하게 된다. 공장식 축산은 동물권이 전혀 존중되지 않는 환경에서 가축들을 기른다. 방목형 축산과 공장식 축산 중 어떤 사육법이 환경을 덜 파괴하는 방법일까? 공장식 축산은 방목형 축산보다 더 작은 땅에서도 가축을 기를 수 있지만, 사육 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비판받는다. 채식주의자가 되는 사람들은 이런 공장식 축산에 충격을 받아서 또는 방목형 축산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서 등등의 이유로 고기를 섭취하지 않는다. 고기 섭취를 줄이고 산업화된 농업을 중단한다면 지구 환경이 좋아질까? 환경주의자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 국민 모두 채식주의자가 된다 해도 탄소 배출량은 4.3퍼센트 정도만 줄어든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 모든 미국인이 채식주의자가 됐을 때 탄소 배출량이 2.6퍼센트 감소한다고 한다. 가난한 개발도상국의 야생 동물 개체 수 감소의 한 원인은 사냥이다. 이를 막기 위해 사람들이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도록 가축을 길러 쉽게 고기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구를 지키는 원자력>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최악의 원전 사고가 2011년에 일어난다. 쓰나미에 강타당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다. 이 사고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선진국들은 탈원전으로 돌아서고 있다. 독일은 탈원전을 거의 완료했고, 프랑스와 미국은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 벨기에, 스페인, 한국, 티이완 등도 원자력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셸런버거는 원자력은 안전한 에너지이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낮기 때문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 말한다. 가장 저렴한 전력 생산 방식 중 하나인 원자력 발전 전기는 천연가스나 석탄 발전 전기보다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해 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더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 방사능 폐기물도 전력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 중 가장 안전한 최선의 폐기물이라 한다. 원자력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원자력 에너지를 깨끗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무제한의 에너지 공급의 원천이라 생각한다. 원자력 발전소가 처음 계획될 때부터 현재까지 이 에너지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에너지 덕분에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 생각한다. 전기 없는 어둠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원자력의 위험성이 과대 포장되어 있다는 셸런버거의 주장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언론에서 보도되고 여러 자료에서 말한 방사능의 위험성은 모두 잘못된 사실이라는 말일까? 다른 곳도 그랬지만 8장을 읽으면서 더 혼란을 겪었다.

 

<신재생 에너지가 자연을 파괴한다>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발전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필요하다. 미국이 태양광과 풍력 발전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23조 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 예측한다. 2019년 미국의 GDP22조였는데 이를 초과하는 금액이다. 만들어진 에너지를 저장할 대규모 시설이 없을 경우 초과 생산되는 전기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캘리포니아는 태양광 에너지를 저장할 시설이 없어 화창한 날이면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차단하거나 다른 주에 돈을 주고 전기를 써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독일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서 남는 전기를 수소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330억 달러를 들여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를 건설했지만, 지금은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소를 가동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을 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2019년에 삼일 동안 정전 사태가 발생한다. 2019년 세계 최대 컨설팅 그룹 매킨지는 독일의 에너지 산업이 기후 변화 대응, 공급 안정, 경제적 효율의 모든 부분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패널 쓰레기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고, 이를 폐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발전소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넓은 면적의 토지가 필요하다. 태양광과 풍력에너지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감에도 그 만큼의 에너지를 생산해내지 못한다. 목재 팰릿과 같은 바이오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연료용 작물을 심거나 농지를 숲으로 만들어야 한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에너지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한다. 신재생 에너지는 모든 것이 자연친화적이고 경제성이 뛰어난 에너지라 생각했던 나의 생각이 또 한 번 뒤집어졌다.

 

<환경주의자와 친환경 사업의 겉과 속>

원자력 발전소 폐쇄를 주장하는 환경보호단체가 화석 연료와 관계된 회사의 후원을 받았다고 한다. 원자력 발전소 추방 운동을 하면서 천연가스와 신재생 에너지 회사의 후원을 받고 그런 기업들에 투자를 했다. 정치가들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1979년 반핵 콘서트에 참석한 캘리포니아 주지사 제리 브라운은 자신의 이권을 위해 탈원전을 주장하는 연설을 했다. 10장은 환경주의자들과 정치인들이 친환경운동을 명목으로 기업의 후원을 받고 특정 기업으로 이익이 돌아가게 하거나 그 회사에 투자하는 행태를 비판한다.

 

<힘 있는 자들이 가장 좋은 해결책에 반대한다>

환경주의자들은 가난한 나라의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고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데 권력을 쓰고 있다. 세계은행은 수력 발전, 화석 연료, 원자력 등의 에너지원에 지원하던 자금을 태양광, 풍력에너지원에 지원하고 있다. 2019년 유럽투자은행은 가난한 나라에 화석 연료 발전소를 짓기 위한 자금 지원을 2021년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한다. 가난한 나라의 경제 발전을 돕기 위해 돈을 빌려주던 세계은행은 1980년 후반 들어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계속되면서 1990년에 인프라 구축에 투입했던 돈을 줄인다. 기후변화가 엘리트층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1990년부터 선진국은 가난한 국가의 값싼 에너지 공급, 농업 산업화, 현대식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금을 줄이고 있다. 그 결과 셸런버거 부부가 방문했던 콩고는 현대식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홍수로 마을이 잠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들은 전기와 상하수도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나라에 후원단체들의 지원금으로 수력발전소가 세워져도 비싼 전기료로 인해 일부 부유층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맬서스는 식량이 늘어나는 것보다 더 빨리 인류가 번식한고 주장했다. 이것이 인구과잉과 기근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맬서스는 인구과잉을 걱정하면서도 신의 뜻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산아제한은 반대하고, 복지가 가난한 사람들을 자포자기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사회 복지 프로그램도 반대한다. 시민권 운동가 러스틴은 1979년 타임지 인터뷰에서 환경주의자들에 대해 자신들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엘리트, 경제 성장을 낮추거나 없애자고 말하는 신맬서스주의자들’(467페이지)이라고 비판한다. 환경주의자들은 가난한 나라의 인프라 구축을 막는다. 맬서스가 인구 과잉이 식량 부족과 기아의 원인이라고 했다면,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맬서스주의자들은 풍부한 에너지가 인구 과잉을 낳고, 환경 파괴로 이어져 사회 붕괴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이들이 원자력 에너지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들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이유로 노동집약 농업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가난한 나라들의 농업이 현대화 되는 것을 반대한다. 인도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은 1981년에 출간된 책에서 기근이 식량 부족보다는 전쟁, 정치적 억압, 식량 분배 체계 붕괴 등 체제의 문제라고 발표한다. 인구 과잉을 이유로 가난한 나라에 에너지 공급과 인프라 구축을 반대했던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을 뒤집는 주장이다.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을 무턱대고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들의 주장의 이면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되새긴다.

 

<왜 우리는 가짜 환경 신을 숭배하게 되었나>

기후변화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근거로 활용되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빼고 자극적인 정보만을 전달하게 되면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기도 한다. 보고서 내용도 간혹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실릴 때가 있다. 어떤 저자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 연구 결과를 과장하는 경우도 있다.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들었던 사례들 다수가 실제로는 관리 부실과 저개발이 원인이었을 뿐 인류 종말의 징조라는 의견은 과장된 것이라 한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보고서 저자들과 언론 보도 자료에서 주장하는 세계 식량 공급은 풍비박산 날 위기에 처해 있고, 채식을 하면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은 신재생 에너지를 도입해 부유해질 수 있고, 원자력 에너지는 위험하다’(508페이지)라는 것들 모두 과장되었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고 있다고 말한다. 셸런버거는 탄소 배출은 에너지 소비의 부산물일 뿐이며, 에너지 소비는 가족을 부양하고, 가난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을 성취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라 강조한다. 종말론적 표현과 분위기는 중요한 국제적, 역사적, 경제적 사안들을 보지 못하게 방해한다. 중요한 사실을 빼거나 애매모호하게 전달된 내용을 들은 나와 같은 대중들은 환경보호주의자들의 의견에 동조하게 된다. ‘자연자연적인 것’, ‘인공적인 것에 대해 우리의 무의식적 사고 안에 자리 잡은 오류와 편견은 너무 강력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 또한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오류와 편견의 벽에 부딪혀 몇 번을 멈추고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셸런버거는 기후 변화와 삼림 파괴, 멸종을 둘러싼 분노와 공포를 조장하는 환경주의자들의 행위는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보편적인 인류 복지와 환경 진보라는 초월적인 도덕적 목적에 따라 휴머니즘을 다시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개발원자력 발전소 찬성이 셸런버거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 중 핵심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한 나라의 경제 개발은 찬성한다. 하지만 셸런버거의 원자력 에너지와 방사능이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이 또한 나의 무의식에 자리한 강력한 편견일수도 있지만, 히로시마 원폭 투하 후 영상이 너무나 공포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원자력 에너지는 나에게는 두려운 에너지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원자력 에너지는 우리에게 가장 많은 전기를 공급하는 에너지다. 나는 전기 없이 살 자신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셸런버거의 의견에 조금씩 동화되어 가는 중이다. 안전성은 미지수지만(셸런버거는 안전하다 강조한다) 그나마 가장 깨끗하고 경제적인 에너지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논쟁의 주제를 여러 가지 담고 있다. 토론을 할 때 ‘~허용해야 한다는 정책논제가 나온다면 논제에 해당되는 논제에서 찬성의 논거를 찾을 수 있는 책이다. 예를 들면 원자력 발전소를 허용해야 한다’, ‘브라질 정부의 열대우림 개발을 허용해야 한다’, ‘국립공원을 만드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등등의 정책논제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일방적으로 한쪽만의 의견을 지지하기 때문에 다른 자료도 함께 찾아봐야겠지만 말이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읽으면서 정책논제’, ‘가치논제’, ‘사실논제등을 직접 만들어서 함께 이야기 나는 것도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셸런버거의 주장에 찬성할 것이고, 누군가는 반대할 것이다. 나와 같이 반대하는 입장에 있었다가 지금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야 할지 혼란을 겪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환경 관련 문제들에 대해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셸런버거의 모든 주장에 찬성하기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의 벽이 너무 높다. 기존에 내가 생각했던 것들과 반대되는 생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는 내가 알고 있던 환경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사고의 전환’, 이 책은 완벽하게 이루었다. 나의 생각을 뒤집고 헤치고 깨부수는 책이다.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논란의 여지가 다분함에도 이러한 책의 출간은 환영한다. 환경 보호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 모두가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