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이야기
메이 싱클레어 지음, 송예슬 옮김 / 만복당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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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정신분석, 초자연적 현상이 합쳐진 일곱 편의 흥미진진한 단편집!’(책의 뒷 표지)

 

기이한 이야기의 작가 메이 싱클레어는 소설, 철학서, , 문학 비평을 남긴 20세기 초 영국에서 널리 알려진 소설가다. ‘프로이트 정신분석 이론을 작품에 접목시킨 최초의 작가이고, 여성 참정권 운동가로 활동했다. 영국 잡지 <<펀치>>는 메이 싱클레어를 조지 엘리엇과 버지니아 울프 사이의 탁월한 여성 소설가라고 평했다. 메이 싱클레어의 기이한 이야기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존재들이 등장하는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

해리엇 리는 해군 대위 조지 웨어링의 청혼을 받고 이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해리엇의 아버지는 열일곱 살인 해리엇과 스무 살이 된 조지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3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는다. 삼 개월 후에 돌아온다던 조지는 사고로 사망한다. 5년의 세월이 흐른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스티븐 필포츠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10년이 흐른 후 만난 오스카 웨이드는 이미 결혼을 했다. 오스카와 떠난 여행에서 해리엇은 염증을 느끼기 시작하고, 지루함을 느낀 순간 갑자기 눈물을 쏟는다. 오스카의 부인 뮤리엘이 병에 걸리고, 두 사람은 뮤리엘의 죽음으로 인해 결혼해야 할 상황이 올까봐 두려움을 느낀다. 뮤리엘이 건강을 회복한 후 오스카는 정착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해리엇에게 이별을 말한다. 그 후 20년이 지나 쉰두 살이 된 해리엇이 죽는 순간 클레멘트 파머 신부가 곁을 지킨다. 모든 죄를 고해하는 순간, 해리엇은 오스카와의 불륜을 숨기고 세상의 아름다움에 너무 집착했다고 말한다. 죽음 이후 해리엇은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생전에 알았던 사람들과 장소를 돌아다닐 때마다 사람들의 모습이 오스카의 모습으로 변해 그녀를 두렵게 한다. 오스카를 피해 도망가지만 해리엇은 불멸의 지루함’(47페이지)의 상태로 오스카와 영원히 함께 하는 형벌을 받는다.

 

<징표>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괴로워하던 시슬리는 죽음 이후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환영이 되어 돌아온다. 남편이 자신보다 더 아낀다고 생각했던 석가모니상 문진이 보이지 않자 그것을 찾기 위해 온 방안을 뒤진다. 도널드는 환영을 볼 능력이 있는 동생 헬렌에게서 시슬리의 환영이 서재에 있다는 말을 듣고 화를 낸다. 시슬리를 많이 사랑했던 도널드는 문진 때문에 시슬리에게 화를 냈던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했다. 도널드가 시슬리의 죽음의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 문진을 던져 깨뜨리면서, 시슬리를 많이 사랑했다는 말을 하는 순간 환영은 도널드의 품에 안기고 빛이 되어 사라진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도널드는 아내를 사랑했지만 말로 표현하지 않았고, 아내가 자신의 사랑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슬리는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다 죽음을 맞이하고, 죽어서도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환영이 되어 돌아온다. 남편의 사랑을 확인한 순간 환영은 사라진다. 사랑은 표현할 때 전달된다. 상대방이 알겠지 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서로에게 오해가 쌓인다. 도널드가 시슬리에게 사랑을 표현했다면 시슬리는 더 행복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 둘의 관계가 안타까웠다.

 

<크리스털의 결점>

로드니 래니언은 아내 벨라 몰래 주말마다 애거사 버럴과 함께 지낸다. 애거사는 자신에게 로드니를 조정할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내 벨라로 인한 신경증으로 아프고 괴로운 로드니가 건강해지도록 그 능력을 발휘하고, 로드니는 건강을 되찾는다. 애거사는 자신의 능력과 로드니에게 집중하기 위해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외딴 곳으로 이사한다. 어느 주말 찾아온 로드니는 애거사가 이사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했다는 이유로 둘의 비밀이 알려졌다 생각해 관계의 끝을 말한다. 자신들의 관계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애거사의 말을 믿지 못하고 다그쳐 다시 아무도 둘의 관계를 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밀리 파월과 하딩 파월은 하딩의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애거사의 집 건너편 농장을 빌려 들어온다. 애거사는 도움을 부탁하는 밀리를 따라 하딩에게 찾아간다. 누군가가 자신을 쫓아온다는 광기에 빠져 피폐해져 가는 하딩과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밀리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애거사는 이들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애거사의 능력은 하딩에게 닿았고, 하딩의 상태는 나아진다. 하딩의 조카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하딩의 상태가 다시 악화될 것을 걱정하는 밀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애거사는 자신의 비밀을 밝힌다. 애거사의 비밀을 알게 된 밀리는 애거사가 그 일을 그만둘까봐 불안해한다. 애거사는 로드니와 하딩을 위한 정화 상태에 들어가지만 둘을 향한 힘의 균형이 어느 순간 하딩에게 기울기 시작하고 애거사는 두려움을 느낀다. 로드니를 사랑하는 마음은 육체적인 바람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능력에 결점이 생겨 그 틈으로 하딩의 정신이 파고들어 애거사의 정신을 장악하려 한다. 치열한 대결 끝에 로드니를 포기할 것을 결심하고 하딩의 영혼을 내쫓는 데 성공한 애거사는 로드니와 이별하고 혼자가 된다. 결점 없는 크리스털을 위해서.

 

<증거의 본질>

왕실 고문 변호사이자 <증거의 논리>를 쓴 에드워드 마스턴의 첫 번째 아내 로저먼드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마스턴은 아내에게서 아름다움이 사라질 것을 두려워한다. 로저먼드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죽었다. 로저먼드는 마스턴에세 신혼 때 만약 자신이 먼저 죽게 되면 괜찮은 여자와 재혼을 하라고 말했다. 마스턴은 폴린 실버와 재혼한다. 로저먼드와 함께 살던 집으로 폴린을 데리고 온 날 마스턴은 로저먼드를 보게 된다. 침실로 들어가려는 마스턴을 로저먼드가 막아선다. 로저먼드의 환영은 밤마다 나타나 마스턴과 폴린이 가까워지는 것을 막았다. 견디다 못한 폴린은 자기 가족에게로 돌아가고 마스턴은 로저먼드의 환영이 나오는 집에 머문다.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

오르가니스트 윌프리드 홀리어는 일주일에 세 번 에피 캐럴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에피 캐럴은 홀리어가 오르간 연주하는 것을 구경한다. 홀리어와 에피는 서로를 좋아하지만 결혼할 형편이 되지 않아 홀리오는 청혼을 하지 못한다. 감기에 걸린 윌프리드를 간호하던 홀리오의 어머니가 감기에 걸리고 감기가 악화되어 몸져눕게 된다. 윌프리드는 아픈 어머니가 빨리 완쾌되기를 바라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머니가 죽고 난 후 에피와 함께 살날을 꿈꾼다. 홀리오 부인을 간호하는 간호사 이든은 사람의 생각이 환자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고 하면서 자신에게 더 긴 시간 동안 부인을 간호하게 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홀리오 부인의 상태는 나아지기 시작한다. 간호사 이든은 윌프리드가 진정으로 원하면 어머니는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윌프리드는 마음속으로 에피와 함께 하는 모습을 상상하다 잠이 든다. 그날 밤 홀리오 부인은 숨을 거둔다. 윌프리드는 자신이 에피와 함께 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어머니가 살아날 것을 두려워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석 달 후 윌프리드와 에피는 결혼한다. 어머니의 죽음에 죄책감을 갖고 있던 그 마음을 잊기 위해 윌프리드는 어머니가 자신을 잘못 키웠다고 원망하는 말을 아내에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자신을 원망하는 어머니의 환영을 본 순간 윌프리드는 괴로워하면서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간절히 어머니를 부른 윌프리드에게 홀리오 부인의 환영은 다가오고 그를 다시 잃지 않으리란 것에 안심한 부인은 아들의 자아에 자신의 축복과 평화를 내려준다.

 

<희생자>

그레이트헤드 씨의 운전사 스티븐 애크로이드를 사람들은 무서워한다. 스티븐의 연인 도시는 스티븐을 무서워하지 않았지만 도시의 사촌 네드에게 스티븐이 폭력을 휘두른 것을 본 후 스티븐 곁을 떠난다. 스티븐은 그레이트헤드 씨가 도시가 떠나도록 한 것이라 생각해 싫어하게 된다. 싫어하는 감정은 혐오로 이어지고 스티븐은 메스꺼움을 느낀다. 도시가 떠난 책임을 그레이트헤드 씨에게 돌린 스티븐은 그를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계획을 세워 살해한다. 사체를 유기한 후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그레이트헤드씨가 여행을 떠난 것처럼 꾸미고, 시간이 지난 후 실종 신고를 한다. 스티븐이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도 거의 잊어갈 무렵 그레이트헤드의 환영이 나타난다. 살인했던 기억을 떠올린 스티븐은 공포에 질려 집안에 숨는다. 다시 돌아온 도시는 스티븐의 곁에 있겠다 말하지만 환영이 나타난 후로 스티븐은 더 이상 도시와의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됐다. 스티븐 앞에 다시 나타난 그레이트헤드의 환영은 자신은 스티븐을 원망하지 않고 복수할 마음도 없다고 말한다. 이미 그를 용서했으니 그에게 도시와 결혼해 살아가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절대적 세계의 발견>

스폴딩은 불행하다. 아내 엘리자베스가 시인 폴 제퍼슨과 달아난 데다 자신의 형이상학 체계의 치명적 오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생각이란 것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형이상학적 진리를 탐구한 스폴딩은 형이상학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신의 존재도 믿지 않는다. 지상 최고의 지적 만족만을 추구한 스폴딩은 모든 것을 형이상학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세월이 흘러 폴 제퍼슨과 엘리자베스도 죽고 스폴딩도 죽어가고 있다. 그 순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혹시 그 일들이 사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사후 세계로 갔는데 그곳이 지옥은 아닐까, 일어났던 일들을 계속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다음 세계가 존재한다면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에 대해 의문을 품은 채 죽는다. 죽은 뒤 스폴딩은 폴 제퍼슨과 엘리자베스를 만난 후 그곳이 지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곳은 천국이라고 제퍼슨이 대답한다.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만들어지는 삼차원적 의식의 상태로 들어간 스폴딩은 자신이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해 역사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체험을 한다. 이 체험을 통해 스폴딩은 내재적 신과 초월적 삶을 지나 절대적 세계’(341페이지)로 들어가 말로도 생각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행복’(341페이지)을 느낀다.

 

<절대적 세계의 발견><그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은 두 편 모두 사후 세계를 보여준다. <절대적 세계의 발견>의 사후 세계는 상상력과 의지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고, 지식을 탐구할 수 있는 천국이다. 그에 반해 <그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남녀가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함께해야 하는 고통을 주는 지옥의 공간이다. <징표><증거의 본질>,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 <희생자>는 죽은 이의 환영이 나타나는 이야기다. <징표>는 죽은 아내가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나타나고, <증거의 본질>에서는 죽은 아내가 환영으로 나타나 남편이 재혼상대에게 찾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두 아내 모두 남편을 사랑하는 것은 같지만, 표현 방법은 각각 달랐다. <징표>의 아내가 남편의 사랑을 확인한 후 떠난 것과 달리 <증거의 본질>은 남편을 독차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은 아픈 어머니의 회복보다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하고 싶은 욕망이 더 강했던 아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상상했다. 그리고 죄책감을 덜기 위해 죽은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이용했다는 말을 한다. 어머니의 환영을 보게 된 아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어머니가 좋아했던 곡을 연주하며 용서를 구한다. 어머니의 환영은 아들을 용서하고 그 곁으로 스며든다. <희생자>의 주인은 자신을 죽인 운전사 앞에 환영으로 나타난다. 자신을 보고 두려워하는 운전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말한다. 모든 것을 용서했다 말하면서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미래를 살아가라고 말하고 사라진다.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희생자>의 유령들은 상대방을 용서한다. <크리스털의 결점>은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는 여인이 다른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 사람의 의지를 바꾼다. 사랑하는 남자의 행복을 위해 그의 건강과 그가 아내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그의 아내를 행복한 마음이 되도록 능력을 발휘한다. 친구와 마음이 아픈 친구 남편을 돕기 위해 친구 남편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도와 치료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의 공포와 혐오가 전이되어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친다. 자신의 능력은 아무런 결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욕망을 접고 남자와 헤어진다. 이런 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은 <죽은 자가 알게 된다면>에도 등장한다.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는 죽어가는 사람에게 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보내면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내면으로 들어가 삶의 의지를 갖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비슷하다. <절대적 세계의 발견>의 스폴딩과 <희생자>의 그레이트헤드도 지식을 사랑하는 것은 비슷하다. 스폴딩은 살아 있을 때도 죽어서도 지식 탐구에 몰두한다. 그레이트헤드는 자신을 죽인 운전사의 완전 범죄의 치밀함에 칭찬하고, 오히려 자신은 더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일곱 편의 단편은 사후 세계, 죽은 이의 환영,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능력 등 초자연적인 힘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일곱 편의 단편은 공통적으로 사랑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사랑이란 감정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남녀 간의 사랑, 부모 자식 간의 사랑, 학문에 대한 사랑 등사랑의 감정과 형태는 다양하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통해 사랑의 감정과 인간의 마음을 파헤치는 이야기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메이 싱클레어에게 탁월한 여성 소설가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짧지만 강렬한 감성과 의미를 담담하게 풀어 쓴 기이한 이야기는 읽는 동안 몰입해서 읽게 되는 책이다.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에게도 기이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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