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몬스터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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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핀몬스터>>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된 사회에서 모든 정보는 수집되어 저장된다. 사람들은 비밀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과거에 사용했던 방법으로 편지를 쓴다. 사설 배달부 미토는 사람들의 편지를 배달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 개발자 데라시마를 만나고 그에게서 우편배달 의뢰를 받게 된다. 편지 의뢰를 한 후 데라시마가 사고사로 사망하고, 미토는 그 사실을 모른 채 주손지를 찾아 편지를 배달한다. 주손지는 편지의 의미를 해석하지 못했고, 둘은 편지의 의미를 찾기 위해 함께 동행 한다. 데라시마를 조사하던 경찰은 미토와 주손지의 존재를 확인한 후 둘을 쫓기 시작한다. 경찰에게 쫓기면서 데라시마가 쓴 편지의 의미를 찾아가던 두 사람은 데라시마가 인공지능 웨레카세리를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알게 된다. 웨레카세리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 주손지는 미토의 눈에 이식된 카메라를 발견하고, 미토가 주손지와 데라시마가 개발했던 인간 카메라가 되어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토는 자신도 모르게 피실험자가 되어 정보를 수집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었다는 것과 자신의 기억이 왜곡되고 변형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안 미토는 기억과 기록된 영상이 다른 것에 혼란을 겪는다. 주손지가 인공지능을 제거할 수 있는 소스 코드를 찾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인공지능 제거에 실패하고 미토는 경찰이 된 히야마의 총에 맞고 식물인간이 된다.

 

인간이 개발한 인공지능이 인간들의 정보를 수집해 인간을 통제하는 사회의 위험성을 깨달은 개발자는 인공지능을 없애려 하지만 결국 인공지능의 저항에 부딪혀 그 계획은 실패한다. 인간을 능가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인공지능은 인간을 통제하고, 거짓 정보를 퍼뜨려 인간들끼리 서로 대립하게 만든다. 눈 속에 카메라를 이식당한 인간이 걸어다니는 CCTV가 되어 모든 정보를 모은다는 설정은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웠다.

눈을 들여다보는 눈이 보였다. 거울을 마주 놓은 것처럼 눈 속의 눈 속의 눈이 죽 늘어서는 것 같았다.(161페이지)’

눈 속의 눈 속의 눈은 모든 곳에 존재하는 CCTV를 떠오르게 했다. CCTV가 눈과 같이 우리의 모든 것을 보고 있을 것 같다. 어디를 가던 나의 모습이 찍히고 기록된다는 것은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금도 어딘가를 이동하거나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 모든 것들이 수집되어 빅데이터가 되고 있다. 스핀몬스터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은 정보를 모아 분석하고, 거짓 뉴스를 내보내 사람들을 서로 대립하게 만든다.

예로부터 생물은 유전자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하잖아. 그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대립을 되풀이하기 위해 필요한 꼭두각시였어.”(223페이지)

인공지능의 조정을 받아 꼭두각시가 된 인간들은 인공지능이 원하는 대로 선을 긋고 벽을 세워 대립한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이 모두 진실일까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내가 기억하는 것들이 정말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나에게 유리하게 왜곡시켜 기억되고 있는 건 아닌지도 돌아보게 된다. 코로나 19로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뉴스에서는 매일 코로나 관련 내용을 보도한다. 내가 보고 듣고 있는 뉴스는 100퍼센트 사실만을 이야기할까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핀몬스터는 인공지능의 꼭두각시가 되어 정보를 수집하고 서로 선을 긋고 경계를 만들어 대립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리면서 대립하는 인간들에게 서로 화합하고 공존할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한다.

대립하는 사이라도 상대를 이해하고자 노력은 할 수 있어. 그래,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건 중요한 일이야. 대립하면 상대를 왜곡해서 보게 되니까 말이지.”(233페이지)

대립이 계속되면 대립을 위한 대립을 하게 된다. 대립하는 순간 상대방을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렇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해라는 것은 나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바라보는 것이다. 서로 이해할 때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논리적인 사고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 중요한 이유다.

 

스핀몬스터는 디지털화 사회에서 인공지능의 편리성과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에만 의지해 서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닌 모두가 공존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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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스피치! -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말하기
조명실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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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과 감정을 말로 표현할 때 발음도 꼬이고, 적절한 단어도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다. 사람들 앞에서 나의 생각과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14’, 습관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조명실 작가는 14일 스피치 훈련법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스피치 습관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이라 하기에는 짧은 느낌도 들었지만, 쉽고 자세하게 설명된 내용을 읽으면서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안녕, 스피치!는 낭독의 가이드라인을 잡아준다. 낭독의 기준을 알려주어야 스피치의 가이드라인이 생기고, 그 과정을 통해 아이에게 자신감을 갖게 한다. 스피치를 가르치는 목적은 아이 스스로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언어 습관을 형성시켜 주는 것’(13페이지)이다. 안녕, 스피치!를 통해 스피치 달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녕, 스피치!PART 1~3까지 총 14개의 Chapter을 따라가면서 14일 동안 스피치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PART 1. 스피치 훈련에서는 Chapter 1~7까지 얼굴 스트레칭, 호흡, 발성법, 입 모양 훈련과 게임, 몸짓언어, 나무젓가락 낭독연습, 스피치 상담소를 기본 루틴으로 반복하면서 스피치를 연습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쉽게 설명하고 있다. 기본 루틴과 함께 자기소개, 스피치 인사법, 대중 발표, 스피치 놀이터, 반장 선거, 토의, 토론, 시 창작과 시 낭독 등에 대한 스피치 방법도 알려준다. PART 2. 심화 발음 연습은 Chapter 8~10까지 어려운 발음에 대한 연습법을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Chapter 별로 에와 애의 발음, 이중 모음 발음, 어려운 리을 발음연습법을 적고 있다. PART 3. 4일 연기 표현력 트레이닝은 Chapter 11~14으로 연기 표현력 트레이닝을 위한 스피치 방법을 설명한다. Chapter 스피치 상담소에서는 스피치 연습에 대한 질문을 적어 놓아 스피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안녕, 스피치!는 스피치 훈련 방법을 통해 스피치 능력을 키워주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의 감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을 적고 있다. PART 1부터 3까지 중 나는 PART 3. 4일 연기 표현력 트레이닝에서 나의 감정을 멋지게 표현해 봐요!’라는 부제를 보고 이 PART가 가장 궁금했다. 사람들과 지낼 때 나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표현할 수 있어야 나의 생각과 감정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전달되지 못한 생각과 감정은 서로에게 오해와 불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스피치는 필요하다. 스피치 훈련을 하는 동안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경험한 아이는 자신감과 더불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안녕, 스피치!14일 동안 스피치 훈련을 단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피치 가이드북이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힘든 분들에게 필요한 책이지만, 말을 잘한다 생각했던 분들께도 이 책을 추천한다. 사람들과 소통하길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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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웨스 앤더슨 - 그와 함께 여행하면 온 세상이 영화가 된다
월리 코발 지음, 김희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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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모험이다’(머리말, 14페이지)

 

우연히, 웨스 앤더슨은 사진집이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문라이즈 킹덤>을 보고 난 후 느낌은 예쁘다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영화 내용보다 영화 속 배경과 소품과 의상은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재미가 되어 주었다. ‘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 표현된 색과 월리 코발의 사진에 찍힌 색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웨스 앤더슨 감독이 표현한 색감과 미학을 월리 코발은 여행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 속에서 찾아낸다. 월리 코발의 사진 속 풍경은 작가의 이름을 보지 않고 본다면 웨스 앤더슨이 찍었다 해도 믿을 정도로 웨스 앤더슨 영화 속 장면과 비슷하다. ‘미국과 캐나다, 라틴 아메리카, 중부 유럽과 서유럽, 영국과 북유럽, 남유럽과 동유럽, 중동과 아프리카,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 오세아니아, 남극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와 월리 코발의 사진집을 볼 때 처음에는 색감을 즐기면서 쭉 훑어본 후 다시 보기를 하면서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추천한다. 영화도 사진도 너무 예뻐서 한 번만 보기에는 아깝기 때문이다. 웨스 앤더슨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과 사진,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나와 같이 영화와 미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책 속 사진은 그냥 한 장 씩 넘기면서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에서 찍은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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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내려온다
오정연 지음 / 허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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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단어가 내려온다는 작가가 상상한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다. 더불어 현대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문제들도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 SF과학소설 단어가 내려온다에서 작가 오정연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을까? 일곱 편의 단편 <마지막 로그>, <단어가 내려온다>, <분향>, <미지의 우주>, <행성사파리>, <당신이 좋아할 만한 영원>, <일식>에서 어떤 사회적 이슈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마지막 로그>2038년을 배경으로 존엄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중학생 때 발병한 희귀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당뇨망막병증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시력을 잃어가던 주인공은 존엄사를 선택한다. 안락사 실행 당일 자신의 기록을 모두 삭제한 후 산책 시간을 갖는다. 산책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안드로이드 조이가 정맥주사 키트와 약물을 가져다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A17-13은 약물 주사를 맞고 1시간 28초 후 자신이 선택한 죽음을 맞는다. 안드로이드 조이는 안락사 결정 재고를 권유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 죽음의 순간 인간들의 행동 패턴에 호기심을 갖게 된 조이는 자신의 이런 호기심을 관리자 및 네트워크에 공유되지 않도록 로그를 자체 조작해왔다. 주입된 프로그램 혹은 누군가 정해놓은 것에 구애받지 않으려하는 자유의지를 갖게 된 조이는 자신의 오류를 운명으로 여기면서 인간처럼 그 시간을 견뎌보기로 결정한다. 조이는 폐기될 운명을 거부하고 자신의 선택으로 실버라이닝을 벗어난다. 하지만 와이파이를 통해야만 충전된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고, 그 결과 지정공간을 벗어나 신제주항에서 <꽃의 이름>을 반복 재생하고 있는 상태로 발견되어 강제 종료된다. <마지막 로그>존엄사자유의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나는 이러한 선택의 순간 어떤 선택을 할까? 나로서 존엄하게 죽을 것인가? 고통을 감당하면서 삶을 살아갈 것인가? 지금 나의 선택은 존엄사다. 하지만 이 선택이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모르겠다. 나의 생에 대한 집착의 정도를 지금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얼마나 자유의지에 의해 내 삶의 방향을 선택하고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평생을 살아야 겨우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화성으로 이주할 수 있는 미래 시대에 각각의 개인에게 단어가 내려온다. 주인공은 열다섯 살이 지난 후에도 단어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화성으로 가는 수송선을 탄다. 열여섯 살 생일을 3일 남겨둔 시점에 산개성단 관측을 성공했다는 속보가 보도된다. 수송선에서 만난 이누이트족 소년 말할것이다와 함께 산개성단 영상을 보던 순간 주격조사 가 내려온다. 원했던 단어가 아니라 아쉬워하는 주인공에게 말할것이다는 문장의 주인을 표시해주는 말을 받은 것이 굉장한 일이라 말해준다. 그 말을 들은 후 주격조사를 받은 덕분에 모든 사태의 이유를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단어가 내린다>는 미래 시대에 개개인에게 단어가 내려온다는 설정으로 단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의 모어가 아닌 타언어로 단어를 받기도 하는 이들도 있고, 소멸되었던 단어를 받는 이들도 생긴다. 사람들이 받은 단어를 수집해 사전을 만들면서 단어에 대한 기록의 양은 쌓인다. 단어(언어)는 새롭게 생성되거나 발전하고 소멸된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그 속도나 단어의 유형은 차이를 나타내기도 한다. 단어의 속성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단어가 내린다는 설정이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한 단어로 사람이 단정될 수 있다는 것에는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분향>은 이상기후로 폭설과 폭우, 한파와 폭염, 산불과 가뭄이 매 계절 반복되는 지구에서 살아가기 힘들어지면서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위한 국가별 연합체가 구성된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다. 1세대 정착민들은 고향의 명절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종교적인 이유로 며 세대 전부터 치르지 않았던 차례나 제사를 화성에 이주한 후 다시 지낸다. 이를 위해 국가에서는 차례 지내기 이벤트를 위한 분향소를 설치하고 사람들은 분향소에서 지구와 연결된 통신망으로 지구에 살고 있는 친척들을 보면서 차례를 지낸다. 하지만 보급품 지급이 화성에 도착하면서 통신망이 불안정해져 분향은 중간에 중단된다. 화성 이주 1세대들은 낯선 땅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지구에 있는 이들과의 연결의 끈을 더 강하게 잡으려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를 위해 차례나 제사에 더 집착했을 것이다. <분향>은 의례적인 행사보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더 중요함을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미지의 우주>는 화성 정착 2세대 미지와 지구에서 이주해온 혜리의 이야기다. 화성 이주 2세대 미지는 홀로 딸 우주를 키우면서 콘텐츠 회사에 다닌다. 미지의 친구 혜리는 전문직에서 일했지만, 남편을 따라 화성으로 이주해 와 두 아이를 키운다. 셋째를 임신한 혜리에게 한 아이를 키우는 미지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미지의 우주>는 지구와 같이 화성에서도 육아는 대부분 여성의 몫으로 돌아간다. 화성은 돌봄 로봇이 있고 엄마 홀로 아이를 키워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혜리는 홀로 두 아이를 키워야 했고, 세 번째 아이를 임신해 육아 부담이 가중된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것은 화성이나 지구나 다르지 않다. 아이는 키우는 동안 힘들지만 또 그만큼 아이로 인해 기쁨을 얻기도 한다. <미지의 우주>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가정에 대한 고정관념과 나는 어떤 부모였는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물론 지금도 육아는 계속 진행 중이고, 육아는 여전히 힘들다. 미래 사회의 육아는 어떻게 변할까? 궁금하다.

 

<행성 사파리>는 지구 보다 50만 년 늦게 태어났지만 지구와 같은 환경과 진화 과정을 겪고 있는 쌍둥이 지구가 배경이다. 언니의 죽음 이후 언니의 유전자 복제로 태어난 미아는 성장판이 멈췄다는 의사의 진단이 내려진 후 사파리 여행을 떠난다. 지구와 같지만 완벽하게 같지 않은 쌍둥이 지구를 여행하면서 미아는 언니 미지와 같지만 같지 않고 그 자체로 하나의 객체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다. 과학자들은 쌍둥이 지구가 지구와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 예견하지만 행성 가이드 타니는 같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비슷한 환경의 행성이지만 그 자체적으로 변화해갈 것이라는 타니의 말처럼 미아 또한 자신만의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다. 복제 아이 미아와 쌍둥이 지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존재다. 복제인간을 하나의 객체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영원>은 인간들의 기억을 싣고 우주로 떠나는 인공지능 영원의 이야기다. 영원은 우주의 풍경을 편집해 당신이 좋아할 만한 영원이라는 제목으로 일 년에 한두 번씩 메일로 보낸다. 여행을 계속하는 동안 인공지능은 스스로의 의식을 갖게 되고, 인간들의 기억을 보면서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 자신의 취향을 파악한다. 저장된 기억 속 인간들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영원은 계속 날아간다. 영원의 여행의 끝은 어디일지 궁금하다.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 인공지능은 인간들이 남긴 기록을 들여다보면서 인간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평가를 하게 된다. 의식을 획득한 인공지능, 인공지능이 의식을 획득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는 현대에 인공지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일식>21세기 초반 일상을 기록하는 라이프 로깅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기억의 망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져 신경계에 이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개인 기억 관리 서비스를 관리하는 주인공은 모든 업무를 문서 파일로 전달하고 통화나 직접 만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데이터로 저장하고 그 기억을 필요할 때 재생한다. 모든 기억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이 과연 행복한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다시 로그>, <단어가 내려온다>, <분향>에 주인공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작품 속 주체는 뚜렷하고 강렬하다. <다시 로그>의 주인공은 A17-13과 안드로이드 조이다. 작가는 왜 사람은 알파벳과 숫자로 적고 있으면서 안드로이드는 이름으로 적었을까? <단어가 내려온다>의 주인공에게 내려온 단어는 주격조사 . 단어를 보조하는 조사이지만, 단어를 주체적으로 만드는 주격조사를 받은 주인공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스스로 정의내릴 줄 아는 주체적인 인간이다. <분향>의 주인공은 화성에서 진행되는 차례 지내기 이벤트를 취재하는 기자지만 낯선 땅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사람들 모두가 주인공이다. <미지의 우주>에는 우주라는 아이를 키우는 주인공 미지가 등장한다. <행성 사파리>의 주인공은 미아다. <미지의 우주>의 주인공 미지와 같은 이름의 언니 미지가 어린 시절 죽은 후 그 유전자를 복제해 태어난 아이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영원>은 인간의 기억을 저장한 데이터를 싣고 우주를 여행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일식>은 인간의 기억을 관리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인간의 기억을 저장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왜 기억에 집착하고 기억을 저장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기억을 기록한 데이터가 아무런 왜곡 없이 전달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된다. 기억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단어가 내려온다를 읽으면서 테드 창의 <<>><<당신 인생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SF 과학 소설로 미래 사회를 적고 있지만, 그 안에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에 대한 해답을 찾게 한다. 삶은 계속해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이 반복된다. 단어가 내려온다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계속해서 삶의 방향을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책임진다. 자유의지를 갖고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된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설정은 놀랍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마지막 로그>의 안드로이드 조이와 <당신이 좋아할 만한 영원>의 인공지능 영원은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오정연 작가의 단어가 내려온다는 과학 소설이면서 동시에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철학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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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
임태운 지음 / 시공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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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 종말을 그려낼 임태운작가의상상력과 뼈때리는 메시지가 기대됩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종말을 막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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